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분야의 다양한 현장 이야기와 담론을 공유할 수 있는 <2015 예술방담>은 ‘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변화’라는 주제 안에서 공연예술계, 시각예술계, 테크놀로지 세 파트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그중 시각예술계에서 논의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신현진 미술비평가의 사회로 임종은 독립 큐레이터, 양지윤 코너아트스페이스 디렉터, 윤율리 아카이브 봄 운영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해 시각예술 생태계의 현실적인 상황과 문제점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자는 시각예술 생태계에 대한 논의를 위해 우선 가상의 인물 A를 설정했다. 가상의 인물이란 30대 중반의 작가로 수상 경험 및 이론적 지식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미술관에서 초대를 받아 전시를 진행할 정도로 인정을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성공을 위한 전략적 작업을 하거나 자신의 인맥들을 활용해 라인 형성을 통한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작가의 삶 이외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생계를 책임지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누군가의 아빠 또는 엄마이다. 이렇게 설정된 A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캐릭터이다. 그가 안고 있는 고민은 시각예술계의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삶과 사회적 시스템

과연 A는 작가로서 작업을 계속해야 할까? 작업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삶은 타인이 대신 살아주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판단과 생각에 따라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어야 한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힘든 상황을 버텨나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가로서의 삶 역시 한 개인의 선택으로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을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물을 수 있을까? 일반인의 삶에도 고용불안, 주거불안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불안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의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러한 기본적 삶에 또 다른 불안정한 상황을 추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회적 시스템이란 존재 할 수 없지만, 현재의 상황이 온전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작품의 새로운 소유 형태

사회적 시스템의 안정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흐름과 개념을 반영할 새로운 아이디어와 형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술의 형식은 더 다양해지고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기존의 틀에 새로운 작업들을 끼워 넣으려고 하니 잘 맞지 않는 느낌이다. 기존의 예술품 소유방식에 대한 새로운 형태적 고민 역시 필요하다.

2015년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굿-즈>라는 아트페어가 개최되었다. <굿-즈>는 “퍼포먼스, 미디어 등은 어떻게 소장하고 팔 것인가?”, “작품을 소유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꿔야 하지 않나?”와 같은 질문을 통해 젊은 기획자와 작가들이 함께 기존과는 다른 해결책을 찾고자 기획한 행사이다. 판매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아트페어와는 달리 작가의 작업에서 파생된 굿-즈를 유통방법 또는 형식 등에 대해 참여 작가가 독자적으로 해석하고 제안하는 자리였다. 예술가와 관람객이 좀 더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관계하며, 작품의 일부를 구매하거나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굿-즈> 자체가 대안이 될 수는 없겠지만, 예술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과 소통을 위한 이러한 움직임은 변화하는 시각예술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5 굿-즈 전경 ⓒ 굿-즈 2015 굿-즈 전경 ⓒ 굿-즈

▲ 2015 굿-즈 전경 ⓒ 굿-즈


미술 시장과 시스템

미술 시장의 규모와 상황을 살펴본다면, 예술 작품의 판매가 일어나는 상업 시장의 규모 역시 경제 불황과 함께 많이 축소되었다. 최근 신생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는데, 이는 예술의 본질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류로 옮겨가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또한 미술 시장에서 가치 있는 논의나 담론을 만들어내는 예술가 역시 많지 않은 듯하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미술 시장 규모도 줄어들고 순환도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공연예술계는 관객이 지불하는 관람료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순환이 일어나지만, 시각예술계는 장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티켓 수입과 성공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시각예술이 관객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원활한 순환이라는 것은 과연 어떻게 생겨날까?

많은 사람들이 현대예술은 어렵고 난해하다고 말한다. 미술관에서 관객 개발을 위해 교육 및 다양한 행사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그 성과가 크지 못했다. 기획부터 구성까지 탄탄하게 만들어진 좋은 전시의 경우 미술 관계자의 칭찬을 받을지라도 대중의 시선을 끌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의 관객들은 일반적으로 데이트 장소로서 미술관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쉽고 재미있는 전시는 사람을 많이 모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전시하고 말하기는 어렵다. 표면적으로 ‘쉽고, 재미있는’이 아니라 이미지의 이면에 숨어있는 개념과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예술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성과주의 혹은 잘못된 행정 절차, 시스템 구조 등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전시 성과가 관람객의 수로 평가되고, 공공기금을 사용해 전시가 진행될 때 예산 집행 일정에 따라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예술이 성과에 의해 평가되고 소비되어 버린다면 어떤 가치가 남을까? 행정 절차와 조직의 시스템에서 물질화되기 어려운 예술적 가치와 판단 기준을 근거 자료로 남겨야 하는 어려움이 또 다른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선과 변화

시각예술 생태계는 변화하고 있다. 예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함께 전달 방식, 대상과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하는 예술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작가와 기획자 그리고 관객은 서로의 필요에 따른 요구를 주고받으며 균형을 맞추어 가는 것이 생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시선과 방안의 모색, 다양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 지원 시스템 및 운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촬영_곽은진


신선정 필자소개
학부에서는 도자 전공을 하고, 대학원에서는 미학을 공부하였다. 노암 갤러리, 아트사이드 갤러리, 캔파운데이션 등에서 근무하며, 미술현장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시선과 경험을 쌓았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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