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예술방담을 찾은 참가자들 모습

▲ 사회를 맡은 황보유미([Weekly@예술경영] 책입편집, 왼쪽)와 송현민(음악평론가, 오른쪽)

지난 12월 5일, 문화예술공간 창선당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기획한 ‘2014 예술방담(藝術放談)’이 진행되었다. 콘텐츠 공급자와 수용자 간의 직접적인 소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의 첫 번째 섹션은 “공연계 담론의 나루터는 어디인가”라는 주제로 세 명의 편집장이 패널로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방담에 참여한 김일송 《씬플레이빌》 편집장,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 최윤우 웹진 《연극in》 편집장은 앞서 본지의 특집 좌담에서 ‘공연예술 매체의 역할과 기능’이라는 내용을 통해 전문매체 운영에 대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가 있다.

2014 예술방담에서는 이러한 매체 운영자가 독자들에게 직접 매체별 운영 취지를 소개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현재 공연계 담론 형성 매개로써 전문매체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는 활자 미디어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잡지가 안고 있는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또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 모색으로 연결된다.

▲ 2014 예술방담 참가자들에게 인사하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정재왈 대표

달라진 독자의 요구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

‘공연계 담론의 나루터는 어디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매체를 운영하는 이들 편집장의 현안은 달라진 독자의 요구와 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매체가 대응할지가 공통된 화두였다.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급증과 그 공급의 속도뿐만 아니라 독자와의 실시간 소통 채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체의 기능을 어떻게 온라인과 융합할지에 대한 고민이 앞섰다. 단순히 정보 제공 차원에서 잡지를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히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독자와 공연계 현장인과의 관계 설정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는다.





그간 공연계 현장의 담론 생성에 매체의 역할이 정보 제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공연예술이라는 장르의 특성이나 산업화의 정도를 감안한다면 다른 분야에 비해 트렌드나 이슈 제공이 용이하지 않은 특성이 있다. 그리고 시장구조 역시 취약하다 보니 고정 독자층이나 잠재 독자층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여기에 자본이나 상업성에 대한 압박이나 제약에 비교적 자유로운 기관 운영 형태의 매체도 있지만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담아내는 어려움은 마찬가지이다.



매체 운영의 다변화를 꾀하든 기사 콘텐츠를 개편하든 간에 매체 운영자는 공연계 담론 생성의 일정 역할을 부여받게 되며, 공연계 현장 종사자들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계 설정의 배경에는 개별 매체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파급력, 즉 이 콘텐츠를 수용하는 독자나 공연계 관계자들의 지지도에 의해 이 분야의 지형도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연계 담론의 나루터, 즉 공연계의 현장에서 주고받는 주요한 주제들을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나루터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의 방향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느냐로 시작해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방법론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정보 플랫폼과 그 다음

누구보다 매체 운영의 어려움이나 편집진의 입장에 대한 공감과 유대가 높았으리라 짐작되는 이 세 명의 운영자는 조만간 세 매체의 콘텐츠를 한곳에서 접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정보 플랫폼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가 지닌 개별 고유성은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매체들이 모여 발생할 수 있는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매체별 대상 독자들이 중복되기도 하고 독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플랫폼의 구축이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다양한 독자의 니즈에 대한 일종의 대안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잡지라는 인쇄 매체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말끔히 걷어낸다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대체가 불가능한 인쇄물의 물리적 특성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고 본다. 잡지를 비롯한 신문과 같은 고전적인 미디어가 단순히 정보 제공 차원에서 독자를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한 장, 한 장의 지면을 넘기며 이야기에 빠져드는 즐거움이 ‘인터넷으로 충분하다’는 대안으로 결코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세대의 기술문화라 할 수 있는 온라인 미디어의 특성―건너뛰기, 인터넷 검색, 내비게이션 등―을 매체 운영자는 고려해야겠지만 이것이 잡지의 방향성과 본질을 바꾸는 결정적인 배경은 아닐 것이다. 결국 경쟁력 있는 매체는 콘텐츠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어떻게 유통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한편, 공연계 전문매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세 매체의 연대는 향후 온라인 정보 공간에서 이용자들에게 정보 접근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정보에 대한 통찰과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이것은 매체가 제공할 기사 콘텐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이 신뢰하는 매체란 편집진의 명확한 철학과 태도에 공감한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매체가 바로 공연계 담론의 나루터일 것이다.

염혜원 필자소개
염혜원은 연극을 공부했고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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