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일부터 이틀간 미국 콜럼버스(Columbus)의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이하 OSU)에서는 예술기업가정신 교육협회(Society for Arts Entrepreneurship Education, 이하 SAEE)의 두 번째 연례 학술대회가 열렸다. SAEE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의 예술기업가정신 프로그램 디렉터인 개리 벡맨(Gary Beckmann) 교수와 남부감리대학교(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이하 SMU)의 예술기업가정신 프로그램 디렉터인 짐 하트(Jim Hart) 교수의 주도로, 미국 각급 대학교에서 예술기업가정신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학자 및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한 단체이다. 댈러스의 SMU에서 개최되었던 첫 회보다 참가자가 약 30% 늘어난 이번 학회 기간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80여 명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예술기업가정신에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발표하고 논의하였다. 아직 창립 초기이기에 예술경영교육자협회(Association of Arts Administration Educator, 이하 AAAE)의 연례 학술대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교수와 연구자들이 많이 참가하였으나, 예술경영 분야에서 약 10여 년 전부터 자주 거론되어 오던 주제인 예술기업가정신(Arts Entrepreneurship)이 이제 하나의 새로운 학문/교육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학회이다.

예술과 기업, 그리고 기업가 정신

올해 SAEE 학술대회가 열린 OSU의 바넷 예술기업통합 센터(The Barnett Center for Integrated Arts and Enterprise, 이하 바넷센터)는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예술과 기업에 대한 통섭적 연구와 교육을 목표로 설립된 기관이다. 통상 기업가 정신으로 번역되는 Entrepreneurship에 관한 확립된 정의와 이론도 여전히 활발히 논쟁 중인 현재에, 예술기업가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작년에 이어 올해 SAEE 학술대회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은 연구 발표자들이 사용하는 예술기업가정신의 다양한 정의에서 감지되었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과 일반적으로 함께 거론되는 창업, 혁신, 리스크(실패) 감수, 그리고 최근에 외서 각광을 받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공유 가치 창출이라는 여러 가지 논의가 예술이라는 더 큰 그릇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다.

10월 16일 1시에 바넷센터 대강의실에서 힙합 가수이자 사회운동가인 키스 윌리엄스(Keith Williams)가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힙합 노래를 부르며 제2회 SAEE 학술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잠시 후 바넷센터 디렉터인 소냐 맨존(Sonia BasSheva Manjon) 교수의 인사말 후에 큐레이터이자 미술가 윌리스 ‘빙’ 데이비스(Willis ‘Bing’ Davis)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오하이오 주 데이턴(Dayton)의 에보니아 갤러리(EbonNia Gallery)의 설립자이자 현재 사장인 빙의 기조연설은 한마디로 “예술은 사회 변혁의 동인(動因)”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빙은 1970년대부터 자신의 다양한 예술 활동과 사업들을 회상하며 그 모든 것이 사회의 갖은 문제를 치유하는 데에 항상 그 목적이 있어 왔다고 웅변하였다. 처음 자신의 예술 창작 활동에 금전적 보탬이 되기 위해 시작했던 예술 교육 활동이 후에는 소외된 계층을 위한 사회 교육 사업으로 바뀌었고, 어느덧 예술을 가르친다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것이며 이것이 곧 예술기업가정신이라고 설파할 때에는 청중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SAEE의 창립 목적은 특히 예술기업가정신의 교육 방법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창립 목적에 따라 기조연설 후에 이어진 연구 발표에서는 예술기업가정신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었다. 주요 세션을 살펴보자면, 밀리킨 대학교(Millikin University)에서 예술기업가정신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스티븐 프레치(Stephen Frech)와 동료 교수들은 지난 몇 년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예술벤처기업 창업 수업을 소개하였다. 이 수업은 후원자 모집부터 출구 전략 수립까지 학생들이 실질적인 예술기업 창업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밀리킨 대학교 교수들은, 예술벤처창업에서 중요한 점은 숫자로 나타나는 기업경영의 여러 지표를 어떻게 매력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안정적인 투자자 혹은 장기적이 후원자를 만들어 내느냐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회복할 수 있는” 실패를 할 수 있도록 나둬야 하고, 예술경영 수업은 결국 예술기업가정신의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기조연설 중인 윌리스 ‘빙’ 데이비스 (Willis ‘Bing’ Davis)

▲ 기조연설 중인 윌리스 ‘빙’ 데이비스
(Willis ‘Bing’ Davis)

예술벤처창업 수업을 소개 중인 밀리킨 대학교 (Millikin University) 교수들

▲ 예술벤처창업 수업을 소개 중인 밀리킨 대학교
(Millikin University) 교수들


예술기업가정신 전문 학술지를 표방하며 2012년 창간한 《Artivate》의 공동편집장인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의 린다 에식(Linda Essig) 교수도 예술기업가정신은 오직 실천을 통해야만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예술벤처창업 수업을 소개하였다. 에식 교수는 특히 현재 가용한 자원을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이전에 파악하지 못하던 기회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기업가 정신의 정수이며 이를 예술기업가정신 교육과정에 녹여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더불어 예술기업가정신을 교육할 때 중요한 것은 예술에서의 관객(Audience)이 일반 기업의 고객(customer)이라는 개념과 달라, 입장권을 팔아야 할 대상이 아닌 장기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하였다. 에식 교수도 밀리킨 대학교의 교수들과 같이 수업을 통해서라도 학생들이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지만, 저렴하게 실패하는(Fail early, fail often but fail cheap)”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SMU의 짐 하트(Jim Hart)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게임으로 예술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는 다양한 게임을 통해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많은 극한 상황에서 예술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발표장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게임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가 개발한 모의상황 게임들은 상황별로 정리되어 그의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되어 있다.

예술기업가정신 수업을 소개 중인
아리조나 주립대의 린다 에식(Linda Essig) 교수

▲ 예술기업가정신 수업을 소개 중인
아리조나 주립대의 린다 에식(Linda Essig) 교수

게임을 이용한 예술기업가정신 교육을 
설파하는 SMU의 짐 하트(Jim Hart) 교수

▲ 게임을 이용한 예술기업가정신 교육을
설파하는 SMU의 짐 하트(Jim Hart) 교수

예술기업가정신(Arts Entrepreneurship)
혹은 문화기업가정신(Cultural Entrepreneurship)

SAEE의 기획위원장인 벡맨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예술기업가정신 교육에 대한 대학 내 요구가 있어 왔고, 이에 각 대학의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이제 이러한 개별적인 노력을 한데 모아야 할 필요성을 느껴 SAEE 창립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학자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깁 하구트(Giep Hagoort) 교수가 주도해 온 문화기업가정신(Cultural Entrepreneurship) 관련 심포지엄이 있다. 그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그가 근무하는 유트렉 예술학교(Utrecht School of the Arts)에서 거의 매년 문화기업가정신과 관련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출판하였다. 올해는 처음으로 미국 미네소타 주의 덜루스(Duluth)에서 국제학회(First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eaching and Learning Cultural Entrepreneurship)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SAEE와 함께 예술기업가정신 혹은 문화기업가정신의 학문적 근거를 공고히 하는 데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예술기업가정신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이라는 응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선후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나, 이번 SAEE 학회를 통해 이러한 문제의식이 참여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고, 예술기업가정신의 학문적 근거 마련이 상당 부분 진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SAEE 학회 참여의 가장 큰 소득이라면 예술기업가정신이 기업가 정신의 하위 분야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가 정신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논의되어 왔고 또 앞으로 논의될 다양한 주제를 예술이라는 큰 틀로 묶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이다.

사진제공_필자/SAEE


장웅조 필자소개
장웅조는 서울대에서 중문학 학사와 공연예술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예술 정책 및 경영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시애틀대학교의 공연예술 및 예술리더십 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규모 예술단체 경영과 정책연구, 그리고 예술기업가정신과 관련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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