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아세안 문화예술포럼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지난 2월 26일, 27일 양일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과 아시아, 태평앙의 공공·예술 관계자 11개국, 23명이 참여해 ‘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의 현실과 유통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27일 3부에서 진행됐던 「미래를 설계하다, 아시아 문화예술네트워크」 좌담 내용을 소개한다.
일  시 | 2014년 2월 27일(목) 오후 4시/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동 제1강의실/참석자 | *가나다순/김윤철_(재)국립극단 예술감독/라이마 폴커_주한독일문화원 동아시아지역 문화부장
									벤/슨 푸아_싱가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대표/세실리 쿡_아시아문화위원회 뉴욕지부 수석 프로그램 담당관/이인권_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이잔 사트리나_말레이아 공연예술 에이전시 창립자/이종호_아시아공연예술축제/연맹 부회장, 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저 뫼 캬우_만달레이국립대학교 부교수/제프리 아리프_아시아극장협회 임원/콜렛 브레넌_호주예술위원회 시장개발부 총감독/히로유키 고지마_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소장/사  회 | 김희선_국민대 교수, (재)월드뮤직센터 상임이사

사회 왜 우리가 아시아에서 교류해야 하는가? 그간 어떤 교류가 있었고, 성공했다면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 혹은 잘 안 되었다면 이유는 무엇이었고, 더 잘하기 위해선 어떤 교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새로운 자본,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서

벤슨 푸아(이하 ‘벤슨’) 우린 아시아인이고, 이곳이 우리 본고장이므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지난 역사와 미디어 작용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스스로의 호감이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지리적인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서양 문화권 덕에 얻은 것도 많다. 음식만 하더라도 이태리식, 프랑스식 등 동시대에 공통적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식습관에 대한 선호도는 존재할지라도 문화에 대해서는 회귀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것은 마치 후퇴하는 것과 같다. 문명화되기 이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누구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가. 나도 아시아에서 자라고 영국에서 공부해서 아시아적 가치관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가치관은 내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교류를 위해서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카드 게임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라이마 풀커(이하 ‘라이마’) 문화가 교류를 위한 훌륭한 매개체다. 글로벌 사회에서 국가 소유권이 바뀌고 있다. 주인의식을 누구나 다 가져야 한다. 아티스트에게 펀딩 지원 시 독일에서도 독일 국적자가 아닌 사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공방이 오고갔다. 예전에 인도 출신 피아노 조율사들을 데려와 외곽 도시로 모셔 연수를 했고, 현지 신문기자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 때 기자가 조율사에게 “왜 인도 전통 악기 연주를 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인도 요가 하지 않습니까?”하고 대답을 한 적이 있다. 왜 아시아일까? 아시아가 엄청난 학습의 장이기 때문이다. 디지털화 관련 사업도 진행 중인데 이 분야에 있어서는 거꾸로 아시아에서 배워 유럽으로 가져가고 있다.

김윤철 나는 ‘왜 아시아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책을 10권 정도 썼다. 조사를 하면서 보니 ‘문화’에 대한 정의가 200개 넘는데 그 중 아이작 로젠버그(Isaac Rosenberg)는 “문화는 사람들이 서로 사고하고, 말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라고 했다. 서구의 문화와 비교해 보자면 아시아가 덜 세련됐다고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잠재력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아시아가 막강한 문화예술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광주를 문화예술 도시로 조성했고, ‘아시아문화전당’이 2015년에 개관하면 중요한 아시아 문화예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며,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문화예술에 있어서 아시아가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시아가 바로 이런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전체사진1 세실리 쿡(이하 ‘세실리’) 뉴욕에서 아시아위원회 록펠러 기금이 만들어진 시기는 냉전시대였다. 록펠러는 일본에 호감이 많았다. 그의 시선은 아시아 문화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일본소사이어티 혹은 아시아소사이어티를 열어 아시아 문화의 힘과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문화의 상호이해’라는 것은 보험이다. 상당히 흥미롭고 위험한 아시아에서 ‘문화’는 보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많은 예술가와 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아시아 작가들도 공부하고, 실습을 하고 있다. 예전처럼 나이가 든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차세대가 배워서 돌아가 가르치고, 미국의 관점과 시작도 많이 바뀌고 있다. 서양인은 현대와 전통의 이분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동시성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시아에서는 그런 것이 존재한다. 우리는 1970년대에 백남준이라는 젊은 예술가를 관심 갖고 지원했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 풍요로워 질수 있고, 아시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김윤철 다른 관점에서 말하겠다. 아시아는 자본이 있다. 그러나 현재 유럽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보인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국제연극평론가협회는 베이징과 인도에서 총회를 개최를 했었는데 현재 이런 자본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아시아가 많지만 단지 아시아국가에서 돈이 있어 이런 행사들을 주최하는 것은 아니다. 연극적 측면에서 보면 서양에서 극예술을 극단적인 실험적으로 시행하다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인다. 이제 아시아 문화로 눈을 돌려 벨리댄싱과 경극을 공부하고, 이들이 아시아 전통 극예술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유혈이 낭자하고 성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비연극적인 연극을 찾아,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벤슨 슬픈 일은 서양에서 아시아가 새로운 시장이라는 것이다. 뜻은 좋고 뭉치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이 힘들다. 관료들은 직책이 너무 높아 자존심이 높은 반면 아티스트들은 네트워크를 잘한다. 우리가 만드는 네트워크가 유효하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티스트 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주체는 네트워크의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메콩에서 활동을 할 때, 페이스북이 없던 시절이었는데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온라인 관계와 대면 관계를 이어가자는 것이었다. 플랫폼 구성 후에는 프로젝트가 있어야 더욱 모임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새로운 형태의 모임은 유기적으로 성장하다가 다른 형태로 성장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만들 순 없다.

라이마 자화자찬 같은데 독일문화원은 아시아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요한 사안을 발전시킨 예가 있다. 독일예술위원회가 인도 코트 기관과 협력했다. 예술 관리의 부재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갔던 네트워크인데 최종적으로 아트커넥션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이 프로젝트는 동남아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전시를 했었고, 후속으로 이어졌던 댄스커넥션도 성공적이었다. 네트워크가 단지 협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일 경우 꼭 성공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콜렛 브레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다. 나는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아티스트 사절단과 동행한다. 여러 명이 함께 가는데 CEO부터 독립 아티스트까지 자비로 데려왔다. 개별 예술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뒀을 때 잃어버렸던 신뢰를 되찾았다. 미심쩍을 수 있다. 우리가 강력해 지려면 협력 잘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 하면 되지 않을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무엇보다 인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알고, 어디에 연락을 취하고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며, 믿음과 존경심이 중요하다. 이것들이 있다면 유기적으로 저절로 발전될 것이다.



공공의 네트워크와 재정+민간단체의 철학

사회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들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한편으로 네트워크 유지는 쉽지가 않다. 왜 어려운지 어떻게 잘 발전할 수 있는지 관련 사례가 있을까?

세실리 사례를 들자면 자카르타 시장 아티스트들은 관리가 힘들다.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개별 예술가에게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독립예술가는 여러 어려운 상황이 있다. 하지만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고, 우리가 일하는 이유의 일부이기도 하다.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지만 미국에서 개인 예술가 투자에 힘을 주려고 한다. 먼저 ‘어떤 네트워크를 원하는가’, ‘목적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구성원을 선정하고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고 하는 등으로 진행해 왔지만 지금은 SNS로도 소통 할 수 있다. 네트워크는 자주 사용되는데 반드시 디자인을 먼저 해야 한다. 후원을 어디에서 받을 것인지도 생각해야한다. 큰 포럼을 열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큰 네트워크가 필요 한다.

이인권 아시아 문화예술 협력이나 교류는 지방 특히 전주에서는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사례를 하나 얘기하자면 일본국제교류기금으로 한중일 공동 연극을 제작했었다. 아시아 3개국의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 3개국 8개 도시를 순회했다. 보통 수도들에 집중해 국제교류가 많은 편이라 지역으로는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공동제작 공연은 일본국제교류기금이 많은 재원을 지원해 3개국 언어로 자막이 제작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물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았다. 또한 현재 국제교류를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많은데 공동 협업해 진행했던 각국 순회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었다. 이때 무엇보다 예술가들이 그들의 창의성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종호 한국, 대만, 일본, 홍콩, 싱가포르, 호주, 인도네시아가 참여한 리틀아시아댄스네트워크에서 각국 1명씩 추천받아 공동 창작 혹은 솔로작 공연을 했었다. 철저한 민간 베이스 사업이었다. 정부 공공기관 교류 네트워크 들어보면 지루하고, 불편한 점도 있다. 관변 예술가 즉, 정부 근처의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타국의 예술가를 연결하자면 개인적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엉뚱한 욕심들을 가지고 있다. 이 경우 도움을 받기가 힘들다. 언제나 관변에 익숙해 있다. 정부 조직과 재정 그리고 정부가 모르는 민간의 구석구석의 네트워크를 합치면 새로운 필드가 개척이 될 것이다. 리틀아시아댄스네트워크 같은 경우 규모는 작지만 민간이어서 큰 기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잘 안됐었다. 한군데 모여 연습도 힘들고, 나라마다 펀딩 지원도 시기도 다르고, 제도의 차이 때문에 결국 중단된 것이다. 이런 자리에 올 때마다 중심이 너무 관공서에 중심이 가있는데 관과 민 사이에 장점을 섞어야 새로운 비전을 열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이잔 사트리나 말레이시아공연예술에이전시(My Performing Arts Agency)도 독립기관이다. 우리도 예술에 대한 열정이 많다. 마이파는 국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고 싶다. 옥션을 통해 펀드레이징을 하고, 그것을 예술가들에게 돌아가게 한다. 온라인 시스템도 만들어 그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것이 사람들이 민간 단체가 수행한 일로는 기적적 일이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공공 기관과 민간이 힘을 합쳐 펀드레이징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난 보락아츠페스티벌(Borak Arts Festival)에서는 한국과 호주를 포커스 했고, 앞으로는 일본과 프랑스를 포커스할 예정이고, 이어 동남아를 포커스할 것이다. 한 사람이 콩을 굴려주면 모두 달려들어 사람을 모으고 기금을 모아야 한다. 나아가 정부 같은 공공기관의 네트워크와 재정 그리고 민간단체의 섬세한 마음과 개인적 철학을 합치면 돈을 넘어서 새롭고 큰 차원의 협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제3회 한-아세안 문화예술포럼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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