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2015 서울아트마켓(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 약칭 PAMS)이 10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 열린다. 서울아트마켓은 올해로 열한 번째 열리는 연례 공연예술 국제교류의 장이며 국내외 참가 인원이나 행사 프로그램으로 볼 때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이번 서울아트마켓의 특징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공간의 변화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해 장충동 국립극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행사가 동숭아트센터와 JW 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 호텔 등 대학로 권역 두 곳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2006년과 2007년 당시 대학로를 중심으로 이 행사가 진행되었던 전례를 비춰볼 때, 이번의 장소 변화가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물론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앞 공간에서 진행 중인 시설 공사가 행사 장소의 불가피한 변경을 가져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대학로에서 행사를 개최한다는 상징적 의미, 쉬운 접근성,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소극장 초밀집 지구라는 점, 그리고 지역 자체가 풍기는 역동성과 친근감을 고려한다면, ‘대학로’라는 선택은 새삼 참신하고 효율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서울아트마켓이 앞으로 국내 공연예술 창작 산실과의 연결 고리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서울아트마켓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인 팸스초이스 쇼케이스의 올해 선정작 중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꼬리언어학>, 콜렉티브A의 <춤, 그녀…미치다>, 고블린파티의 <혼구녕> 같은 작품들은 모두 대학로에서 초연되었던 작품들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창작품이 최초 생성되었던 공간에서 이들 우수 공연의 쇼케이스와 유통 등에 대한 대화와 논의가 이뤄진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두 곳의 핵심 행사 공간 중 동숭아트센터에서는 주로 팸스초이스 작품 등 국내 선정작과 홍콩·스페인·캄보디아 등 해외 작품의 쇼케이스 공연이 이뤄진다. JW 매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는 국내외 공연예술 단체들의 홍보 부스 전시, 공연 전문가들 사이에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라운드테이블’, 국제협력 파트너를 찾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참가자가 국내외 중요 축제 및 극장의 프로그래머 등 제작자들과 일대일 만남을 통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피드데이팅’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 2014 서울아트마켓 스피드데이팅과 포커스세션 현장

베트남 등 아세안 3국 ‘권역포커스’ 대상

‘아시아 공연예술의 창’을 지향하는 서울아트마켓의 올해 주제는 ‘확장과 연결(Extension & Connection)’이다. 여기에서 ‘확장’은 네트워크에 관한 것으로 일반적 인식의 범주를 넘어서는 영역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초점을 맞춰 교류와 진출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권역포커스’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해 중국을 주빈국으로 정하고 다양한 교류 행사를 치렀다. 올해는 그 대상국을 베트남·싱가포르·캄보디아 등 아세안의 3개 국가로 정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대외 공연예술 교류가 왕성하지만,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는 아직 공연예술 분야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이다. 서울아트마켓은 그러나 이들 나라의 미래 공연예술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빈국에 포함함으로써 네트워크의 확장을 시도했다. 특히 캄보디아는 최근 전통예술의 재해석을 통해 현대적 감각의 공연예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등 문화예술 교류의 확산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주빈국이 아세안의 3개 나라가 되면서 ‘포커스세션’에서는 아세안 공연예술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정보 교류와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이들 나라와의 협업과 협력 방안이 모색된다. 아세안과의 교류와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해외기금 지원 정보도 교환될 예정이다.

‘연결’이라는 개념에 의한 프로그램 역시 서울아트마켓의 공연예술 작품 시장으로서의 효율성과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키워드에는 서울아트마켓이 국내 작품의 소개뿐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국내외 프로그래머들에게 알린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번에 홍콩·스페인·캄보디아 작품의 쇼케이스가 동숭아트센터에서 이뤄지는 것도 그 사례이다. 또한 서울아트마켓은 올해 처음으로 국외의 프로그래머들이 서울 밖 지역의 극장과 축제, 즉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주세계소리축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러한 지역 연계 프로그램의 운용으로 공연예술계에서 서울아트마켓의 중개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확장과 연결’이 주제가 되면서 지난해에는 쉬어 갔던 ‘국제협력파트너찾기(LIP) 프레젠테이션’을 올해 바로 되살렸다. 이것은 서울아트마켓에서 국제 공동 제작의 파트너를 찾는 프로그램으로서 참가자가 작품의 창작·발전·유통의 단계별로 자신의 아이디어나 제작 계획을 소개하고, 국내외 협업 파트너(배우, 안무가, 공동제작자, 프리젠터 등)를 공개 모집하는 장이다.

‘희희낙락’ 등 신설 프로그램 여러 개 선봬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의 기반을 더욱 굳게 다지는 작업도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있다. 이번에 신설된 ‘희희낙락’이 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중국을 주빈국으로 하면서 진행했던 활동의 후속 조치로 ‘중국 공연예술 작품 소개 프레젠테이션’과 2014년 이후 후속 성과나 교류 과정의 어려움을 공유하기 위한 '한-중 공연예술 교류 발전‘을 위한 토론회로 이뤄진다.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연결 고리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는 취지 아래 올해 새로 만든 프로그램으로는 ‘안녕하세요’나 ‘프로듀서, 뷰’ 같은 것들이 있다. ‘안녕하세요’는 개막일인 5일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하는 국내외 참가자들이 동숭아트센터에서 만나 간략한 자기소개와 함께 서로 간에 친밀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자리다.

‘프로듀서, 뷰’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듀서 6인이 각자 주목하는 예술가와 프로젝트들을 이야기하면서 정보와 고민을 공유하는 모임이다. 조형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는 킴 응옥(하노이뉴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크리스토퍼 맥도웰(KMP 아티스트 최고경영자), 조성주(바누인터미디어 예술감독), 이승효(페스티벌 봄 예술감독), 한승원(HJ 컬쳐 대표)이다.


▲ 2015 팸스초이스 선정작 판소리만들기 자의
<이방인의 노래>(사진출처: 판소리만들기-자)

▲ 2015 팸스초이스 선정작 아트 프로젝트 보라의 <꼬리언어학>(사진출처: Art Project BORA)

참가 등록 인원 역대 최고 수준 될 듯

올해 서울아트마켓은 2014년 행사보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며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다. 지난해 참가 규모가 역대 가장 많은 2,156명이었는데 비해 올해는 2,570명 정도가 참가 등록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공연단체, 공연장, 축제 등의 기획담당자가 2,200명, 해외에서는 축제프로그래머, 예술감독, 해외 아트마켓 담당자, 해외 공연단체 기획자 등 370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에 방한하는 공연 전문가 중에는 주빈국인 캄보디아의 플로운 프림(캄보디안리빙아츠 총감독), 싱가포르의 네오 킴셍(전 에스플러네이드 프로그래머), 베트남의 킴 응옥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외에 평소 한국의 공연예술 작품을 자국의 페스티벌 등에 적극적으로 초청하는 유럽과 남미의 예술감독 또는 기획자들이 많이 내한한다. 지난해 한국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안수영댄스컴퍼니를 초청해 자국 관객에서 선보였던 스페인 그렉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라몽 시모, 예술공간 꽃밭의 <종이창문>과 인형극단 로기나래의 <선녀와 나무꾼>을 초청했던 아르헨티나 포르모사 국제공연예술제의 다니엘 루포 예술감독 같은 사람들이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해 서울아트마켓이 공연예술 진출의 장으로서 계약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유도하기 위해 해외 주요 프로그래머들과의 스피드데이팅(일대일 상담)을 지난해 248건에서 올해 432건으로 대폭 늘렸다. 또 행사 개최 후 국내 단체들의 해외 진출 건수가 지난해에는 100건 정도였는데 올해는 약 135건이 성사되도록 연결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번 서울아트마켓의 공식 프로그램인 팸스초이스에는 치열한 경쟁의 공모와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모두 13편의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고통에 대한 명상>(연극), 극단 목화의 <왜 두 번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연극), 단편선과 선원들의 <동물>(음악)을 비롯한 이들 작품의 쇼케이스는 10월 6-8일 기간에 동숭아트센터에서 국내외 공연전문가들을 맞게 된다.

40편의 팸스링크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들은 서울아트마켓이 열리는 시기에 서울 시내 극장에서 공연되는 것들로 한국 공연예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자유 참가작이지만 역시 공모 과정을 통해 선정된 것들이다.

직접 공연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외 참가 단체들이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상담할 수 있는 부스전시 프로그램도 예년처럼 진행된다. 올해는 10월 6-7일 기간에 JW 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의 그랜드볼룸에 총 69개의 부스가 설치된다.


사진제공_서울아트마켓 사무국


필자소개 필자소개
강일중은 공연전문기자 겸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에서 줄곧 일해 왔으며 뉴욕특파원, 경제국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뉴욕 문화가 산책』(2005)과 『공연예술축제를 만드는 사람들』(2009)이 있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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