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서울연극센터에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영 커넥션: 공연예술 교류 프로그램’으로 영국을 방문해 리서치 작업을 수행했던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커넥션 살롱 토크’가 있었다. 각자 리서치 주제에 따라 영국의 ‘소극장’, ‘다원예술’, ‘커뮤니티 댄스’에 대한 발제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관객이 놓여 있었다. 그것도 새로운 관객, 미래의 관객에 대한 이야기였다. 100년이 넘은 극장과 셰익스피어가 있는 나라의 공연계가 고민하는 지점이 우리 공연계가 최근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어 흥미로웠다. 차이가 있다면 그곳의 환경이 행정가와 예술가가, 그리고 이들의 계획과 이상이 실현될 수 있는 현장인 극장이 우리보다 더욱 유기적인 체제로 엮여 돌아간다는 점이었다. 발제자 중 한 명인 한국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영국의 이런 공연 환경이 최근 10년간 노력했던 결과물이라고 한다. 참가자 정대경, 강낙현(두리춤터 감독), 배재휘(LIG 문화재단프로듀서)가 담아온 현장의 목소리를 글로 남기고자 한다.

영국의 소극장 - 자생력 확보를 위한 노력

소극장협회 이사장인 정대경은 소극장이 자생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해당하는 브리티쉬 카운슬(British Council)의 지원 제도가 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세심히 살펴보았다. 브리티시 카운슬은 사업을 직접 집행하지 않고, 다양한 극장과 단체가 전문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원 정책은 각 극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데, 다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의 극장과 장애인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극장에 대한 적용이 분명한 목적 하에 이루어졌다. 공통점이 있다면 각 극장마다 신작 발굴과 관객 발굴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작은 극장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동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형식과 주제를 발굴하기 위해 역량을 모은다. 상업극도 이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대학로의 극장이 예술성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평단의 외면을 받는 것과 달리 이곳의 분위기는 어떤 종류의 극이라도 동시대성을 반영하는 극이라면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형식을 찾다보니 다원예술을 지향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또한 극장마다 자생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수익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공공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한 책임감으로 극장이 지역사회에서 커뮤니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실질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_라운드토크

그는 사례로 로얄 코트 씨어터(Royal Court Theatre), 소호 씨어터(Soho Theatre), 부시 씨어터(Bush Theatre)를 들고 있다. 이 세 극장은 모두 연극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극장이다.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로얄 코트 시어터는 신작 개발을 위한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외국 작가도 머물고 있다. 해당 모국어로 작품을 쓰게 하고, 1작품 정도 공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1년에 2,000 작품 정도를 공모 받고 이중에서 가장 시의성이 있고 새로운 형식을 갖춘 작품을 선정하는 것으로 명성이 있는 극장이다. 소호 씨어터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극장이다. 지하에는 스탠딩 코미디를 전문으로 하는 카바레가 있고, 1층에는 운영이 잘되는 카페가 있다. 2층에는 150석 규모의 일반 극장, 3층에는 실험극을 할 수 있는 90석 규모의 소극장이 있다. 이곳도 2,000여 정도의 작품 공모를 매년 받고 있는데, 완벽한 형태의 대본뿐만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도 심사를 하고 있다. 부시 씨어터는 극장 건물 안에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지역 커뮤니티와의 교류를 위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공연 연습실과 작가 집필실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극장과 마찬가지로 카페가 있고, 극장 공연 대본집도 판매하고 있다. 총예산이 38억 정도인데, 지원금, 개인 후원금, 매표, 카페 수입과 공간 임대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항목별로 25% 정도의 예산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 극장의 예술감독이 캐롤리안 출신의 이민자인 만큼 작품의 소재도 영국 전통적인 것만이 아닌 다양한 지역 이야기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커뮤니티 중심의 극장이다 보니 극장을 찾는 주민이 다양하다. 매번 공연의 관객이 70%가 새롭게 채워질 정도로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영국의 다원예술 - 새로운 관객 확보를 위한 노력

강낙현은 영국에서 다원예술은 어떻게 정의되는가에 관심을 갖고 리서치를 시작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특별히 이 장르를 지칭하는 정책적인 카테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시도하는 새로운 제작 방법이나 도입을 위한 지원 제도가 있을 뿐이다. 영국은 오랜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공연예술계에서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클래식에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 없이, 예술이 관객과 함께 늙어 갔다. 40~50년 정도의 정체기를 겪고 나니 새로운 관객, 젊은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갈 요량으로 새로운 표현 방식에 대한 탐색을 시작했다.

새로운 형식의 모색은 관객 참여형 또는 제작 참여형 디바이징 워크를 바탕으로 한 작업들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기존에 익숙한 연극 같은 형태가 아닌 아크로바틱의 결합, 피지컬 씨어터 등이었다.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소도 극장이 아닌 공간으로 변화했다. 공연장에 젊은 관객, 또는 새로운 관객 유치를 위해 경쟁 상대를 술집이나 클럽, 또는 TV 시청과 같은 활동들로 설정했다. 최근 10년 이루어졌던 노력이 지난 40~50년간의 노력보다 더 큰 변화를 이끌었다. 관련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로 배터시 아트센터(Battersea arts centre)를 들 수 있다. 이곳은 문학 중심이 아닌 디바이징 워크를 하는 작가들을 중점으로 중장기적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열정과 능력이 있다면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때까지 제작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약 2~3년 정도 시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워크숍 공연을 진행하여 관객들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발전시켜 나간다. 실험 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공연들은 에딘버러나 카라반 쇼케이스 등에 소개되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영국의 커뮤니티 댄스

- 커뮤니티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노력

배재휘의 발제 중에 가장 인상적인 단체는 장애인들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단체인 캔두코(CANDOCO)였다. 이곳의 프로그램은 장애인들끼리 7주 동안의 워크숍을 통해서 15분 정도의 작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장애인 안무가가 장애인 무용가와 무용 공연을 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치와 다르게 이 집단은 장애인이 안무가이고, 그가 짠 안무를 일반인과 장애인이 함께 공연한다.

예술가들이 모이는 허브 역할을 하는 아츠애드민(ArtsAdmin) 또한 인상적이다. 서울연극센터처럼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마음이 맞으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파트너도 찾을 수 있는 장소이다. 더 플레이스(The Place) 역시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아츠애드민과 차이가 있다면, 이곳은 교육을 하기 때문에 모이는 연령층이 더 어리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크람 칸(Akram Khan)이 속한 단체 새들러스 웰즈(Sadler';s Wells)는 협력 아티스트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다. 이곳에는 총 3개의 극장이 있는데 대형 극장, 실험 극장, 대중적인 공연을 하는 극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극장들은 예술가 협력형 극장들이다.

배재휘에 따르면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대한 정의도 다원예술만큼이나 다양하고 모호하다. 관객 참여형이나 커뮤니티 씨어터라는 개념 또한 아직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이 분야에서 만큼은 한국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현재 한국적인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란 일반인들이 모여서 일반인들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 그들이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패널로 참석한 주한 영국문화원 박윤조가 영국 커뮤니티 아트의 방향성을 두 가지로 제시했다. 예술을 매개로 지역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과 일반 개개인의 예술 활동 참여를 어떻게 늘리느냐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테이트(TATE)나 비비씨(BBC)에서 주로 행하고 있고, 두 번째 활동은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예술가가 아닐지라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한다.

필자사진_전강희 필자소개
전강희는 영문학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공연 관련 글을 쓰면서 드라마터그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에서 편집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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