"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협력과 특화"라는 주제로 경기도 문예회관들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가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2월 20일 열렸다.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연구자뿐 아니라 문예회관의 경영자들이 직접 발제자로 참여 하여, 현장에서 느끼는 경영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고 발전하기위해 모색 중인 여러 고민들이 이야기 되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지난 몇 년 간의 경기권 문예회관들의 괄목한 성장 이후, 맞고 있는 약간의 정체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각각의 문예회관들의 특화의 필요성을 세미나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의 주도로 ';경기문화협력네트워크';라는 경기도 지역의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재단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기관 실무자들의 협의체가 발족되었는데, 이 네트워크의 문예분과에서 진행해온 세미나의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되어 이번 세미나를 이끌어 내게 되었다고 한다.

세미나의 발제는 먼저 정광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이 ';경기도 문화환경과 문예회관의 변화';라는 주제로 문예회관 설립의 배경설명과 현황 그리고 극복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한 후,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구자흥 명동정동극장 극장장(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대표),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등 경영자들이 현장의 고민과 발전 방안에 대해 발제하였다. 지정토론에는 정중헌 서울예술대학 교수와 조경환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 박만진 하남문화예술회관 공연기획팀장이 참여했다.

경기문화재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협력과 특화> 세미나 현장

문예회관 가동률 오히려 떨어져

정광열 실장은 현황분석에서 문예회관의 약점과 위험요소로 ';시설들의 점진적인 포화';, 전문공연공간이 아닌 ';다목적 시설';로서의 성격모호와 ';운영예산의 부족'; 등을 지적 하였다.

현재 경기도내에 등록된 공공 공연장 수는 총 109개(공공 85개, 민간 24개)로 이 중에서 ';문예회관';으로 분류되는 곳은 24개소 48개 공연장이라고 한다. 문제는 시민들의 생활권역, 관람수요를 고려하여 건립되기보다 행적 구역별 자치단체 단위로 시설이 건립되어 실질적인 수요에 비해 시설수의 비대칭적 포화 또는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예회관 시설의 증가와 달리 전국 문예회관의 가동률은 2004년 44.0%에서 2007년 40.8%로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프로그램 측면에서 보았을 때, 시설 조성 시 특색 있는 전문공연장이 아닌 다목적의 복합문화시설로 건립되어 각각의 문예회관간의 변별성이 떨어지고 전문 공연예술작품의 공연을 위한 공간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시설건립과 관리운영에 투여되는 예산 투자규모와 달리 대부분의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게 책정된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세미나에서 지적된 경기문예회관들이 처한 문제 상황들은 비단 경기권 문예회관들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전국의 문예회관들이 처한 공통의 문제들이었다. 오히려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재정적, 인구학적 요소들이 타 지역에 비해 기회요소로 작용하는 이점을 보였다. 성남아트센터는 "지역단위의 문예 회관을 넘어 예술의전당의 잠재적 경쟁시설"로 비견될 만큼 프로그램과 경영이 평가되기도 한다. 다만 문예회관별 내외부적인 특성에 따라, 즉 지자체의 예산, 인구특성, 전문인력의 확충 등에 따라 성과의 편차가 큰 구조라는 것이다.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기반시설총람」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경기권 문예회관의 연간운영비가 1개소당 5천만원에서 235억원으로 지역별 큰 편차를 보인다.



프로그램 기획 예산 턱없이 부족 ... 극장별 편차도 커

이진배 사장은 문예회관의 과제로 지속적인 공연전문 경영인과 전문인력의 실무 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문화기반시설총람」에 따르면 문예회관에 종사하는 인력은 총 520명으로 이 중 공연기획, 전시교육, 홍보마케팅, 무대 등 전문인력은 328명, 약63%를 차지한다. 경기도 문예회관 24개소 중 재단법인이 설립되어 운영되는 곳이 7개소 (경기문화전당, 성남, 부천, 고양, 의정부, 안산, 하남)이다. 문예회관 중 상당수는 지자체가 시설관리공단을 통해 운영하거나, 공무원이 파견되어 예산 및 시설관리를 담당하기도하고, 의사결정 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라인에서 결재를 받아야하기도 하는데, 전문인력과 공무원간의 협력은 역할분화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지만, 운영의 경직성이 생겨 발전의 저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민간위탁 시 사업과정의 개입이나 관여보다는, 최소한의 회계감사와 달성된 사업결과를 토대로 하는 사후 평가로의 전환, 즉 지자체가 사업결과를 놓고 민간위탁자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경기문화재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협력과 특화> 세미나 현장

공동제작, 공동 프로모션 등 협력 필요

이날 토론에서 발전 방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콘텐츠의 개발과 경기권 문예회관들의 네트워크 형성 및 사업 협력이었다.

구자흥 극장장은 그동안의 경기권 문예회관들의 콘텐츠 제작 사례와 성과들에 대해 설명하였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7억여원의 제작비를 투여하여 제작한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는 지난해까지 41회 이상을 공연하며 54,000명의 관객을 동원하여왔고 그 결과 완성도 높은 고정 레퍼토리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 공연은 초연 후 지속적인 수정 보완을 거처 2006년 초연 시 59%(14회), 이듬해 예술의 전당 공연 시 95%(7회), 2008년 LG아트센터 공연 시 82%(8회)의 관객점유율을 기록했다.

경기도문예회관협의회가 주관하고 4개 극장이 참여한 오페라 <나비부인>은 문예회관 간의 공동제작 가능성을 확인하는 공연이었다. 첫 공연지인 부천에서 전회 매진 기록을 시작으로 참가 문예회관에서의 공연도 모두 흥행에 성공을 하였다. 공동 창작과 공동 프로모션은 재정적 여유가 비교적 적은 문예회관들도 콘텐츠개발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공연 제작 시 비용과 위험은 분담하고, 공연 횟수는 증가하여 회당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한 좋은 모델로 평가 받는다.

안산예술의전당이 아르코극장, 일본의 SCOT와 함께 공동제작한 <엘렉트라>는 저명한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공연이다. 지역의 일반관객의 호응은 높지 않았지만, 국내와 해외, 중앙과 지방, 극장과 극단의 공동작업의 가능성과 함께 지역 문예회관이 예술성 높은 컬레보레이션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경기문화의전당과 의정부, 안산, 고양, 성남과 같이 재정이 확보된 극장이 창작공연제작에 참여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요조건이지만, 경영자의 창작에 대한 의지와 실무자의 열정 없이는 충분조건을 이룰 수 없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박인건 사장은 특히 경기권 문예회관들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공동창작만큼 공동프로모션에도 중요성을 두었다. 창작공연의 공동제작과 함께 해외공연의 수입 시 공동프로모션을 통해,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확보하면서도 비용손실을 최소화 하는 사례를 확대해 나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문예회관의 상주공연단의 프로그램을 외부의 문예회관들과 공유하는 것을 제안 하였다.

이번 세미나는 경기권 문예회관의 경영자 및 기획 실무자, 그리고 관련 공무원 등 100여 명 의 현장 관계자들이 청자로 참여하여 그들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외부 전문가와 경영자들의 생각을 경청하는 자리가 되었다. 세미나의 기획의도가 관계자들의 내부 세미나를 통한 이해의 접점 마련이라는 점이 발제자, 청자, 지정토론자 대부분이 내부관계자로 구성된 것에서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구성으로 현장 상황의 솔직한 고백과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진 반면, 외부시선을 통한 객관적인 현황 파악과 비판적인 발전 방안 모색의 수용이라는 치열한 토론을 이끌어내기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를 통해 보다 밀도 높은 공동 연구와 지속적인 협력 작업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경기문화재단은 세미나에서 제시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경기문화협력네트워크'; 소속 실무팀장 중심으로 공동제작, 공동프로모션, 교류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하고, 중소극장까지 포용할 수 있는 현안 연구과제를 워크샵과 소회의를 거쳐 실행과제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 이라고 한다.

또한, 문예회관들은 자체적으로 포괄적인 협의체 구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경기권에 문예회관과 관련된 협의체는 5개 문예회관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경기공연장협회';와 14개 문예회관의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경기문예회관협의회';가 있는데,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24개 문예회관의 대표와 실무자를 아우르는 협의체 구성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연구와 협의체의 활동을 통해 발전적인 비전의 생성과 실질적인 협력 작업들이 활발해 지는 것을 기대 한다.


유병진
필자소개
유병진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에서 축제 만드는 일을 했으며 현재는 ';생산적 백수';를 모토로 재밌고 돈도 되는 기획활동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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