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인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지식서비스, 서비스사이언스, 서비스 모델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복잡한 산업환경 속에서 서비스 모델을 도출하는 데 유용한 서비스모델링 방법론을 개발한 연구자이다. 최근에는 문화예술산업 생태계 서비스모델을 다룬 이론서 『문화예술산업 생태계 서비스모델』를 펴냄으로써, 이러한 연구 및 방법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문화예술의 서비스모델에 접근하는 방법과 함께 그러한 모델을 세울 수 있는 단계적 전략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었다.

나는 평소 국가의 미래가 문화예술에 달려 있다고 주장해 왔고, 현 정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문화예술이 중요하다. 산업의 기반이 된다”라고까지는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는 잘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약 10여 년 전부터 이러한 복잡하고 엄청난, 그리고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접근을 해야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는가를 연구했고, 그러던 차에 중앙대학교 연구실 석·박사 대학원생들과 함께 ‘문화예술산업혁신연구단’이라는 팀을 꾸려 ‘에코사이언스’라는 방법론을 만들게 되었다. 최근에는 정부에 이 방법론을 산업혁신의 어떤 도구로서 제안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출현 전과 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자. 사람들의 소통 방식뿐만 아니라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엄청나게 많은 문화 작품이 소비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을 정책적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어 볼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큰 변화가 예상되었던 제조업의 엄청난 변화이다. 스마트폰 이상 가는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3D 프린터가 조만간 우리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텐데, 이와 같은 3D 프린터를 중심으로 한 세상에서는 제조 기술자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예술과 디자인 중심의 예술가들이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최근 삼성은 페이스북과 함께 가상현실 산업에 진입하기로 했고 이미 이것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가상현실에서 예술과 관계된 공용 콘텐츠와 같은 것들이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 생각한다. 한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갑자기 세계로 진출하게 된 것은 사실 SNS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처럼 이런 세상, 이런 시대에 우리의 문화가 융성할 수 있는 분명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정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그래서 나는 이러한 면에 의문을 던지며 이것에 관한 접근법을 고민해 봤다.

공유경제의 도래

산업 시대로 진입한 사이에 학문적으로는 경제학, 경영학 등이 태동했다. 그리고 근 50년간 정보화 시대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이러한 정보화 시대가 50년에 걸쳐 세상을 다 바꿨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는 시점이 지금부터라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법칙들이 현재에서는 잘 맞지 않아 대부분의 산업 정책이 엇박자가 나고, 엄청난 일자리가 없어지는 데 반해 새로운 일자리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미래학자들은 공유경제를 이야기한다. 즉 다른 분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내는 것이 공유경제인데 이때에는 전혀 다른 분야 사람들이 어떻게 힘을 합치냐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을 주로 연구한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의 경우 “가치 공유 체계를 만들자”라고 주장했는데 그 역시 “어떻게”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많은 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의 방법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1·2·3차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을 융합해서 뭔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그것에 의한 새로운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된다. 서비스라고 해서 음식, 호텔 이런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서비스도 서비스이다. 그리고 이것은 제조업과 같이 간다. 이처럼 새로운 서비스로 가고 있을 때 새로운 것을 새로 그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자꾸 찾으려고만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힘을 합쳐 어떤 최고의 서비스 상태, 다른 나라보다 더 나은 어떤 서비스 상태를 만들어야 된다. 그러려면 생태계를 우리가 정의한 다음에 그 생태계 속에 있는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생산 활동을 협업으로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플랫폼이다. 그리고 이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가 새로 생긴 것이기에 세상은 그것을 생소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생소함을 감소시키기 위해 모든 서비스에는 품질 인증과 같은 어떤 체계적인 제도 등이 준비되어야 한다. 실제로 모든 서비스는 국내든 해외든 경쟁 속에 있다.

에코사이언스 방법론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서비스이다. 그 상품의 특징은 품질, 신뢰, 맞춤으로서,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만 생산하는 등 모든 상품은 서비스 속성을 갖추고 있다. 이때 생산 방식은 가치공유, 즉 협력이다. 그다음의 제공 방식은 플랫폼이 있다. 이게 바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다. 창의성에 의해 서비스와 전략을 창조해 내고 공유하고 그 다음에 이것을 연결해야 된다. 그래서 이 차원에서 문화예술산업혁신연구단의 ‘에코 사이언스’라는 것은 바로 이런 새로운 생태계를 과학적으로 연구하자는 뜻이다. 물론 우리 팀이 문제 해결을 다 했다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같이 과학적인 접근 검증을 하면서 가자는 의미에서 그러한 절차를 7개로 정의했다. 첫 번째는 서비스를 도출하라는 것이다. 그다음 전략설정하고 필요한 생태계를 정의한 이후에 그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즐거워야 한다. 즉,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태계에 포함되어 있을 이유가 없다. 그다음은 가치공유, 그것에 필요한 플랫폼 설계, 제도개선, 서비스 구현 이렇게 7단계이다.

문화산업 생태계 분석

지금부터는 우리 문화산업의 현실을 한번 들여다보겠다. 문화예술산업혁신연구단은 한국과 미국의 뮤지컬 전문가들을 조사, 비교해 보았다. 한국은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실정이었다. 즉, 산업적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지원이 없다. 그리고 협회 같은 단체들의 힘이 셌고 투자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조직이 잘 되어 있지 않았다. 즉, 한국 공연계 자체가 유니온 파워(union power)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보호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극장의 역할에 있어서도 한국은 대관 정도에 그쳤고 미국은 투자자 역할도 같이 하고 있었다. 티켓 판매 면에서도 한국은 주로 온라인으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한편, 미국은 오프라인에서도 활성화되었다.

미술과 디자인 측면에서 보자면, 미술계에는 최근 3D 프린터에 관한 뉴스가 나왔다. 그런데 이것을 그대로 놔두면 효과가 없다. 3년 내지 5년 후면 3D 프린터가 활성화될 것이다. 최근 한 뉴스에는 한 예술가의 작품이 다양한 제품에 쓰였다며 희귀 사례라고 보도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아주 보편적인 사례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예술가들에게 밝은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한다고 해서 예술가가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아주 보편화되면 예술가들에게 많은 기회가 올 것이다.
이제 한류의 측면에서 보자면 K-pop, K드라마는 성공했다. 그런데 화장품 회사의 주가만 끝없이 올라갈 뿐 정작 창작자에게는 수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경제 성장 및 한류의 그늘 속에 가려진 창작자는 여전히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다 알고 있음에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사진촬영_곽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