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예술경영]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세계 방방곡곡으로 떠나는 바캉스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아직 별다른 휴가 계획이 없다면, 혹시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도저히 멀리 갈 시간이 안 된다면,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축제에서 즐기는 여름휴가’를 주목하세요! 산더미처럼 쌓인 일 때문에 꼼짝달싹도 못하겠다고요? ‘유튜브(YouTube) 검색어로 떠나는 세계 공연 기행’도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하나면 세계 일주가 가능하니까요! / [특집] ① 축제에서 즐기는 여름휴가 - 해외편 / ② 축제에서 즐기는 여름휴가 - 국내편 / ③ 유튜브(YouTube) 검색어로 떠나는 세계 공연 기행

덥고 무더운 일상, 타국의 먼 나라로 떠나고 싶지만 넉넉하지 못한 자금 사정도 그렇고, 막상 떠나려니 남들 다 가는 휴가 날짜에 맞춰서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 또 귀찮기도 한 여름의 바캉스. 여기 집에서 컴퓨터 클릭 몇 번에 탄성을 자아낼 만한 꿀재미 공연 영상들을 몇 개 선별하였다. 이름하여 유튜브-바캉스.

현대무용의 성지, 벨기에

▲ 2013년 〈반덴브란덴가 32번지〉로 내한했던 피핑톰 무용단
(사진출처_LG아트센터)


● 피핑톰 무용단
2004 〈정원(Le Jardin)〉
2006 〈거실(Le Salon)〉
2007 〈지하실(Le Sous Sol)〉

● 로사스 무용단
1983 〈로사스(Rosas)〉

● 쎄드라베 공연
2011 〈Les Ballets C de la B〉

요새 케이블에서는 또 한 편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지난 시즌 전 세계 유례없는 댄스 오디션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M.net의 〈댄싱9〉이다. 벌써 시즌2를 맞이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해외 유수의 무용단에 소속된 한국인 무용수들이 대거 참가하는 바람에 더욱더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Peeping Tom Company)의 크리에이터이자 한국인 무용수 김설진 씨가 주목받게 되면서 덩달아 유튜브에서도 이들이 활약한 동영상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이 소속된 컴퍼니의 전작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의 중심부에 있는 벨기에는 이미 그 지형적 특징과도 같이 공연 예술도 장르 간 통섭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세계 현대무용의 최고로 꼽히는 안무가들이 포진되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젊은 현대무용 집단이라고 평가받는 피핑톰 컴퍼니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이미지들은 과감히 버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선택한다는 모토 아래 이들의 굉장히 연극적이며 과감하고 또한 초현실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4년 〈정원(Le Jardin)〉과 2006년 〈거실(Le Salon)〉을 비롯하여 최근 2013년 〈반덴브란덴가 32번지〉로 소개된 바 있으며, 매 공연들마다 컨셉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이 잔혹한 삶을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 하는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2007년작인 〈지하실(Le Sous Sol)〉이 가장 좋은데 땅 아래에 사는 한 가족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린 공연으로, 편집된 영상이라 조금 아쉽지만 동영상 클립만으로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에는 이들의 2014년 신작인 〈베이더(Vader)〉의 트레일러도 올라와 있으니 짧게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벨기에 현대무용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로사스 무용단(Rosas)이나 다양한 매체와 장르 간 혼합을 시도하는 담 드 픽 무용단(Dame de Pic), 즉흥을 기반으로 한 쎄드라베(Les Ballets C de la B)의 작품들도 유명하며 유튜브에 이름만 검색하면 쉽게 연관 클립들을 찾아볼 수 있다.

100% 진짜 이야기 참여형 연극, 독일

▲ 2014년 리미니 프로토콜 〈100% 광주〉 공연 모습
(사진제공_아시아예술극장)


● 리미니 프로토콜
2008 〈100% 베를린(100% Berlin)〉
2012 〈100% 멜버른(100% Melbourne)〉

각 도시 구성원의 통계학적인 수트를 놓고 연령, 성비, 출신 지역에 따라 시민 100명을 선별한 대규모 참여형 연극으로 채워진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꺼내놓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기도 하고 혹은 정책이나 생각을 나누고 토론을 하기도 한다. 바로 다큐멘터리 연극의 선두 주자인 독일의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의 〈100% 도시〉 연작 시리즈다. 2008년 베를린에서 시작한 이 공연은 전 세계 1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큰 반향을 이끌고 있는데 무엇보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통계 수치를 통해 삶을, 도시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참으로 인상 깊다. 숫자로만 존재하던 시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무대를 채우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4월, 광주가 이들의 15번째 도시로 선정되어 공연된 바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유튜브에서는 〈100% 광주〉의 공연 영상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한글 자막으로 번역된 베를린 편과 멜버른 편이 있으니 한번 감상해 보시라. 그 외에도 유튜브에 대략 10여 개의 도시가 올라와 있으니 각 도시의 사람들이 궁금하다면 입맛대로 골라보면 된다. 일반 시민들이 꺼내 놓은 날것의 이야기들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숫자가 아닌 삶을, 익명이 아닌 소소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새삼 감동적인 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거리의 축제, 스페인 엘피오호 피콘

▲ 2012년 〈아프로디테〉로 하이서울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라 푸라 델 바우스 공연
(사진출처_서울문화재단)


● 인섹토트로픽
2011 〈페스티벌 미라, 바르셀로나(Festival MIRA, Barcelona)〉

● 라 푸라 델 바우스
2011 〈레인보우 드롭스(Rainbow Drops)〉

스페인 하면 유명한 투우 축제나 토마토 축제처럼 각 지방을 대표하는 다양한 축제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많은 축제 덕분에 거리 공연의 퍼포먼스 역시 다양하며 그 스펙트럼이 넓고, 대부분의 공연이 야외에서 이뤄지는 만큼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볼거리가 풍성하다. 스페인의 영화 노벰버(Noviembre, 2003, 감독 아체로 마냐스)의 모델이었던 유명한 거리 극단인 ‘엘 피오호 피콘’이 70년대 자본과 규칙에 독립적이며 저항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면 현대로 넘어와서는 영상과 사운드는 물론이거니와 시청각적으로 다양한 방법과 실험적인 시도들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2013년 안산 거리극 축제에도 〈은하계의 까퓨섹타를 찾아서〉라는 작품으로 선보인 바 있는 인섹토트로픽(Insectotrópic)은 미디어와 라이브아트, 뷰징(veejing), 공중퍼포먼스가 다양하게 혼합된 공연들로 유튜브에서도 손쉽게 이들의 영상 클립을 검색할 수 있다. 또 다른 스페인의 인기 있는 퍼포먼스 그룹인 라 푸라 델 바우스(La Fura Dels Baus)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으로도 유명한데 최근에는 영화와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와 혼합하여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 중에서도 라 푸라 델 바우스의 ‘레인보우 드롭스(Rainbow Drops)’를 찾아서 볼 것. 공중에 매달린 인간 그물과 그 뒤를 수놓은 불꽃, 하늘을 날고 있는 이카루스를 보고 있노라면 가히 환상적이며 장엄하다. 거리 퍼포먼스의 영상들은 관객들의 반응과 표정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집중도가 높다. 단, 당장에라도 컴퓨터를 끄고 저 거리로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잠시 숨을 고르도록 하라.

노래하고 춤추는 댄스 퍼포먼스, 일본

● 월드오더
2011 〈기계문명(Machine Civilization)〉
2012 〈퍼머넌트 레볼루션(Permanent Revolution〉

댄디한 수트에 안경, 넥타이까지 반듯하게 맨 일본 샐러리맨 비주얼의 중년 남성들이 로봇처럼 칼잡힌 군무를 보여주며 유튜브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룹이 있다. 바로 댄스 앙상블 월드오더(World Order)이다. 전직 K-1 격투 선수였던 스도켄기가 이끄는 이 퍼포먼스 유닛은 단순히 노래나 춤만 추는 그룹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변화나 희망 등을 노래하며 동시에 전 지구적 공동체로서의 인류애와 평화를 노래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메시지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은 ‘기계문명(Machine Civilization)’이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로봇처럼 일하는 이들의 영상을 보고 있자면 어딘지 웃기면서도 슬프다. 이들의 작품은 유튜브에서 전편 감상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 소프트 WPC 라이브 공연 영상에서 그들의 무대 공연 실황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 전역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퍼머넌트 레볼루션(Permanent Revolution)’은 한국에서 촬영한 것으로 명동과 광화문, 광장시장 등지의 낯익은 장소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퍼포먼스는 한중일을 떠나 ‘우리는 하나(We are all one)’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필자사진_박해림 필자소개
박해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했다. 창작 연희단 ‘도담도담’ 의 상임연출이다. 연희극 〈백수들〉의 작가이자 연극 〈미자에게는 미심쩍은 미소년이 있다.〉 연출이다. 생계를 위해 연희극, 퍼포먼스, 인형극, 뮤지컬, 연극을 비롯하여 공연과 관계된 것이라면 뭐든 하는 문어발식 전방위 활동 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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