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산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을 12월 16일(수)부터 이틀간,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했다.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예술산업의 미래전략을 만들어 가기 위해 국내외 26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은 포럼의 각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소개한다.


일 시: 2015년 12월 16일(수)/장 소: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주제: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세션 2. 공연예술분야 변화 동향_연극과 영화, 기획의 확장/발제자: 유인수_연우무대 대표

‘원소스 멀티유스(OSMU, One Source Multi Use)’는 하나의 원형 콘텐츠가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출판 등 다양한 장르에서 2차 가공 및 판매되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문화산업 전략 중 하나이다. 문화콘텐츠가 재화로서의 가치를 획득하게 되고 동시에 매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이러한 방법은 오늘날 더 각광받고 있다.

극단 연우무대는 약 10년 가까이 비즈니스 전략으로 이러한 OSMU 방식을 채택해 원천 콘텐츠인 연극이 다른 영역, 특히 영화에서 어떻게 진입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체이다.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에서 연우무대의 대표 유인수는 38년째 창작극만을 고집해온 이곳이 연극에서 뮤지컬 장르로, 그리고 영화라는 산업으로 진입해가는 과정을 소개하며 콘텐츠 제작 방식의 변화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에 대해 설명해 줬다.



연우무대는 연극에서 시작해 계속해서 뮤지컬, 영화 작업에 진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연극과 영화, 즉 원작에서 다른 장르로의 변화, 그 과정에서 연우무대가 진행한 여러 작품들에 대해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OSMU 콘텐츠의 등장 배경과 특징

연우무대는 1997년에 창작극만을 하겠다는 모토로 생긴 연극단체이다. 38년 동안 창작극만을 하고 있다. 나는 단원으로 활동하다 2005년에 대표를 맡게 됐고, 이때 처음으로 연극에서 뮤지컬 장르에 도전하며 <오! 당신이 잠든 사이>라는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현재 10년째 대학로에서 오픈런을 하고 있다. 그 이후에 연우무대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로까지 진입했다. 영화 <칠수와 만수>, <왕의 남자>, <살인의 추억>, <해무>,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극적인 하룻밤>이 그것이다. 이처럼 연우무대가 연극, 뮤지컬, 영화에 이어 차후에 할 비즈니스의 바탕에는 OSMU의 개념이 있다.

OSMU는 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로 변용시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부가가치를 내는 플랫폼이자 전략이다. 현재 이것은 국내에서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연극 혹은 웹툰의 판권을 사서 영화화하는 등 반복되는 패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미 10년이나 된 이 개념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영화, 공연과 같은 분야가 동시에 다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플랫폼 자체가 다른, 판권 개념으로만 이해되고 있는 듯하다. 한국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콘텐츠로서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부분은 아직 부족하다. 얼마 전 성공한 <미생>의 프로듀서는 각 장르를 다 아우를 수 있는 프로듀서 내지는 협력할 수 있는 어떤 코어 형태가 부족하다며 이러한 현실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어쩌면 국내 실정에서 각 콘텐츠별로 장르별로 나누어져 있고 협업이 잘 안 되는 단계라서 그럴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연우무대의 경험에 비춰 얘기하자면, 우리는 현재 연극과 뮤지컬에서 원천 콘텐츠를 만들어 장르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원본 콘텐츠가 OSMU 방식으로 변화할 때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원작이 좋아야 한다. 이 원작이 브랜드화 되어야만 홍보하거나 장르가 변환될 때 훨씬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원작 자체가 힘을 가지고 있고 또 기존 팬층이 두터울 때는 원작이 다른 장르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초기 저항이 거셀 수 있지만 그것은 분명히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에 더 중심을 두어야 한다. 설령 원천 콘텐츠 자체가 많은 힘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좋은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면 다른 장르로 가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OSMU, 초기 ‘판권 계약’에서 ‘Co-Producing’으로

다른 장르로의 확장 측면에서 첫 번째 평가를 받은 <칠수와 만수>는 계약상으로는 판권 개념이었지만 연무무대에서 활동하던 이가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것 역시 하나의 플랫폼 형태라고 할 수 있다. OSMU라는 개념이 없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작품으로서의 성공과 함께 영화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작품 <날 보러와요>는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다. 이것 역시 공연시장에서 아주 큰 호응과 좋은 성과를 낸 작품이 브랜드화되어 영화로 만들어진 케이스이다. 특히 <살인의 추억>은 원작의 가치를 뛰어넘는, 즉 영화로서의 가치 측면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이때 역시 여전히 판권 계약 개념이 강했다. 유사하게 공연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큰 성과를 내고 사극이면서 영화적으로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이爾>라는 작품은 영화 <왕의 남자>로 제작되며 똑같이 판권 계약으로 진행됐다. 다시 말해 영화사에서 공연을 영화로 제작하고 싶어 판권을 사간 것이다. 이 작품은 다행히 공연과 소위 말하면 협업작업 내지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줬던 사례인 것 같다. 물론 제작 면에서는 협업의 형태가 아니었지만, 이준익 감독이 공연을 자주 보러 오는 등 서로의 소통이 꾸준히 있었다.

이런 식으로 영화가 성공을 거두며 나는 프로듀서로서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영화로는 성공하는데 원작을 만든 극단 또는 제작사는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래서 얻은 답은 원천 콘텐츠, 특히 플랫폼이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판권료 1천만 원 받고 끝이 나는, 그러니까 영화는 잘 되지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 원천을 가지거나 개발하는 측면이 자본력에서 좀 더 충족돼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지고 이후에는 다른 것으로 확대되어 가는 그런 구조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나는 원천을 개발할 때 좀 더 영화적인 고민을 하고, 또 영화 작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영화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이 2014년 개봉한 <해무>이다. 대본 작업만 몇 년이 걸렸고, 초고가 나온 뒤 2년 반 정도 영화적인 작업을 했다. 이후 공연을 먼저 무대에 올렸을 때 성공을 거두었고 많은 제작사가 찾아 왔다. 그런데 이때 제작사를 선택하지 않고 봉준호 감독과 계속 대화하다 그가 직접 제작을 한다고 해서 승낙하기로 했다. 물론 내가 직접 영화에 관여하진 않고 통합적인 것만 같이 협의하면서 진행했다. 이것이 연우무대가 향후 작업을 위한 공동제작에 진입한 시점이다.

이렇게 연우무대가 영화와 협력 프로듀서 아니면 공동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면서, 두 번째로 한 작업이 로맨틱 코미디 <극적인 하룻밤>이다. 영화 팀을 만나보니 서로 장르와 이해의 지점이 달라 소통하기 쉽지 않았던 차에, 조금 작고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하게 됐다. <극적인 하룻밤>은 현재 대학로에서 6년째 오픈런을 한 작품으로서 그것의 영화는 얼마 전 개봉을 했고 현재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극 <해무海霧>(극작 김민정, 2007)와 영화 <해무海霧>(감독 심성보, 2014) 연극 <해무海霧>(극작 김민정, 2007)와 영화 <해무海霧>(감독 심성보, 2014)

▲ 연극 <해무海霧>(극작 김민정, 2007)와 영화 <해무海霧>(감독 심성보, 2014)


공연시장에서 산업으로의 진입

사실 내가 그동안 연극 작업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처음 예술과 산업이라는 개념을 들었을 때 “예술은 예술이지 왜 산업이 돼지?”라며 예술산업이라는 표현이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공연을 산업으로 이끌어내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공연시장이라는 조그마한 틀 안에서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큰 투자들을 유치하고 장르의 확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하게 됐다. 예를 들어 연우무대는 과거 대형 라이센스를 가진 곳이 아니다 보니 조그맣게 창작을 시작해서 중극장 버전으로 갔는데 <여신님이나 보고 계셔>의 경우 성공 모델로 창출되어서 현재 해외 진출을 하고 있어 한국이라는 작은 내수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현재에는 중극장 이상을 넘어서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작업하거나 내후년에 걸쳐 큰 투자를 유치하는 등 중간 단계의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즉, 이런 식으로 공연이 계속해서 산업으로 갈 방안을 모색하고 공연 자체가 원천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연우무대가 플랫폼의 역할을 하길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연우무대는 며칠 전 중국에 법인을 만드는 것을 제안받았다. 공연시장으로 먼저 진출하는 것이지만 공연과 드라마, 영화를 중국과 동시에 작업하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공연이 산업으로 가는 방식은 좋게 말하면 열려 있고 어쩌면 공연만으로는 쉽지 않은 한국 시장에서 다양한 장르 내지는 공연 자체로 시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진촬영_곽은진


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2. 공연예술분야 변화 동향_ (2)기술을 통한 상상의 구현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2. 공연예술분야 변화 동향_ (3)한국공연예술 투자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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