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예술경영]277호는 서울아트마켓 1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작품과 참여 작가의 경험기를 준비했습니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아티스트 및 기획자 여러분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알짜정보들을 놓치지 마세요!/칼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음악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연극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복합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무용 분야

국악 - 해외 진출의 꿈

어렴풋하게 품었던 생각이 있다. ‘해외에서 뜨면 한국에서도 뜬다’라는……. 막연한 생각만은 아니다. 해외에서 뜨면 한국에서 뜨는 경우가 확실히 그리고 종종 있다. 어떤 경우에는 해외에서 뜨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그 이유를 모르는 것도 있다.

전통음악 종사자 혹은 국악인들의 생각 역시 앞서 이야기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진출을 통해 국악을 하고 있다는 위축감을 자부심으로 전환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우리 것이 좋은 것’,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등의 가슴에 새겨진 말들을 확인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또는 아주 낭만적으로 국악이기에 누릴 수 있는 ‘호사’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생각을 제외하고 나면 전통음악 혹은 국악 장르에서 해외 진출을 통해 기대하는 것도 역시 시장의 확대이고, 이것은 여타의 장르들이 고민하는 지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잘 보아야 할 것은 ‘시장의 확대’라는 표현이다. 시장의 확대라면 시장이 존재할 때 가능한 표현 아닌가? 굳이 통계자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전통음악 혹은 국악의 시장은 시장이라 명명하기 어려운 형편에 있다. 이것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시장의 확대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형성을, 아니 시장이라는 공간에 국악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철저한 자기인식, 현실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실 - 국악이라는 시장

지금 국악 혹은 국악인은 ‘생존’이라는 이유와 ‘국악은 소외된 우리 것’이라는 당위로 공적 자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서 생산되고 있으며, 구매 역시 공공 기관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국악은 소외된 우리 것이라는 당위와 대중이 모른다는 이유를 들어 국공립예술기관에서 무료로 공연되고 있다. 즉, 민간국악 단체가 시장을 통해 생존해야 한다는 미션은 이중 삼중으로 꼬여 교란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울산월드뮤직 페스티벌 등과 민간단체가 의지를 모아 해외 진출을 하고 그것이 언론에서도 일정한 성과로 보도되면서 국악인들만 아는 정도를 넘기 시작하면 다양한 공공 기관과 공공 축제에서 그들을 초청해 시민을 위한 무료 공연을 만든다. 여기서… 저기서… 이와 동시에 예술인 혹은 국악 단체의 자립, 시장 생존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상은 ‘공적’ 자금으로 생산되고 ‘공적’ 자금으로 유통되어 ‘공적’ 자금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문학과만나다

해외 진출 - 정가악회의 목표

이것은 현실이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 흐름의 주인은 누구인가? 혹은 누구여야 하는가 말이다. 너무도 당연히 이 논의의 핵심에 예술이 그리고 예술가가 있어야 한다. 자칫 모든 것을 외재적 문제로, 정책과 제도의 문제로 바라본다면 문제의 해결은 점점 더 복잡하고 멀어질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해외 진출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월드스타를 꿈꿀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한 꿈을 뭐라 할 사람도 없겠지만 당장 우리의 현실과 우리 예술의 미적, 기술적 형편을 본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목표를 어디에 두는 것이 맞겠는가?

지금 현재 국악이, 아니 정가악회의 음악이 판로만 개척된다면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어마어마한 음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땅에서 함께 숨 쉬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고 사랑받지 않는 음악이 어떻게 세계라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겠는가?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다만, 해외 공연의 경험을 통해 정가악회 소속 연주자들의 음악적 성장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시장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음악적 인식을 넓히고 높이는데 명확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게 개인과 팀의 경험을 통해 예술과 인식의 차원을 높이면서 동시에 행정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명확한 목표로 삼고, 그것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다. 초청의 내용이 컬래버레이션이 아닌 단독 공연이더라도 최대한 방법을 찾아서 현지의 아티스트와 협업 기회를 만들어 우리의 음악적 자산을 늘리고 경험치를 높이고자 노력하며, 그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노력해준 행정의 체계를 활용하여 운영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즉, 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꾸준히 걷는 것이 헛심 쓰지 않고 우리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아트마켓

서울아트마켓이 존재했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이 땅의 예술 지형은 많이 변화했다. 경제와 문화적 인식의 수준, 예술 자체의 질적인 성장과 더불어 다양한 제도가 함께 만든 결과라 생각한다. 같은 기간 서울아트마켓은 본인이 몸담고 있는 국악 장르에도 커다란 변화를 주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가능성과 시장 개척이라는 꿈을 줬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꿈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 컸다. 이것의 탓을 아트마켓에 돌리는 것과 그 답을 아트마켓에서 찾으려는 것은 너무 바보스러운 짓이다. 오히려 예술인 혹은 국악인 스스로의 목표를 제정비할 때라 생각한다. 아트마켓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해외 진출에 대한 목표를 어떻게 가질 것인지 말이다. 그것을 전제로 하고, 서울아트마켓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서울아트마켓이 국제시장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시장의 활성화 역시 스스로의 목표로 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입장과 목표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면 예술가들에게 확실하게 인지시켜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해외시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내수 시장을 만들고 안정화하는 데 더 주목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또 다른 바람 하나는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구성함에 있어서의 전문성이다. 운영의 전문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학’적 차원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매해 섭외되는 심사 위원의 전문성에 대한 말인데, 아트마켓이 국제 –그리고 국내- 시장을 겨냥하고, 우리 예술의 다른 출구 혹은 다른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쇼케이스를 구성하는 것 역시 거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텐데, 종종 심사위원에 대한 아쉬움과 그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더 적극적인 전략과 실행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트마켓 ‘운영’의 전문성을 만들어 왔던 것처럼 ‘큐레이팅’ 역시 전문적 영역으로 설정하고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선정 단체에 대해 책임지는 발언을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예술에 있어서 형평성과 객관성의 잣대는 이제 거두어야 할 때라 생각한다. 책임과 전문성이 담보된 큐레이팅이 되길 바란다.

예술가 혹은 예술단체에게

이제는 ‘양’이 아니라, ‘의지’와 ‘구호’로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명확하게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러한 인식이 예술가 혹은 예술 단체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 혹은 서울아트마켓이 예술가 혹은 예술 단체를 독려하여 좋은 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역으로 예술가 혹은 예술 단체가 정부에 혹은 공공 기구를 위해, 또 우리 모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트마켓의 앞으로의 10년이 예술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기를 희망하며, 예술가 혹은 예술 단체에게 이 짧은 소견이 공유되기를 희망한다.



참고기사 보기

[The APRO]_MAP&CASE ‘정가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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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① 음악 분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② 연극 분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③ 복합 분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④ 무용 분야

[현장+人]
김형군 The tell-Tale Heart 대표, 잠비나이 디렉터



필자사진_천재현 필자소개
천재현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에서 거문고를 전공했다. 정가악회 창단 대표이며, 현재 (사)정가악회 대표이사, 남산국악당&남산한옥마을 예술감독으로 재직중이다. <아리랑, 삶의 노래>, <정가악회, 세계문학과 만나다>, <정가악회, 노닐다> 등 다수 작품의 연출 및 제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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