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기업과 예술의 만남’ 결연식
(사진출처_한국메세나협회 2012년도 연차보고서)

기업의 문화예술 연도별 지원 현황 연차보고서

▲ 『기업의 문화예술 연도별 지원 현황 연차보고서』, 클릭 시 확대(사진출처_한국메세나협회)

문화예술계의 메세나 운동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메세나법으로 불리는 ‘문화예술 후원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문화예술계를 향한 후원 제도의 다양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사회 전반에 메세나를 향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문화예술 분야 기부금은 2012년에 비해 약 47억 원이나 증가했다.

기업과 문화예술의 만남은 분명 매력적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창조적이면서 효과적인 마케팅과 경영 전략을 꾀할 수 있으며, 예술 단체는 안정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러한 메세나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과 예술 단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다주는 사업 파트너로서의 교류이다. 이는 서로 맞물려 지속적으로 돌아갈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두 개의 톱니바퀴와도 같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 예술 단체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문화예술계 각 분야에서 성공적인 메세나 활동으로 손꼽히고 있는 다음의 세 가지 사례를 통해 그것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 보자.

사례1. 삼일로 창고극장
‘지속’과 ‘자생력’, 두 단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메세나 경험

재개관한 삼일로 창고극장 입구

▲ 재개관한 삼일로창고극장 입구
(사진제공_한국소극장협회)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민간 설립 극장이다. 개관 이후 한국 소극장 운동의 본거지로서, 연극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공간이었으나 재정난으로 폐관과 재개관을 반복했다. 마침내 2011년 2월 삼일로창고극장은 영원한 폐관을 결정한다. 그러나 태광그룹이 후원을 약속함에 따라 그해 5월 성공적인 재개관을 하게 된다.

삼일로창고극장의 운영난이 가중되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위치상 불편한 교통으로 일반 관객이 접근하기 어려웠고, 운영비가 누적되면서 대관마저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극장이 1958년에 준공된 낡은 건물이다 보니 누수 문제가 발생했다.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방법이 불법 건축물로 고발되면서 이행강제금마저 쌓여가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극장이 지닌 가치와 자부심으로 이끌어 가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그런 삼일로창고극장을 되살린 힘은 바로 언론이었다. 극장의 어려운 상황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일차적으로 관할 중구청 공무원들이 극장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구청의 직원들이 소액 기부를 했고, 그것이 또다시 기사화되면서 태광그룹에서 후원 제의를 보낸 것이다. 태광그룹은 2011년 4월 삼일로창고극장과 후원 협약을 맺고 2년 동안 극장 운영비와 개·보수 비용, 밀려있던 위법건축물 이행강제금을 지원했다. 삼일로창고극장은 다시 관객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삼일로창고극장은 성공적인 메세나 사례로 손꼽힌다. 실제로 2012년에 ‘메세나 대상’과 ‘Arts & Business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존재한다. ‘2년’이라는 한정된 기한이다. 삼일로창고극장의 정대경 대표는 메세나에서는 기업과 예술계의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사업 파트너로서의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업에서는 실질적인 지원을 했으니 그에 대응하는 성과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극장은 문을 연 것만으로는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재개관이라는 사실보다는 이후를 어떻게 꾸려나가느냐가 더욱 중요하지요. 이 때문에 신작 희곡을 발굴하는 사업이라든지, 젊은 연극인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연극제 등 여러 사업을 제안했지만, 기업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나름의 실망을 했을 거예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원을 해주었는데 눈에 실질적으로 보이는 결과가 없었으니 말이죠.

후원을 받은 예술단체는 기업에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요? 단순하게 후원을 받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후원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해결된다면 더욱 활발한 메세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이 메세나를 할 때는 사회적 기여도를 중요시 여깁니다. 예술단체는 그러한 기업을 외부에 매력적으로 알릴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해야만 합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메세나가 더욱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문화 기부 장치 장벽이 좀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낮추어져야 하고요. 실질적인 과정이 쉽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메세나를 바탕으로 예술단체가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메세나란 기업의 예술계를 향한 단순한 후원, 협찬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가 돼서는 안 된다. 정대경 대표는 지난 메세나 경험 속에서 ‘지속’과 ‘자생력’에 있어서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속된 후원 아래 극장을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사업들이 개발되었다면 삼일로창고극장은 자연스레 활성화가 되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삼일로창고극장의 메세나를 성공적인 사례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 여기에 삼일로창고극장이 서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으며, 척박한 연극계의 희망을 안겨준 본보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재개관한 삼일로 창고극장 무대 및 객석

▲ 재개관한 삼일로창고극장 무대 및 객석(사진제공_한국소극장협회)

삼일로창고극장을 지날 때면 언제나 발걸음과 눈길을 사로잡는 다음의 글귀를 볼 수 있다.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메세나가 단단하고 힘 있게 뿌리박혀 예술의 가난을 구할 수 있는 동시에 위로까지 가능케 해주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사례2. 아트스페이스 휴
기업과 예술 공간, 서로의 견해차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트스페이스 휴 2011년 6월 기획전 <국경 없는 시간>

▲ 아트스페이스 휴 2011년 6월 기획전
《국경 없는 시간》 (사진제공_아트스페이스 휴)

아트스페이스 휴는 2006년 메세나 사업의 하나로 모 기업과 함께 젊은 미술가들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를 인연으로 한국메세나협회와 미술 관련 메세나 사업에 대한 자문과 협의를 지속하였고, 그 과정에서 (주)종근당과 2012년부터 젊은 미술가들을 지원하는 &lsquo;종근당 예술지상&rsquo;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아트스페이스 휴가 예술 분야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 기업 관계자들과 협업을 하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향한 성찰이었다. 메세나의 의미, 예술의 의미, 그리고 기업은 왜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hellip; 기업과 함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아트스페이스 휴는 이러한 명제들을 스스로 되물어야 했다. 이는 예술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끔 하였고, 그렇게 함으로써 아트스페이스 휴는 이전보다 전시 기획의 방향이나 내용을 좀 더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

아트스페이스 휴는 메세나 경험을 통해 기업이 예술 분야를 향한 깊은 이해와 관심 유지가 가능하도록 문화예술 현장의 실제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ldquo;메세나를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무엇보다 메세나 사업 담당자를 신중하게 선정하여 예술단체와의 소통에 오해나 갈등이 없도록 사려 깊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종종 문화예술에 관심이 없고, 메세나 사업을 단지 상사가 던진 임무로만 생각하고 진행하는 기업 담당자의 경우 본래 취지를 손상하는 경우가 있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예술가들 역시 일반 기업의 현실과 인식에 좀 더 신중한 접근과 관계를 갖는 필요가 있고요. 예술가가 원하는 모든 것이 기업의 후원으로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섣불리 판단하는 태도 역시 위험합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 취지와 서로의 견해차를 이해하고 배려해야하는 것이야말로 기업과 예술 공간, 예술가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입니다.&rdquo;

아트스페이스 휴는 일회성 이벤트와 같은 메세나 활동이야말로 일반 기업이 문화예술을 이해하는 가장 일반적인 입문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런 일회성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지속적인 문화예술사업의 파트너로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박하고 소규모의 일회성 메세나 사업 또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여긴다. 덧붙여 기업 관계자들에게 연속 사업의 의미에 대해 진지한 설명과 이해를 끌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아트스페이스 휴는 이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메세나에 대한 홍보와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한 기업 지원이 사회적 인프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피력한다.

사례3. [인터뷰] 트러스트무용단 기획실장 송영림
메세나,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트러스트 무용단 <昨[작] YESTERDAY> 공연모습, 2014년 5월 4일~23일

▲ 트러스트무용단 2014년〈昨[작] YESTERDAY〉공연 모습 (사진제공_트러스트무용단)

김미지 트러스트무용단은 (주)한일탱크터미널과의 메세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후원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입니까?
송영림 한국메세나협회의 홍보와 제공해 준 정보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술 단체와 기업 간 적극적인 매칭과 사후 관리까지 많은 부분을 신경 써준 것에 힘입어 지속적인 후원이 가능했습니다.

김미지 트러스트무용단이 메세나를 받기 전과 후를 비교하였을 때 이룰 수 있었던(혹은 경험한) 성과, 활동, 가능성은 무엇이었습니까?
송영림 예술적인 활동에 있어 좀 더 안정적으로 창작에만 몰두하여 임할 수 있었고, 전문문화예술인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미지 지난 경험을 통해 예술 단체의 입장에서 기업의 후원을 받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이나, 아쉬움 혹은 기대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송영림 한국메세나협회의 지속적인 관리 덕분에 기업이 먼저 능동적인 재후원을 원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러한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김미지 기업과 예술 단체의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서 필요한 예술 단체의 자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송영림 예술에 대한 진정성&hellip;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상생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미지 앞으로 메세나 활동을 장려하고 보다 많은 예술인에게 혜택이 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송영림 꾸준한 정보 공유와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인이나 단체에도 많은 기업과 사회가 관심을 두는 좀 더 열린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자사진_김미지 필자소개
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 예술, 놀이를 통해 협동하며 다함께 잘 놀고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lsquo;이웃문화협동조합&rsquo;에서 일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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