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의 한류에 대한 관심, 비교적 안정적인 공공 지원 등으로 인해서 최근 우리 예술의 해외 진출을 비롯한 국제교류는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하고 있으며 질적으로도 한층 나아지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기존의 서양 일변도적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문화교류가 적었던 남미라든가 중동 지역에 대한 관심 증가, 특히 중국 및 아시아에 대한 많은 관심은 세계의 경제적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문화예술 본연의 속성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 국제교류의 도약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 교류증진을 독려해야 할 지원기관의 입장에서 잊지 말아야 할 국제교류 방향 몇 가지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예술가 및 활동가의 이동 증진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사업의 참가 지원을 통해 2013년 파리여름축제에서 공연한 노름마치

먼저 예술가나 활동가의 ‘이동(mobility)’을 위한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국제교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경비라고 할 수 있는 여비(항공료 등) 부문에 대한 지원은 비용 대비 성과가 높기 때문에 현재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민간국제예술교류지원’이나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의 ‘공연예술 전략적 해외진출지원(센터스테이지 코리아)’ 경우도 이런 이동 경비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이동’에 대한 지원도 다양해져 국가 간, 기관 간의 다자간 협력으로 공동기금을 조성한 후 ‘함께’ 지원하는 것이 또한 요즘의 추세이다. 재원 조성의 경제적 부담을 던다는 면에서 현재의 어두운 세계경제 상황을 반영한 측면도 있지만 공동기금을 통해 예술가와 기획자들의 국제교류 활동을 공동으로 개런티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부 국가에서는 개별 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제약으로 공동기금 조성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몇 년 전 한국-일본-싱가포르 간 공동으로 문화예술을 위한 ‘아시아모빌리티펀드’ 조성을 계획하였으나 우리의 공적재원은 한국인 참여자에게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재원의 성격 때문에 ‘함께 써야 하는’ 공동기금 조성에 실패한 바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서 출연하는 자금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는 공동기금의 모양새를 갖추는 방안, 즉 공동기금이라는 커다란 바구니 안에 다양한 색깔의 구슬(각국에서 출연한 자금)이 존재하고(구슬의 색깔 즉 각국에서 출연한 자금의 조건은 그대로 유지) 필요할 때 적절한 ‘색깔’에 맞는 자금을 꺼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모빌리티 플랫폼(Mobility Funding Platform)’이라는 형식인데 이렇게 하면 위의 실패 사례도 극복할 수 있다. 올해 이러한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형태의 공동기금이 만들어질 예정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SEAAA 모빌리티 플랫폼(Southern Europe/Asia/Arab geographical zone/Australia)’이다. 그동안 유럽과 중동 지역의 예술가들의 활동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로베르토 치메타 펀드(Roberto Cimeta Fund)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아시아-유럽 재단(Asia-Europe Foundation)이 후원하며 한국의 예경을 비롯한 남유럽, 중동, 아시아, 호주의 공공 및 민간기관들이 기금을 조성하여 이 지역을 오고가는 예술가나 활동가들의 ‘이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에서도 한중일 3국간, 또는 한-아세안(ASEAN-Korea) 간 공동기금 조성 등이 권역별 교류 의제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펀딩 플랫폼 형태는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권역별로 이런 작업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다양하고 다층적인 지원제도가 개발되고 마련될 필요가 있다.

교류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지원

▲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공연예술글로벌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2014년 ‘한국-호주 커넥션’, ‘한국-말레이시아 커넥션’ 한국 방문 리서치 현장

국제교류의 심도가 깊어지고 국제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려면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해야 하는데, 당연히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강한 필요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파트너십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즉 견고한 네트워크라든가 이를 위한 지원체계가 갖추어 져야한다. 국제교류에 있어서 단년도 또는 단발성 지원 뿐 아니라 다년간 또는 중장기 지원, 단계별 지원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지속성 유지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협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단계별 지원과 지속지원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예술위의 ‘국제교류중기기획프로젝트지원’이라던가 예경의 일명 커넥션사업(KAMS Connection)인 ‘공연예술글로벌역량강화사업’과 시각예술분야의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를 통해 리서치에서 프로젝트 진행까지 연결되는 다년간 지원으로 교류의 지속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앞으로 다년간 지원이 좀 더 확대되고 중복지원이라는 인식의 틀을 깬 오히려 단계별로 지원을 분담하는 지원기관 간 협업지원, 과정에 방점을 둔 지원 등 획기적인 지원책이 없는 한 교류 지속성은 담보되지 않을 것이다. 결과를 우선시 하는 사회 풍토지만 지난한 과정을 통해야만 우수한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치로 알고 있다. 특히 국제교류 프로젝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 사업의 일환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네덜란드 몬드리안재단에 제안하면서 추진된 ‘오리엔테이션 트립’ 현장.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스위스의 큐레이터들이 2014년 9월 한국의 ‘비엔날레 시즌’에 맞춰 국립, 사립, 대안공간, 레지던시 기관까지 다양한 시각예술 관련 기관을 돌아보았다.

지역 간 교류 활성화

국제교류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중앙뿐 아니라 지역 간 교류 증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지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해외 자매도시와의 교류라는 형태가 교류의 대종을 이루고 있고 이 역시 경제 분야에 집중한 편이었다. 문화예술분야는 여전히 행사성 교류로 만족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 그 지역의 색깔과 특성이 뚜렷하기 때문 적절한 파트너만 잘 찾으면 오히려 교류의 밀도와 성과가 높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산시의 경우 지리적 조건과 ‘조선통신사’라는 역사적 자산을 통해 일본 쓰시마, 시모노세키, 시즈오카 지역으로 점점 교류지역을 확장하고 있고, ‘왔다갔다 아트페스티벌’ 등 역시 지역특색을 살린 교류프로그램이 돋보인다. 또한 부산문화재단에서는 해마다 서울아트마켓(PAMS)에 참여하여 지역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또 적극적으로 해외 파트너 기관과의 협력관계를 만들어 지역의 예술가들의 리서치를 매년 지원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창작공간인 베타니안(Bethanian)에 레지던시 공간 확보 등 후속 성과도 거두고 있다. 이렇듯 지역에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국제교류에서도 수도권 이상의 독특한 교류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간 교류에 대한 적극적 증진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교류 증진의 핵심은 ‘권역별 전문가’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국제교류분야에서 문제점으로 여겨왔던 것이 국제교류 전문가 부족이었다. 그동안 서유럽과 북미권의 경우 왕성한 교류 경험을 토대로 그 지역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네트워크를 가진 전문가들이 제법 있지만 상대적으로 교류빈도가 적었던 남미권이라든가 동남아시아, 중동권의 전문가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상대 국가나 권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축적된 지식과 언어로 무장한 전문가가 부재하는 한 한정된 형태의 단선적 교류밖에는 진행할 수 없다.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전향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행 가이드북이나 여행기가 여행 자체를 대체할 수 없듯이 문화예술분야 국제교류도 현장성이 제일 중요하다. 강의실이나 온라인 수업으로 전수되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해외 인턴십이나 레지던시 같은 현장형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야 하는데 예경에서 2013년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국제문화교류 인력파견 사업이 그래서 중요한 이유이다. 1~2년 동안 해외 한국문화원에 경력직 예술 기획자를 파견하여 기획 작업과 현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을 함으로써 파견 지역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이 사업을 확대하여 한국문화원이 아닌 현지 유수의 국제교류기관에 파견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지기관의 교류활동을 파악하고 익힐 뿐 아니라 실질적 교류사업, 교류지원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이미 몇 개 기관은 환영의 뜻을 밝혔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상호 인력 교류 의사도 피력하였다.

2015~2016년 주목할 만한 국제교류 관련 사항

무엇보다도 금년도에 문화계와 국제교류 분야에서 가장 ‘핫’한 뉴스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과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개막일 것이다. 앞의 것은 국내 광주에서 뒤의 것은 프랑스 파리에서 각기 9월을 기점으로 벌어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개관을 통해 ‘열린 세계를 향한 아시아문화의 창’이라는 비전에 걸 맞는 다양한 국제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인데, 예술극장 개관 축제에서는 로버트 윌슨의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리메이크한 작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동시대 아시아 작품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유럽공연축제연합(EFA, European Festival Association)의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를 광주에 유치하여 개최하는 것을 비롯하여 굵직한 국제 컨퍼런스와 포럼들이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국제교류, 특히 아시아에 관심 있는 활동가의 필참이 요망된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는 주재연 난장컬처스 대표의 글 참조!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지만 2014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는데, 격년으로 개최되는 국제문화정책학회(ICCPR,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ultural Policy Research)의 2016년 차기 컨퍼런스를 서울에 유치하였다는 사실이다. 작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CCPR 2014” 컨퍼런스에서 있었던 차기 개최지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숙명여자대학교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가하였고, 강력한 라이벌인 유럽문화수도 중 하나였던 영국의 리버풀을 물리치고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 컨퍼런스에 많은 문화정책분야의 석학들과 정책결정자들의 참여가 예측되며 향후 문화정책의제 발굴 등 성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2016년 7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정부차원에서 “국제문화교류 중장기 계획”이 올해 중순 경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연구용역을 시작하여 올해 중반까지 지속될 예정인데, 이는 2004년 같은 연구가 있은 이후 10년 만에 국제문화교류지원에 대한 종합적 계획이 세워지는 것으로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크게 기대해 볼 만한 것 같다.
요즘 뮤지컬과 넌버벌 퍼포먼스의 일본, 중국 등지에서의 빈번한 해외진출에 비하면 규모면에서 큰 주목을 못 받을지 모르지만 2015년은 연극 분야 해외진출의 신기원이 될 만한 해이다. 한국의 희곡 작품이 서양 연극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정식으로 무대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 여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 후 2016년 런던의 메이저 극장 공연이 계획되어 있는데, 아직 제작사 쪽에서 공식 발표가 없어서 작품과 현지 극장을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의 희곡이 어떻게 해석되고 또 관객에게 수용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언어적, 비용적 제약 등으로 인해 연극분야의 해외 진출이 타 장르에 비해서 활발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보면 우리 작품의 해외진출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_김석홍 필자소개
김석홍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