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약 력/·연세대학교 심리학 학사/·서울여자대학교 무용동작치료 석사/·연세대학교 상담코칭 박사과정/·現 표현예술중심 심리건강증진센터힐링모션 대표/주요 작업/·2000~2005 춤 엠파워링 프로그램 <이다모션> 운영/·2007~2009 건국대 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무용동작치료 담당/·2009 전국 여성장애인 동작치유 워크숍/·2012 『한겨레신문』 마음테라피 상담 칼럼 연재/·2013 I.D.A 기업 심리 코칭 연구소 설립/·2014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학생의 형제자매를 위한 예술치유 멘토링 프로그램 /저 서/『나를 치유하는 동작』, 문학동네, 2015

한지영은 자신이 하는 작업을 ‘동작 치유’라고 이야기한다. 춤을 추다가 우울증이나 대인 기피가 나아지는 순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순간들은 매우 모호하고 우연하게 발생한다. 무용치료에서 시작해 힐링 개념을 도입한 동작 치유는 그 찰나의 순간들을 추출해서 단순화하여 적용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지영은 본인이 그 순간을 경험한 사람일 것이라 말한다. 친구와 일대일로 마주하면 식은땀이 나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내성적인 소녀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며 처음으로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여진다고 느꼈던 그때. 바로 그때가 무용치료의 길로 들어서자고 마음먹은 찰나는 아니었을까. 2000년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삼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 온 한지영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일종의 전사(戰事)처럼 느껴진다. 사실 치유란 부드러운 단어처럼 들리지만, 그저 부드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치열하게 흘리는 뜨거운 땀방울을 담보로 해야만 어딘가 아픈 누군가를 품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심리학을 전공하셨는데, 무용치료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용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엄마한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성적뿐이어서 선택하지 못했어요. 울면서 혼자 포기했죠. 그런데 진짜 포기를 한 건 아니었던 거예요. 전공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대학 내내 댄스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공연하고, 다른 친구들을 가르치고. 동시에 온갖 장르의 무용을 찾아다니면서 배우고,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다양하게 춤을 접했죠. 물론 심리학 공부 역시 열심히 했어요. 그렇지만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면서도 내가 끝까지 그곳에 있을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 했죠. 오히려 ‘여기서 나는 사업이라는 걸 배워 가야 한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사람들이 저 이상하게 봤을 거예요. 만날 춤 배우러 다닌다 하고 회식 가서 힙합을 추고 그러는데 일은 되게 열심히 하고(웃음). 그런데 그게 계속 되니까 힘들더라고요. 회사도 다니고 NGO 활동도 하고 춤도 배우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있긴 했지만, 결국 모두 포기가 어렵고 커리어가 쌓이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춤을 좋아해서 직접 배우고, 또 추는 것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거나 치료하는 건 다르잖아요.
그렇게 괴로워하던 찰나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댄스 테라피’를 검색하고 신세계가 열린 거죠. 영어로 된 문서들이 엄청나게 나오는데, 그전까지는 왜 몰랐는지! 내가 상상만 했던 것이 이미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더 상세한 것들을 찾아보니 지체아 무용치료 작업을 하는 곳에서 무료로 자원봉사하는 사람을 찾더라고요. 바로 지원했죠. 그때 만난 리더 분이 대학원에서 무용치료를 전공하고 있어서 저도 입학을 했고요. 그 이전에도 춤은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활동하던 지하 연습실에서 무용치료를 시작했어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자살을 생각하고 그럴 때 10만 원어치 술 마시는 건 괜찮지만, 3만 원 수업료를 내고 무용치료를 받는 건 아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싸워야 했어요. 무용치료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에 대해 더 저항이 심하거든요.



쉽지 않은 길이었을 텐데요,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힐링모션’이라는 사업자를 내면서 사업가로 변신해야 할 때가 되게 힘들었어요. 아까 회사 다니면서 열심히 배웠다고 말씀드렸지만, 정말 그게 다였거든요. 제가 경제관념이나 사업 마인드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상담사이고 치료사이고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돈 얘기를 해야 하고, 수업료를 협상해야 하고, 세금을 처리해야 하니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치유가 필요한 사람은 대부분 힘든 사람들이니까, 의뢰를 할 때 이들이 이러이러한 어려움이 있으니 우리 단체에 무료로 강의를 해 달라고 해요. 거절을 하면 이상하게들 생각하시는데, 대부분 무용치료 지망생들이 돈이 안 돼서 이 일을 포기하거든요. 생활이 안 되니 활동이 지속될 수가 없는 거죠.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자살을 생각하고 그럴 때 10만 원어치 술 마시는 건 괜찮지만, 3만 원 수업료를 내고 무용치료를 받는 건 아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싸워야 했어요. 무용치료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에 대해 더 저항이 심하거든요.

실제 무용치료사가 되어 돈을 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거군요. 그렇다면 무용치료사 지망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용치료사가 된다는 건 사실 아무것도 이야기해 주지 않거든요. 디테일한 자기 커리어 설정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에 맞춰서 공부를 해야지, 이것도 좋은데? 저것도 좋은데? 하면서 다 따라다니다 보면 워크숍만 듣다가 잔뜩 돈을 날리고 포기하게 돼요. 조직에 소속되어 일할 것인가, 개인 사업을 할 것인가, 자원봉사로 자아실현에 투자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그 대상은 노인으로 할 것인가, 유아와 엄마를 만날 것인가, 아니면 기업에 들어가 코칭을 할 것인가까지 다 생각해 봐야죠. 이 일은 조직과 대상에 따라 아주 다른 일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누구랑 무엇을 할 때 유능하고 잘하는지, 혹은 편안한지를 고민해야 해요. 대상, 일하는 환경, 근무 조건, 벌고 싶은 돈의 규모를 따져 보고 어떤 무용치료사가 되고 싶은지 정해서 그에 필요한 커리어를 쌓고, 인맥을 넓히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이 일은 조직과 대상에 따라 아주 다른 일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누구랑 무엇을 할 때 유능하고 잘하는지, 혹은 편안한지를 고민해야 해요. 대상, 일하는 환경, 근무 조건, 벌고 싶은 돈의 규모를 따져 보고 어떤 무용치료사가 되고 싶은지 정해서 그에 필요한 커리어를 쌓고, 인맥을 넓히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그럼 본인은 어떤 조직과 대상을 상대하는 무용치료사로 스스로를 설정하신 거죠?
우선 저는 개인 사업자예요.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이면서, 치료사가 더 필요한 작업을 진행할 때는 개별적으로 다른 이들을 고용하기도 하고요. 대상은 도심에 사는 저와 비슷한 사람들로 설정했어요. 도심에 살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직장 생활을 하고, 나름 고학력인 사람들이요. 사실 이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정해진 수순을 밟아 리더의 자리에 가게 되잖아요. 리더 한 명을 바꾸면 몇백 명이 편해질 수도 있거든요. 정치인은 더하죠. 때로 자기 열등감이라는 미해결 과제를 공적인 관계에서 풀려고 하니까 사회가 엉망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성격을 고치면 끝나는 일인데, 그 사람 하나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거죠. 그렇지만 이 사람들에게 치료받으라고 하면 절대 안 받거든요. 그래서 힐링과 새로운 교육의 개념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들을 하시죠?
예를 들어 새로운 CEO 리더십 교육 같은 것이죠. 그리고 또 다른 대상을 찾아서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한국은 정말 스트레스 강국이라서 여기에서 유효한 프로그램은 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거든요. 국제 인터넷 네트워크라는 협의체에서 힐링모션 프로그램에 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더니, 이런 게 정말 필요했다며 아프리카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저를 불러 줬어요. 튀니지에 가서 작업을 했죠. 우리나라보다 대우가 훨씬 좋았고요. 이론 부분을 영어로 강의하는 게 진짜 힘들긴 했는데, 실제 프로그램을 할 때는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통하더라고요. 내가 그 사람들 움직임을 읽어 내는 게 중요한 거니까. 외국 프로그래머들이나 웹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힐링모션 프로그램을 계속 넓혀 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제 책도 번역해서 외국에서 출판할 계획이고요.

▲ 힐튼 호텔 수석 주방장 대상 동작치유 수업. 손을 맞잡고 겨루기와 협업 등의 동작을 통해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힘든 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하면서 어떤 때에 보람을 느끼시나요?
교수, 사장, 국회의원 이런 분들과 작업하면, 사실 노동환경이나 사회문제 같은 거창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눈물 흘리면서 “딸이 자기랑 얘기를 안 해 준다” 이런 얘기들로 힘들어하시거든요. 그런 사람들에게 손가락만 닿아도 이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구나 이런 걸 경험하게 하는 거죠. 저 나름으로는 ‘상생 커뮤니케이터’라고 이름을 붙여 본 게 있는데요. 국제 테이블에서 서로 협상, 교섭 등 커뮤니케이션 할 때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체면 때문에 나오는 불필요한 공격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캠페인화하는 일을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걸 중재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제가 하는 작업 중에 꿈-비전 찾기 프로그램이란 게 있는데, 사람들한테 30년 후에 무엇이 될 것인가를 설정하게 하거든요. 30년 후니까 큰 그림을 그려야 해요. 그걸 스스로에게 적용해 봤을 때 그런 지점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교직원 대상 직무 스트레스 관리 교육. 손을 엮어 잡고 푸는 몸놀이를 통해서 초기 라포 및 바디채널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무용치료사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자질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무엇보다 타인과 연결되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어떤 공간에 있으면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 패턴을 바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좋은 신호이건 나쁜 신호이건 수집하고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런 걸 힘들어하거나 자기와 맞지 않는다면 이 일은 못 해요. 또 하나는, 자기가 스스로를 돕고 싶은 마음 때문에 다른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도 사실은 저를 돕는 마음으로 여기 들어왔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만족감을 느껴요. 그래서 일 자체가 즐겁죠. 이런 충족감이 있기 때문에 때론 돈을 적게 벌어도 버틸 수 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건강해지니까요. 그러니까 타인에 대한 관심과 도우려는 마음, 연결되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해요. 그들의 움직임, 몸 전체를 빨리 읽어 내고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같은 주파수로 들어가는 능력이 필요한 거죠.


타인과 연결되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어떤 공간에 있으면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 패턴을 바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좋은 신호이건 나쁜 신호이건 수집하고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런 걸 힘들어하거나 자기와 맞지 않는다면 이 일은 못 해요.



스스로에게 맞는 일을 찾아 앞으로의 활동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그 계획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저는 정치나 경제 쪽은 잘 모르고 재능도 없어요. 그런데 계속 관심이 가거든요. 경제적으로 부조리하다거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걸 접하면, 어떻게 보면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인데 힘이 들어요. 궁극적으로는, ‘상관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나 한 사람의 독만 빼면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예요. 남은 바꿀 수 없어요. 내가 변해야 하죠. 제가 정치인이 되거나 경제인이 될 수는 없거든요. 저는 씨앗 자체가 그런 씨앗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무언가를 논의하거나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할 때 최상의 상황을 만들어 주는 거, 그걸 도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사진촬영_장우제

※ 참고링크
문화예술 청년, 인생 UP 지원사업 가이드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문화예술선배 30인의 서른 가지 길


필자소개 필자소개
이가원은 HS애드에서 PD로, 월간 『한국연극』에서 기자로 근무하였다. 현재 대학원에서 예술치료를 공부하고 있으며 사)한국연극치료협회 연극심리상담사 양성과정과 수원여대 연기영상과에서 연극치료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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