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I. 기관 관계자의 시선
면접이라는 낯선 ‘정글’ 통과하기


김정이_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업3팀장


어쩌면 면접에 임하는 행위는 살아가는 와중에 겪게 되는 고난이도의 긴장 유발 상황 중 하나에 속한다. 평상시 소심함과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나조차도 지난 몇 번의 면접 경험을 회상하면(탈락과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부끄러움과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주어진 짧은 시간에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란 존재야말로 당신이 찾는 최고의 적임자임이 분명하다는 메시지를 능수능란하고 태연자약하게 하는 당당함(뻔뻔함?)을 우리는 학습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 여겨 왔기에 면접에서 내가 가진 장점과 능력을 떠들어 대는 일은 몹시 낯설고 어렵다.

낯설고 어려운 일. 그래도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기에 현시대의 면접은 의례일 수 있다. 원시시대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례로서의 성인식이 그러했고 발바닥을 몽둥이찜질하는 결혼식의 전야제가 그러했듯, 의례는 하나의 세계를 넘어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고통을 집약시키고 극대화하여 체험케 함으로써 다가올 일을 대비하게 한다.

면접에 대해 이토록 길게 이야기하는 건 어쩌면 이번 모의 면접에서 어떤 절망감 같은 걸 보았기 때문이다.


“매번 서류 전형은 통과해요. 그런데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는데 뭐가 부족한지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 알려 주는 면접은 없더라고요.”


이야기 끝에 그동안의 설움이 밀려오는지 말끝에 울음이 묻어 있다. 괜히 같이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아프다. 나 역시 그 시절을 건너온 사람이기에….

서류 전형은 통과했으나 면접에서는 떨어졌으니 뭔가 오류가 난 셈이고, 수정을 해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을 텐데 알 수가 없고 다시 떨어지게 되는 것.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자존감은 떨어지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 번의 면접에서 떨어진 무능력한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면접에 성공한 사례와 가이드에 자신을 맞추기 시작한다. 자격증을 따서 스펙도 보강하고 온화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하고 소통 능력이 출중하여 리더십을 인정받은 사람이 된다. 자기소개서 사진은 하얀 탑 위에 까만 정장, 단정한 머리 스타일 그리고 친절한 미소와 약간의 포토샵이 가미된다. 이번 모의 면접 과정에서 면접자들에게 만일 본인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 중 한 사람을 채용한다면 누구일지 정해 보라고 해 봤다. 대부분의 면접자들이 가이드를 완벽하게 재현한 사람을 지목했다. 면접관들의 결정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판단이었다. 사실 면접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정답에 가깝다. 그런데 정답처럼 천편일률적인 가이드가 제공되고 그걸 믿고 따르는 면접자들을 보는 것도 참 딱한 일이다. 스테레오타입의 답변을 면접관들은 제일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제 의례로서 면접을 통과하기 위한 전략(?)을 알려 주기 위해 일단 비슷한 의례인 성인식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의 핵심은 맨몸으로 ‘정글’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정글’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리고 도망치지 않고 무사히 의례를 통과하는 자들은 ‘상황’에 적응한 자이다.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주변을 살피고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고 인내와 참을성으로 두려움을 극복해 내면 무섭고 두려운 ‘정글’은 끝나고 내 삶의 자원으로서 ‘정글’이 새롭게 드러날 때 비로소 의례는 끝난다.


▲ 예술경영 잡페어 모의 면접 및 피드백 전경


면접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는 역량은 단 세 가지.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태도(attitude)이다. 면접 전 해당 분야에 대한 리서치를 충실히 하면 ‘지식’은 어느 정도 확보되며, 이는 ‘태도’ 평가에도 영향을 끼친다.

스킬 중 대표적인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보기 위해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감각을 통해 이루어진다. 잘 외운 것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암송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암기력을 주요하게 보는 면접은 없다. 암기력은 주로 지필 검사를 통해 검증한다. 면접관의 질문을 경청하고 자신이 보유한 지식 중 답변에 필요한 것들로 재빨리 구성하여 순발력 있게(여기에 재치까지 있다면 최고다) 핵심을 조리 있게 말할 때 좋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췄다고 생각하다. 보통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귀에서 나온다. 이 역량 또한 태도 평가에 영향을 끼친다.

마지막으로 태도 역량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이 친구는 회사를 들어오기 위해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있었군.”
“이 친구는 사람의 얘기를 잘 경청하는군. 독불장군처럼 굴지는 않겠어.”

이러한 지식과 기술 역량에 대한 좋은 평가는 태도로 귀결된다. 태도에 있어 핵심은 나는 이미 준비되어 있고 완벽한 사람임을 보여 준다거나(솔직히 완벽한 사람이 없다. 그러니 거짓말을 한 셈이다),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을 다 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일단 입사하고 난 뒤 시키는 대로 모든 걸 불만 없이 하는 직원은 없다. 믿지 않는다)이 아닌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성찰하는, 한마디로 끊임없이 학습을 통해 성장하려는 의지에 대한 판단을 가졌다는 점이다.

면접이라는 낯선 ‘정글’을 통과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적응, 즉 질문의 요지를 잘 듣기 위해 눈과 귀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고(태도),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여(지식), 두려움과 긴장을 인내해 잘 표현하는 것(기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필자소개 필자소개
김정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인력개발센터 교육프로그램 기획자, 지식에너지연구소 대표로 활동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문화재단 등 다양한 문화예술 기관에서 실시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및 인력양성 관련 연구, 강의, 컨설팅, 자문에 참여하였다.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사업3팀장을 맡고 있다.

II. 예비 예술경영인의 시선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현직 선배들의 조언


백설아_한국어문학, 문화예술기획 전공


나는 예술 행정 분야를 지원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문화예술이라는 큰 꿈을 마음 가득 담고 현실 세계에 발을 디딘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예술 전공생도 아니고, 특별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을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정된 자격 조건도 딱히 없는 상황에서 지원자의 경력과 가능성을 보는 분야가 바로 문화예술 분야이기에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그 흔한 족보 하나 없으니 말이다. 이런 나에게 이번 ‘2015 예술경영 잡페어’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다가왔다.

나는 이 행사에 4가지의 질문 사항을 가지고 참가했다.

1. 예술 비전공자와 예술 전공자의 차이가 있나요?
2. 석사가 반드시 필요한가요?
3. 외국어 능력은 어느 정도 필요한가요?
4. 저는 왜 매번 면접에서 떨어질까요?

미술관 지난 8일,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국민대학교 제로원디자인센터로 들어갔을 때, 장내는 예비 예술인들의 패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접수 부스에서 이름을 말하니 안내원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 친절한 안내와 함께 잡페어를 어떻게 즐기면 되는지 알려 주었다. 각 부스에서는 많은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방문한 부스는 서울문화재단과 예술경영지원센터였다.

무엇을 물어볼지 질문이 머릿속을 뱅뱅 돌던 것도 잠시, 나를 맞이해 주는 친절한 관계자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쏟아 놓듯이 질문했다. 이에 당황하지 않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대답해 주는 것에 두 번 감동을 받았다. 예술 전공자가 아니라서, 석사가 없어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없으니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재단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그곳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나의 팁으로는 기관에서 발행하는 웹진과 같은 자료들을 받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 줬다. 그리고 외국어 능력은 인원이 순환하면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준비는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렇게 부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3시 30분, 드디어 나를 발가벗겨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자기소개서 클리닉 프로그램). 늘 합격 여부만 통보받았을 뿐이지 내 자기소개서를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것은 처음이라 너무나도 긴장되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있어야 내가 성장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컨설턴트는 자기소개서에서 느껴지는 나의 이미지를 솔직하게 알려 주었다. 인턴으로 근무했던 여러 경력을 보면서 어떤 기회이든 주어지면 도전하는 지원자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또한 첫 문장을 좋아하는 시 구절로 시작했다는 점이 가독성을 높였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왜 지역문화재단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피드백해 주었고, 이를 위해서 원하는 직장의 비전이나 지역문화재단의 특성을 나와 연결하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조언해 줬다. 자기소개서 종이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은 담당 컨설턴트의 노력에 감동했고 당시 첨삭을 받은 대로 자기소개서를 쓰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클리닉을 마쳤다.

아래층에서는 모의 면접이 실시되었다. 나는 최종 면접에서 늘 떨어지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평소 면접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이런 결과에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던 차에 이번 모의 면접을 통해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3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면접실로 들어갔고 자리에 앉자마자 면접관들은 “모의 면접이니까 더 확실하게 봐야겠죠?”라는 질문과 함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이미 얼어 버린 상태였다. “지원 동기와 자신의 강점을 연결하여 설명할 것, 전공을 어떻게 업무에 연결시킬 수 있을지 말해 볼 것” 등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을 때 나는 너무 긴장한 탓에 자기소개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하였다. 이내 긴장을 풀고 내가 해 왔던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 가려고 애썼다. 15분간의 면접이 끝나고 녹음기를 들고 피드백을 받으러 들어갔다. 첫 질문을 실수한 것이 떠올라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첫 피드백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 “지원자 사진을 바꿔라”라는 피드백이었다. 취업 준비생이면 의례적으로 찍는 올림머리와 정장 사진이 오히려 건강한 나의 이미지를 해치고 올드한 느낌을 주니 당장 바꾸라는 것이었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검토하며 나의 이미지와 연결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또 너무 외운 듯한 자기소개가 오히려 유연성이 필요한 문화예술 분야에선 맞지 않으니 스토리텔링을 하는 방식으로 바꾸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외에도 면접할 때 대화의 빠르기, 면접을 대하는 태도 등 상세하고 영양가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이니 풀어놓기만 하세요.”라는 마지막 응원이 정말 울컥할 정도로 감사했다.


▲ 예술경영 잡페어 문화예술 재단/기업/단체 부스 전경


사실 잡페어에 참가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돌아갈 때 내 머릿속에 ‘그래도 내가 잘 하고 있었구나,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현직 선배들의 조언, 나의 현 위치에 대한 점검, 나의 강약점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주고 함께 고민해 주었던 이 자리가 정말 나에게는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든지 오늘의 피드백이 기억 속에서 오래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


필자소개 필자소개
백설아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한국어문학과 문화예술기획을 공부하였다. 현재는 예술행정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갈망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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