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의 이렇게 몬트리올 경영대학(HEC Montréal)에서 직접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이번 대담은 교수님의 예술경영 경력 43년의 세월을 돌아보고, 캐나다 예술경영의 지형을 살펴보고자 마련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요 인물이 거론되면 일반적으로 몇 살인가부터 묻는데요.(웃음)

프랑스와 콜베르 아, 예. 저는 1948년생이니 현재 67세입니다만, 한국 나이로 치면 68세인가요?

박신의 그러면 교수님께서 어떻게 예술에 관심을 두게 되셨는지, 그리고 예술경영을 염두에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프랑스와 콜베르 60년대 아마추어 연극을 접하면서 예술에 눈을 떴다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영화로 관심을 돌리게 되면서 당시 영화광들의 집합지였던 몬트리올 엘리제 극장에서 부대표(1969년)로 일하게 되었지요. 그 시점에 경영에 대한 소명 의식 같은 것이 들어 MBA 과정에 등록하고 경영학을 공부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1973년 몬트리올 경영대학에 마케팅 전공 교수로 부임했지요. 그래서 제 공식적인 경력 시작을 이 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술경영의 출현과 현재

박신의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더 활발하게 예술 현장에 개입하시게 된 거군요.

프랑스와 콜베르 그렇죠. 특히 1975년에는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먼저 당시 인형극을 주로 하는 테아트르 쌍 필(Théâtre Sans Fil) 대표였던 절친한 제 친구가 제게 극단 경영감독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해 왔지요. 그리고 밴프 센터에서 1주일간 예술경영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누벨 당스’(Nouvelle Danse)를 이끈 캐나다 무용계의 대표적 인물인 자클린 르미유(Jacqueline Lemieux)를 만나 그녀의 단체 앙트르 시스(Danse Entre-Six)의 경영감독도 맡게 되었어요. 저는 이 두 단체에 15~16년간 도움을 줬습니다.

박신의 교수님의 이런 경력은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무엇보다 예술 현장 경험에 의해 경영학을 선택하게 된 사실이 신선합니다.

프랑스와 콜베르 당시 제가 여러 예술단체에서 경영감독이라는 직무를 수행하다 보니 예술경영의 필요성을 캐나다 예술위원회에서도 인식하게 되었고, 공연 작품 배급을 위해 제게 자문을 하기도 했지요. 때로는 아예 단체 대표를 맡기도 했지만(테아트르 도주르디 Théâtre d'Aujourd'hui, 1987-1993) 무용 및 음악, 영화, 박물관 등 모든 분야에서 회계 및 재정, 프로그래밍 관련 일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캐나다 예술위원회(부대표, 1995-2003)나 캐나다 통계청(문화통계위원장, 1994-1998), 퀘벡 무용학교(총장, 1993-1995), 국립예술센터(마케팅 위원회, 2002-2006) 등의 기관 활동도 병행했지요.

▲ AIMAC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Management≫


박신의 캐나다 예술 현장에 교수님의 노고가 그대로 녹아나 있는 셈이네요. 그러면서 동시에 예술경영의 학문적 기반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신 거군요.

프랑스와 콜베르 1985년에 몬트리올 경영대학 학부에 과목을 개설하였지요. 3년 후에는 석사과정을 만들었고 1991년에 정식 학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시점에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AIMAC, Association Internationale de Management des Arts et de la Culture)를 창립하게 되었고, 학술지는 1997년부터 발행했고요. 그 이후 저희 대학에 박사과정(2010년)을 만들었고, 2012년에는 달라스의 SMU(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와 밀라노의 보코니 경영대학원(Bocconi SDA)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제 프로그램(석사과정)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박신의 이렇게 말씀을 듣고 보니 어떻게 교수님께서 문화예술경영을 주도해 가셨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12개국 언어로 번역된 교수님의 저서 ≪문화예술마케팅≫(Le marketing des arts et de la culture, 1993, 영어본 1994) 역시 그런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군요.

프랑스와 콜베르 그렇습니다. 저로서는 제가 가진 문화예술 현장에서의 경험에 경영학 이론을 도구적으로 적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비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돌아가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싶었고요.

▲ 12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된 프랑스와 콜베르 교수 저서 『문화예술마케팅』

예술경영의 현실적 요구와 필요성

박신의 적어도 퀘벡 지역에서 교수님의 역할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캐나다에서 예술경영의 출현과 전개를 개략해 주시지요. 개인적으로 이곳에 와서 가장 새롭게 여기게 된 점은, 캐나다가 영어권과 불어권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 두 지역의 특성과 차별성이 궁금해지네요.

프랑스와 콜베르 그래요. 캐나다의 특성이 바로 그 점이지요. 영어를 사용해도 순수하게 미국적이지 않고, 불어를 사용하는 퀘벡 지역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어 순수하게 프랑스적이지 않지요. 어떻게 보면 영국(카운슬)과 프랑스(정부 지원) 그리고 미국(기부)적 요소들이 섞여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박신의 제가 자료를 찾다 보니 캐나다 대학 내 예술경영학과 간의 연합체가 있더라고요. 거기서 보니 대학 내 예술경영학과를 둔 곳이 11개 정도인데, 퀘벡에서는 유일하게 몬트리올 경영대학에 있고요. 박사학위를 둔 곳도 몬트리올 경영대학이더군요.

프랑스와 콜베르 예. 그리고 토론토에 있는 요크(York)대학만이 MBA 코스이고, 다른 대학은 모두 예술대학 중심으로 예술경영학과를 두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캐나다 예술경영 교육자 협회’(Association Canadienne de Formation en Gestion des Arts, Canadian Association of Art Administration Educators, CAAAE)는 제가 주도하여 1983년에 설립한 것이고, 대표(1986-1989)를 역임했었지요.

박신의 여기서도 교수님의 주도적인 역할을 확인할 수 있네요. 하지만 수적으로 보면 영어권이 훨씬 많아 아무래도 현실적 요구나 필요성에서 차이가 날 것 같은데요.

프랑스와 콜베르 그렇습니다. 사실 문화 정책에서는 불어권이 우월하다고 자평하지만, 예술경영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일단 두 언어권의 종교적 배경이 다른 것을 볼 수 있지요. 불어권은 가톨릭을 뿌리로 하고 있어 부에 대한 개념을 천국에 가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지요. 하지만 영어권은 개신교를 기반으로 속세에서 부를 이루면 공동체와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한다는 철학이 있어요. 따라서 예술단체에 대한 기부, 문화예술 후원에 대한 인식이나 사회적 분위기는 영어권이 훨씬 앞선 것이지요.

박신의 그럼에도 다시 미국과 캐나다를 비교한다면, 캐나다가 여전히 정부 지원 비율이 앞서는 것이겠지요?

프랑스와 콜베르 전체적으로 보면 캐나다의 기부 비율은, 만일 미국이 50%라고 한다면, 20% 정도라고 할 수 있고, 그 대신 정부 지원이 미국은 전혀 없다고 한다면 캐나다는 40% 정도입니다. 그래서 미국적 현상과 유럽적 현상이 공존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돈이 없다고 문화예술에 대한 기금을 줄이는 상황에서 다른 방식으로 재원을 개발해야 하는 것은 절실한 요구입니다.

박신의 예.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이야말로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사적 영역에서의 재원 조성이 더 시급한 실정이지요. 하지만 한국의 경우 여전히 관객이 적고, 또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더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와 콜베르 저로서는 한국도 유럽적 모델을 빨리 접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프랑스는 예술경영이나 마케팅이라는 용어 자체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던 나라입니다. 하지만 국가적 책무로서의 예술 지원이라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 진흥의 흐름을 더디게 하고, 모든 의사 결정 구조를 관료화하면서 비효율성을 유발한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퀘벡 지역에 기부가 본격화된 것도 1985년부터이니 사실 최근의 일입니다. 그러니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재원 개발을 위한 사적 영역의 성장

박신의 그럴까요?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궁극적으로 재원 개발을 위해 사적 영역의 성장을 목표로 캐나다도 변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인가요?

프랑스와 콜베르 그렇습니다. 어제도 캐나다 그랑 발레(Les Grands Ballets Canadiens) 디렉터와 만나 이야기했지만, 그랑 발레도 새로운 방식의 재원 조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내년에 새롭게 전용극장을 개관하는데, 내부에 레스토랑을 두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처가 필요합니다. 특히 레스토랑에 공연 내용과 맞는 메뉴 개발 같은 것도 고려 대상이지요. 물론 사적 영역의 발전은 곧 새로운 관객 개발과 예술 작품의 수월성, 지속 가능성과 자율성 확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요.

박신의 1957년에 설립된 그랑 발레가 오랜 역사를 갖는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도 수익 창출을 이루는 프로그램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하는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 소외 계층 어린이를 초대하기 위해 모금 활동을 1997년부터 시작하였고, 2010년부터는 '호두까기 인형 장터'를 운영하여 모금 활동에 큰 효과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2013년부터는 국립무용치료센터(Centre national de danse-thérapie)를 두게 된 것도 야심 찬 기획이었던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몬트리올 경영대학의 정식 학과 개설에도 기부금이 투여된 것이죠?

프랑스와 콜베르 예술경영학과는 1991년에 정식으로 인가를 받아 개설되었는데, 당시 정부 지원금(문화재장관) 50만 달러와 기업가로부터 150만 달러를 받게 된 결과였지요. 그래서 저희 학과 명칭(la Chaire de gestion des arts Carmelle et Rémi-Marcoux)에 기부자의 이름이 들어간 것입니다.

박신의 이번에 여기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2012년에 문화예술경영학과가 캐나다로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인증을 받았더군요. 그렇게 되면 국제적 네트워크나 역할에서 새로운 차원을 얻게 되는 건가요?

프랑스와 콜베르 그렇죠. 특별히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유네스코가 문화예술경영학과를 인정했다는 것이 인식을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이고, 저희로서는 미대륙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문화경영을 보급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 겁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교류와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을 하고 있지요.

박신의 교수님께서는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미대륙에 문화마케팅 강의를 다니시면서 많은 대학에 문화예술경영학과를 개설하는 데 기여해 오셨잖아요? 그 가운데 아시아와의 관계를 보면 아무래도 중국이 가장 활발한 지역인 것 같은데요. 사실 2017년 AIMAC(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하기로 한 결정도 같은 맥락일 텐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아니어서 좀 아쉽기는 합니다.

프랑스와 콜베르 중국과는 베이징을 비롯해서 톈진, 난징, 상하이 등지에서 문화마케팅을 중심으로 키노트 스피커나 강의(난징은 두 번), 학생과의 세미나(상하이) 등을 진행했지요. 특히 베이징 예술대학과는 많은 교류가 있었는데, 사실 중국에서 예술경영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대부분 예술대학이고 아직 경영학과는 없습니다. 이번에도 상하이에 강연을 하러 12월에 가는데, 그 기회에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박신의 늘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셔서 든든합니다만, 혹시 은퇴를 생각하시는지요. 만일 생각하신다면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지요?

프랑스와 콜베르 이번에 대학에서 6년 근무 연장을 승인받았으니, 은퇴는 그 시기에 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당분간 저희 국제 프로그램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이제 막 출발한 것인데, 7개국 학생들이 참여해서 고무되어 있습니다.

박신의 앞으로도 많은 활동과 성과를 기대하며, 장시간 소중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사진제공_필자

※ 참고링크
[이슈] 캐나다 몬트리올 경영대학 주최 ‘올해의 예술경영인 상’ / 문화로 도시 정체성 살리려는 캐나다의 가치관
[기획대담] 프랑소와 콜베르 HEC 몬트리올 예술경영 과정 석좌교수 / 여전히, 예술경영인의 모델 발굴은 필요하다


필자소개 필자소개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 및 DEA를 마치고, 인하대학교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문화예술정책, 박물관과 미술관 경영 관련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정책자문 활동과 함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 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특별위원, 외교부 자체평가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구년으로 몬트리올 경영대학의 방문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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