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툭’ 터놓고 ‘톡(Talk)’하기!

지난 10월 14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좋은공연안내센터 지하 1층 다목적홀에서는 색다르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제목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바로 <문화예술분야 협동조합 이야기 콘서트 ‘툭 터놓고, 톡(Talk) 하자!’(이하 ‘툭&Talk’)>이다. 왠지 모를 자극적인 냄새가 스멀스멀 풍겨온다. 행사장 무대에 턱하니 자리 잡은 채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툭&Talk’ 카드 보드 조형물(본문 사진 참조)과 마치 놀이동산을 연상시키는 입장 시 손목에 채워주는 종이 팔찌, 아른아른한 향초의 향, 한껏 멋을 낸 채 차려져 있는 음식들, 젊고 활기찬 분위기……. 이전에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들을 다뤄오던 심포지엄 혹은 관련 행사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호기심이 간다. 과연 이곳에서는 어떠한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들이 무슨 이야기를 ‘툭’ 터놓고 ‘톡(Talk)’하였을까?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다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 이야기콘서트 ‘툭&Talk’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이웃문화협동조합이 주관하는 행사다. ‘툭&Talk’은 9월 2일부터 10월 28일까지 격주 화요일마다 개최된다.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 종사자, 사회적기업 종사자 및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며, 사전 홈페이지 접수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행사는 5개 이슈를 바탕으로 각 주제에 맞는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들의 강연 및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다. 사회는 전자책 전문 출판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제현주 대표가 맡고 있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협동조합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문화예술 분야도 이러한 바람을 타고 각양각색의 협동조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열풍에 비해 현재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부족하며, 문화예술 분야 실무자들의 협동조합에 관한 인식 수준 역시 높지 않다. 그 때문인지 새로운 대안적 경제의 모델로 부각되고 있는 협동조합을 향한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을 가진 이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 이야기콘서트 ‘툭&Talk’은 이러한 연유로 기획되었다. 도대체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들은 어떠한 이유로 생겨났는지―이는 ‘왜 하필이면 협동조합인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어떤 사람들이, 왜, 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어떻게 협동조합을 운영해 나가고 있는지 등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 이야기콘서트 ‘툭&Talk’은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의 설립․운영 사례 공유를 통해 협동조합 설립 희망자의 이해를 향상하고, 협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협동조합 간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기본적인 취지를 가지고 있다.


먼저, 지금까지 진행된 ‘툭&Talk’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 번째 이슈는 ‘문화예술, 협동조합과 만나다’로 문화예술 협동조합들이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구조를 선택하게 된 배경과 해결해가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초청된 팀은 공정영화협동조합 모두를위한극장,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 룰루랄라예술협동조합이었다. 이들은 모두 각자가 지닌 문제의식을 왜 협동조합으로 풀어내는가에 있어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가로막고 있는 유통시장의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고 좀 더 가까이 효율적으로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를 견고한 조직의 틀로 담아내기 위하여 협동조합을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이슈는 ‘문화예술분야 협동조합의 다양한 유형’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의 형태와 이를 이루고 있는 이해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협동조합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은 크게 (문화예술) 생산자 협동조합과 문화소비(향유)자들이 모여 만든 소비자협동조합 그리고 복잡한 관계가 얽혀서 조합을 이끌어가는 다중 이해자 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사례 팀으로는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작가 협동조합, 땡땡땡 협동조합, 발레 STP(Sharing Talent Program)협동조합이 초청됐다. 각 형태에 따른 조합원들의 성향과 욕구가 전혀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조합이 추구하는 방향과 정체성 역시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이슈는 ‘협동조합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다’였다. 많은 단체가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자금의 문제일 수도 혹은 ‘1인 1표’의 동등한 자격 조건이라는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으로 인하여 겪는 내부 갈등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한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와 연극협동조합 나무시어터의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을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다양한 시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강민수 부소장의 ‘문화예술 협동조합의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3가지는?’을 주제로 한 강연이 이어졌다. 두 단체는 기존의 운영 방식이 협동조합과 잘 맞았으며, 사업적 필요성에 의해서 법인격으로 전환을 시도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지속 가능성 부분에 있어서는 경제적 지속 가능성 역시 중요하지만 일반 회사와는 다른 공동의 ‘필요와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협동조합 운영상 갈등과 어려움이 생기기 쉬우며, 이를 잘 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민수 부소장 역시 이를 강조했다.

네 번째 이슈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지역을 새롭게 재구성하다’로 각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구상하고 있는 협동조합 성북신나,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 이웃문화협동조합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에 뿌리를 내린 이유에서부터 시작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과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의 문제와 이를 위해 시도하는 노력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무엇보다 세 단체가 공통적으로 경험한 특별하고도 짜릿한 순간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것은 바로 지역 주민들의 변화였다. 또한, 지역 안에서 청년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는 성북신나와 이웃문화협동조합이 겪는 시니어들과의 부딪힘과 이를 해결해가는 각자의 방식, 다양한 세대를 엮어나가면서 활동하는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이 겪는 또 다른 갈등의 차이 역시 흥미로운 토론 주제였다.


지난 두 달 동안 진행된 ‘툭&Talk’를 통해 4개의 이슈에 부합하는 ‘모범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혹은 그렇다고 여겨지는) 11개의 팀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도리어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모범적인 사례? 활발한 활동? 그게 뭐예요?”

11개의 협동조합 중 자신들을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하는 곳은 아무도 없었다. 대다수의 조합이 현실적인 어려움에 치여 가며 이런저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게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들의 ‘진짜’ 이야기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들로 가득했다. 해결해가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어떻게 협동조합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다양한 조합원들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무엇을 시도하면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아니, 협동조합의 지속 가능함은 과연 무엇인지, 협동조합의 형태로 지역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지…… 4개의 이슈에 관해서 정답을 제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아직 고민 중이었고, 바로 앞에 놓여있는 숙제를 하나씩 해결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문화예술 협동조합들의 미래는 정말 깜깜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누구도 보지 못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 지난 4회 차의 행사를 지켜보면서 필자에게 ‘툭&Talk’이 환기시켜 준 것은 문화예술 협동조합에 관한 경험과 지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앞이 보이지 않은 길을 어깨에 짐을 한가득 안고 걸어가고 있는 이들이 서로 만나 ‘진짜’로 ‘툭’ 까놓고 ‘톡(Talk)’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진짜’ 이야기

아직, 다섯 번째 이슈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마지막 이슈가 반갑다. ‘툭&Talk’의 마지막 주제는 바로 ‘[집담회] 협동조합끼리 협동 한번 해볼까요?’이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툭’ 터놓고 ‘톡(Talk)’했으니, 이제 서로가 풀지 못한 숙제를 함께 모색하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볼 시간이다. 약 두 달간에 거쳐 진행된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 이야기 콘서트 ‘툭 터놓고, 톡(Talk) 하자!’는 곧 끝나지만, 문화예술 분야 협동조합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툭’ 터놓고 ‘톡(Talk)’ 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은 계속되기를 바란다.


사진제공_이웃문화협동조합

문화예술분야 협동조합 이야기 콘서트 “툭 터놓고, 톡(Talk) 하자!”에서 논의되고 발표된 자세한 이야기들은 추후에 발간된 사례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자사진_김미지 필자소개
김미지는 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 예술, 놀이를 통해 협동하며 다함께 잘 놀고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웃문화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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