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의 이름은 조선시대의 명칭인 가회방(嘉會坊)에서 유래했다. 가회란 기쁘고 즐거운 모임을 말하는데, 본래 이 동이 북부 가회방 지역이므로 ‘방’의 이름을 따서 ‘가회동’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가회동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1930년대 지어진 도시형 한옥들이 여전하다. 그런 가회동 깊은 곳에 자리한 33-3번지, 3ㅈ하우스(삼지하우스)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다.

자립형 대안 주거 공간 ‘3ㅈ하우스’

세시풍속 송파산대놀이

▲ 3ㅈ하우스가 자리한 가회동 풍경

셰어하우스(share house)란 다수가 한집에 살면서 개인적 공간인 침실은 각자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은 공유하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부터 등장하여 다양하게 발전해 왔지만, 국내에서는 기숙사, 고시원, 하숙 등에만 한정돼 발전해 왔다. 3ㅈ하우스는 이러한 셰어하우스의 건축적 해석으로부터 시작됐다. 해외 셰어하우스의 다양한 형태를 조사했고, 국내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던 셰어하우스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그리고 좋고 나쁜 셰어하우스의 판단 기준은 개인(private)과 공공(public)공간의 조화라는 결론을 얻었다. 또한 ‘칸’이라는 형태로 각각의 공간을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옥이 셰어하우스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서촌, 북촌 등 한옥이 있는 동네의 부동산을 여러 번 방문한 끝에 현재의 집을 구할 수 있었다.

3ㅈ하우스를 찾아가는 방법은 도심과 다르다. 눈에 도드라지는 건물이 없기에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3ㅈ하우스를 찾아가려면, 안국역 2번 출구 방향에 있는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야한다. 돈미약국이 보일 때까지 걷다가, 왼쪽 골목에서 주변에서 가장 큰 나무를 끼고 돌아서 정면에 보이는 세 채의 한옥 중 가장 담이 낮은 곳이다.

3ㅈ하우스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이름이다. 첫 번째는 초기 구성원 3명의 이름에 모두 ‘ㅈ’이 들어갔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33-3번지에 ‘ㅈ’자 형태의 남쪽으로 열린 집을 의미했다. 3ㅈ하우스는 대지 면적이 47평이며 큰 방 2칸, 작은 방 1칸, 행랑채 1칸, 총 네 칸의 개인공간과 거실 1칸, 작업실 1칸, 주방 1칸, 그리고 마당과 실내, 실외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다. 한 명이 한 칸의 개인 공간을 점유하여 최대 네 명까지 동시에 거주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칸마다 미닫이문이 있어 공간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개방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칸마다 마당으로 향하는 문이 있어서 개인 공간을 침해하지 않고 공공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3ㅈ하우스의 마스코트 강아지와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마당 풍경

▲ 모든 칸마다 마당으로 향하는 문이 있는 3ㅈ하우스와 문틈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마스코트

3ㅈ하우스는 자립형 대안 주거 공간이다. 일반적인 셰어하우스와 달리 공동으로 예술 활동을 수행하며, 레지던시(residency)와 달리 외부의 지원을 받거나 거주자를 예술과 관련된 사람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3ㅈ하우스가 운영된 약 7년의 시간 동안 남성 4명과 여성 10명이 함께했다.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직종 혹은 전공 분야는 건축, 작가(writer), 애니메이터,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 영화계 종사자, 의사, 가수, 국악인 등 다양하다. 이러한 객(客)의 관심 분야와 직업, 취향에 따라 3ㅈ하우스의 색깔은 변해왔다.

영화계 종사자가 객으로 함께할 땐 마당에서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이용해 소규모 영화제를 몇 차례 진행했었고, 건축 종사자와는 2년 동안 두 편의 건축과 문화예술 전반을 담은 잡지를 제작하는 작업실 및 판매 장소의 역할을 했다. 또한 국립극장에서 있었던 ‘피나 안 인 서울(Pina Ahn in Seoul)’에 참가하는 객과 함께 안무를 생각하고 연습하는 공간이기도 했고, 최근 함께하게 된 뮤지션과는 ‘쌩목콘서트’를 열어 인디밴드와 팬들이 함께하는 무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객, 그리고 이웃주민 모두를 배려하는 예술 공간
-3ㅈ하우스 운영자 김민지 씨와의 인터뷰

쌩목콘서트에서는 3ㅈ하우스 구성원이 직접 만든 음식을 판매한다.

▲ <쌩목콘서트>에서는 3ㅈ하우스 구성원이
직접 만든 음식을 판매한다.

얼마 전 있었던 <쌩목콘서트>에 대해 말해주세요.

<쌩목콘서트>는 2014년 3월, 인디뮤지션 &lsquo;앙데&rsquo;가 객으로 함께하면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3ㅈ하우스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활동을 고민하던 중 이 친구가 들어온 거죠. 저는 다양한 활동을 기획, 진행한 경험이 있었고, 이 친구는 노래를 할 수 있었죠. 그리고 노래할 줄 아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물론 3ㅈ하우스라는 대안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공연에 앞서 몇 가지 약속을 정했어요. 먼저 이웃에게 공연 내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것. 또한 주거지역이기에 공연 시간을 낮으로 정하고, 음향 기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입장권을 판매하여 수익금을 저와 참가팀이 동등하게 나누기로 했고, 원활한 공연을 위해 관객은 30명으로 제한했습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어요. 마당이라는 무대와 집에 걸터앉는 객석은 아티스트와 관객 간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웠어요. 그래서 관객들은 작은 소음도 만들지 않고 더욱 공연에 몰입했죠. 또한 연주가 끝난 아티스트들은 객석으로 돌아와 관객으로서 공연을 관람했어요. 아티스트와 관객의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었습니다.

3ㅈ하우스의 마스코트 강아지와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마당 풍경

▲ 2014년 3월 <쌩목콘서트> 공연 모습

&lsquo;쌩목콘서트&rsquo;를 통한 경제적인 수익이 있었나요?

입장권 판매 수익이 있었습니다. 공연 중에 식음료도 판매했지만, 이 부분에선 순수익이 없었어요. 총 수익을 다섯 팀의 아티스트와 제가 동등하게 나누다 보니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고무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행사를 기획하다보니 늘 손해였거든요. 그리고 인디 뮤지션들이 굉장히 즐거워했어요. 새로운 공간의 경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공연을 하고 보수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고마워했어요. 돈을 지불하고 대관하지 않는다면 공연 기회가 많지 않고, 바(bar)나 클럽에서 공연하더라도 보수가 아주 적기 때문이죠.

3ㅈ하우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ㅈ하우스 대문에서 바라본 모습과 구성원이 문틀에 새긴 문장

▲ 3ㅈ하우스 곳곳에는 다양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공간 탄생 초기에 개최한 출판기념회의 흔적이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예술경영에 초점을 맞춰 3ㅈ하우스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 서울시 문화 정책과 공무원과 대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ldquo;일련의 문화, 예술 행위가 수익 없는 봉사가 된다면 지속이 불가능하다.&rdquo;라고요. 이 말이 맞아요. 3ㅈ하우스라는 공간을 유지하는 일은 힘들어요. 저를 포함한 3ㅈ하우스 거주자의 월세로 집세를 포함한 유지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요. 하지만 함께하는 거주자들에게 비싼 월세를 요구할 수도 없고, 보증금과 기간을 정해서 계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때때로 객의 부재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또한 집주인의 배려로 7년째 동일한 집세를 지불하고 있지만, 언젠가 쫓겨날지도 모르죠.

주변에서 공간을 대관하여 수입원으로 삼으라는 제안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만 운영하려고 해요. 3ㅈ하우스는 저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객, 그리고 이웃주민 모두를 배려해야 하는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대관 예정은 없습니다. 이번 <쌩목콘서트>를 시작으로 정기적인 행사를 기획하여 안정적인 수입원을 마련하고, 만약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충당금을 마련한다면 좀 더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우선 세 달에 걸쳐 매달 <쌩목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미 다음 달에 있을 공연의 아티스트는 확정됐어요. 그리고 판소리와 함께하는 브런치 콘서트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옥 마당과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3ㅈ하우스에서 함께했던 지난 객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있어요. 앞으로 3ㅈ하우스의 객들이 늘어나고, 그들과 함께한다면 연극, 무용, 전시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과 연계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지역에 녹아드는 행사도 기획할 계획입니다.



예술은 삶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것이다. 3ㅈ하우스는 정부나 민간의 지원을 받아 예술에 몰두할 수 있는 레지던시도,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창작 공간도 아니다. 그들은 직장에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세를 내는 노동자이자 한옥이 주는 불편한 환경을 감수해야 하는 가회동 주민이다. 하지만 그들은 치열한 삶의 터전인 3ㅈ하우스에서 자유롭고 실험적인 유&sdot;무형의 결과물을 쌓아가고 있다.

도시는 경쟁과 삭막함이 떠오르는 인간의 활동 무대이다. 이런 건조한 장소에서,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으로부터 탄생하는 문화와 예술은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않으며, 스스로 일구어가는 삶의 다양성. 이런 다양성이 지금의 문화와 예술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확신한다. 3ㅈ하우스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사진_김영훈 필자소개
김영훈은 인문계 고등학교의 이공계열에서 (예술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로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에 입학하여 공부했다. 재학 중 음악, 무용, 연극, 영상,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경험했고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무대감독으로 근무하고 있다. 많은 예술가와 기획자를 만나며, 올바른 예술경영은 현장에 대한 이해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터득하는 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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