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대표하는 명소로 지금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은 브루클린에 위치한 ‘덤보’ 이다. 덤보(DUMBO,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는 맨하튼 바로 아래에 있다. 맨하튼 전경을 바라볼 수 있으며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더 유명해졌는데 실은, 이곳은 예술가 커뮤니티로 더 유명한 곳이다. 숨겨진 보석과도 같다가 모든 사람이 알아버린 이 지역은 맨하튼 소호에서 가파르게 상승하는 렌트를 감당하지 못하는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예술커뮤니티로 덤보아츠페스티벌(DUMBO Arts Festival)이 이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었다.

덤보아츠페스티벌(DUMBO Arts Festival)?

공장터와 창고지역이었던 덤보에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던 시절, 당시에 거주하던 두 명의 예술가, 조이 글리덴(Joy Glidden)과 타이슨 도허티(Tyson Daugherty)는 지역의 보존, 창작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다리 밑 예술축제(Art Under the Bridge Festival, 이하 AUBF)”을 3일에 걸쳐 1997년부터 개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0년부터 ‘덤보아츠페스티벌’로 명명되어 2014년까지 브루클린 다리와 맨하튼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삼아 다양한 인스톨레이션(Installation, 설치미술), 라이브 음악, 무용공연, 벽화, 디지털 아트 작품 등이 선보였다. 현지의 100여개의 스튜디오와 50개의 갤러리가 모두 오픈되며, 세계 곳곳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만날 수 있어, 9월에 놓쳐서는 안되는 명소 중 명소로 뽑혔다.

축제 1회 방문객은 8,000명, 2014년, 제18회 덤보아츠페스티벌 공식 방문객은 220,000명이다. 하지만 이번 1월말 페스티벌 측에서는 더 이상 축제는 개최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발표했고 이에 현지 갤러리 소유주들은 아쉬워했고 브루클린 시장 에릭 아담스(Eric Adams)는 이 매력적인 페스티벌을 잃고 싶지 않다며 폐지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를 하기도 했다.

1997년 덤보 지역의 거주자가 시작한 3일 동안 개최되는 AUBF는 최초 800명의 방문객에서 220,000명의 방문객으로 275배의 성장을 보였음에도, 축제를 폐지한다니 그 배경과 향후의 행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니엘 템킨(Daniel Temkin)과 로니 몰츠(Rony Maltz)의 <Borges: The Complete Works>앰버 래(Amber Rae)의 <The World We Want>

▲ 다니엘 템킨(Daniel Temkin)과 로니 몰츠(Rony Maltz)의〈Borges: The Complete Works〉(왼쪽)와 앰버 래(Amber Rae)의〈The World We Want〉(오른쪽)를 감상하고 참여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사진제공: 필자, 클릭시 사진 확대)

왜 마침표일까?

축제 측에서 설명하기를, 축제가 너무 커서 기업화 되었고, 상업화되었기 때문이란다. 향후, 축제가 상업화를 외면하고서는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과부화 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고, 이것은 축제 본래 목적과도 멀어져 가는 것이기에 축제 폐지를 가슴 아프게 결정했다고 한다.

상업화의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에게는 놀라운 스폰서들이 있다. ‘에이티앤티(AT&T)’, ‘티토스 보드카(Tito’s Vodka)‘ 등은 예술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지만서도 이에 상응하는 상업화도 함께 시작되었다. 후원사들은 우리가 축제 만들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기에, 우리의 성공은 후원사들 덕분이다. 그리나, 우리가 성장할수록 상업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스폰서들이 우리를 찾게 했다”고 예술감독 리사 킴(Lisa Kim)은 설명했다. 2014년, 곳곳에 상업화되고 밀려드는 인파를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지역의 협소성 등을 재고 자명하게 축제가 멈춰야하는 지점이라는 판단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9년에 축제 창립자 조이 글리덴은 엄격한 도시 규제와 수년에 걸쳐 축제 비용 증가로 축제에 마침표를 찍으려 했으나, 지역의 부동산 개발 전문 기업 ‘투 트리스(Two Trees)’가 페스티벌 기구인 덤보아츠센터를 인수, 후원하는 형식을 갖으며 축제는 기존의 AUBF에서 덤보아츠페스티벌로 새롭게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덤보아츠페스티벌도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다.

1년에 단 한 번 거대한 축제 개최 대신, 연중으로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형태를 지향한다고 리사 킴은 프로그램 방향에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벤트 소규모화, 오픈 스튜디오, 벽화 페인팅 조각설치 등을 통해 예술 커뮤니티를 연중으로 지원하는 형식을 갖는 것이다.

메간 말레트(Megan Marlatt)외 5인의 <The Big Head Brigade Marches on DUMBO>앰버 래(Amber Rae)의 <The World We Want>

▲ 메간 말레트(Megan Marlatt)외 5인의〈The Big Head Brigade Marches on DUMBO〉와(왼쪽) 사브리나 바리오스(Sabrina Barrios)의〈Degrees of Freedom〉(오른쪽) (클릭시 사진 확대)

축제가 아닌 연중 예술과 함께

한편, 리사 킴은 예술가들에게 임대료 보조금 및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일년 내내 덤보에 양질의 장기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형태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 전환)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한편, 투 트리스와 왈렌타스 가족 재단(the Walentas Family Foundation, 투 트리스의 대표 재단)은 예술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래밍과 연중 후원 계획을 아래와 같이 알려줬다.

그 첫 번째가, ‘덤보갤러리(DUMBO Galleries)’이다. 덤보에서는 갤러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이번 봄부터는 세계 각지로부터 떠오르고 있는 신예에서부터 중견작가들의 맵씨 있고 좋은 감흥을 주는 작품들이 갤러리가 아닌 거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덤보갤러리 사업을 진행한다. ‘첫 번째 목요일 예술 산책(First Thursday Art Walk)’은 기존에도 개최해 오던 프로그램이기도 한데,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 덤보 지역 갤러리들이 방문객들을 환영하기 위해 늦게까지 무료로 오픈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음으로, 예술가에게 문화공간장려금을 지원하는 ‘샤프-왈렌타스 스튜디오 프로그램(Sharpe-Walentas Studio Program)‘이 있다. 왈렌타스 가족 재단은 최근에 뉴욕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가 스튜디오 프로그램, 마리 왈쉬 샤프 예술 재단 공간 지원 프로그램(The Marie Walsh Sharpe Art Foundation Space Program)의 지원과 운영을 인수하여 샤프-왈렌타스 스튜디오 프로그램으로 명명했다. 설립이후 이 프로그램은 미국을 대표하는 브래드 칼해머(Brad Kahlhamer, 미술), 사라 제 (Sarah Sze, 설치미술 작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즈(Teresita Fernandez) 등 350명 이상의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스튜디오를 제공했다.

한편, 2014년, 투 트리스는 문화공간장려금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예술가와 예술교육 프로그램, 지역공동체에 집중된 그룹 등에 부동산 시가에 현저하게 낮은 비율로 50,000스퀘어피트(약 4,645㎡)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덤보 지역에 있는 상업공간의 약 10%를 시장가격 비율보다 낮게 제공하겠다고 공식화 했다. 그리고 ‘공공 미술작품 제작 의뢰’ 사업이 있다. 투 트리스는 덤보지역을 통해 수많은 공공예술작품을 제작 의뢰해 왔는데, 향후에도 최고의 현대 미술가들에게 활기차고 매력적인 작품을 제작 의뢰하여, 덤보를 생동감 있게 할 것이라 했다. 끝으로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브루클린의 일부) 지원’이 있는데, 그 출발로, 흑인 예술가 카라 워커(Kara Walker)의 획기적인 설탕 조각상〈서를티(Subtlety)〉전시회를 뉴욕의 건축물의 상징이었던 도미노 설탕 공장에서 주최하는 등 윌리엄스버그 지역에도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미술 쪽의 전폭적인 지원이라 할 수 있겠다.

톰 프루인과 코어엑트(Tom Fruin and CoreAct)의 <Reflection / Kolonihavehus>토마스 스티븐슨(Thomas Stevenson)의 <DiscoTransformer>

▲ 톰 프루인과 코어엑트(Tom Fruin and CoreAct)의〈Reflection / Kolonihavehus〉(왼쪽)과 토마스 스티븐슨(Thomas Stevenson)의〈DiscoTransformer〉(오른쪽) (클릭시 사진 확대)

마치며

축제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 주었지만, 결국 축제에 대한 미션과 멀어지는 결과가 산출됨으로 덤보아츠페스티벌은 멈췄다. 하지만 덤보를 예술의 명소로 만들겠다는 그리고 예술가, 예술 그리고 지역을 생각해 만들어낸 페스티벌의 미션은 퇴색되지 않도록 한다는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1회 거대한 단발성의 행사보다 실질적으로 예술가들을 위한 직접지원과 일반인들이 항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하니, 우리는 더더욱 덤보를 주시하게 될 것이다. 페스티벌 나름대로 의미도 있겠지만, 예술지원 시스템으로 더욱 예술가들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_서정민 필자소개
서정민은 트레스아츠 매니지먼트(TresArts Management) 프로듀서이자 3개의 무용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WHITE WAVE RISING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2014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최되는 세계무용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으며, 뉴욕을 오기 전까지 한국여성국극협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IPAP(국제즉흥춤축제)에서 일했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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