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산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을 12월 16일(수)부터 이틀간,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했다.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예술산업의 미래전략을 만들어 가기 위해 국내외 26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은 포럼의 각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소개한다.


일 시: 2015년 12월 16일(수)/장 소: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주제: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세션 2. 공연예술분야 변화 동향_기술을 통한 상상의 구현/발제자: 고주원 ㈜비주아스트 대표, 영상감독

㈜비주아스트는 방송, 영화, 영상 디자인, 미디어아트 전공자들이 모여 기존의 TV와 영화관에 국한된 매체의 속성을 탈피해 비정형 스크린의 설계 및 응용, 뉴미디어의 적극 개발과 활용으로 영상 매체의 무한한 확장과 공공디자인에의 활용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이곳의 대표 고주원은 비주아스트의 여러 실행 사례를 소개하며 산업의 예술화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제시했다.



공연예술 분야에 있어 영상 활용의 화두는 기본적으로 ‘탈 스크린’이다. 오랜 시간 방송국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나는 2008년 서울시청에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하며 기존의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이러한 미디어파사드 작업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를 몇 달 동안 아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그 결과 프레임을 갖지 않아야 할 것, 쇼트와 쇼트가 분절되지 않아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를 두었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규격화된 스크린(또는 모니터)이 아닌 실재하는 공간, 실재하는 건축물에 영상을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스크린을 탈피하게 되면서 공간이 시각화되고 시각이 공간화되는 개념을 얻게 되었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그것은 크게 ‘비규격화’, ‘공간의 확장’, ‘영상의 물질화’ 세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은 오히려 디지털 매체가 아날로그화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영상이 스크린에 투사되어 물질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것은 데이터이다. 즉, 스크린은 물질이지만 우리가 보는 내용물은 영상이라는 데이터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공연예술에 이것을 적용하게 되면 무형의 데이터가 유형화되는 물질을 가지게 된다.

영상의 물질화와 프로젝션 맵핑

맨 처음 미디어파사드 작업을 시작했을 때 이 기술이 이후 공연예술에 많이 기여하게 되거나 관여하게 될 줄은 몰랐다. 2009년부터 공연 제작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8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미디어파사드 작업을 16차례, 공연을 약 80편을 진행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영상이 포함된 많은 공연을 작업했는데, 대체로 그것들은 상업 뮤지컬, 발레, 오페라, 클래식 공연 등이었다. 그렇게 된 계기는 아마 LED나 전광판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션을 기반으로 작업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공간에서 프로젝션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과 여러 부분에서 다르다. 프로젝션은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원하는 지점에 빛을 정밀하게 재단해서 맺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2010년 전후로 프로젝션을 통해 어느 실재하는 공간에 빛을 입히는 ‘프로젝션 맵핑’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에서 나는 요즘 ‘영상의 물질화’라는 현상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최근 융복합 공연이 많이 기획되고 있고 또 그런 것을 추구하는 추세다. 특히 정부 지원금이나 정책적인 자금 대부분이 영상을 많이 동원한 작품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서 나는 물질화가 되느냐 안 되느냐에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나가는 사람의 몸에 영상을 투사하게 되면 원하는 대로 그것이 나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스크린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냥 영상이지 공연에서의 영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직 구조의 TV라던가 영화에 매우 익숙해져 있어 단순히 상영물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이 공연의 가장 최적화된 현상으로 혹은 진보된 형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미디어 스크린 자체가 훨씬 더 물질화, 공간화되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수학적 그래프에서 가로를 X축이라고 하고 세로를 Y축이라 했을 때 영상은 X·Y축만 존재한다. 그런데 공연이라는 무대는 Z축이라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X·Y·Z축을 모두 활용해 공간을 훨씬 더 포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입체성을 강조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홀로그램 기술이다. 이 기술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는 스크린 없이 공간에 영상이 쏘아지는데 투명해서 뒤가 뚫려 보인다는 것, 즉 영상이 여기 앞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막혀 있지 않고 뒤쪽의 실재적인 Z축의 깊이도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영상이 눈앞에도 뒤에도 가운데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융복합과 이종배합

그다음으로 발생하는 현상 중에 하나는 그간 공연예술에서 영상이 필수적으로 또는 오랫동안 기능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최근 이러한 경향을 두고 융복합 혹은 이종배합이라고 말한다는 점이다. 나는 그렇게 ‘이종’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공간에서 기능하기 어려운 것을 억지로 공간에 끌어들이고, 그간 배우와 무대장치, 조명 등이 움직이고 변화되는 데 한계가 있던 상황에서 기술(영상)의 도입으로 인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게 된 이유일 것이다.

공연계 사람들과 처음 대화하며 영상을 도입하자고 했을 때 무대를 점검하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기 많이 힘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무대기술을 전공하지 않았고 그들 누구도 영상을 전공하거나 제작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렇다. 사실 이것은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고 현재에도 그러하다. 특히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을 설득시키기 가장 힘들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은 이들이 영상의 제작 논리는 무대 현장성과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접근해 주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많은 연출가, 제작자들이 연출에 있어 그동안 무대에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모두 영상으로 해결하려 해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하늘에서 일어나는 왕궁의 이야기인데 무대장치로 구름을 몇 개 띄운 후 용이 나타나서 호랑이와 싸운다든가 지구가 무너져 천체가 흔들리는 등 말도 안 되는 나머지 상상력을 전부 영상으로 구현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또한 공연예술에 영상 기술을 사용함에 따라 몇 가지 태생적인 난점들이 발생하는데 그중 하나가 내러티브 구조의 공연에서는 결합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시청각 예술의 경우 시각적인 요소가 더 첨가되면 더욱 강화된다. 반면, 뮤지컬은 전달력을 요구하는 대사와 노래에 시각만 존재하는 영상이 끼어들게 되면 사람들이 집중해야 할 부분을 연출진이 지정해 줘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공연에 영상이 쓰이면 훨씬 더 멋있고 재밌고 화려해질 테지만, 배우의 몸짓과 표정을 꼭 봐야 하는 순간에는 영상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영상에 관객의 시선이 자꾸 집중되어 정작 배우가 전달하는 내러티브의 요소를 약화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한글날 공휴일 지정 경축행사 세종대왕 동상 프로젝션 맵핑_2012 ⓒ 비주아스트

▲ 한글날 공휴일 지정 경축행사 세종대왕 동상 프로젝션 맵핑_2012 ⓒ 비주아스트


비주얼 스토리텔링

오늘날은 기표 시대에서 기계 시대로 가고 있다. 이것을 달리 얘기하면 텍스트가 중심이던 시대에서 비주얼 스토리텔링 위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비주얼 스토리텔링은 기존의 스토리텔링과 다르다. 그 차이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그다음에 어떤 열매가 맺혀 결국 오작교로 하늘을 난다는 식의 문자 언어가 아니라, 전혀 다른 표현 방식의 문자 언어로 기록해 영상화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포도송이처럼 약 30개의 점과 흰색의 점이 모여 화면 중앙에서부터 상수 쪽으로 이동할 때 중간지점에서 빛들이 나타나며 어떻게 구성된다는 등 매우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정보를 문자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그것들이 최근 공연의 시각적 표현에 있어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현상이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전 제작을 치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상이 활용되는 차세대 환경인 인터렉티브(interactive)가 있다. 인터렉티브는 단순히 무엇을 누르면 반응하고 스마트 미디어의 햅틱 반응 정도를 넘어 살아 있고 어느 순간에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가 보는 이 순간에만 기능하는 영상을 말한다.

사진촬영_곽은진


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2. 공연예술분야 변화 동향_ (1)연극과 영화, 기획의 확장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2. 공연예술분야 변화 동향_ (3)한국공연예술 투자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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