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주룽문화지구 모습

시주룽문화지구 관리국(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Authority, WKCDA)은 2008년 홍콩의 대규모 문화예술 중심지 형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WKCDA는 빅토리아 하버(Victoria Harbour)의 북쪽, 40헥타르 규모의 개간지를 지정하고 예술, 교육, 대중을 위한 공간이 어우러진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지구로 발돋움할 준비에 착수했다. 전체 문화지구 40헥타르 중 40퍼센트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채워질 예정이며 여기에는 다양한 규모의 극장과 야외 공연장, 비주얼아트 뮤지엄이 포함된다. 그리고 나머지 23헥타르는 2킬로미터에 달하는 항구 앞 산책로를 포함하여 누구나 자유로이 즐길 수 있는 시민 공간으로 지정된다. WKCDA는 현지 예술가들이 상호 교류 및 개발, 협업할 수 있는 활발한 문화 공간의 창조를 목적으로 한다.

시주룽문화지구, 홍콩의 새로운 문화예술 중심지로

2013년 1월, 시주룽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西九文化區)의 총책임자는 건축설계회사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Partner)가 제안한 ‘도시공원’을 콘셉트로 하는 문화지구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문화지구는 앞으로 10년에 걸친 시공 기간을 갖고 2017년부터 차이니스 오페라 센터(Xiqu Centre for Chinese Opera), 비주얼아트 뮤지엄인 엠 플러스(M+), 블랙박스 극장인 프리스페이스(Freespace)와 같은 1차 시설들을 연달아 대중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그 밖에 오페라 극장, 현대 공연예술센터, 상주 단체 시설을 포함하는 2차 시설들은 2020년에 완공 예정이다. 장기간에 걸친 프로젝트이기에 완공 단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주룽 뱀부 극장 축제(West Kowloon Bamboo Theatre Festival), 다문화 야외행사, 프리스페이스 축제 (Freespace Fest) 등의 광범위한 문화 행사가 2012년부터 시주룽문화지구 공연예술부 주관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행사들은 매년 진행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서 홍보나 브랜드화를 위한 것이 아닌, 현지 아티스트들 간 협업의 장을 마련하고 관객들과의 관계 구축을 돕는 것에 목적이 있다. 행사 후 다양한 경로로 수집된 피드백과 비판은 공연장 설계 작업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이런 방식의 소통과 토론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을 건설하고 아티스트와 대중 모두에게 기여하는 공동체 형성에 필요한 소중한 자원이다.

시주룽 뱀부 극장2014 프리스페이스 축제

▲ 시주룽 뱀부 극장(왼쪽)과 2014 프리스페이스 축제(오른쪽) 모습(클릭시 사진 확대)

시작 단계부터, 우리는 아티스트, 프로듀서, 주최자가 한데 모여 개발과 관련한 주기적인 토론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대중의 참여 없이는 전체 그림을 완성할 수 없다. 건강한 문화 생태란 아티스트, 주최자, 그리고 대중을 포함한다. 프리스페이스 야외 축제에서는 항상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축제에서 관객들은 극장 안에서 조용히 공연을 관람하기만 하는 수동적 소비자 이상이 되어야 한다. 관객들은 문화 생태에 참여하여 직접 예술 창조에 기여함으로써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창작 과정에서 관객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변화할 때, 예술의 지속 가능성과 공간 개발이 보장되고 공연장의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침술’, 공동체를 위한 예술 프로젝트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2014년 공연예술부의 예술개발팀은 아티스트와 대중의 협력을 얻어 공동체 설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참가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는 창작활동을 강조한다. 뉴 워크 포럼 시리즈(New Works Forum Series)는 새로운 현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작년부터 시주룽문화지구 1차 시설 중 하나인 시민개방공간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두 개의 프로그램은 현지 예술 전문가들, 극작가와 무용가, 극장 실무자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사회적 침술(Social Acupuncture)이라는 제목으로 공동체 내에서, 공동체를 위한 예술 프로젝트를 개발해보고자 했던 최초의 시도였다. 이 프로그램은 공동체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다룬다.

사회적 침술 프로그램에서는 캐나다 아티스트 그룹, 마말리안 다이빙 리플렉스(Mammalian Diving Reflex)의 예술감독 대런 오도넬(Darren O’Donnell)이 5일 동안의 집중 워크숍을 함께했다. 그는 연극, 무용, 비주얼아트와 미디어아트 분야의 현지 아티스트들과 함께 홍콩의 소규모 커뮤니티인 타이핑샨(Tai Ping Shan) 지역을 탐방했다. 지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줄 현지의 관련 단체가 초청되었고 참가한 아티스트들은 사회참여형 지역 예술을 고안하기 위해 주민들과 지역 사업체의 협력을 얻었다. 프로그램 첫 번째 단계에서 참가자들은 지역이 지닌 과제와 요구를 이해하기 위해 단기간 현지에 거주했다. 마지막 날, 워크숍 공간에서는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대런과 참가자들은 지역밀착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것과 감명받은 점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또한, 공통의 이슈로 관심을 모으고 주민들을 동참시켜 지역사회 연계를 강화하는 방법에 관해 토론했다.

프로그램의 두 번째 단계로서, 참가자들은 타이핑샨 지역 개발에 관해 대런과 논의를 이어가며 다가오는 4월, 프로젝트 실행 가능성을 두고 지역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일회성 쇼케이스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주민을 위해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정규 활동을 개발하는 일이다.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이 일구어낸 성공은 올해 시주룽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밀착형 프로그램 개발을 앞당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개발 과정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공동체와 협업하는 일이 결혼과 유사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시간 엄수, 지속적인 소통,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또한, 우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조사팀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제작과 병행하며 각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조사, 분석하여 수집한 정보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보다 나은 방법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머지않아 극장 시설이 완비되어, 다양한 지역 사회와 끈끈한 유대 관계가 성립되기를 바란다. 아티스트와 지역 주민들이 합심하여 탄생시킨 결과물은 지역밀착형 프로젝트의 새로운 언어를 형성하고, 발전을 거듭하여 프리스페이스 블랙박스 극장(Freespace black box theatre)에서 공개될 것이다.

▲ 사회적 침술 프로젝트 모습

문화지구, 모두를 위한 공동체로

우리는 또한 문화지구 내에 홍콩 각 분야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축하고, 기술 및 예술 방면의 지원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더 다양한 관객층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자 힘쓰고 있다. 문화지구 안에 있는 많은 커뮤니티를 통합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우리는 ‘문화 주방(Cultural Kitchen)’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문화 주방’은 사람들이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 색다른 방식의 ‘요리’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인에게 열려 있다. 우리는 이 ‘문화 주방’을 통해 시주룽문화지구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사업이 그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공동체를 구축하고, 홍콩의 다른 여러 지역과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시주룽문화지구가 대중에게 정보 접근을 쉽게 하고, 그들의 창조적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열린 플랫폼으로 기능하기를 바란다.

문화지구는 모두의 소유이고 따라서 모든 이가 발전의 주체이다.

사진출처_시주룽문화지구 관리국 홈페이지

필자사진 필자소개
리 씨우 이, 보보(Lee Siu Uee, Bobo)는 홍콩 출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이다. 2013년 시주룽문화지구에 합류하기 전에는 홍콩 아트센터 (Hong Kong Arts Centre), 주니 아이코사헤드런(Juni Icosahedron), 홍콩 성시대학(City University of Hong Kong) 안에 위치한 런런쇼크리에이티브 미디어센터(School of Creative Media)를 포함, 여러 유수 문화예술 기관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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