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IAMA 콘퍼런스가 개최되기 하루 전날. 한국은 완연한 봄날이었지만 아직 한겨울인 핀란드의 헬싱키 공항에 발을 디뎠다. 곧장 호텔로 향해 로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그러나 이미 호텔 로비에 위치한 바에는 수십 명의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네트워킹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저들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어떤 해답을 얻기 위해 온 걸까? 작은 규모지만 클래식 기획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는 이번 콘퍼런스의 참가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국내에서 다른 기획사들이 다루지 않는 그 무언가를 찾고자 연구하고 시도하였으나 항상 알 수 없는 커다란 벽에 부딪히는 듯했던 차에 혹시 해외에서 새로운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이 자리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기 전 주변에서는 IAMA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도 찾을 수 없었고 온라인을 통한 수많은 검색의 결과로 이 콘퍼런스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대략적인 짐작 정도만 겨우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협회 가입과 동시에 콘퍼런스 참석을 결정하고 현장에서 3박 4일간 많은 이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 메인 행사장 Finlandia Hall(사진출처: Collective X)

IA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현재 IAMA에는 300여 개의 클래식 관련 단체들이 가입되어 있다. 단체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IAMA의 기획사 회원들(대부분 유럽)은 자신들의 소속 아티스트 혹은 연주 단체의 아시아 투어(주로 일본, 중국, 홍콩, 대만)를 기획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해외 연주 단체의 한국 투어 같은 경우 대부분 규모가 있는 해외 기획사와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며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혹은 월드클래스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이들이 협업하는 주요 프로젝트 형태이다.

그러나 해외 작은 규모의 연주자들 혹은 단체들(듀오, 트리오, 챔버오케스트라 등)은 국내의 대형 기획사들로부터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필자와 미팅을 가졌던 일본의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일본의 기획사들은 작은 규모의 연주 단체나 개인들의 투어를 다수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연주 또한 유치하려 노력해왔으나 국내 대형 기획사들은 이러한 작은 규모의 연주 단체나 개인의 투어에는 굉장히 소극적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국내의 중·소규모 기획사들이 맡아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지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는 IAMA의 85%에 속하는 해외의 다른 소규모 기획사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IAMA 콘퍼런스의 주제와 결과 또한 대형 기획사들에 외면받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중·소규모 기획사들의 효율적 협업을 통해 실현해내는 것이 그들의 지속적 비즈니스 모델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제시되었다.

▲ 행사 블로그 담당 Collective X(사진출처: Collective X)

국내 기획사가 IAMA에 가입을 하고, 콘퍼런스와 미팅을 통해 해외 기획사와의 네트워킹이 형성될 경우, 같은 협회에 속해 있다는 것에 동질감이 부여되어 업무에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협회에 가입이 되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업계 내 신용이 보증된 회사로서의 증명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신규 회원 가입 시 어느 정도의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게만 타 회원사의 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콘퍼런스 분위기

콘퍼런스의 스케줄에는 현재 클래식 시장의 이슈와 현안에 대한 토론회와 콘서트 등이 일정에 포함되었고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콘퍼런스 기간 내내 오픈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토론회나 콘서트보다는 비즈니스 미팅에 더욱 중점을 두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본 행사는 콘퍼런스보다 아트마켓의 성격이 더 짙은 듯하다. 참가자들의 수는 대략 400여 명에 가까웠으나 같은 건물의 다른 공간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평균 100여 명 정도만 참석하였고 나머지는 비즈니스에 집중하였다.

▲ 시계방향으로 IAMA 미팅세션, Uusinta Ensemble의 공연, 미팅세션, Ice-Breaker 세션(사진출처: Collective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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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형 기획사들(IMG, 아스코나스 홀트 등)은 따로 데스크를 차지하여 하루에도 수십 곳의 기획사, 연주장과의 미팅을 지속하고 있었다. 보통 이런 미팅은 콘퍼런스 개최 전, 관심 있는 참석자 서로가 사전에 시간 약속을 잡게 되는데(IAMA의 웹사이트에서는 콘퍼런스 시작 한 달여 전부터 참석자들의 리스트를 공개하며 리스트에는 참석자들의 이메일과 회사 웹사이트, 직책 등이 표기된다.) 필자 역시 필자에게 먼저 이메일을 보내주었던 관계자들과, 미팅 공간을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즉석으로 미팅을 신청하는 네트워킹 활동을 하였다. 서로 사전 약속을 잡지 않은 경우에도 앞선 미팅이 일찍 마치거나, 미리 약속됐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즉흥적인 현장 교류를 행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꽤 많은 단체의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서로에게 친근한 분위기였으며 같은 계열의 업계에서 종사한다는 것이 아마도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In From the Margins
네트워킹, 네트워킹, 네트워킹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는 “In From the Margins”으로 정해졌으며 이에 따른 토론회들이 진행되었다.

▲ IAMA 강연세션(사진출처: Collective X)

많은 클래식 관계자들은 소규모의 클래식 기획사들이 시장에서 점점 더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흥미로운 코멘트를 한 패널 중의 한 명인 알렉시는 “사실 우리는 가장자리 중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주류(대형 기획사들)의 부분이 계속해서 줄어든다면? 아마도 가장자리 부분이 더욱 두꺼워지고 넓어지게 되며 그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여기서의 가장자리란 소규모의 기획사(사원 수 1~5명)들을 말하며 놀랍게도 IAMA의 기획사 회원들 중 85%가 이에 해당된다고 한다. 토론에서는 ‘가장자리’로 표현된, 지역(로컬)의 소규모 기획사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하여 더욱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 가장 현실성 있고 효과적인 방안으로 “더 넓은 네트워킹”이 그 해답으로 나오게 되었다. 일반적인 대형 기획사들(특히 다국적)은 연주자 혹은 단체와 독점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작은 지역들이 있다. 로컬 기획사들은 대형 기획사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이러한 지역에 대한 강점(언어, 시장에 대한 지식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형 기획사 혹은 다른 로컬 기획사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으로의 효과적인 홍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며 로컬 기획사들의 수입도 이로 인해 증가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협업은 철저한 계약서 작성과 동의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하며 각 국가와 지역별로 서로 다른 조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는 코멘트도 있었다.

콘퍼런스 토론을 정리하며 ‘페이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Fazer Artists Management)’의 브루머 씨는 클래식 기획사의 이윤이 다른 일반 회사들보다 높지 않다는 불평에 대해 “만약 누군가가 부자가 되기 위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그는 잘못된 시장에 발을 디뎠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필자가 처음으로 예술행정을 시작했을 때, 첫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기획사를 운영하며 돈을 벌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이윤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대부분의 기획사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과 연주자들의 경력을 키우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기획사가 크든 작든, 이러한 열정과 노력이 그들을 발전시키고 있다”라는 말로 기획사들이 클래식 음악의 발전에 기여하는 공익적인 사명감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였다.

▲ 테크놀로지에 관한 패널 세션(사진출처: Collective X)

우리(기획사)가 해야 할 일

필자는 현재 국내 클래식계를 “상위 평준화된 인플레이션”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연주 실력이 좋다는 것은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콩쿠르 우승 혹은 입상자 명단을 보아도,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대학에서 수학 중인 한국 학생들의 숫자를 보아도 이는 뚜렷이 증명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를 무대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국내 연주자들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의 부재로 보고 있다. 해외 콩쿠르에서 우승 혹은 입상을 한 경력과 해외 유명 음악대학에서 실력 있는 연주자 밑에서 오랜 기간을 공부하고 국내로 돌아온 연주자들을 수도 없이 보게 된다. 필자는 이들이 실력이 모자라기에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자신을 홍보하는 것에 익숙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수많은 실력 있는 연주자들에게 국내외에서의 연주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기획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 기획사의 브로슈어를 찬찬히 살펴보고 놀랐던 부분은, 물론 아시아와 일본의 투어를 겨냥한 해외 연주 단체와 솔로이스트들의 정보가 메인으로 배정되기는 하였으나 거의 모든 기획사에서 자국의 연주자들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싣고 있었다. 많은 수의 연주자들을 제한된 페이지에 넣기 위해 간단한 프로필과 사진, 이름만 소개되기는 하였으나 그런 식으로라도 그들의 연주자는 해외의 수많은 클래식 관계자들에게 전파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 가고 있었다.

필자는 현재 회사에 소속된 연주자들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계속해서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콘퍼런스에서 만난 몇몇 축제 관계자들로부터 연주자들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받기도 하였다. 초청에 대한 확답은 아직 받지 못하였으나 해당 연주자들이 해외로부터 ‘인지’되었다는 것을 우선적인 성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실제로 연주가 성사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 중이다.

▲ 참여단체 홍보물 모음

▲ 마지막 날 컨퍼런스(사진출처: Collective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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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주자들의 해외 진출 지원

현재 국내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클래식 연주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클래식 연주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매니지먼트가 가능한 회사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실정이다.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소규모이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과 재정이 필수 요소인 연주자 홍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뛰어난 클래식 연주자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국내 클래식 연주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기획사가 해외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그 해결책이 될 것으로 생각되며 이를 위해 지원 기관에서는 국내의 기획사가 해외의 클래식 음악 콘퍼런스나 아트마켓에 참석할 수 있도록 그에 따른 지원(콘퍼런스 참가비, 교통비, 홍보물 제작비 등)과 독려가 필요하다. 연주자가 아닌 기획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로, 대부분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자신의 해외 진출을 위해 각종 정보 수집과 지원 서류 작업, 필요 서류 제출, 온·오프라인 홍보를 직접 하는 것보다는 전문적인 기획사들이 자사에 속한 아티스트를 직접 홍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예상에서이다. 그러므로 지원 기관은 클래식 기획사의 기획, 홍보 인력들이 해외 클래식 관련 행사에 참석하여 국내의 클래식 연주자들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IAMA(사진출처: Collective X)

필자사진_윤동진 필자소개
윤동진은 계명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후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예술행정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의 아스토리아 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발전협력 담당으로 일하다 귀국 후 부천시립예술단에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기획, 부천시립합창단 홍보단원으로 재직하였다. 2013년부터는 클래식 기획사인 (주)더브릿지컴퍼니를 운영 중이며 성균관대학교 예술학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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