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이 문화 환경 변화에 따른 국악 진흥 및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제1회 국악포럼이 지난 2월 26일 오후 2시 국립국악원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올해 총 10차례에 걸쳐 관련 분야 전문가의 현안 발표와 토론을 중심으로 국악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악포럼의 첫 주제는 ‘국악 음반 산업의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전략’이었다. 악당이반의 김영일 대표와 다음카카오의 김홍기 음악팀장이 발제자로 나서 다섯 명의 패널과 함께 국악 음반 현황과 대중음악의 유통 구조 등을 두고 토론을 펼친 현장을 전한다.

국악 음반=산업, 맞습니까?

“정말 솔직한 이야기를 원하십니까?”

첫 발제자로 나선 김영일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뻔한 말씀’보다 ‘실제적인 이야기’를 해달라는 참석자들의 요청에 그는 “국악 음반은 산업인 적이 없었다.”라는 말로 나른했던 한낮의 공기를 천천히 조이기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 내에 국악 음반 지원사업도 제외된 현실에 지난 10년간 국악 음반의 평균 제작 수는 연간 150~200여 장 국악 음반만 제작하는 악당이반의 경우 연간 10장가량의 음반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출반된 국악 음반의 대부분은 연주자의 명함을 대체하는 기능으로 사용된다는 것. 연주자로선 해외 마켓에 진출하고 인정받기 위해 음반을 제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거니와 개체 수 면에서 산업화라 말할 정도도 되지 않다 보니 개인에 따라 음반 제작 이후 상당수 은행 빚을 진다는 이야기는 국악 음반이 음악을 전달하는 ‘미디어’로 활용 및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음반 제작에 공을 들이더라도, 그 이후 유통을 비롯한 확산과 활용에는 소홀한 것이 현실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등장했다.

김영일 대표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음악을 필요로 하는 주변 문화 산업과 손잡는 방안으로 한 해에 최소 2~3편 정도는 우리의 소재를 갖고 제작되는 영화의 O.S.T나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한 게임의 속 사운드 소스로서 국악기 연주를 활용하는 예를 제시했다. 여기에 국악 음원 유통 플랫폼 개발의 필요성뿐 아니라 대중에게 익숙한 MP3와 더불어 최고 음질 음원 포맷인 DSD(Direct Stream Digital)의 공급과 활용, 완성도 높은 품질로 제작하기 위한 국악 녹음 매뉴얼 개발,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에 대한 기록 및 아카이브화도 함께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 발제를 맡은 김영일 악당이반 대표(왼쪽)와 김홍기 다음카카오 뮤직파트 팀장(오른쪽)

대중음악 업계도 난감한 오늘, 그럼 국악은?

“지금 대중음악 업계도 난감시대입니다.”

‘국악 음반 산업’에 관한 포럼에 악당이반 김영일 대표를 더하는 것은 자연스런 공식이지만, 다음카카오의 김홍기 팀장의 발제(?)는 낯설어서 귀 기울이게 되는, 흥미로운 변주와도 같았다. 그는 대중음악 업계 흐름 속 키워드를 중심으로 현황 공유와 함께 국악 업계에서 차용할만한 콘텐츠를 함께 제안했다.

발제는 모바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방안에서 TV를 시청하면서도 끊임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풍경은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대중 주목도가 이미 모바일에 쏠려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김홍기 팀장은 아티스트 매니저들도 이제는 방송이나 라디오 PD보다 온라인 매체를 찾아다니며 더 많은 홍보를 하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기존의 온라인 음원 사이트는 포화상태를 넘어 일부 사업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고, 대중음악도 발매 당일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다음날이면 내려오는 ‘일일 천하’가 빈번한 현실이다. 반면 네이버 뮤직을 중심으로 ‘누군가 골라준’ 플레이 리스트는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스타들이 고른 음악뿐 아니라, 수많은 정보로 번번이 고민과 선택의 기로에 서는 ‘햄릿 증후군’들을 위한 ‘By ○○○○’ 코너는 클래식 음악이든 재즈든, 각각의 음악을 특정 테마로 엮어 소비를 촉진시키는 중이다.

디지털 음원시대에 적응하는 대중음악의 흐름에선 앨범 형태보다 ‘월간 윤종신’과 같은 싱글 시리즈가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서태지+아이유, 아이유+김창완 등 기획 형태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사례들도 소개됐다. 음반 레이블 ECM 전시회나 온라인 음원 사이트 멜론의 셰프 강레오의 뮤직×키친처럼 각기 다른 영역들의 혼합도 활발하다. 여기에 새 앨범을 발매한 가수와 대중이 함께 음악을 감상하고 해설하는 형식의 무대 밖 공연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현장은 단순히 ‘음악’ 그 자체만으론 시장성을 획득하기 힘든 대중음악 업계의 오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첫 발제자인 김영일 대표와 김홍기 팀장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흐름 중 하나는 ‘소유하지 않고 소비하는 음악’의 시대로 불리는 요즘 조용히 늘고 있는 컬렉터, LP 소비층에 관한 부분이었다. 더불어 아이리버의 24비트(bit) 다운로드 서비스인 그루버스를 중심으로 1곡당 평균 2000원 안팎인 고음질 음원 시장 또한 확대 중인 현황이 소개됐다.

네이버뮤직멜론

▲ 네이버 뮤직(왼쪽)은 다양한 방식의 ‘추천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멜론(오른쪽)이 서비스했던 ‘강레오의 뮤직×키친’은 아티스트들이 본인의 음악에 맞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음식’을 선보인다는 설정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뮤직, 멜론 홈페이지. 클릭시 사진 확대)

국악의 활성화, 국악화의 대중화를 논하다

이날 포럼의 주제는 ‘국악 음반 산업의 환경변화 및 대응전략’이었다. 하지만 1부 주제 발표 이후, 2부 자유 토론에 다다르자 현재 국악 음반이 산업 메커니즘에 걸맞게 존재하느냐는 문제의식이 불거지면서 토론의 방향은 ‘국악의 활성화’, ‘국악의 대중화’로 그 흐름을 옮겨갔다. 음반이냐 음원이냐 플랫폼의 차이를 논하는 데 앞서, 현재 국악과 대중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대한 고민과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참석자의 이야기 속에 녹아 있었다.

2부 자유 토론에선 두 명의 발제자와 함께 정창관(고음악연구회 부회장), 김경진(아이리버 그루버스 이사), 홍동기(다다미디어 대표), 박승원(전 로엔엔터테인먼트 국악사업부장), 김대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콘텐츠사업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각 패널들이 언급한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게재한다.

김경진_아이리버 그루버스 이사
최근, 국악계를 대표하는 국민 히트곡이 없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떠올려 보면 모 방송사 로고송 외에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젊은 세대가 관심 갖거나 ‘쿨’하다고 느낄만한 콘텐츠가 나와야 대중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남미 전통 음악이나 유럽 음악 등은 다양하게 소비될 뿐 아니라 대중음악에 견고하게 침투한 상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에 자연스레 녹아든 잉카 음악이나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을 통해 쿠바 음악이 소개된 것을 보라. 음악이 지난 요소와 더불어 다른 요소가 더해져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승원_전 로엔엔터테인먼트 국악사업 부장
현재 우리나라의 퓨전 국악연주단체는 200개 이상으로 범람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이들의 콘텐츠 대부분은 생산자, 공급자 중심에 맞춰져 있다. 국악계가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를 느낀다. 이 자리에선 국악의 고급화보단 보급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국악기로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인식 또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전체 음악저작권료의 97%를 차지하는 대중음악을 국악계가 외면할 이유는 없다. 장사익, 송소희가 국악적인 시김새를 통해 환영받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대중화를 위한 국악’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홍동기_다다미디어 대표, 국악실내악단 ‘슬기둥’ 창단 멤버
국악 음원 유통 방법이 반드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할까. 국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고음질 국악 음원을 들려주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 소수의 대상을 선정해 타깃으로 삼는 고급화 전략이 필요하다. 유통에 있어서도 스트리밍이나 음원 압축 등으로 품질을 저하시키지 않고, 음원 복제를 방지하는 기술적 장치가 제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악이 음반만으론 산업이 어렵다지만, 문화로선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모색 역시 필요하다.

김대진_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콘텐츠사업팀장
국악 음반은 생산, 유통, 소비의 순환구조 가운데 유통과 소비 부분이 취약하다. 연간 평균 150장의 국악 음반이 생산되는 상황에서, 장당 음반 제작 비용이 평균 2,000만 원가량 소요된다고 볼 때, 최대 3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저작권료 등을 통한 음반 수익금 1억 원을 빼더라도 매년 29억 원 적자인 상황이다. 디자인이나 리코딩 등의 영역에서 제작 비용을 낮춰서라도 운용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멜로디뿐 아니라 좋은 편곡, 연주, 녹음에 좋은 미디어까지 있어야 좋은 음반이 나올 수 있다. 여기서 국악은 편곡에 취약한 편이다. 가요, 영화 분야에서 국악을 잘 안 쓰려는 이유는 편곡이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편곡 부분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으면 좋겠다.

정창관_고음반연구회 부회장
국악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7~8년간 미의회도서관, 영국도서관, 인디애나 전통자료관 등에 국악 음반을 보내왔다. 일부 기간엔 국가 지원을 통해 보냈지만, 이러한 시도는 지속적으로 국가가 신경 쓰고 배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함께 국악 연주자가 쉽게 음반을 낼 수 있는 중재 역할을 국립국악원이 해줬으면 한다. 제작과 유통, 활용 등에 필요한 교육도 함께 따라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첨단 매체를 통해 국악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는 역할 또한 필요하다.

김홍기_다음카카오 뮤직파트 팀장
최근 젊은 세대들의 주요 관심 매체 중 하나인 피키캐스트(Pikicast)를 보면 모바일에서 소비하기 좋은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최근 ‘김덕수+구준엽’의 연주가 소개돼 새롭게 관심을 얻었다. 이 외에 전통예술고등학교의 특별한 졸업식 풍경이 게재되어 호응을 얻고, 한복을 입고 유럽 여행을 다닌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매체를 활용해 국악이 ‘쿨’할 수 있다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 일례로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간단한 국악기 연주를 가르쳐주는 등 캐주얼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국악이 소개되면 어떨까.

김영일_악당이반 대표
국악의 고음질 음원 포맷인 DSD 파일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국립국악원일 것이다. 약 5,000곡가량의 음원을 보유한 것으로 아는데, 이런 고음질 콘텐츠를 제대로 알리고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해외 시장에서 음반 활성화를 위해 국제음반저작권 등록번호인 ISRC를 취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서의 경우, 국립중앙도서관에서 ISBN으로 관장하고 있으나, 음반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일부 음반제작사들은 해외에서 코드를 부여받아 음반을 내놓는데,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국제 기준에 따른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 음반의 세계화도 가능하다.

토론 말미, 용호성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은 “개인적으로 유튜브에서 국악 관련 콘텐츠를 찾으려고 해도 게시된 콘텐츠 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라면서 “일반 관객이 국악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 전에 가능한 선행 경험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책 차원에서 국악 음원을 포함한 진흥 기능도 필요하지만, 지원금이 자생적 생태계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부분으로 인해 이를 대체할 방안이 검토되어야 함을 언급했다. 음반의 유통방식도 관해서는 “단품으로 구매해 듣는 형태는 길어야 7~8년 정도로, 이후 스트리밍 방식으로 바뀔 것을 예측할 때 국악이 어떻게 대응할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국립국악원의 방안을 가지고 다시 논의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모습을 수개월 이내에 발표해 검증을 위한 토론 자리를 마련할 것임을 전했다.

국악계 이슈를 공론화하는 동시에 국악을 향유하지 않는 비향유층이 바라보는 국악, 주변 산업 분야에서 바라보는 국악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현실성 있는 국악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국립국악원의 2015 국악포럼은 올해 11월까지 총 10차례의 자리가 마련된다.

제2회 국악포럼은 ‘오늘의 대중음악 그리고 국악’이라는 주제로 3월 27일(금) 오후 2시 국립국악원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차우진(대중음악평론가), 임희윤(동아일보 기자)이 주제 발표를 맡고, 남궁연(음악인), 최고은(음악인), 고민구(tvN PD), 윤혜영(아리랑TV 부장),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가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

사진제공_국립국악원

김선영 필자소개
김선영은 건국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과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월간《객석》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무대와 공연 뒤에 얽힌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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