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인해 공연계가 다소 침체한 가운데 오히려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과 예술가의 생존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던 한 해였다. 또한 예술이 삶과 지역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들은 담론을 넘어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천하는 예술가들이 목격되고 있다. 전통예술계에도 실천적 고민을 하는 차승민, ‘고래야’와 같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이 사회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돋보였고, 2015년 한해도 진지한 예술과 실천적 예술 사이를 고민하는 예술가와 그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방식의 예술생태계의 진화를 기대해 본다.

창작국악극의 약진 기대

2014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타루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 2014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타루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지난 몇 년간 많은 창작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행해 온 창작국악극이 2014년 초 시상식의 형태로 발전하고 하반기에는 페스티벌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창작국악극 작업에 헌신했던 ‘국악뮤지컬 집단 타루’나 ‘판소리 공장 바닥소리’가 수상을 하고 기존의 창작 작업이 재조명되고 인정받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국립, 민간의 많은 국악 관련 공연 단체들이 드라마타이즈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지한 작업을 했던 그룹들의 수상은 더욱 반가웠다. 창작국악극뿐 아니라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국립창극단의 <메디아>, <장화홍련>, <변강쇠 점찍고 옹녀> 등의 신작 창극과 국립국악원의 <님하 물을 건너지 마오> 등은 극에 기반한 전통음악의 대형 신작은 국악의 새로운 레퍼토리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작업들은 2015년에도 주목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악, 작가정신과 기획력을 더욱 길러라

국악의 해외진출은 1960년대부터 이루어져 왔지만 주로 국가 간 교류나 민간 외교의 차원에 머물러 왔다면, 지난 십년간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이루어진 국제 네트워크 기반의 해외진출은 공연예술계의 스펙트럼 확장과 해외진출과 유통에 관심 있는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기반을 제공해 주었으며 많은 성과를 이끌어 냈다. 특히 ‘토리 앙상블’, ‘블랙 스트링’, ‘노름마치’, ‘잠비나이’, ‘숨(su:m)’, ‘거문고 팩토리’, ‘정가악회’, ‘가민’ 등의 활발한 해외 활동은 젊은 한국음악에 대한 해외무대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더불어 한국 전통음악 전반에 대한 진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2014년 초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와 (재)월드뮤직센터가 주최한 뉴욕한국음악페스티벌, 프랑스 INEDIT와 라디오 프랑스의 한국전통음악의 명인들의 음반 출시, 국내외에서 펼쳐지는 전통-해외아티스트들의 콜라보레이션, 레지던시 등은 한국 전통음악의 해외진출이 이제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되고 있는 과정들이라 보여 진다. 이러한 가운데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은 이러한 경향을 국내에 소개하고 젊은 국악의 붐업을 구축하고 지속한다는 점에서 올 한 해도 이들 아티스트들의 해외 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더욱 많은 전통음악의 해외 유통을 기대해 본다.

해외 활동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희문, 안은미, 이태원, 장영규의 프로젝트 <오더 메이드 레퍼토리 잡>, 조종훈의 별신굿 프로젝트 <초망자>, 문화예술위원회의 아야프 차세대 예술가 등을 통한 신진예술가들의 약진, 월드뮤직 아티스트들과 국내 아티스트의 콜라보 작업 등의 활동이 꾸준히 벌어지면서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퓨전국악을 넘는 전통의 진화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진행 중이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전통예술가들의 작가정신과 기획력이 아닐까 싶다. 즉 전통을 서양음악, 대중음악의 틀 안에 맞추려는 시도대신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전통을 다른 전통과 만나게 하는 이런 작업들이 2015년에도 계속되어 진화된 동시대 국악의 무대들이 선보이기를 기대한다.

2014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블랙스트링(왼쪽)과 이희문(오른쪽)의 공연 모습

▲ 2014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블랙스트링(왼쪽)과 이희문(오른쪽)의 공연 모습

전통예술계 젊은 예술가들의 생존 활로 모색

예술분야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젊은 세대의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예술계의 생존 문제도 예술계의 진지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예술가 복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시작했고 수혜의 여러 기준들이 모호한 채 실질적으로 예술가의 생존은 국가와 사회, 예술가 모두가 함께 고민하여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기존의 예술강사풀제나 문화예술교육사 사업도 그 한계에 다다름으로서 예술가들의 생계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가들의 대안적 자생적 창작 생태계가 구축되고 혹은 문화융성을 기조로 한 지역문화와 생활문화로서 예술 확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전통예술계의 진지한 관심을 기대해 본다.

특히 국가가 내세우는 문화가치 확산으로서의 K-culture, 콘텐츠 산업, 관광산업 등의 활성화는 한편으로 전통예술계에는 하나의 생존활로나 모색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과거의 경험이 말해주듯 깊은 천착 없이는 산업화의 도구화로만 남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다양한 전통예술의 작업은 한옥, 고궁, 뮤지엄, 갤러리 등을 무대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내거나 지역민의 공동체나 축제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원천이 되기도 하는 지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정책에 일방적으로 기대거나 획일적 산업화의 도구로 남는 대신 사회와 예술계가 가진 모순과 가능성을 동시에 고민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전통예술계의 작업들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필자사진_김미지 필자소개
김희선은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전통음악을 공부하고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음악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 싱가포르 대학교 아시아 연구소에서 문화연구 분야에서 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음악의 정체성(민족, 젠더, 국가), 아시아 동시대 음악과 문화번역, 월드뮤직에 관한 논문을 국내외 전문저널 등에 출판하거나 연구 중에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국음악의 세계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한국음악의 내외연의 확장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 글로벌 한국학 전공 교수이며 (재)월드뮤직센터의 상임이사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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