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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팸스초이스 쇼케이스
위.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
아래. 이희문 컴퍼니
<오더메이드 레퍼토리 雜(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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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고팩토리 팸플릿

매년 이맘때 즈음 되면 드는 세 가지 생각이 있다. 첫째는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둘째는 올해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엔 못 가겠구나, 셋째는 올해 서울아트마켓(PAMS, 이하 팸스)에서 어떤 이들을 만나게 될까.

늦더위의 늑장도 가을바람의 청승도 보태지지 않은 ‘완연한’ 가을의 초입. 10월 둘째 주에는 늘 서울아트마켓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아트마켓은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만들어진 한국의 첫 공연예술 플랫폼이다. 1995년에 도쿄공연예술마켓이 개설됐고, 이어 상하이국제예술축제, 싱가포르의 아시안아트마트, 인도네시아아트마켓 등이 문을 열었다. 국내 첫 번째 아트마켓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시작된 서울아트마켓은 이후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도하에 부지런히 10살을 채우고 11년째 개최를 앞두고 있다. 서울아트마켓을 영문으로 옮기면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이 되는데 줄여서 팸스(PAMS)라고 불린다. 서울아트마켓이 팸스라는 약명을 갖게 된 계기도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되곤 하는데, 도쿄공연예술마켓(TPAM)을 따라 스팸(SPAM)이라고 지었다간 발음이 웃기지 않겠느냐는 강석흥(당시 제1회 서울아트마켓 회장) 교수의 여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나의 팸스 여정은 2010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업 영화 현장을 뛰쳐나와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고민 중이던 나는 지인의 소개로 공연예술 단체(당시 청배연희단)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 청배는 팸스초이스에 선정되어 기쁨 반 걱정 반인 상황이었고, 나는 팸스가 그 당시 공연예술 단체 이름이라는 건지, 공연 작품의 제목이라는 건지도 헷갈릴 만큼 공연예술마켓에 문외한이었다. 함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도 단지 호주와 그리스에서 익힌 영어 몇 마디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그저 어설픈 기획자 한 명이 2010년 팸스에 서 있었던 거다. 그렇게 그해 여름은 한국음악 단체를 소개하는 영문 팸플릿과 프로모션 CD 등을 만들며 지나갔고, 이후 팸스에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준비한 모든 프로그램에 따라다니며 열심히 시행착오에 직면해 나갔다.

이후 청배연희단(2010 팸스초이스)과 거문고팩토리(2010 팸스초이스)의 기획자로 활동한 5년간, 나는 16개국의 투어 경험을 쌓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이불을 발로 차고 싶은 아찔한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곤 한다. 라운드테이블에서 어설픈 영어로 객석 질문을 했다가 들었던 “동시통역이 되고 있으니 그냥 한국말로 하세요”라든지, 팸스나이트에서 온갖 홍보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돌아다녔던 기억이라든지….


▲ 2014 서울아트마켓 전경

▲ 거문고팩토리
캐나다 위니펙 포크페스티벌 공연 전경


그렇게 시작된 나의 팸스 활용법 역시 지난 5년간 경험했던 팸스 여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분류된’ 것들에 불과하다. 여전히 지금의 나도 어설프고, 앞으로 어설플 예정이다.

우선 ‘내가 팸스에 왜 참가하고 싶은가’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팁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내가 팸스 입문자로서, 서울아트마켓을 비롯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경우이다. 팸스 활용 팁 4번으로 가길 바란다. 두 번째는 우리 공연예술 단체가 팸스초이스, 져니투 코리안뮤직, 팸스링크 등에 선정이 되었는데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이다. 팸스 활용 팁 1번으로 가길 바란다. 세 번째는 우리 공연예술 단체가 팸스초이스 등 쇼케이스에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부스 전시나 여타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공연예술 관계자(델리게이트)들과 만나 보고 싶은 이들이다. 팸스 활용 팁 2번으로 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나는 부스 전시나 쇼케이스 등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외 공연예술 동향을 파악하고 싶거나 장기적으로 국내외 델리게이트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싶은 경우이다. 팸스 활용 팁 3번으로 가길 바란다.

팸스 활용 팁 1
팸스초이스부터 비공식 쇼케이스까지

“쇼케이스는 해외 투어를 고려한 합리적 구성으로”

쇼케이스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자 직접적인 홍보 수단이다. 아무리 열심히, 효과적으로 국내외 델리게이트들을 설득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였더라도 결국 당신이 듣게 될 가장 마지막, 그리고 결정적인 말은 이것이다. “쇼케이스 준비되어 있나요, 언제 어디서 합니까?”

팸스초이스는 팸스 프로그램 내 전면으로 내세워질 핵심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국악 단체의 경우 한국 음악 인텐시브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Journey to Korean Music’에 선정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기회를 얻은 것이다.

팸스초이스 음악 공연 팀을 위한 작은 팁을 하나 보태자면, 해외 투어를 고려한 라이브멤버 구성, 그리고 음반과 가급적 동일한 세션이 쇼케이스가 유리하다.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세션을 추가하거나 악기 구성을 바꾸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쇼케이스 자체로 호평을 받게 되더라도 해외 투어로 성사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초청 비용 문제, 원 멤버대로 갔을 경우의 앙상블적 완성도 우려 등이 초청자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팸스초이스와 달리 ‘Journey to Korean Music’ 프로그램의 핵심은 ‘맥락의 이해’이다. 이것이 전 세계 15명 내외의 월드뮤직 전문가들을 위한 인텐시브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음악 전문가들에게 얼마나 명확하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한국음악을 이해시키는가에 핵심을 두자. 이를 위해서는 장소 선정부터 구성, 소개 등 많은 것들이 한국문화, 음악에 직결시켜 꼼꼼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이미 선정이 돼 본 경험이 있거나 아직 선정이 되지 않았더라도, 팸스 링크를 신청하거나 이것도 아니면 비공식 쇼케이스를 준비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팸스를 활용할 수 있다. 쇼케이스의 비용 문제로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단체들이 있다. 쇼케이스 특성상 공연의 전막을 보여줄 수 없고, 델리게이트 또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공연을 기대하고 오진 않는다.(해외 예술마켓의 쇼케이스는 호텔의 세미나룸에서 아무런 장치 없이 진행되기가 부지기수이다.)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당신의 공연을 10여 분에서 최대 20분 정도로 준비하면 된다. 가급적 당신이 원하는 델리게이트들의 동선을 파악해 그 선에서 멀지 않은 연습실, 카페, 갤러리, 마당에서 미니멀한 쇼케이스, 간결한 홍보 책자, 외국인들이 달고 사는 블랙커피와 간단한 다과 정도면 된다. 쇼케이스이니 만큼 다수의 관객보다는 소수의 델리게이트를 위한 실용성 있는 공연일수록 좋다.

팸스 활용 팁 2
스피드데이팅, 부스전시, LIP 등

“10분 안에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어차피 불가능하다. 일방적인 당신의 단체 홍보를 넘어 지원금 정보, 한국 공연예술 동향 등 정보를 교환하여 당신을 ‘찾.도.록’ 만들어라”

스피드데이팅은 국내외 공연예술 극장, 축제 전문가들과 시간의 제한을 두고 일대일 미팅을 통해 예술 단체를 소개하고 작품을 직접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거래의 물꼬를 트는 시간이다. 스피드 데이팅장에 가면 동그란 테이블이 여럿 있고 시간대별 국내외 공연 관계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정해진 시간에 맞춰 해당 테이블에 가서 관계자를 만나면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분이라는 시간 안에 델리게이트의 마음을 사로잡고 계약까지 성사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에게 하루에 수십 팀을 만나고 헤어지는 마켓에서 발음하기에도 어려운 단체 이름을 기억하는 일도 버거운 일일 거다.

당신의 공연예술 단체 프로필을 줄줄 읊다가 쇼케이스 영상을 보여 주다 보면 어김없이 종료 종이 울림과 동시에 당신의 데이트는 끝이 난다. 일방적인 미팅을 좀 더 쌍방향적으로, 그리고 미래 지향적으로 이끌어 가 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주어진 10분 중 5분은 당신의 공연의 핵심만을 말하되 나머지 5분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국제교류재단 등 국내의 지원금 정보와 시기를 줄줄 꿰고 있다든지, 한국 공연예술 축제, 주요 극장 정보, 아시아 공연예술 동향 등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전달한다든지, 델리게이트에게 필요로 하는 정보를 던지는 것이다. 이후 더 많은 정보를 토대로 당신의 부스 전시에 오게 하거나 2차, 3차의 미팅을 잡아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당신의 공연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된다. 스피드데이팅 및 부스 전시를 위한 작은 팁을 추가하자면 홍보물은 간결할수록 좋다. 프로모션용 음반 한 장과 공연 카피, 핵심 이력, 악기 소개가 적힌 CD 재킷이면 충분하다. 많아 봐야 어차피 호텔 방에 버리고 가기 일쑤다. 외국용 명함을 별도로 제작하되, 글자 크기는 클수록 좋다. 햇빛이 강한 유럽, 캐나다 등에서 온 해외 델리게이트들이 시력이 나쁜 사례를 더러 보게 되기에 그렇다. 공연을 대표하는 악기, 단체 이미지, 기획자 프로필사진 등 이미지가 들어가도 좋다. 가독성 떨어지는 세련됨보다야 투박하더라도 기억에 남는 게 낫지 않겠는가.

팸스 활용 팁 3
라운드테이블, 팸스나이트 등

“서로의 관심사 알기, 진짜 친구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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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서울아트마켓 팸스나이트 전경

라운드테이블은 국내외 공연예술 동향이나 이슈에 대해 주제를 정하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소견을 들어 보고 토론해 보는 간담회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팸스뿐만 아니라 워멕스, 해외 유수 공연예술 축제 등 프로듀서와 기획자들을 위한 간담회 프로그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팸스에서는 그동안 권역별로 라운드테이블의 주제를 잡아 왔다. 북유럽, 아시아, 북미 등등 권역별 공연예술 산업의 특성을 파악하거나, 해당 권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공연예술 정책, 또는 보편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기획자의 처우 문제, 공연예술 단체 매니지먼트 법 등 다양한 주제가 준비되어 있다.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사례가 공유되는 프로그램도 있고, 모더레이터의 진행에 따라 토론 형식으로 전개되는 프로그램, 둘 다를 병합한 프로그램도 있다. 사전에 어떠한 주제들이 공표되는지 체크하고 관심사에 따라 선택하여 들어 보길 권장한다.

반면 팸스나이트는 지극히 비공식적인 파티 프로그램이다. 행사 후 뒤풀이하고 놀고 휴식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하루의 프로그램을 마감하며 지치고 굶주린 배를 채우는 시간이기도 하고 와인 한잔, 맥주 한잔 나눠 마시며 그날 하이라이트였던 공연 후담, 진상이었던 델리게이트 뒷담화 등 라운드테이블에서 미처 못 끝낸 설전 등이 오간다. 그렇기에 라운드테이블이나 팸스나이트에서까지 명함을 돌리거나 홍보물을 돌리며 무리하게 당신의 공연을 홍보할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즐기고 친구가 되면 그뿐이다. 내 관심사가 아닌 장르의 델리게이트라고 해서 등한시하거나, 내 공연을 팔기 위해 무리하게 특정 델리게이트를 따라다닐 필요도 없다. 진심으로 즐기고 얼굴을 익히고 친구가 되는 것. 그럼으로써 네트워킹이 형성된다.

팸스 활용 팁 4
팸스버디, 팸스마스터와의 하루

팸스버디와 팸스마스터와의 하루는 팸스 입문자들을 위한 가이드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팸스의 다수 프로그램에 대한 경험이 있고, 팸스를 활용하여 해외 진출의 경험이 있는 현장의 기획자, 극장 관계자, 축제 관계자, 또는 예술경영지원센터 담당자 등이 팸스버디와 팸스마스터로 선정된다. 사전에 홈페이지 신청을 통해 간담회 형식으로 팸스 활용법, 팸스 경험담 등을 듣고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이다. 팸스마스터의 경우 팸스가 시작되기 전 오전 시간대에, 팸스버디의 경우 쇼케이스가 시작되기 전 타임인 오후 시간대에 배치된다. 팸스마스터와의 하루를 통해 팸스의 일정을 설계하고 이를 실행해 보다가 어려움에 직면하면 팸스버디를 찾으라.


필자소개 필자소개
이수진은 예술경영인으로 현재 (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정책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전에 국제교류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거문고팩토리, 청배연희단 등의 해외투어를 전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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