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포스터

▲ 2014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포스터

지난 7월 7일(월)부터 9일(수)까지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제7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 막을 올렸다.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은 지역문화, 관광, 공연예술 유통, 문예회관 운영 활성화 모색 및 향후 지속 가능한 문화콘텐츠 발굴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전국 문예회관 관계자, 국내외 예술단체, 공연기획사, 관련기관부터 공연장 관련 장비 업체에 이르기까지 국내 공연인들이 한데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만남의 장을 갖는다.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만의 특색은 공식행사와 부대행사로 나눠 아트마켓, 네트워킹 행사는 물론 제주의 장소적 특성이 살아있는 스페셜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는 측면이다. 지역민과 일반인들의 행사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다니 공연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을 아끼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매년 이맘 때 제주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필자를 비롯한 많은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자연스러운 패턴이 돼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의 성과와 아쉬웠던 점을 되돌아보고, 미력하나마 향후 페스티벌 기획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몇 가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참가자 간 교류에 초점 맞춰야

제7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은 프로그램 공간 배치나 시간 편성들이 약간 달라진 것 외에는 지난 제6회 축제 구성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축제 운영 분위기가 차분하고 프로그램이 압축·간소화된 점은 얼마 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공유하려는 주최 측의 의도를 엿볼 수 부분이었다.

개막축하공연 연주자 양방언의 모습

▲ 개막축하공연 연주자 양방언의 모습

아트마켓에 참여하는 예술 단체들의 전시 부스는 지난해까지 이틀간 진행됐지만 금년은 하루로 압축됐다. 공간 배치 또한 지하 크리스탈룸과 다이아몬드룸에서 진행했던 것을 1층 그랜드볼룸으로 통합 운영했다. 공간을 한곳으로 모아 하루만 압축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참석자들 대부분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부스 운영에 있어 첫째 날보다 둘째 날에 전시 부스를 운영한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제7회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수상자들

▲ 제7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수상자들

쇼케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압축, 간소화의 목적이 차분한 축제 분위기는 물론 운영 효율을 위한 것이라면, 사전 신청 혹은 예약을 통해 관람 희망자 현황을 먼저 확보한 상태에서 쇼케이스 진행이 이뤄졌어야 한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정말 간단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그 이유는 참여자 모두가 공연 관계자들이며 프로그램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제안하자면 일단 개막식은 문화 예술계 시상식이 부각돼야 한다. 해비치에 모든 공연 관계자들이 모였다는 측면에서 시상식의 권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상자들을 격려하고 축하한다는 의미가 더욱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킹 프로그램은 비즈니스 미팅과 협업 라운드 테이블로 이뤄졌다.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은 제주 해비치 페스티벌이 자랑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운영상에서 보였던 소소한 미숙함은 프로그램 진행의 몇몇 부분을 형식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안타까움을 만들어냈다. 이는 참가자 모두가 좀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문제로 이어졌다. 내년에는 더 원활한 상호작용이 이뤄질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 구축을 기대해 본다.

마켓을 넘어선 ‘아트마켓’을 위해

극단 즐거운사람들은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시작부터 지금까지 7년간 아트마켓에 참여하고 있다. 부스 선정이 안 될 경우 친분이 있는 단체나 소속 협회의 부스를 통해서라도 매년 1명에서 2명의 단원을 참석시켜 아트마켓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극단 식구들 모두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해비치 아트마켓을 통해 공연이 초청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 아니다. 참가자 모두 공연예술은 단순히 공산품을 판매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는 철학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 모두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생산·유통시키는 관계자들이다. 따라서 마켓은 서로에게 자극과 공감을 공유하며 상호 긍정적 영향으로 이어지는 교류의 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므로 마켓이라는 단어에 갇혀서는 안 된다. 상품 진열-유통-판매라는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 올해를 되짚어 보자면, 부스전시 그 자체는 예년보다 더 나은 공간을 제공했다는 견해다. 하지만 단체 간 상호 교류로 이어갈 수 있는 부스전시 구성이 미흡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다보니 라운드 테이블, 비즈니스 미팅의 진행과 운영은 미숙했으며, 마켓 교류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른 측면이 있다. 물론 태풍의 영향으로 참석자들이 항공 일정을 앞당기는 바람에 협업 라운드 테이블이 그 이후 미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부분은 있지만 말이다.

페스티벌 협업 라운드 테이블 현장

▲ 협업 라운드 테이블 현장

쇼케이스가 축제 운영의 중심에 서기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의 묘미를 꼽으라면, 나는 ‘반가움’이라 생각한다. 전국의 공연 관계자들이 매년 제주에서 만남의 장을 가진다는 것은 페스티벌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각자 영역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어떻게 지내는지, 현재 어떤 작업을 진행 중인지 소식을 전해 받지 못하며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안도와 반가움이 교차한다.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 앞으로 기여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 있다. 공연예술 관련 관계자 모두가 이직 없이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안정된 공연예술 시장 기반을 형성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쇼케이스가 축제 운영에 중심에 서야 한다. 개막식은 시상식과 쇼케이스 중심으로, 폐막식도 쇼케이스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페스티벌 1일차 전시 부스 모습

▲ 페스티벌 1일차 부스전시 모습

또한 올해처럼 아트마켓 부스운영이 오후와 저녁(13:00~20:00)까지 이뤄진다면,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13시 개막식을 30분 이내로 끝내고 바로 부스 오픈으로 이어지도록 연결 한다든가 부스를 먼저 오픈한 뒤, 20시까지 부스를 마감하고 21시에 개막식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라운드 테이블 운영은 권역별 공간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운영하되, 오전 9시부터 12시, 14시부터 18시까지 계속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진행을 위해 쇼케이스 시간은 매 정시에 30분 이내로 철저하게 운영해야 한다.

제주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페셜 공연 프로그램이 페스티벌 일정표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부분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어떤 작품이 언제 어디에서 공연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반드시 페스티벌 전체 프로그램 안에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제주 전역이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다. 국제적인 축제로 확장이 필요하므로 스페셜 공연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반론할 수 있겠으나, 우선 국내 공연예술 교류 활성화가 이뤄져야 대한민국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해외 축제나 공연 관계자들이 찾아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제주 해비치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모습

▲ 제주 해비치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모습

또 한 가지 아쉬운 측면은, 부스를 운영하는 공연예술 단체와 쇼케이스를 운영하는 단체 간 상호 교류가 자발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측면이다. 축제 진행자들은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이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교류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3일차는 마지막 날이므로 오전 프로그램만 운영하되, 좀 더 프로그램을 심화 확장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럼, 워크숍 세미나 및 심포지엄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연구와 학술적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예를 들면, 공연예술 시장은 구조적으로 공공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은 예술단체들이 지원금으로부터 자생력을 기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능성의 현장’이다. 이를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려면, 먼저 공공 재원이 창작 단체나 공연예술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면밀한 검토와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 페스티벌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본격 국내 예술 시장 형성으로 성장하는 초석이 여기 있다고 확신한다.

참석자 대부분은 당초 6월에 진행해야할 축제를 7월로 미루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페스티벌이 전반적으로 차분하면서도 내실 있게 진행되었다는 부분에 동의했다.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축제 전체 운영 현황과 흐름을 문자로 공유하며 참석을 유도한 일은 친절한 축제 운영이었다고 칭찬하고 싶다. 이를 토대로 전국 공연장 관계자들이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에서 창작 단체들과 교류하고, 공동 제작이나 상호 연대 등을 논의하여 생산적인 결과물들을 도출할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사진제공_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필자사진_김병호 필자소개
김병호는 연극연출가, 공연기획자, 축제예술감독, 예술행정가로 30여 년을 살았다. 최근에는 민간 예술단체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활동가로 분주하게 살고 있다. 아시테지 한국본부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연극협회 이사, 한일연극교류협의회 부회장, 구로문화재단 이사,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이사,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 부이사장, 천상병예술제 예술감독, 나눔연극제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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