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처음 시도한 작가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은 기존 아트페어와는 달리 미술품 판매액 전부를 해당 작가에게 지급해 작가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직거래 미술장터이다. 전시장, 공공시설, 유휴 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된 10개의 미술장터로는 <자연의 소리 나눔장터>, <해피월 코리아 2015>, <K-ART 거리소통 프로젝트>, <2015 고양미술장터>, <오늘의 살롱 2015>, <2015 비아트마켓>, <굿-즈 2015>, <대구현대미술축제 2015-봉산아트길>, <블라인드 데이트>, <잇장>이 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은 올해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4개 단체의 작가, 기획자 등을 대상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여러 과정을 공유하고 대안적 미술 시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좌담_2015 작가미술장터 Ⅰ ― 대안적 아트마켓으로서의 ‘작가미술장터’, 그것을 묻다/좌담_2015 작가미술장터 Ⅱ ― 미정


일 시 2015년 12월 8일(화) 오전 10시/장 소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회의실/참석자 *가나다순/김인선(블라인드 데이트)/윤율리(굿-즈 2015)/이 제(오늘의 살롱 2015)/최민영(2015 비아트마켓)/사 회/채은영 독립큐레이터, ≪weekly@예술경영≫ 편집위원

사회자: ‘작가미술장터’의 공식명칭은 작가미술장터개설사업으로서, 작가들의 미술품 판로 개척을 위해 전시장, 공공시설, 유휴 시설, 문화예술 거리 등에서 미술장터 개설을 지원하는 것이다. 기획을 하고 진행한 입장에서 간단하게 사업의 키로 가져갔던 기획 의도와 프로그램, 역할 등을 소개해 줬으면 한다.


윤율리: 올해 <굿-즈>를 기획했다. 사실 <굿-즈>는 어떻게 보면 작가 미술장터의 기금을 받았지만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장터를 만들려는 기획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트페어의 형식이긴 했지만 미술품을 잘 팔자는 의도보다는 작업의 다른 형태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알다시피 ‘굿즈’는 조그만 액세서리, 파생된 액세서리 등을 의미한다. 주로 서브컬처 분야에서 쓰이는 단어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술품의 굿즈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미술품 자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화이트 큐브 안에서 보통 벽에 걸리는 형태로 상상되는 미술품이 아니라 고정된 물성에 갇히지 않는, 다른 재료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형태를 작가들과 만들고 그 작업물들을 유통할 수 방식을 고민해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이런 기획이 작동하게 될 경우 우리는 전시라는 형식 자체를 더 동시대적인 방향에서 작가들과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참여했던 작가 혹은 기획자들이 소위 말하는 신생미술공간을 운영하면서, 화이트큐브가 아닌 곳에 작업물을 넣기 위해 굉장히 많은 다른 형태의 작업물을 파생시켜야만 하는 전시 차원에서의 고민 때문이었다. 작업물들이 판매까지 연결되고 그것을 다 늘어놓고 관객들을 집결시키는 방식으로 어떤 큰 이벤트를 일어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상상했던 것 같다. <굿-즈>에는 작가 80팀 정도가 참여했는데 나는 그들을 선정하는 것, 그리고 큐레이팅 작업을 계속 했다. 작가들이 이런 작업을 출품하겠다고 했을 때 “이건 너무 팬시하다, 상품이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새로운 형태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큐레이터들이 작가들과 계속 상의하며 유도해내는 작업을 했다. 예컨대 작가미술장터라고 했을 때 작가들이 제일 먼저 상상하는 건 당연히 엽서, 포스터, 에코백이었다. 우리가 그것을 하지 않기 위해 내부적으로 작가들과 싸우기도 했다. 그런 면에 대한 기획과 그 작가 80명이 어떤 작업을 평소에 해 왔는지 도록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며 짤막한 작가론 같은 내용을 쓰는 작업도 했다. 정리하자면, <굿-즈> 같은 경우에는 관람객이 작가의 뭔가를 사 갔을 때 그 사람이 평소 하는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그 작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측면이 강했다. 당장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그 작가가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다, 아니다, 그 이면에서 그 사람의 전시를 전시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그런 통로의 역할을 생각했다.


<굿-즈 2015> 전경 <굿-즈 2015> 전경

▲ <굿-즈 2015> 전경


사회자: 명백하게 상품이다, 상품이 아니다의 기준은 어떤 식으로 잡은 건가?

윤율리 : 물론 케이스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기능성 같은 것을 생각했다. 명백하게 기능이 있다면, 예를 들어 머그컵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작업이 아니라 컵이다. 작업이 가진 이미지를 프린팅한 공산품인가, 작가의 형식의 연장선에 있는가(미술은 어쨌든 형식이기 때문에)를 생각했다.

최민영: 비아트협동조합에서 <2015 비아트 마켓> 아트디렉터를 맡았다. 우리는 협동조합이다 보니 소속되어 있는 조합원이면서 작가인 사람이 많다. 초기에는 그 작가들 위주로 부산 청사포 일대를 페스티벌로 만들려고 기획했다. 그런데 예산이 많지 않아 그 계획을 수정했다. 그 방식은 시민들이 미술작품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 형식이었다. 그래서 프리마켓도 넣은 것이다. 기존 작가들과 수공예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아트상품처럼 만든 작품도 있었다. 사다리전이라고 해서 실제 원화작품을 컬러 인쇄해,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했다. 쉽게 다가갈 수 있게끔 페어를 장터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다.

사회자: 조합원 작가는 대충 몇 명 정도 인가?

최민영 : 20명 정도 된다. 전체 조합원은 50여 명이다. 거의 다 미술 쪽에 종사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처음 이 사업에 지원서를 넣을 때에는 비아트협동조합으로 넣은 건 아니다. 그리고 신진작가 지원사업이라 만 40세 이하의 참여자가 10명 이상이라는 제한이 있어 따로 작가 그룹을 만들었다. 부산은 사실 30대가 거의 없다. 20대가 있고 그 사이를 건너뛰고 40대가 있다. 그래서 그 10명을 채우기 힘들었다. 또한 처음 청사포에서 하려 했으나 그렇지 못하고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맞춰 해운대역사(폐역)를 빌려 진행했다.

김인선: 처음 나는 이 공고를 몰랐다. 그런데 남서울예술인마을에서 이 사업을 지원받아 나에게 의뢰했다. 그래서 얘기를 들어보니, 작가 그룹이 선정된 후 심사할 때 기획자와 같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더라. 윌링앤딜링은 완전히 비영리는 아니지만 조금씩 영리 행위를 해오며 무엇보다 더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그런데 3년 정도 지나면서 그 다음 단계가 필요했고 그 시점에 남서울예술인마을에서 제안을 받게 됐다. 그래서 좋은 공부가 되고 연구가 될 거란 마음에 같이 참여했다. 사실 지원금 자체는 적었지만, 나는 기획료를 따로 받긴 했다. 남서울예술인마을 작가그룹이 처음부터 그것을 책정해주어 의뢰를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예산에 공간 대여료를 책정해 그것으로 경비를 운용했다. 특징으로 잡은 건 시장이라는 성격을 철저하게 오히려 들이파는 것이었다. 기존의 시장이 있다면 나란히 하거나 경쟁하는 입장은 아니고 예술시장이라는 것의 또 다른 마켓, 좀 더 새로운 형식의 홍보마케팅 방식을 개발해보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그래서 작가들과 이야기할 때 작가들이 받은 지원금에서 1/n 수준으로 작가들에게 나눠주고 거기에서 최대한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도록 했다. 왜냐하면, 남서울예술인마을의 경우에는 대다수 작가들이 상업 활동을 하는 이들은 아니었지만, 장터라는 특성상 콜렉터라는 그룹이 반드시 모여야 했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콜렉터의 생리상 그들은 완성도나 작품에 대한 퀄리티를 가차 없이 보는 경향이 있다. 몇 십만 원이 됐든, 몇 만 원이 됐든 어쨌든 돈을 쓰게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것의 상품성을 철저하게 판단을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유지시키려 굉장히 노력했다. 기존의 콜렉터와의 인터뷰도 필요했고, 공간에서 공동기획으로 운영을 지원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도 작가들에게 계속 전달하며 균형 맞추는데 집중했다. 일종의 미술시장에 대한 공부 차원이었다. 그리고 애초 기획 자체가 <블라인드 데이트>라 전시장에 왔을 때 작가들의 이름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고 순수하게 취향으로만 작가에게 접근하게 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너무 불친절해 보였다. 블라인드 마켓에 접근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최소한으로 제공해야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전 홍보를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하루에 두세 명의 작가 소개를 오픈하며 진행했다. 3주에 걸쳐 그 홍보 기간이 잡혀 있었고 나머지 일주일은 페이스북을 통해 작품을 공개하되 그 작품에 대한 설명만 들어가고 작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 홍보에 대한 실험이 있었고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부분을 서로 목격했다.


<블라인드 데이트> 전경 <블라인드 데이트> 전경

▲ <블라인드 데이트> 전경


사회자: 사업 신청, 선정 후 진행 및 정산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김인선: 기획 자체가 작가 중심으로만 진행되었다는 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굿-즈 같은 경우는 기획 인원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기획비가 책정되지 않았다. 그런 데에서 오는 피로감이 느껴지더라. 어찌됐든 기획자를 배재하고 볼 때 홍보나 마케팅 등을 작가가 스스로 진행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미술시장은 특히 전시와는 달라 홍보나 마케팅의 힘이 중요하다. 그리고 팔린 후의 패킹 작업 역시 중요하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1미터짜리 작품, 조각 등 규모가 꽤 있었다. 그래서 포장까지 신경을 써 패키지화해서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를 했는데 처음부터 아무도 안 가져갔다. 운송을 일일이 했는데, 그것에 비용이 발행해 책정된 대관료를 대신 사용했다. 이런 예상치 못 한 부분에 대한 감수를 작가들이 어떻게 하냐는 거다. 행정적인 부분이 많이 필요함에도 작가 중심으로 진행하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들 입장에서는 반짝 팔려서 몇 십 만원 버는 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그들에게는 계속 노출되고 알려지고 사후에 전시하고 지속적인 활동이 연장되고 그러면서 점점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지는 등 순차적인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훌쩍 뛰어 넘어 이 작가는 얼마짜리 상품을 파느냐가 계속 어필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걸까. 일회성으로 끝나는 이벤트면 어쩌지 하는 우려가 되었다.

최민영: 외부 기획자의 경우 10프로 이내로 기획비를 책정할 수 있다.


회의실 전경 회의실 전경

사회자: <굿-즈>는 기획자가 여러 명이 있지 않나.

윤율리: 사실 완전히 100% 기획자로서 참여한 사람은 서너 명에 불과하다. 그 인원만으로는 모든 일을 할 수 없으니 기본적으로 참여하는 작가들이 기획자로서도 도와주고 유동적으로 팀을 움직였다. 디자인을 겸업하는 작가라면 디자인팀에서 일을 해준다든지 그런 식이었다. 이게 작가 위주로 움직인 기금이라는 점에서 나는 큰 불편은 없었는데 기술적으로 직거래여야 한다는 점은 굉장히 불편했다. 카드기를 하나 놓고 싶어도 공동으로 놓을 수가 없었다. 다 개인사업자를 가지고 와서 카드기가 80개가 필요한 것이다. <굿-즈>는 저가의 상품이 많았는데(사실 고가의 상품이 더 문제지만), 현금 거래를 하게 된다면 많이 판 이들은 세금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런 법적인 것들이 직거래 형태가 됨으로써 복잡해지는 면들이 있다. 의무적으로 작가들이 5일 동안 나와 있어야 한다는 공식도 있었다. 전업 작가가 사실 몇이나 되겠나. 다 생업이 있고 일을 해야 하고 다른 일정들이 있는데 5일 내내 나와 있어야 한다는 단서조항 자체는 그림이라도 많이 팔린 작가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닌 사람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와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드니까. 우리 안에서는 조금은 유연하게 옆에 있는 섹션은 돌아가며 지켜준다던가 하는 장치를 만들긴 했는데, 어쨌든 비공식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았을 때 현장에서 피로감이 있었다.

사회자: <비아트마켓>은 일전 그 예산으로 어떻게 아트페어를 하느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꽤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최민영: 선정된 후 우리끼리 포기하자고 얘기한 적도 있다. 그래도 하고픈 마음에 개념적인 접근보다는 일부러 쉽게 다가가자고 생각했다. 유동인구 많은 곳을 선정하고 기간도 부산영화제 기간에 맞추고 사람을 끌 수 있는 프리마켓을 넣은 것도 그런 이유다. <굿-즈>나 <블라인드 데이터>의 사례를 봤을 때 페어에 대한 개념적 측면을 많이 가져간 것 같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작품을 많이 팔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작품을 많이 못 팔았다. 사실 마이너스 150이다.(웃음) 그래서 작가들의 새 작품은 거의 없었고 기존 작품들 위주로 했다. 저렴한 작품을 출품해 달라고 해도, 부산에서는 서울처럼 새롭게 움직이는 신생공간이나 젊은 작가가 거의 없기에 작가들이 기존 아트페어에 나갔던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저렴한 작품을 콘셉트로 한 로우마켓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비싼 작품을 가져 왔다. 내년에 공모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고민을 많이 해봐야겠다. 사실 부산이 미술의 불모지이고 새로운 작가들이 나오지도 않고 30대가 부재해 있는 시점에서 40, 50대 작가들을 데리고 대안적 아트페어를 하자는 것은 말에 어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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