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예술경영]이 마련한 바캉스 특집 2탄은 ‘여름 토크박스’입니다. 공연계 각 현장에서 여름마다 벌어지는 치열하고 오싹한 이야기들은 물론, 없던 아이디어도 콸콸 쏟아지게 만들어 줄 서울 내 창작 아지트들까지! 공감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토크박스 주사위를 한번 던져 볼까요?/하우투 여름철 극한 직업①_조명 감독의 여름 나기, 여름철 극한 직업②_무대 제작자의 여름 나기/칼럼 예술경영인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순간들/이상공간 에어컨이 고장 났을 때 찾아가면 좋은 예술 공간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K는 일반 사무직 종사자이지만 주말이 오면 늘 공연장과 미술관을 즐겨 찾는다. 이는 그의 지루한 일상을 위로해주는 달콤함이다. 공연과 전시를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제나 그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의 생각이 자리 잡는다. “어릴 적 부모님은 왜 나에게 붓이나 악보를 쥐여 주지 않았을까?”,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나만의 작품을 창작해 불태워 보리라!”


그런 그가 지금 일주일간의 여름휴가 중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 중이다. 다른 이는 어떻게 휴가를 보낼지 궁금해 현대인의 빠질 수 없는 소통 창구 ‘페이스북(Facebook)’에 로그인 한다. 그러던 중 평소 다양한 문화 예술계 소식을 접하기 위해 기웃거리던 [Weekly@예술경영] 페이지에 K의 눈을 사로잡은 게시물이 있었으니…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나만 아는 서울 속 아지트’
[Weekly@예술경영]은 8월 바캉스 특집으로 서울에 있는 아기자기한 창작 공간 취재를 기획 중입니다. “집에만 있으면 죽어도 안 나오던 창작 아이디어가 여기만 가면 술술 나오더라~” 싶은 아지트가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Weekly@예술경영]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고픈 아지트를 소개해주thㅔ요!

콘텐츠코리아랩 10층 아이디어 빌리지 창작공간 모습 콘텐츠코리아랩 10층 아이디어 빌리지 창작공간 모습

K는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을 탐색했다. 많은 이가 ‘콘텐츠코리아랩’을 추천했다. “여기가 어딘데 다들 칭찬 일색이지?” 그는 댓글이 만들어낸 호기심에 이끌려 남은 하루의 휴가를 콘텐츠코리아랩(이하 CKL) 탐방에 할애하기로 한다.

K가 CKL에 가기 위해 내린 곳은 지하철 4호선 혜화역. CKL은 홍익대 아트센터 4개의 층(2F, 10F, 14F, 15F)에 둥지를 틀고 지난 5월 27일에 개관했다. 공연예술의 메카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는 접근성이 좋고, 유동 인구가 많으며, 특히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으로 CKL이 위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콘텐츠코리아랩 10층 아이디어 빌리지 창작공간 모습

▲ 콘텐츠코리아랩 10층 아이디어 빌리지 창작공간 모습.

‘상상력 → 창작 → 창업’이 이루어지는 공동 창작 공간

CKL은 간단히 말해 콘텐츠 창작과 창업을 지원하는 일종의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이를 좀 더 자세하면서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창작자의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간, 프로그램, 인적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곳이다.
2. 순수예술을 비롯한 게임,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만화, 패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융합‧개발‧창작을 위한 공간이다.
3. 문화 콘텐츠 창작 비즈니스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이다.

콘텐츠코리아랩 2층 제작실 콘텐츠코리아랩 2층 작품보관실

CKL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설립했다. 민간에서 이미 스타트업 대상의 인큐베이팅이 활성화되어있는 데 반해 그 이전의 아이디어 단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이를 가능케 하여 콘텐츠 산업을 성장하고, 혁신적인 문화 콘텐츠 창작 중심지를 형성할 목적으로 CKL을 만든 것이다.

CKL은 콘텐츠 사업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에게 멘토링ㆍ펀딩ㆍ네트워킹ㆍ시제품 제작ㆍ마케팅 등 사업화 전 과정을 지원한다. 즉,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콘텐츠 분야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CKL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에게도 물론이거니와, K의 경우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에 무지하거나 창작 장비가 없는 이들에게 최고의 공간인 것이다.

콘텐츠코리아랩 2층 라이브러리라운지

▲ 콘텐츠코리아랩 2층 제작실, 작품보관실 및 라이브러리 라운지 모습. 제작실에서는 3D프린터 사용도 가능하다.

바다(Synergy), 땅(Idea), 하늘(Floating)로 구성된 공간

콘텐츠코리아랩 14층 음향편집실 콘텐츠코리아랩 14층 녹음실

제1센터는 체험, 교육, 공동 창작이 가능한 오픈 스튜디오 개념으로 기능하고 있다. 4개의 층에 나뉘어 있는 CKL은 세 가지 콘셉트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K는 아쉽게도 10층(Idea Village)만 방문할 수 있었다. 다른 2층, 14~15층은 CKL 홈페이지에서 사전 공간 신청 후 승인이 나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10층은 ‘열린공간’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무료 개방되어 있다. 세미나, 전시ㆍ공연,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공간이다. 10층에는 서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교류하여 협업할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에 탁자와 의자들이 비치되어 있으며, 컨퍼런스룸과 카카오 상생센터(‘카카오톡’에서 창작자와 파트너사와의 교류를 위해 CKL과 함께 구축했다)가 있다.


‘열린공간’과 ‘제작공간’을 겸하고 있는 2층(Synergy Ocean)에는 프린터 등의 장비를 활용해 콘텐츠에 대한 디자인, 설계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제작공방과 창업지원실이 있다. 제작공방은 회원제로 운영되며(10층 안내 데스크에서 누구든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이 필수다. 또한 라이브러리, 라운지, 회의실, 사무실 등의 ‘열린공간’도 있다. 14~15층(Floating Sky) 역시 ‘제작공간’으로 주로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 이루어진다. 영상·음악 등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녹음실, 편집실과 간단한 콘텐츠 전시와 체험이 가능한 갤러리 등이 있다.

콘텐츠코리아랩 14층 오픈스튜디오

▲ 콘텐츠코리아랩 14층 음향편집실, 녹음실 및 오픈스튜디오 모습

창작자와 창업자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제1센터에서는 ‘아이디어 융합 프로그램’과 ‘창업발전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아이디어 융합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 간 교류를 유도해 융합 콘텐츠를 구현하도록 이끈다. CKL의 시설과 장비를 활용하여 아이디어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창작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단계별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 활동을 지원한다. ‘창업발전소’는 예비 창업자 또는 3년 미만의 초기 창업팀을 대상으로 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제작된 시제품이 시장성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사업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창작자는 CKL 홈페이지 회원 가입 후 자신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선별해 신청할 수 있다.

CKL을 탐방하고 나오는 K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녀가 자주 생각하던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나만의 작품을 창작해 불태워보리라!”가 곧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부풀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1센터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전국에 총 11개의 CKL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K들이 어서 CKL로 달려가 상상을 현실로 발돋움할 미래를 꿈꾸며 미소 지으며 나올 수 있기를!

사진제공_콘텐츠코리아랩

√ 여기서 잠깐!

K가 CKL 대신 갔어도 좋았을 공간이 있다면? [Weekly@예술경영]Facebook 독자 설문 조사를 통해 소개된 다양한 아지트들을 공개해 드립니다.

평창동 ‘카페 디 키미’
1. 현재 자신이 관심있거나 주로 작업하는 예술 분야는? 공연예술
2. 당신의 작업 성향은? 조용한 곳에서 집중해서 작업한다.
3. 소개해주고픈 이유는? 카페 공간이 귀엽고 조용한 편이다. 평창동은 서울에서 가장 공기 좋고 경치도 아름다운 곳이다. 추천 공간은 한적한 야외 테라스가 멋지다. 근처에 다른 갤러리 및 미술관도 많다.
4. 혹시 이런 사람은 여기 가면 안 된다 싶은 점이 있다면? 교통이 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추천!
홍대 북카페 ‘토끼의 지혜’
1. 현재 자신이 관심있거나 주로 작업하는 예술 분야는? 시각예술
2. 당신의 작업 성향은? 조용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시며 골똘히 생각하길 좋아한다.
3. 소개해주고픈 이유는?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도록 개인 책상이 구비되어 있어 비교적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다. 엄청난 소음의 일반 커피숍과 달리 조용한 편이며, 가격 또한 부담이 적고 괜찮은 편이다. 프린트, 스탠드, 무릎 담요, 개인 콘센트 등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4. 혹시 이런 사람은 여기 가면 안 된다 싶은 점이 있다면? 커피나 디저트 메뉴가 엄청나게 맛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보통 맛. 카페 메뉴의 맛을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글쎄….
상수동 카페 ‘시연’
1. 현재 자신이 관심있거나 주로 작업하는 예술분야는? 시각예술
2. 당신의 작업 성향은? 염불 외듯, 구시렁구시렁 혼잣말하다가 그중 괜찮은 아무거나를 적는다.
3. 소개해주고픈 이유는? 음료와 분위기 모두 굿! 이곳은 테이블이 2~3개 정도밖에 없어서, 일단 가면 ‘내가 가게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으니 자릿값은 하고 나오자’라는 생각이 든다. 또 사방이 헌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자리 맞은편에 거울이 있는데, 타이핑 열심히 하다가 거울을 보면 혼자 으쓱으쓱해지는 그런 맛이 있다. 그리고 제멋에 다시 타이핑에 열중하게 된다.
4. 혹시 이런 사람은 여기 가면 안 된다 싶은 점이 있다면?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커플은 안 왔으면 좋겠다. 권태기 커플 환영! 그 좁은 공간에서 옆에 앉은 사람 곤란해질 수 있다.

그 밖에 필자가 추천하는 서울 속 아지트들!

신당창작아케이드 서교예술실험센터 성북예술창작센터

(사진출처_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황학동 신당지하상가의 텅 빈 점포 52개를 예술창작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소형 스튜디오와 전시실, 공예작가들의 작업실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곳곳에 장식된 개성 넘치는 조형물, 간판, 벽화 등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시장과 예술가의 만남이 탄생시킨 독특한 문화 공간 신당 창작아케이드는 지난 2010년 ‘제5회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마장로 87 신당지하쇼핑센터)
서교예술실험센터
옛 서교동청사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해 개관한 공간이다. 자칭 ‘홍대 앞 소식이 모이는 곳’으로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비치된 리플릿과 프로그램북 등을 통해 홍대 지역의 다양한 문화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과 관련한 서적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이밖에 공연이나 강연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 창작스튜디오, 옥상에 구성된 야외 휴게 공간 등이 조성되어 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6길 33)
성북예술창작센터
옛 성북구보건소가 이전하면서 생긴 유휴공간을 예술가와 시민을 이어주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했다. 이곳은 독특한 콘셉트를 지니고 있는데, 옛 보건소 공간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예술로 개인과 사회를 치유한다는 문화예술보건소가 그것이다. 예술치유프로젝트와다양한 시민 커뮤니티의 문화예술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에 다다르는 건물 안에는 예술다방, 갤러리, 스튜디오, 밴드실, 주민창작실, 휴게실 등이 조성돼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회기로3길 17)
이모랩(emoLAB)
이모랩은 그림 창작 커뮤니티로, “아티스트(혹은 아티스트 지망생들)만 모이는 공간”을 거부한다. 이모랩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emolabpage)에 게시된 소개에 따르면 이곳은 “구체적인 직업으로 들어가자면, 아나운서, 동물사육사, 첼리스트, (…) 초등학교선생님, VMD, MD, 환경미화원, (…) 백수 백조, 기타 등등, 사회의 직업과 나이와 상관없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모든 이들이 그림과 창작이라는 관심사로 누구나 평등해질 수 있는 모임 공간”이다. 누구나 참여 가능한 아카데미와, 아트프로젝트,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 등을 진행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강로11길 28 B1)
복합문화공간 반쥴
1974년 현재 건물에서 레스토랑으로 시작한 반쥴은 긴 시간을 거쳐 수많은 예술인의 사랑을 받으며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3층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유기농 차와 공정무역 차를 맛볼 수 있으며, 4층 문화공간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다양한 전시, 이벤트, 공연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각 층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소품과 독특한 인테리어가 이곳의 매력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17길 23)
필자사진_김미지 필자소개
김미지는 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 예술, 놀이를 통해 협동하며 다함께 잘 놀고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웃문화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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