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올해 서울아트마켓의 협력 행사인 ‘2015 예술경영 잡페어’는 문화예술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예비 인력들에게 예술경영 직무에 대한 이해, 정보 교류, 그리고 취업 준비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자리이다. 예술경영 잡페어를 어떻게 하면 100% 활용할 수 있을지 공연 기획자를 꿈꾸는 A씨를 따라 미리 답사해 보자.

13:48 잡페어 등록

제로원디자인센터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접수 데스크와 몇몇 부스들. 행사 시작까지는 10여 분을 남겨둔 시각, 나름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로비는 벌써 접수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도 저기서 접수해야 하는 거 아냐?”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누구에게 물어볼까 두리번거리니 안내 배너가 보였다. ‘자기소개서 클리닉 & 모의면접 참가자 등록 장소 : 디지털 라이브러리.’ 장소를 확인하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살짝 비켜서 안으로 들어갔다.

접수 데스크 옆 문화예술기관단체 홍보 부스를 당장 방문해 살펴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등록부터 하기로 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뒤편 디지털 라이브러리에 가서 이름을 말하니 스태프가 확인 후 잡페어 팸플릿과 기념품을 챙겨 준다. 나의 자기소개서와 모의 면접 시간은 3시, 진행 방법을 들으면서 점점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나 정말로 면접 보는 거야? 내 자기소개서 보고 별로라고 하면 어쩌지?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굳어 가는 내 표정을 눈치챘는지 스태프가 미소 띤 얼굴로 말한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평소 하던 대로 하시면 돼요. 자기소개서 클리닉과 모의 면접은 현재 자신의 취업 준비 상태를 점검받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준비할 수 있을지 현장 선배님들의 조언을 받는 자리이니까요. A씨의 클리닉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 전문가 특강을 듣거나 부스를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 팸플릿을 살펴보니 홍보마케팅 분야 전문가 특강이 오후 2시부터 시작이다. 클리닉과 모의 면접 후 오후 5시부터 기획·제작 분야 특강을 들으려고 했기에 부스부터 둘러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14:00 홍보 부스 둘러보기

“나는 공연 기획제작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말하면 친구들은 벌써 진로를 정했냐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진로가 뚜렷하지 못한 건 친구들이나 나나 비슷하다. 공연 기획·제작은 공연기획사나 공연장, 그리고 재단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디에서 하지?”,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하는 일도 달라질까?” 이런 질문을 학과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 던지면 “기획 제작이면 기획사로 가야되는 거 아냐?”, “요즘에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최고래. 그렇다면 공공기관이 괜찮지 않겠어?”, “기획사에서 하는 일이 좀 더 현장에 가깝다던데?”와 같은 어떤 일을 한다기보다는 일이 어렵다든지, 급여가 어떻다든지 그 직종이 가진 일의 외적인 답변을 주로 듣게 된다.

어디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나에게 이러한 잡페어의 홍보 부스는 현재 공연기획사나 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 공연 기획·제작 업무에 대해 직접 물어볼 좋은 기회였다. 낯선 사람들한테 먼저 다가가 이런저런 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 있는 힘껏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예술경영아카데미 LINK 페이스북에 나왔던 잡페어 활용 팁이 번뜩 떠올랐다. 웃는 얼굴로 먼저 다가가면 일단 오케이라고 했으니까. 팸플릿에 나온 기관 단체 목록을 살펴보며 빼먹지 말고 찾아가 봐야 할 곳을 체크했다. 표시를 하면서 부스 방문시 물어볼 질문들도 생각했다. 입사하면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공연 기획·제작의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인지? 일은 정말 많이 힘든지? 급여는 얼마나 주는지? 등등. 공연 단체와 재단까지 표시하니 예닐곱 군데는 꼭 둘러봐야 할 것 같았다. 서둘러 부스를 찾아갔다.


2007-2013년간 중국 예술품 경매시장 거래액 추이

▲ 2015 예술경영 잡페어 참여 부스(가나다 순)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예술가들의 공동체로 창작 활동을 한다고 했는데요. 그러면 기획자는 어떤 역할을 주로 담당하게 되나요?” 뛰다에 대해 미리 찾아본 정보를 기억해 내려 애쓰며 질문했다. 부스 담당자가 웃으면서 단체가 하는 활동과 기획자가 하는 업무에 관해 설명해 줬다. 다른 부스에서도 공연 기획이나 제작에 대한 단체(기관)의 사업 범위, 기획 담당자의 업무에 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중에는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이 기획자로 왔으면 좋겠는지 팁을 주는 곳도 있었다. 각기 다른 조직에서 일하는 담당자들의 설명을 듣다 보니 내가 하게 될 공연 기획의 업무가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또 어떤 곳에 가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부스들을 둘러보고 시간을 보니 벌써 3시 10분 전! 부랴부랴 자기소개서 클리닉 장소인 디지털 라이브러리로 돌아갔다.

15:00 자기소개서 클리닉과 모의 면접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줄 컨설턴트는 공연 기획·제작 분야 현장 전문가입니다. 사전에 A씨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왔기 때문에 곧바로 자기소개서의 첨삭 내용을 이야기해 줄 거예요.”

컨설턴트와 마주하여 자리에 앉자마자 긴장된 마음에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방금 부스를 둘러보고 느낀 점을 섞어 가며 내 소개를 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 클리닉이 시작됐다. 컨설턴트는 내가 희망하는 직무와 직장을 계속 염두에 두면서 해당 직무에 대해 조직이 기대하는 역량은 무엇인지, 자기소개서 내용 중 어떤 부분을 어필하면 좋을지, 또 불필요한 부분은 어디인지를 짚어 주었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줄 때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실제 내 자기소개서에 대한 상세한 조언을 듣는 자리라는 것이었다. 부끄러운 한편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 표정 관리가 어려웠다. 약속된 20여 분의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났다. 오늘 첨삭받은 대로 자기소개서를 꼭 수정하기로 컨설턴트와 약속하고 클리닉을 마쳤다.


2007-2013년간 중국 예술품 경매시장 거래액 추이

▲ 자기소개서 클리닉 진행순서


“A씨의 모의 면접은 10분 후부터 아래층 강의실에서 시작됩니다. 늦지 않게 내려가세요.”

보살핌을 받은 듯한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면접 장소 앞 대기석에 앉아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옆 사람을 슬쩍 봤다. “저 사람들이 나와 같이 면접을 보는 사람일까? 어떤 질문을 받을까?” 예상 질문에 혼자 중얼중얼 답하고 있는데 이름이 호명되었다.

모의 면접은 네 명이 함께 면접을 보는 단체 면접 형태였다. 앞사람을 따라 면접실로 들어가니 두 명의 면접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점점 손에 땀이 차올랐다. “옆 사람이 어떤 대답을 하는지 듣고 나도 대답해야지.” 나의 야심 찬 생각은 그야말로 야심에 그치고 말았다. 다른 이들이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둘째 치고 내가 제대로 답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쉬움 가득한 면접을 마치고 다시 대기실에 앉아 곱씹는 중 또다시 내 이름이 불렸다.

이번에는 혼자 면접실로 들어갔다. 기분 탓일까? 면접관들 얼굴이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앗! 퍼뜩 정신을 차리고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을 시작했다.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도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다. 면접에 대한 피드백은 녹음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기 때문이다. 면접할 때 나의 태도, 어떤 부분을 이야기하면 좋았을지, 어떤 대답이 아쉬웠는지 두 분의 면접관들이 하나하나 짚어줬고, 그것은 내 녹음기에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나오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나중에 면접관들의 피드백을 차분한 상태로 다시 들으며 리마인드해야겠다.

17:00 전문가 특강 ‘예술경영 직업의 세계’

한숨 돌리고 면접실 건너편, 전문가 특강을 들을 수 있는 디자인씨어터에 갔다. 오후 5시의 기획·제작 분야 특강은 꼭 듣고 싶어서 사전 등록도 해 놨다. 사전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기획제작 분야 특강 강사는 국립극단의 손신형 프로듀서였다. 특강 시작 전 휴대전화로 국립극단에 관해 검색해 봤다. 어떤 공연들을 하는지 살펴보던 중 강의가 시작되었다. 손신형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프로듀서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를 소개해 주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경력을 쌓아 오고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알려 주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에게는 무척 흥미로웠다. 언젠가 나도 이런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공연기획자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설렘 가득한 상상을 해 봤다.


2007-2013년간 중국 예술품 경매시장 거래액 추이

▲ 전문가 특강 시간

17:45 다시 Cheer Up!

특강의 질의·응답 시간까지 마치고 나오니 행사도 막바지인 듯, 홍보 부스도 한산해지고 슬슬 정리하는 분위기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6시가 다 되어 간다. 이것저것 참여하다 보니 이번 잡페어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하게 됐다. 면접에, 특강에 조금 지치기도 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정보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대하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이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어딘가에 이력서를 내볼까? 집에 가는 길에 아까 녹음한 면접 피드백부터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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