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어느 수요일 저녁 8시, 도곡동 한 사무실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주 만에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달 만에 재회하게 된 사람도 있고, 처음 만난 사람도 있다. 강의실, 사무실, 카페 등을 옮겨 다니며 격주마다 ‘스터디’하는 사람들의 사조직 예술단체경영연구회 댐(DAM, Do! Arts Management)의 정기 모임이었다.

지난 3월 인재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예술감독을 소개하며 언급했던 댐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Weekly@예술경영》 편집팀이 정식으로 모임을 다시 찾은 어제, 11번째 예술경영의 달인으로 초대된 사람은? 다름 아닌 댐의 리더 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대표였다.

예술현장 종사자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그의 이름. ‘문화예술 분야 전문 회계사’라 통하는 김성규 대표는 지난 모임에서 인재진 예술감독이 연극의 4요소 중 하나라 강조했던 ‘정산’에 대한 참석자들의 갖가지 질문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회계사로서의 전문성과 10여 년간 문화예술 분야 컨설팅 경력을 토대로 ‘현장 밀착형 답안’을 내주고 있었다.

면세사업자는 세금을 안 낸다?

댐: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주위에서는 면세사업자로 해야 세금을 안 낸다고 했다. 세금을 덜 내니까 면세라고 생각하더라.

김성규: 흔히들 하는 착각이다. 면세냐 과세냐는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문화예술은 과세 사업과 면세 사업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어서 어느 게 더 유리할까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스스로 판단하거나 선택하는 게 아니라 사업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달려있다.

면세는 기본적으로 부가가치세에 대한 것인데, 그걸 부담하는 것은 소비자다. 그러니 부가가치세를 면세해준다는 것은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시켜준다는 것이다. 면세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무연탄’은 저소득층이 소비하니까 면세다. 2000년대 들어와 낮은 출생률에 육아 비용을 낮춰주기 위해 분유나 유모차 등 ‘유아용품’에 대해서도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그리고 ‘쌀’, ‘배추’, ‘고춧가루’ 등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것은 면세인데, 마트에서 파는 ‘즉석 밥’이나 ‘판매용 김치’처럼 좀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 가공하는 상품은 부가세가 붙는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복리후생의 개념에서 면세를 해주는데, 모든 예술에 대해 면세를 해주는 건 아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입장료, 도서나 신문 구입비 다 면세다. 공연이나 전시 티켓 같은 경우 모두 면세이지만,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처럼 반복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공연은 과세다.

그런데 면세와 과세의 경계에 있는 공연이 바로 ‘창작뮤지컬’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과세 대상이고, 대학로 연극은 면세 대상이다. 창작뮤지컬은 ‘창작품’이지만 ‘뮤지컬’이라 과세한다. 티켓 판매하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티켓 가격을 좀 더 낮추고 싶어 한다. 그래서 흔히들 부가세가 없으면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착각이다. 공연 티켓은 다른 것과 달리 가격탄력성이 굉장히 낮아 가격을 조금 맞춘다고 소비량이 늘지 않는다.

면세사업자라고 해서 그 단체가 지불해야 하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업을 영위하는 아이템 측면에서 면세사업자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교보문고에서 취급하는 물건 자체가 도서이기 때문에 교보문고는 면세사업자이고, 박물관, 미술관이 면세사업자이다.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문화복지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유모차 면세해주는 게 유모차 회사 정책인가? 소비자 부담금을 면세해준 건데 공급자 측면인 예술단체 입장에서 어떤 게 더 유리한지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원금과 기부금은 다르다

댐: 공공 재단이나 극장에서 기부금을 모금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은 이미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게 문제가 되어 임의단체로 후원회를 만들고 후원 회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또 작품의 자체 제작 시 기업가들에게 목적성 기부를 유도해 제작비를 늘리기도 하는데, 이거 다 괜찮은 건가?

김성규: 재원 조성의 방식들에 대해서는 회계사들이라고 더 잘 알진 않는다. 예술단체 관계자들과 똑같이 모른다. 과거 댐에서도 1년간 ‘기부금’만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한 적도 있다. 광역시·도의 문화재단에 비해 예술 행위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예술단체나 사설 공연장은 모금의 명분을 만들기가 쉽다. 그런데 공공에서 출연해 만든 재단이나 단체는 모금 행위가 적절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자체와 관련된 곳이고, 거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지 않나.


일반적으로 엔지오(NGO, 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나 엔피오(NPO, Non Profit Organization) 같은 비정부기구들이 기부금 의존도가 높다. 그 이유는 기부금이 정부나 시장경제가 메우지 못하는 디테일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부금이란 것을 1섹터가 빼앗아 가면 3섹터는 죽는다. 결국 비는 부분이 생기고 문제가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1섹터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3섹터를 건드리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도 갖고 있다. 지자체? 돈이 없다. 모든 돈이 없다기보다 문화예술에 쓸 돈이 없다. 교육이나 사회복지 등 다른 영역으로 돈이 쏠리기 때문에 기부금을 받아서 일하는 거다.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고 사업을 안 할 건가? 그럴 순 없지 않나. 다 하고 싶어 한다. 이런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는 기부금을 받아야 한다.

다음 문제는 ‘명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거다. 공공 재단이나 단체에서는 자체 예산 모으는 데만 집중해선 안 된다. 시민들에게 기부를 독려함으로써 자체 예산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예술단체, 민간 영역에서도 모금을 하는 데 보탬이 되어야 한다. 절대 자기 쓸 돈 모으는 데서 끝나선 안 된다. 지원금과 기부금은 다르다. 같이 성장하자는 마인드를 갖고 예술계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면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연말정산을 학교에서 가르쳐 줄 순 없지 않나

댐은 이렇게 예술 현장에서 종사하는 이들의 실질적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모임이다. 가입비는 물론 참가하는 데 아무런 제약도 없다. 예술 현장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격주로 생기는 모임에 매번 참석해야 할 의무도 없고, 회사가 바빠 1년을 쉬었다 나와도 반겨줄 수 있는 열린 모임이다. 단, 모임 시기가 2주에 한 번씩 수요일 저녁 8시인 것은 고정되어 있으나 장소는 서울 각지를 돌아다닐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자유로움은 모임이 생겨날 당시부터였다. 1998년 IMF 사태 이후 김성규 대표가 서울예술단, 세종문화회관 등에 경영 자문을 해주면서 예술단체 관계자들과 연을 맺었던 게 댐의 시작이었다. ‘원천징수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연말정산 시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 세무·회계에 대한 각종 자문을 개별적으로 청해오는 이들이 늘어나자 그가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으면 2주에 한 번씩 가서 Q&A 시간을 갖겠다고 제안해 만들어진 게 바로 댐이다.

“연말정산을 학교에서 가르쳐줄 순 없지 않나. 그래서 계산기 하나씩 갖고 오라고 해서 직접 계산도 시켜보면서 교육을 했다. 또 직원 서너 명 있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연말정산은 그냥 도와주기도 했다.”



1999년 이렇게 시작한 댐을 회상하는 김성규 대표에 한 댐버(‘댐 멤버’의 줄임말)는 “그때 교육받고 만든 연말정산 엑셀시트를 매년 업데이트해가며 아직도 쓰고 있다”라며 웃었다. 그리고 한번은 모 지역축제의 실제 정산서를 놓고 공부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예술경영은 여전히 연구하고 개척할 것이 많은 분야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이론과 현장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장도 너무 많다. 따라서 양쪽을 다 이해하는 전문가, 진정한 예술경영인이 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댐은 그래서 생겨난 모임일지 모른다. 또 이렇게 소개하는 댐 말고도 예술 현장에는 다양한 스터디 모임이 있다. 꾸준히 공부하면서 일해야만 하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땅의 많은 예술경영인들에게 김성규 대표의 마지막 말이 응원이 될지 모르겠다.

“예술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한 초기에는 극단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 법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거나 나도 모르는 질문이 있을 땐 불안하기도 했다.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여전히 애매한 사항들, 아직도 결론을 못 낸 몇 가지가 있는데 이제는 여러 전문가들과 모여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생겼다. 나도 공부하면서 재미있었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참고링크

[현장+人] 인재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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