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예술경영]277호는 서울아트마켓 1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작품과 참여 작가의 경험기를 준비했습니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아티스트 및 기획자 여러분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알짜정보들을 놓치지 마세요!/칼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음악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연극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복합 분야/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 – 무용 분야
조바댄 조바댄

2010년, 지극히 평범한 할머니들과 안은미가 선보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이하 ‘조바댄’)는 ‘확’ 터지고, ‘훅’ 하며 관객을 끌어당겼고, ‘헉’ 소리를 내게 한 ‘ㅎㅎ’의 무대였다. 무대에는 할머니들의 막춤이 종행무진 했다. 그 현장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과해온 할머니들의 몸과 춤 속에 담긴 희로애락이, 더 정확히는 춤을 통한 인류학이, 그리고 쌓였던 울분과 애환을 춤으로 날리는 춤판이자 굿판이었다. ‘조바댄’의 열기는 지금도 식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에 선보이며 오르는 곳곳마다 화제를 낳았고, 전 세계 할머니들을 춤추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11년, 해외의 많은 마케터들이 팸스초이스를 통해 ‘조바댄’과 안은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럼 당시로 가보자. 안은미는 “팸스초이스는 작품을 사고파는 마켓이다. 사실 나는 이런 마켓의 필요를 크게 못 느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팸스초이스에 참가해 보니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팸스초이스에 참가하니 혼자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시스템이 작품 유통을 받쳐줬고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더라. 나와 내 작품의 존재는 알고는 있었지만 접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이들이 내 작품을 직접 접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더 많이 알려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인 거 같다. 해외 마케터들과 예술 관계자들이 작품을 직접 접할 수 있게 하는 게 팸스초이스의 취지이면서 매력이라 생각한다. 동영상과 같은 기록물이 아니라 라이브로 작품을 제공한다는 건 에너지가 다르다. 지원비보다도 무대와 프레젠테이션의 기회가 더 값진 것이라 생각한다.

팸스초이스를 통한 ‘거래’는 잘 되었나.

마케터들은 ‘조바댄’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안은미컴퍼니 부스를 방문했고 직접 나를 찾아오기까지 했다. 어떤 마케터는 ‘조바댄’을 자기 나라에 초청하기 위해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회의까지 가졌다. ‘페이스 투 페이스’가 주는 눈빛 교환이 있었고 현장에서 실무자를 만나니 의견이 오고가는 속도가 상상외로 굉장히 빨랐다. 특히 중국인들과 그 외 아시아 여러 국가의 마케터들이 진한 관심을 보였다. 그들의 고민은 ‘아시아 컨템퍼러리’에 공통됐고 나 또한 오랫동안 그 방향성에 대해 오래전부터 고민해오고 있었다. 중국의 한 마케터는 내게 “동양 컨템퍼러리의 마스터 같다”라는 칭찬을 했고 그 자리에서 자기 나라에서 하는 세미나 참석 요청을 했다. 동남아시아의 어떤 마케터는 ‘조바댄’을 초청하고 싶은데 자본이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팸스초이스에 참여할 때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준비도 철저해야 하지만 마케터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이에 동참할 자세도 필요한 거 같다. 그들의 이런 자세를 통해 다른 나라의 공연 시장과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왕 참가하는 거 “돈 없으면 없는 대로 간다.”라는 마음도 필요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라는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도 중요하고.

팸스초이스를 통한 해외 진출의 가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는가.

팸스초이스를 통해 ‘조바댄’이 그 자리에 있던 마케터들과 예술 관계자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올해 2월에 벨기에 리에주 극장에 초청 받아 이틀간 무대에 올랐다. 놀랐다. 첫날 공연을 하고 하룻밤 사이에 소문이 쫙 퍼져 있더라. 이튿날 식당에서 만난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고 “나도 오늘 그 공연 보러간다!”라며 나를 반겼다. 팸스초이스에서 만난 파리여름축제 예술감독 캐롤 피에르츠의 초청으로 작년과 올해 프랑스에 다녀왔다. 캐롤은 나의 예술 세계와 포트폴리오에 흥미를 보였다. 희한하게도 처음 초청작은 ‘심포카 프린세스 바리-이승편’이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구전설화 속의 주인공인 바리데기를 내세운 작품이다. 작품을 짤 때 한국적 몸짓보다는 만국 공통어와 같은 동작들, 예를 들어 걷고, 달리고, 점프하는 동작들 같은 단순한 움직임으로 빚은 작품이다. 이 단순한 동작들이 그려놓은 백만 번의 드로잉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당시 현지 관객 중 한 명이 “이 작품에 담겨진 한국이란 곳이 정말 이런 세계라면 나는 내일 당장 한국에 가겠다.”라고 하더라. ‘심포카 프린세스 바리-이승편’이 호응을 얻었고 올해 ‘조바댄’이 초청받았다. 유럽의 관객은 우리나라와 달리 솔직한 편이다. 프랑스 할머니가 울면서 “은미야! 프랑스와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한다. 너무 고맙다”라며 나를 안아주더라. 그 외에 2015년 캐나다 몬트리올과 2016년 영국 옥타곤 극장 초청을 검토 중이다.

팸스초이스에서 관심을 보이는 마케터들이 나의 작품을 택할 것이라는 감이 오던가.

수많은 대화와 만남이 있지 않은가? 캐롤 피에르츠는 ‘조바댄’이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하는 작품 속의 분모가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춤으로 쓴 다큐멘터리라는 점과 그 주인공들이 무용수가 아닌 평범한 할머니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물음에 물음이 이어지면 작품의 특성이 그들의 시선을 통해 드러난다. 나 또한 100세 시대를 맞은 노인의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가 안고 가야 한다는 걸 해외 공연을 통해 매번 느낀다.

팸스초이스를 통해 세계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팸스초이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웰 메이드는 기본이다. 개인적이고 독단적인 사유와 이야기보다는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주제 의식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그들과 다르게 표출할 수 있는 지독한 차이성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팸스초이스에 온 마케터들은 자국에 없는 것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자신의 선택을 통해 자국의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에 들떠 있다. 그래서 한쪽 눈은 새로운 것을 찾으면서 다른 한쪽 눈은 이미 했던 것은 철저히 솎아낸다. 그리고 팸스초이스는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들의 구미에 대한 우리 쪽의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팸스초이스가 마켓의 습성이 강하지만 그 사이에 정보가 교환되는 가운데 미래의 예술에 대한 방향성까지 논의할 수 있는 열띤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기사 보기

[The APRO]_Who&Work 안은미 안무가


관련기사 보기
[칼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① 음악 분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② 연극 분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③ 복합 분야
서울아트마켓을 통한 해외진출 경험기④ 무용 분야

[현장+人]
김형군 The tell-Tale Heart 대표, 잠비나이 디렉터



필자사진_송현민 필자소개
송현민은 음악평론가로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 하는 사람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