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약 력/·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아동청소년극 전문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 연극 교육연구소 인터 부소장/·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상임연출가/·판소리창작 공연단체 판소리만들기    자 예술감독
/연 출/·2004 <가믄장아기>/·2011 뮤지컬 <재주 많은 다섯 친구> <소년이 그랬다>/·2012 <겨울이야기>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 <어쩌면>/·2013 <구름>, <사천가>/·2014 <억척가>/수 상/·2012 서울어린이연극상 연출상/·2010 서울어린이연극상 극본상, 작품상, 연기상

이지향은 현재 국내 공연계를 대표하는 극장 중 하나인 세종문화회관의 공연기획 PD로 일하고 있다. 성악 공부를 하기 위하여 이탈리아에 유학을 갔지만, 자신이 정말로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후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한 음악 공부를 그만두기로 결정한다.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 배우의 의상을 다림질하는 일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우리나라 공연예술과 관련된 저작권 논문 1호의 주인공이 되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말하는 이지향.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보자.


국내 공연계를 대표하는 세종문화회관의 공연기획 PD로 계십니다. 어떻게 이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셨나요?
원래는 성악 공부를 했어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가의 삶을 살 줄 알았죠. 이탈리아에 유학을 갔는데 큰 세상에 있으니 내가 세계적인 음악가가 될 그릇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뒤로 방황하기 시작하면서 우연히 오페라 공연을 만드는 스태프 일을 접했는데 적성에 맞았어요. 그래서 바로 음악을 그만두었습니다(웃음). 음악을 공부한 햇수를 따져 보니 17년 정도 되더라고요. 어머니께서 왜 음악을 그만둬야 하는지 당신이 납득할 수 있게 설득하라고 하셔서, 딱 한마디 했습니다. 나는 세계적인 음악가가 될 그릇이 아니라고요. 유학 생활을 일주일 만에 정리하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정말이지 과감한 결정이네요.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어떻게 하셨나요? 굉장히 막막했을 것 같은데.
막상 돌아오니 일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곳이 없었죠. 당시 서울시오페라단에 있던 선배에게 아무 일이나 좋으니 기회가 있으면 불러 달라고 했어요. 당장 부모님께 손을 못 내미니 성악 레슨을 하면서 연명했고요. 그러던 중 서울시오페라단 의상 스태프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때 공연 의상이 한복이었는데 다림질할 게 너무 많았죠(웃음). 새벽 2시에 택시 타고 집에 들어가면서도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당시 단장님께서 그런 모습을 잘 봐주셔서 홍보 마케팅 담당 자리를 제안하시더군요. 그렇게 2003년부터 3년 계약직으로 오페라단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예술경영 전공으로 박사 시험을 봤고 운이 좋게 합격하면서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요.

갑자기 전혀 다른 학문을 공부하게 됐는데,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성격상 뭘 하나 잡으면 죽어라 파는 스타일이에요. 직성이 풀릴 때까지 뿌리를 뽑아야 하죠. 1년 정도를 시중에 나와 있는 경영학 입문서부터 시작해 세 달에 책 백 권 읽기를 실천했습니다. 실은 경제학 박사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들보다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선택했던 게 공연예술저작권이에요. 자랑이지만, 제 논문이 우리나라 공연예술과 관련된 저작권 논문 1호입니다. 굉장히 뿌듯해요(웃음). 이렇게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이 실무적 역량을 키우며 경력을 쌓을지 혹은 학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할지, 두 갈래 길에서 고민을 하는데요.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예술경영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 그게 특장이 되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예술경영, 정책 전공자들이 많습니다. 즉, 경쟁력이 학위로 생기는 시대가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낄 때 공부를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예술경영보다는 깊이가 있는 전통 학문을 전공으로 선택했으면 해요. 사실, 공부를 한다고 해서 이를 현장에 얼마나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예요. 현장은 또 다른 세계이고, 변수가 많죠.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획득하는 언어적 능력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긴 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공부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가를 먼저 점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학위 때문이라면 말리고 싶어요.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예술경영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 그게 특장이 되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예술경영, 정책 전공자들이 많습니다. 즉, 경쟁력이 학위로 생기는 시대가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낄 때 공부를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스스로를 향한 확고한 믿음과 자신감이 느껴지네요.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예요. 올해 제 나이가 마흔셋인데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음악을 그만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두 번째는 경영학, 경제학 공부를 한 것이죠. 물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게 많은 청년들에게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그런 기회가 있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죠. 행운이었어요.

그것을 찾더라도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가 않죠.
실패할 것을 두려워해서 그렇죠. 그런데 돌아갈 수 있다면 3~4년은 그냥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80년을 산다면 3~4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10퍼센트라도 마음이 생긴다면 실천하고, 실패하면 돌아가면 돼요.

지금 일하고 계시는 세종문화회관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사 공부를 하던 중 성남아트센터에서 오페라 프로덕션 매니저 요청이 왔어요. 누군가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일하는 걸 보고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성남아트센터에 출근해서 퇴근한 후 새벽 2시까지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1년 했어요. 일을 하면서 공부를 더 깊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몇 달 후 세종문화회관 공채가 났죠. 서울시뮤지컬단에서 프로듀싱과 제작감독을 겸할 사람을 찾았던 거예요. 그렇게 2006년 10월, 세종문화회관에 다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공연기획팀 PD는 어떤 일을 하나요?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공연의 전체적인 기획부터 공연이 끝난 후 평가까지의 모든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 안의 세부적인 과정을 설명하자면, 우선 공연의 기획 방향과 목표를 설정합니다. 그 후에 출연진, 예산 범위, 아이디어 등을 스태프들과 함께 구성해요. 그 과정에서 주요 관객층, 콘셉트, 홍보 마케팅 방향 등을 설정하지요. 그렇게 공연의 밑그림이 완성되면 그려진 그림을 어떻게 잘 채색할 것인가 생각하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갑니다. 공연 현장을 위한 공연 티켓의 운용, 프로그램북, MD, 이벤트 등을 구성하고, 최고의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스태프들과 쉴 틈 없는 회의와 협의를 거칩니다. 그렇게 공연을 올리고 나면 출연료부터 장비 임차비 등에 대해 정산 작업을 하죠. 마지막으로 추후 더 나은 공연 기획을 위한 평가를 통해 실과 득을 찾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운영하고 있습니다.


▲ 세종문화회관에서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시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공연을 위해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시민들을 지도하고 있다.


만약, 공연기획 일을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를 입문기, 과도기, 안정기로 나눈다면 현재 어디쯤에 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직도 입문기 같아요. 굉장히 많은 시험에 들기 때문인데요. 최근 들어 갑자기 커진 시장 중 하나가 예술경영이라는 학문입니다. 저도 그 영역 안에 있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 제 역량이 그리 대단한 건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느껴요. 한 달에 휴일 근무가 보통 6일 정도 되는데 어떻게 안정되었다고 할 수 있겠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잘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이지향이라는 그릇 안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공연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죠.



문화예술 분야에서 기획자가 갖는 역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잖아요.
공연의 승패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려져요. 기획자가 얼마나 트렌드를 잘 읽어 내느냐가 시장에서의 생존력을 판가름하죠. 관객이 없는 공연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연예술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관객 분석을 못 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미국은 관객 연령대부터 시작해 연간 총매출까지 모든 게 시스템으로 집계되죠. 우리나라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인터파크가 가지고 있는데, 개인정보 문제로 인해 극장이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요. 세종문화회관이 공연 티켓을 팔면, 인터파크의 데이터 자산이 되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한국의 공연예술 시장이죠. 최근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구축을 한 것도, 이제야 체계화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인데요. 안타깝게도 여전히 공연기획 전문 인력이 많지 않아요. 저 역시 음악을 오래 해 왔고 공연 현장을 10년 이상 지켜 왔던 경험 덕분에 지금 기획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 현장에 있는 공연기획자 혹은 문화 행정가들이 정보 체계화를 위해서 애써야 합니다. 한 나라의 공연예술 시장이 어떻게 성장해 가느냐는 공연기획자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공연의 승패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려져요. 기획자가 얼마나 트렌드를 잘 읽어 내느냐가 시장에서의 생존력을 판가름하죠. 관객이 없는 공연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연예술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관객 분석을 못 하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공연기획자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인문학적 소양이요. 아직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공연기획자는 공연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춰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죠. 다양한 것을 많이 보고 읽고 듣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영감이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되니까요.

사진촬영_장우제

※ 참고링크
문화예술 청년, 인생 UP 지원사업 가이드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문화예술선배 30인의 서른 가지 길


필자소개 필자소개
김미지는 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 예술, 놀이를 통해 협동하며 다 함께 잘 놀고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웃문화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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