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우수한 단체 운영 및 경영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육성하고자 2012년부터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해오고 있다. <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례는 <2014 예술경영 컨퍼런스> 현장에서 ‘우수 전문예술법인·단체’로 인증하며, 사례 또한 현장에서 발표된다. 전문가 서류 및 인터뷰심사를 통해 선정된 총 9개 사례 중, [Weekly@예술경영]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큰들문화센터’,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표창을 수상한 ‘자계예술촌’,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표창을 수상한 ‘(재)의정부예술의전당’의 사례를 독자여러분께 소개한다./[하우투] 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① 큰들문화예술센터의 ‘큰들의 든든한 힘! 1,500명 후원회원’/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② 자계예술촌의 '산골공연예술잔치'/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③ (재)의정부예술의전당의 ‘똑똑똑, 관객을 두드리다’

천재와 흙, 예술과 관객

중국 근대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루쉰(魯迅)의 산문집 중 ‘천재와 흙’이라는 제목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천재가 나오기를 요구하기 전에 천재를 기를 수 있는 민중이 있기를 요구해야 한다. 튼튼한 나무와 고운 꽃을 보려면 반드시 좋은 흙이 있어야 한다. 흙이 없으면 꽃도 나무도 있을 수 없다. 그러기에 꽃이나 나무보다 흙이 더 중요하다.”

루쉰의 이 말은 예술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예술의 본질이 예술가와 관객과의 관계이고, 루쉰의 말처럼 위대한 예술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좋은 흙, 즉 좋은 관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연 분야는 관객이 없다면 존재할 수가 없다.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가장 큰 과업이자 숙명 중 하나가 바로 ‘관객’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유지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공연시장의 파이가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문예회관의 경우 관객개발은 더욱 절실한 사안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14 예술경영 콘퍼런스에서 (재)의정부예술의전당이 발표한 사례는 바로 ‘관객개발’과 관련한 홍보마케팅 전략이었다.

‘관객’이 답이다

(재)의정부예술의전당은 2001년 개관했다. 시설관리공단 산하기관으로 운영되어 오다 2007년 6월 재단법인으로 독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의정부예술의전당 같은 국공립극장의 존립 이유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는 공익적 목적이 우선이다. 그러나 비영리적 목적을 띠는 단체라 할지라도 수익 창출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재정자립도는 정체 상태 내지 소폭의 하락 양상(전국 지역문예회관 평균 재정자립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는 높은 편이지만)을 보여 왔다. 이유는 인건비, 극장 유지비 등의 경상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데 주 수입원인 티켓판매액은 정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의 숙명인 ‘비용질병’(Cost disease)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지출과 수입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 무작정 티켓 가격을 높일 수는 없는 일. 고민을 하던 중 공연의 가장 궁극적 대상인 ‘관객’에 충실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2013년 관객현황을 분석했다. 1년간 의정부예술의전당을 찾은 유료관람객은 4만 5천 명이었다. 의정부시 인구가 43만 명임을 감안해 봤을 때 의정부 시민 10명 중 1명만이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유료 관객이라는 것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1명의 유료 관객이 아닌, 9명의 숨어 있는 잠재 관객이었다. 공연을 접해보지 못한 숨어있는 ‘공연 비선호형 시민’이 가진 힘은 일반 관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에 있다. 그래서 관객개발을 위한 단기적 목표와 전략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공연을 접해보지 못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관객개발을 진행해야 된다고 판단했으며, 이들의 마음을 두드리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였다.

투-트랙(Two Track) 전략: 특화와 협력

시민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여 극장으로 직접 찾아오게 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특화’와 ‘협력’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 홍보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의미상 다소 상반되는 이 두 가지 전략을 적절히 조화한 투-트랙 전략이었다. (사실 추진 당시에서는 개별 아이디어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예술경영 콘퍼런스 우수사례에 응모하면서 이 두 가지 키워드로 범주화하게 되었다.)

1. 특화 전략: 공연 비선호형 시민들의 '문화적 커튼'을 여는 차별화된 이색티켓 제도

특화 전략은 다른 단체에서 시도하지 않은 의정부예술의전당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협력 전략은 지역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자 하였다. 특화 전략으로 ‘희망티켓-행복스폰서’, ‘착한티켓’, ‘절대티켓’ 세 종류의 이색티켓 제도를 도입했다. 이색 티켓의 핵심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고정관념을 깨트린 색다른 기획으로 관객개발과 아울러서 ‘공익적 측면’을 결합시킨 것이 특징이다.

‘희망티켓-행복스폰서’란 천 원에서 만 원까지 고객이 원하는(희망하는) 만큼 돈을 내고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격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한다는 독특한 역발상과 천 원에서 만 원이라는 경제적인 가격으로 공연 관람을 유도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공연 관람 후에는 감동받은 크기만큼 자율적으로 ‘행복 스폰서’ 함에 기부를 유도하여, 그 기부금을 모아 소외계층의 관람비로 후원하고 있다. 희망티켓으로 추진한 기획공연은 올해 5편이었다. 작품은 국립국악원과 경기도립국악단 공연, 창작무용극 ‘귀천’, 음악극 ‘수궁가’ 등이었다. 작품성과 예술성은 뛰어나지만 대중성이 낮아 관객 동원이 어려운 국악, 무용 장르였다. 타 기획공연처럼 정상적인 가격을 책정했을 경우 객석이 텅 빌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희망티켓으로 진행한 5편의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은 80%가 넘었다. 천 원에서 만 원까지의 자유금액이라는 설정이 자칫 ‘천원의 행복’과 같은 수준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1인당 평균 구매액도 2,500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 희망티켓에 참여중인 관객들 모습



희망티켓은 사실 2009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최초로 시행했었던 제도이나, 최근 2-3년간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희망티켓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시뮬레이션을 가동시키면서 여러 변수에 대비책을 세워 준비하였다. 그러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부담 없는 가격 때문에 예약해놓은 관객들의 15% 정도가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음은 희망티켓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금전뿐만 아니라 중고 물품으로도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착한 티켓’이다. 이 티켓은 헌 옷이나 장난감 등의 중고 물품이나 라면과 같은 생필품을 기증하여 공연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유가증권으로 인식되는 티켓을 중고 물품으로 구매한다는 발상은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착한티켓의 경우 유료 객석 점유율 100%라는 명확한 성과를 거두었고, 수거된 물품은 아름다운 가게로 기부하였다.

‘절대티켓’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에서 착안한 네이밍이다.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매년 5월에 개최하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공식초청작 7개의 유료 공연을 티켓 한 장으로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시즌권 티켓이다. 다른 축제에도 패키지 티켓이 있지만 ‘절대티켓’은 실물 상품권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고, 이를 통해 선물할 수 있는 상품권 개념으로 홍보를 진행했다. (올해 세월호 참사로 인한 홍보 중단으로 실제 판매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 종류의 이색티켓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언론의 관심을 유발했고, ‘착한티켓’과 ‘절대티켓’은 축제 특별티켓으로 홍보하여 신나고 재미있는 축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2. 협력 전략: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략으로 문화시장의 파이를 키우다

두 번째 전략인 협력 전략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외연확장 마케팅’과 지역사회와 밀착하여 관계를 형성하는 ‘지역밀착형 홍보’ 두 가지로 진행했다. 지역 외부와 내부의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자 추진하였다. ‘협력이 세상을 진화 시킨다’는 거창한 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협력‘은 주어진 여건이나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용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지역문화기관들의 전국적 네트워킹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올 3월 의정부예술의전당은 공연예술축제에서는 최초로 시행되는 축제 간 공동홍보마케팅을 제안하게 되었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세 축제는 경기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연예술축제이고, 매년 5월 초에 개최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각기 표방하는 장르도 차별화되어 있고, 물리적 거리도 상당하기에 타깃이 중복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공동홍보를 추진하게 되었다. 성공적인 공동홍보마케팅 진행을 위해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합홍보 방안을 논의했으며 ‘경기도 대표 공연예술축제 3’라는 타이틀로 공동홍보 리플릿을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4월 12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 축제 관계자들이 모여 서울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동홍보활동과 거리극 공연을 펼쳤다. ‘햇살 좋은 오월,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축제로 놀러 오세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서울시민들의 방문을 적극 유도하며 관심을 끌었다.

▲ 희망티켓에 참여중인 관객들 모습



지역밀착형 홍보는 크게 두 가지로 관내 주요기관, 소규모 단체, 아파트 부녀회 등과 업무제휴를 맺은 홍보 활동과 음식점과 같은 업소에 공연 포스터를 게시할 수 있는 전용 홍보 게시대를 설치하여 공연의 노출도를 높이는 것으로 지역커뮤니티와 관계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MOU 체결기관은 아파트 부녀회를 비롯해 총 36개 지역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전용 포스터 게시대는 식당 등 총 35개 업소에 70개를 설치해 운영해 효과를 보고 있다.

관객개발에는 왕도가 없다

‘특화’와 ‘협력’이라는 그럴싸한 키워드로 홍보마케팅 전략을 풀어 봤지만 사실 이런 활동이 획기적으로 관객을 증가시키고, 수입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정도의 해법은 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2~3년과 비교해 보면 유료 관람객이 꽤 증가했고, 티켓판매 수입도 의미 있는 수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관객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문화예술 기관에서도 나름대로 각 지역과 영역에 맞는 홍보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관객개발에는 특별한 왕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게 최선의 홍보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아서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사례도 공연예술계의 수많은 마케팅 사례 중의 하나로써 작은 사례지만 공연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제공_(재)의정부예술의전당

관련자료
<2014 예술경영 컨퍼런스> 자료집

프로필사진_소홍삼 필자소개
소홍삼은 전북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공연행정학 석사,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있다.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으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행정감독을 겸하고 있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경기지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무대의 탄생 - 기획이 곧 예술이다」(미래의 창, 201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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