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마로니에공원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커넥션 살롱 토크 덴마크 나우(Denmark Now)’가 열렸다. 지난 5월 아동청소년극을 주제로 열린 ‘한-덴 커넥션’의 덴마크 방문 리서치를 진행한 참가자들이 그 생생한 리서치 후기와 덴마크 아동청소년극의 현황과 이슈에 대해서 공유하는 자리였다. 토크는 세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이후 자유 토론 및 Q&A 시간으로 구성되었는데, 주로 덴마크 아동청소년극 단체와 지원 정책에 대해,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이루어진 데니쉬 플러스(Danish+) 참가 공연 관람 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살롱 토크에는 주로 아동청소년극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및 기획자들이 모였고, 이는 또 하나의 만남의 자리가 되었다. 필자 또한 이번 커넥션 살롱 토크 주제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는 아동청소년 연극인으로서 함께했는데, 그 자리에서 논의된 주된 이야기와 생각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예술적 탐구가 있는 공연들이 한곳에, 데니쉬 플러스(Danish+) 축제

이번 한-덴 커넥션 참여자들은 지난 5월, 덴마크의 아동청소년 공연예술의 현황과 아티스트 및 단체를 리서치하고 향후 덴마크와의 협력 프로젝트 진행, 양국 공연예술 시장에 대한 전문성 제고 및 네트워크 향상을 목표로 열흘 정도 덴마크에 머물렀다. 참여자들은 5월 3일~6일에 덴마크 오르휘스(århus)에서 열린 데니쉬 플러스(Danish+) 축제 참여작을 하루에 6~7편씩 관람했다고 한다. 데니쉬 플러스는 그룹38(Teatret Gruppe 38)이라는 극단에서 덴마크 공연을 해외에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는 마켓 형식의 공연 축제로 2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고 한다. 올해에는 150여 개의 신작 중에서 18개의 작품이 엄선되어 소개되었다.

극단 북새통의 남인우 대표는 관람한 작품 중 인상 깊었던 몇 작품을 기술, 공간, 이슈, 장르 4가지로 분류하여 영상 자료와 함께 소개했다.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토로 어린이청소년 공연 작업을 하는 덴마크 예술가와 단체들. 이는 즉, 관객 연령의 확대, 극장 공간의 확대, 소재의 다양성 확대를 의미하고, 그것이 바로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전했다.

“덴마크에서 지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바로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라는 것으로 덴마크 공연을 보고 나서 이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모든 작품이 이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구나 싶었죠. 예술가의 근원적인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주요한 지점이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계몽시킬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주체적 인간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결과적으로 덴마크 어린이청소년극의 위상을 높이게 되지 않았을까, 진지한 태도가 좋은 작품을 만들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술가가 스스로 예술가로서 만족할 수 있도록 예술적 탐구를 하고 그것을 어린이·청소년 관객들과 공유하는 것이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구축된 극단의 투어 시스템

극단 바티다의 투어버스 극단 바티다의 공연세트 설치 장치 모습

▲ 극단 바티다의 투어버스와 공연세트
설치 장치 모습

참여자들이 모두 이번 덴마크 방문 중 인상 깊었던 점으로 강조한 것은 바로 극단의 투어 시스템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극단 바티다(Teater Gruppen Batida)는 음악 연주, 리듬감, 구성을 연극적으로 잘 활용한 코믹한 공연을 주로 하며 해외 공연 투어를 굉장히 많이 하는 팀이다. 참여자들이 이 단체의 공간을 방문했을 때 가볍고 조립식으로 만들어진 무대, 이동이 편이하도록 잘 정리되어 있는 조명, 금방 설치할 수 있는 객석에 투어 버스까지 모든 공연 세트를 한두 시간 내에 바로 설치할 수 있도록 잘 구축되어 있는 시스템에 놀랐는데, 이것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멤버들로부터 직접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라 한다.

덴마크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140여 개 극단은 기본적으로 어디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찾아가는 공연을 선호한다. 데니쉬 플러스를 포함하여 덴마크의 가장 큰 규모의 어린이청소년 공연 축제인 ‘4월 축제(April Festival)’ 참여 조건 또한 ‘1~2시간 내에 셋업과 철수가 가능한 작품’으로 제시되어 있다. 하루에 한 공연장에서 4개의 다른 공연이 이루어질 정도로 빠른 셋업과 철거가 가능한, 실제 순회공연을 하기 위해 최적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난딸로아트센터 /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ABC하우스 전경

▲ 극단 제부(ZEBU)가 해외순회공연을 다니며 기록한 국가들

덴마크 모든 아이들이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설립된 테아터 센트룸(Theater centrum)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걸까’ 하는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예술가들의 역량만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들고 이것의 기반을 잡아주는 정책적인 부분이 필요할 터였다. 예술무대 산 국제코디네이터 홍혜련은 아동청소년 공연의 유통 및 보급을 위해 설립되고, 덴마크 문화부 산하의 자율 독립적 기관으로서 문화부로부터 임명받은 위원들로 구성된 공인 센터인 테아터 센트룸(Theater centrum)에 대해 소개했다.

UN아동권리협약 제31조. 첫째, 당사국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 둘째, 당사국은 문화적∙예술적 활동에 마음껏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하며, 문화, 예술, 오락 및 여가 활동을 위해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 제공을 촉진해야 한다.

덴마크 아동청소년 공연 정책의 목표와 역할은 이 UN아동권리협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청소년 모두가 연극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로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행함에 있어 지역적, 사회적, 경제적, 인종적 배경에 따른 차별이 없어야 하고, 아동청소년 공연의 예술적 수준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과 동일하게 높은 수준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 아동·청소년은 ‘무엇이 되어가는 중간자적 존재(children as becomings)’가 아닌 ‘지금 있는 그대로의 존재(children as beings)’로 보아야 한다.

공연 초청료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학교, 유치원, 탁아소, 보육원, 도서관 등 지자체의 공립 교육기관이 극단에게 직접 공연료를 지불하여 공연을 초청하는 시스템으로 아동·청소년들은 모두 무료로 공연을 관람한다고 한다. 공립 교육기관에서 공연 초청을 하게 되면 중앙정부에서 공연 초청료 50%를 환불해주는 상환 제도가 있다. 현재 정부 예술 기금의 10%가 아동청소년 공연 분야에 투자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의 혜택은 테아터 센트룸에서 매해 아동청소년 전문 극단의 공연에 대해 부여하는 퀄리티 스탬프(Quality Stamp)를 받은 극단이 받게 된다. 이렇게 퀄리티 스탬프를 받은 공연은 테아터 센트룸에서 제작한 브로슈어, 레드북(Red Book)에 수록되고 이것은 전국의 전 교육기관에 배포되어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덴마크 아동청소년 공연 유통의 장으로서, 해당 연도 및 다음 연도의 공연의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페스티벌인 ‘4월 축제(April Festival)’에 참여하게 된다. 덴마크의 모든 아동과 청소년이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이 4월 축제를 매년 신청한 지자체 중에서 선발하여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하고 축제 전체 관람료는 무료로 지자체 내의 모든 아동, 청소년이 축제의 공연을 한 편 이상 관람할 수 있도록, 지자체 교육기관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관극을 협조한다.

독립적 주체로서의 예술 단체, 그리고 차세대 예술가 양성의 필요성

자유 토론 시간에 남인우 대표는 이번 덴마크 방문에 있어 놀랐던 부분으로 차세대 예술가 양성에 대한 인식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덴마크 예술 단체를 방문하면서 “배우의 연령이 비교적 높고 역사가 오래된 극단이 많은데 차세대(Next Generation)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했을 때 그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나 의견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가 하고 반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극은 한 사람의 작업이라기보다는 동료들과의 작업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가 관으로부터 독립적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아티스트를 아티스트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행정으로부터 독립되게 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도 우리끼리 모여야 하고, 소비자층도 더 자주적으로 뭉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살롱 토크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남인우 대표가 덧붙여 말했다.

우리들에게 남겨진 달달한 숙제

우리는 아동청소년극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모든 아동·청소년들에게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필자는 지난 아시테지 여름축제 때 열린 테아터 센트룸의 대표인 헨릭 쾰러(Henrik Køhler)의 강연을 듣고 그 센터가 하는 역할을 보며 이렇게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중간 입장에서 조직하고 배분해주는 중앙 조직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깊은 감동을 받았던 터였다. 이번 커넥션 살롱 토크 시간을 통해 그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와 참여자들이 경험한 생생한 느낌을 전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았고 이처럼 각자의 경험과 생각들을 열린 마음으로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자리의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들이 예술을 통해 꿈꾸는 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와 역할을 ‘함께’하면서 예술을 통한 직접적인 움직임 또한 확장되어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제공_ 손혜정 극단 마실 대표

필자사진_김준영 필자소개
한혜민(반디)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2011년, '어린이공연연구집단 앙꼬'를 결성하여 어린이 공연을 만들고, 연기하고 있다. 연극으로 아이들과 함께 놀며 행복을 누리고 있는 독립공연예술가이며 '독립공연예술가네트워크' 창단 멤버다. 언제, 어디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작은 공연 창작 작업을 주로 하며 프리랜서 국제 코디네이터를 겸하고 있다. 홈페이지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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