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예술경영]277호는 서울아트마켓 1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작품과 참여 작가의 경험기를 준비했습니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아티스트 및 기획자 여러분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알짜정보들을 놓치지 마세요!/칼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음악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연극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복합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무용 분야

필자는 서울아트마켓과 인연이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다. 팸스초이스에 연출작 세 편이 2006년과 2009년, 2012년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2006년, 서울아트마켓의 영향력을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서울아트마켓과 첫 인연은 2006년 <가믄장아기>(작 고순덕, 남인우 연출)로 시작되었다. 그땐 서울아트마켓의 초창기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막 시작된 아트마켓이라는 개념도 이상했고, 이것을 통해서 정말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그저 극단 북새통의 <가믄장아기>가 팸스초이스에 선정되었고, 선정되니 기분 좋았다. 그해, 전 장르를 통틀어 16개 작품 중에 선정되었으니 그냥 그것만으로 좋았다.

그런데 쇼케이스를 해야 하고, 홍보 인쇄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영문으로… 참석하는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 일들이 너무 생소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그런 마켓이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였으니. 이러한 마켓에 대한 정보나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 같았다. 서울아트마켓에서의 지원도 체계적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하는 동안 내내,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의 쇼케이스를 마치고 난 뒤에도 서울아트마켓의 영향력을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그 당시에는 뜨거운 반응이 있었지만 그것이 곧 어떤 성과가 이어져 나타났던 것은 아니었다.

2006년 팸스초이스 선정작 극단 북새통의 <가믄장아기>&#13;&#10;

▲ 2006년 팸스초이스 선정작 극단 북새통의 <가믄장아기>

그러나 3년 후, 서울아트마켓은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서울아트마켓의 힘을 크게 받은 것은 2009년 <사천가>(작 이자람, 연출 남인우)였다. 막 시작한 판소리 만들기 ‘자’에서 2007년 말에 내놓은 따끈한 신작이었다. 해외시장뿐 아니라 국내시장에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이었다. 2009년 당시 서울아트마켓은 2006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사실 필자만 하더라도 2006년 참가할 땐 작품을 무슨 도떼기시장처럼 판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술 작품과 마켓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우리가 무슨 장사꾼도 아니고’ 이런 비아냥을 속으로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다시 찾은 2009년의 서울아트마켓은 달라져 있었다. 겨우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외 인프라가 엄청나게 형성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마켓의 진행이나 사소한 부대 행사들의 질적인 수준이 엄청나게 향상되어 있었다. 또한 작품 생산 예술가들과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는 국내외 마케터들의 관심이 상상 이상으로 발전해있었다.

<사천가>는 서울아트마켓을 통해서 국내와 해외의 판로를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지속적으로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을 했지만 지역의 관계자들에게는 소문만 무성한 작품이었다. 짧은 기간에 한곳에 모여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마켓의 장점 때문인지 일반 공연에는 관람하기 힘들었던 지역의 극장 관계자, 공무원, 예술감독 등 많은 분들이 국립극장의 별오름극장에서 올린 <사천가> 쇼케이스에 참가하였다. 공연 후 바로 그 자리에서 초청 의사를 밝힌 지역 극장들도 있었다. 일주일 뒤에, 한 달 뒤에,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지역의 관계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뿐이랴, 해외 바이어들에게도 러브콜이 이어졌다.

이것은 사실 예측하기 힘든 반응이었다. 해외 공연에서 성공하기 힘든 요소들 즉 언어의 제한이 <사천가>가 해외에 진출하는 데 힘들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사례들은 넌버벌 퍼포먼스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우리는 언어의 의존도가 높은 <사천가>가 해외나 국내에 작품이 팔려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판소리의 실험 정신만 가득했었기에. 아무튼 판소리라는 특성상 언어의 번역이 부담스러웠다. 판소리의 맛을 정말 다른 나라 말로도 잘 만들 수 있을까? 말이 주는 맛이 가장 중요한데 이게 전달될 수 있을까? 전달된다고 하더라고 관객들이 자막을 읽는 불편함을 감당할 만큼 우리가 매력적일까? 여러 가지 고민들이 많았었다.

다행히 서울아트마켓에서는 쇼케이스용 대본의 번역을 지원했고, 우리는 번역뿐 아니라 자막의 플레이 큐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 했다. 어순이 다른 외국의 말 때문이었다. 특히 마켓에서는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들도 많은데 그들이 다른 포인트에서 웃거나 반응한다면 그 반응으로 함께 판을 끌고 가야 하는 소리꾼들과 연주자들이 어떤 반응에 장단을 맞추어야 하는지 힘들어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번역도 좋았고, 자막의 적절한 운영도 좋았다. 해외 참석자들은 열광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우리도 열광했다. 그 뒤로는 뭐 뻔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전 세계의 유수한 페스티벌뿐 아니라 프랑스 리옹 국립민중극장에서는 <사천가>, <억척가>가 3년 연속 정기 레퍼토리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뿐 아니라 전 세계 예술 마켓의 메카 뉴욕의 ‘APAP’에도 한국 대표로 선정되어 참석하였다.

물론 서울아트마켓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2012년의 <억척가>를 통한 서울아트마켓의 참여는 작품뿐 아니라 단체의 예술적 역량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국내외 참가자들이 지속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판소리만들기 ‘자’라는 팀과 두 작품 연속 좋은 연기와 소리로 예술적 기량을 보여준 ‘이자람’이라는 예술가의 예술적 의지를 칭송했다. 서울아트마켓을 통해서 필자와 작품들은 세상 구경 정말 실컷 했다. 많은 관객들을 만났고 그들의 세상을 구경했다. 작품도 한결 발전했고, 자신감도 얻었다.


사천가억척가

▲ 2009년 팸스초이스 선정작 판소리만들기 ‘자’의 <사천가>와 2012년 선정작의 <억척가>


물론 서울아트마켓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팸스초이스에 선정되었다고 해서 해외 판로가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서울아트마켓도 여러 가지 수정되어야 할 운영상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서울아트마켓을 통해서 한국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이 해외에 소개되고 유통 기회의 장이 생겼다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장터 자체의 힘이 유통의 거대망 위에 군림하는 것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경계해야할 것이고, 그 밖의 다양한 방법으로도 해외시장의 유통에 대해서 지원하는 방법들이 생겨나야 할 것이다.



참고기사 보기

[The APRO]_MAP&CASE ‘판소리만들기 자’


관련기사 보기
[칼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① 음악 분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② 연극 분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③ 복합 분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④ 무용 분야

[현장+人]
김형군 The tell-Tale Heart 대표, 잠비나이 디렉터



필자사진_남인우 필자소개
남인우는 한양대에서 연극을 공부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어린이청소년극을 전공했다. <사천가>, <억척가> 등으로 한국의 음악적 미학과 연극적 형식을 어린이청소년 관객부터 성인 관객에 이르기까지 확장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지금도 연극을 만드는 일, 연극으로 함께하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 더불어 문학, 관현악, 현대무용, 시각미술 등에 간섭하면서 이것저것 섞이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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