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예술경영]277호는 서울아트마켓 1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작품과 참여 작가의 경험기를 준비했습니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아티스트 및 기획자 여러분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알짜정보들을 놓치지 마세요!/칼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음악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연극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복합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무용 분야

서울아트마켓의 팸스초이스에 선정되어 2013년 소설가 김태용, 텍스트 기반의 작업을 진행하는 로위에 그리고 필자로 구성된 프로젝트 '에이 타이피스트(A. Typist)'는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비엔나, 슬로베니아의 르블라냐 그리고 스위스의 취리히 투어를 다녀올 수 있었다. 애초에 초청의 주최가 되었던 것은 그라츠의 호에르게레데(HoergeREDE) 페스티벌로서 그해의 주제가 '텍스트와 음악'이었고 '권력(Power)'을 부주제로 진행되는 행사였다. 세 명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타자기라는 공통적 매체를 이용하여 텍스트와 소리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 이들이 주제와 많은 부분 부합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재독 철학자인 한병철씨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의 예산과 일정 등의 문제로 무산되고 에이 타이피스트의 단독 공연으로 진행이 되었다. 동시에 오스트리아에 온다는 소식을 받은 비엔나의 즉흥 연주자들이 비엔나 소재의 실험 음악 공간인 에코라움(Echoraum)과 슬로베니아의 르블랴냐에서 공연을 추진해 주었고 마찬가지로 소식을 들은 스위스의 작곡가 만프레드 베르더(Manfred Werder)가 스위스의 작은 금속 공장에서의 공연을 기획해 주어 르블라냐의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로 이동하여 금속 공장에서의 공연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단기 일회 지원이 아닌 추후에도 일년에 일회의 투어 비용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기회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 이 글은 2013년 투어 내용을 바탕으로 씌어지지만 2014년에도 이태리에서의 투어가 진행되었고 2015년에는 노르웨이에서의 투어가 논의되고 있다. 사실 아트마켓이 진행되는 동안에 초청받은 많은 해외의 기획자들이 우리의 쇼케이스를 보고 초청을 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 그다지 걱정을 하지는 않았는데 이유는 이미 네트워크가 확보되어 있어서 갈 수 있다는 소식만 알리면 투어 스케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경을 기점으로 전자즉흥음악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활동을 계속 해 오면서 많은 국제적인 관계가 형성되었고 그 관계를 중심으로 국내의 열악한 활동을 보충하며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정확하게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떻게 관계가 형성되고 어떻게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해외 활동이 가능한가에 대한 기고를 두어 번 한 듯싶다. 지금 이 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싶다. 이 주제를 또 반복하는 것은(그렇다고 똑같은 내용은 아니다) 네트워크라는 단어 자체가 가져오는 의미와 맥락의 불분명함 때문이고 '도대체 네트워크가 무엇인가?', '그 네트워크의 성질과 형식 그리고 기능은 어떻게 되는가?' 같은 실질적인 질문들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이미 2007~8년경부터 예술계의 주요 이슈로 거론되어 왔음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 논의되던 네트워크와 현재의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라는 것에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예를 들어 "아시아 문화 네트워크"라고 하면 대충이나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지만 그것이 명백하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럴싸한 미학적인 단어만 허공을 맴돈다. 미학적 담론도 필요하지만 그 담론이 작동하는 실재의 과정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A typist 1

투어를 다니면서 흥미롭게 증폭되는 질문들 중 하나

네트워크. 즉 관계망이라는 것에 대한 기술적 이해는 이처럼 모두에게 어색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네트워크는 꼭 국제적인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구조가 서로 다른 다양다종의 네트워크의 힘 작용에 의해서 작동한다. 그렇다면 네트워크는 모든 영역과 분야에 걸쳐서 서로 다른 기능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목적과 경우에 따라 작동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하나의 기계일 것이다. 우리는 이런 네트워크 자체의 섬세한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가? 이것이 필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의문이고 투어를 다니면서 흥미롭게 증폭되는 질문들 중 하나이다. 이들은 왜 우리를 초청하였고 왜 우리의 공연을 기획하는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우리의 공연을 추진하게 만들었는가? 이것을 일종의 비즈니스로서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이라면 더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상호 이익에 관련된 이해관계가 정리하면 어쨌든 일은 성사된다. 거기에서 생성되는 네트워크라는 것과 필자가 말하는 네트워크는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고 본다.

필자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작품을 통한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관계망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필자가 종종 듣게 되는 질문, "어떻게 하면 해외 초청을 받을 수 있나요?"에 대한 대답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한정된 지면에서 할 수는 없고 그나마 ‘투어 스케줄을 생성하는 네트워크’에 대해서만이라도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A typist

먼저 흩어져 있는 정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국 내의 활동 자체에 만족을 하고 자국 내의 네트워크 작동 방식에 의지해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즉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시도들 또는 왜 확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들 이전에 네트워크라는 것의 존재를 인지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자국 내에 어떤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신(Secne)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몇몇의 연주자와 함께하면서 약간의 활동 내력이 쌓인 것이 전부라고 생각된다. 동시에 참조할 음악을 국내에서 찾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 해외에서 시도되는 급진적 음악적 흐름과 성향에 자극을 받았고 이러한 경향의 음악에 대한 국내의 이해가 전무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습득하는 정보의 출처가 국내보다도 국외의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특정한 작업 자체에 대한 관심이 작동하지 않으면 발견되지 않는 정보들, 음악들, 음악가들의 정보를 습득하게 되면서 기회가 생기면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해외의 관심 있는 음악가들을 초청하고 직접 만남을 가지는 일을 선행했다. 이는 자체적인 역사가 없는 상황에서 경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험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거쳐가야 할 일이었다. 여기에서 일차적인 네트워크의 형식이 생성된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확장은 누가 알아주길 기다리기보다 자기 스스로 접근을 해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해서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 자기 작업의 홍보를 위한 비즈니스적 태도로 진행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어떤 수익 자체를 기대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나의 작업에 왜 함께할 필요가 있는가를 생각하며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음악가의 행적을 통해 앞서 서술한 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가장 일차적이며 선행되어야 할 문제

이렇게 다년간의 활동이 지속되면서 한국이라는 지역과 음악가들에 대한 정보가 이 초청된 음악가들을 통해서 다시 아시아권의 실험 음악에 흥미가 있는 서구의 음악가들에게 정보로서 전달이 된다. 한정적이고 특정한 정보는 의외로 매우 빠른 전달력을 발휘한다. 수많은 층위 속에 흩어져 있는 정보의 접근 단계가 아닌 특정적인 소수자의 활발한 정보 라인이 이미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의 흐름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은 끊임없이 정보가 사람들의 힘에 의해 연결되고 확장되어 왔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럽의 누군가가 중국 또는 일본에 연주를 위해 갈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방문하여 그들의 음악은 어떤지 알고 싶다. 그렇다면 정보를 찾기 시작할 것이고 방문 경험이 있는 주변의 동료 음악가들이 어디로 연락을 해보라고 가르쳐 줄 것이다.

필자가 종종 받게 되는 이메일 또한 필자의 친구이거나 친구의 친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별적인 작가의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획을 하게 될 때 중요한 것은 이들을 추천한 친구의 작업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가이다. 신기하게도 개별적인 음악가의 경향과 태도 등은 그 작업 자체에 의한 것보다는 특정한 영역에 압축되어 기능하는 정보 네트워크의 힘에 의해 작동하는 면이 더 강하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비상업적이고 동시에 기존의 예술에 비판적인 입장으로서의 비예술적인 면모까지 드러내는 작업들을 추구하는 음악가들의 현실적 조건이라는 것은 전 세계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자국 내에서의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청중의 확대는 국외로 눈을 돌려야 어느 선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즉 우리가 정보를 찾아보듯이 그들도 정보를 찾아본다. 우리가 그들을 초청하여 직접 우리의 귀로 경험하려 하듯이 그들도 그러한 일을 필요로 한다. 바로 자신의 작업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

이 지면 안에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단계가 가장 일차적이며 선행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 과정을 실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의 관심을 요청하는 일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정론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방법은 더 다양하게 뻗어나가 있다. 다만 네트워크가 생성되는 원인들에 대해서 과거와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의 프로세스가 기본적으로 바탕이 될 때에 모든 일들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결과를 사전에 주판 두들기듯 예측하기보다 자신의 작업에 있어서 어떤 교류가 필요하고 어떤 정보가 필요하며 거기에 스스로가 어떤 방법으로 뛰어들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나의 작업은 온전히 나의 작업만이 아니라 자신의 작업을 둘러싼 모든 관계의 네트워크가 자신의 작업 자체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 나만의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세계는 다른 이들의 세계와 언제나 연결되어 있음을 빨리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투어 스케줄을 생성하는 네트워크란 비즈니스적 네트워크라기보단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기에 생성되는 우정의 네트워크에 더 가깝다.


참고기사 보기

[The APRO]_Who&Work 음향인 류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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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④ 무용 분야

[현장+人]
김형군 The tell-Tale Heart 대표, 잠비나이 디렉터



필자사진_남인우 필자소개
류한길은 1975년 서울생이다. 버려진 사물의 진동을 근거로 확장되는 음악에 대한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자주 출판사 매뉴얼(the Manual)을 운영 중이며 전자즉흥음악 연주회인 RELAY(2005-2008)의 기획자 및 몇몇 패스티벌과 전시의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폴의 음악가로 구성된 ‘FEN(Far East Network)’과 소설가, 작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인 ‘A.Typist’ 의 멤버로 활동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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