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젝트 공연
<헌신(The Path of Devotion)>

2014 화성 품앗이 축제 리플렛

▲ 2014 품앗이축제 프로그램 안내문
(클릭 시 확대)

서울에서 창작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자연을 느끼며 놀고 싶을 때가 있다. 이번 민들레연극마을에서의 3주간의 아시아 레지던시 프로젝트 및 품앗이축제 참여는 이 모든 것을 충분히 느끼고 누리게 해 준 시간이 되었다. 축제 참여자로서 경험한 생생한 현장을 나누고자 한다.

품을 나누며 &lsquo;어머니&rsquo;를 느낄 수 있는 축제

7월 18일~20일, 올해로 6회째를 맞는 품앗이축제가 열린 곳은 바로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민들레연극마을이다. 그야말로 농촌과 연극을 결합한 마을로 도시인들이 시골 마을에 내려와 자연 속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시골의 냄새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축제의 형태를 벗어나 품앗이축제만의 가장 큰 특징은 아마도 극단 민들레 송인현 대표의 가족이 함께 일구는 축제일 것이다. 축제를 되돌아보면 사실 우리가 어머니라 부르는 할머님(송인현 대표의 어머니)의 애정 어린 미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시아 예술가들이 민들레연극마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 또한 바로 &lsquo;어머니&rsquo;였다. 품앗이축제는 이처럼 모두에게 &lsquo;어머니&rsquo;를 품어주는 정겨운 공간이 된다. 뿐만 아니라 축제 기간 동안 중요한 역할을 맡는 지역 부녀회 어머니들은 우리에게 정성이 어린 식사와 함께 따뜻한 &lsquo;품&rsquo;을 제공해준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바로 농촌 일손을 돕고 주위 환경을 정리하는 활동으로 &lsquo;품앗이&rsquo;를 실천한 후 공연이나 체험 티켓으로 사용할 수 있는 &lsquo;품삯&rsquo;을 받는다는 것이고, 품앗이를 통해 노동의 중요성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설문지 품을 진행하여 설문지를 작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추첨 이벤트로 대체했다.

품앗이를 실천 중인 지역 부녀회원들의 모습

▲ 품앗이를 실천하는 민들레연극마을 부녀회 모습

계속해서 마주하며 생성되는 관객과 예술가의 관계

품앗이 축제 수변무대 공연 모습

▲ 민들레연극마을 수변무대 공연 모습

필자가 축제에 참여하며 느낀 품앗이축제의 큰 장점은 바로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같은 가족관객을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시골에 위치해 있는 공간적 특색에 따라 보통 축제에 참여하는 관객들은 최소한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이곳에서 머물기로 계획하고 그와 함께 &lsquo;여유&rsquo;를 품고 온다. 특히 품앗이축제는 가족이 하루 종일 연극마을에서 놀고 잠까지 자고 갈 수 있는 캠핑 프로그램 또한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대에서 공연을 통해 만난 예술가와 관객이 이후 식사를 같이 하고 다른 공연을 함께 관람하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친숙해지기 마련이다. 오고 가다 눈인사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계성은 이러한 형태의 축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아닐까? 예술가가 그저 무대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 축제, 예술가와 관객의 경계가 무너지는 공간이라 더욱 정겹다.

무언가 &lsquo;하고 싶은&rsquo; 세계 예술가들이 모이는 자리

필자는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20일까지 22일의 기간 동안 민들레연극마을에서 국제 코디네이터 겸 참여 예술가로 함께 연극마을에 상주하며 레지던시 프로젝트와 축제 진행 전 과정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프로젝트의 시작은, 송인현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ldquo;예술가들끼리 모여 놀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기로&ldquo;라고 한 것에서부터였다. 제시된 주제는 &lsquo;아시아 공연 예술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서&rsquo;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연출가나 예술 감독이 없다는 것, 참여 예술가들이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존중하며 얼마나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하느냐가 중점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인도, 방글라데시, 일본, 한국 총 4개국에서 11명의 예술가가 함께했는데, 3주간 서로의 재능을 교환하는 워크숍, 공연 관람, 토론, 지역 투어, 리허설 등 주최 측과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된 작품 <만화경(Kaleidoscope)>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공연은 인도 전통적인 신화를 바탕으로 인도와 한국 전통 무용의 움직임과 이야기를 연극적으로 결합한 <헌신(The Path of Devotion)>, 다양한 놀이적 움직임으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재치 있게 드러낸 <물(Water)>, 그리고 마을에서 관찰한 할아버지의 삶을 모티브로 하여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창작된 <생일 파티(Birthday Party)> 이렇게 3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축제 기간 동안 진행된 포럼에서 레지던시 참여자들은 자연과 만나는 다양한 형태의 극장들을 갖추고 지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민들레연극마을이 레지던시에 굉장히 적합한 장소라며, 자신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점이 큰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후에 이것이 더 확장되어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매향리 갯벌 퍼포먼스> 모습

▲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하는 <매향리 갯벌 퍼포먼스> 공연 모습

품앗이 축제 공연 <혹부리 영감>

▲ 인도, 일본, 한국 예술가들이 레지던시 기간 동안 번외로 창작한 <혹부리 영감> 공연 모습

본 프로젝트에서 일어난 한 일화로 인도, 일본, 한국 참여자 3명이 함께 레지던시 기간 동안 번외로 창작한 공연 <혹부리 영감>의 작업 과정을 소개하고 싶다. 어린이 공연 예술가인 인도의 티루파티(Thirupati Reddy)와 필자가 &ldquo;여기 있는 동안 어린이를 위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보자&rdquo;라고 이야기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레지던시 기간 중 필자가 참여자들에게 들려주었던 혹부리영감 이야기가 창작의 시초가 되었다. 어느 날, 늦은 시간까지 소품 만들기를 도와주던 이미희 예술가가 자연스럽게 작업에 함께하게 되어 이때부터 이 세 명의 예술가들은 공식적인 하루의 일정이 시작하기 전 이른 아침 혹은 늦은 저녁마다 모여 연습을 하며 장면을 구성해나가기 시작했다. 부족한 시간이었던 것만큼 본 프로젝트 기간 중 함께 경험했던 것, 혹은 각자가 갖고 있는 재능이 공연 속에서 많이 활용되었는데, 한 예로 어느 날 석양을 바라보며 아코디언 연주와 장구로 장단을 치며 음악 속에서 놀았던 순간들, 놀면서 만든 노래, 그리고 한국 무용을 전공한 이미희 예술가의 몸짓은 자연스럽게 공연 속에 녹아들어 색다른 장면을 만들어냈다. 만약 누군가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면 이것이 가능했을까? 모든 창조의 과정은 이 &lsquo;하고 싶음&rsquo;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레지던시 프로젝트의 필요성, 민들레연극마을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본연의 고향인 자연 속에서 놀고 느끼며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는 곳, 그 기회를 마련해주는 공간이 민들레연극마을이자 품앗이축제가 계속해서 지향해나가야 할 점 아닐까.

흥이 있는 자여, 흥을 퍼뜨려라

반면,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가장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바로 한국 예술가들과의 교류일 것이다. 시골에서 상주하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서울에 거주하는 예술가들과 적극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축제 장소가 다양한 예술가들이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 할 텐데 생각보다 국내 예술가들의 방문이 적었다. 물론, 바쁜 현대인들에게 막상 하루 시간을 내어 시골 마을에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먼저 축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끼리, 축제에 초청된 공연팀들끼리 즐겁게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같이 놀고 싶은 예술가들이 품앗이축제를 찾게 되지 않을까. 품앗이축제에 참여하는 공연팀이라면 공연을 마치고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여유를 갖고 공연 이후 같이 놀면서 축제를 즐기는 관객으로 돌아가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레지던시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모습

▲ 레지던시 프로젝트 참여자들

축제의 마지막 밤, 발표가 끝나고 마당에서 아코디언과 장구, 기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판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역시 축제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한다. 흥이 있는 자가 흥을 퍼뜨려야 한다.

사진제공_(주)극단민들레

필자사진_한혜민 필자소개
한혜민(반디)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2011년, &lsquo;어린이공연연구집단 앙꼬&rsquo;를 결성하여 어린이 공연을 만들고, 연기하고 있다. 연극으로 아이들과 함께 놀며 행복을 누리고 있는 독립공연예술가이며 &lsquo;독립공연예술가네트워크&rsquo; 창단 멤버다. 언제, 어디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작은 공연 창작 작업을 주로 하며 프리랜서 국제 코디네이터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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