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산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을 12월 16일(수)부터 이틀간,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했다.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예술산업의 미래전략을 만들어 가기 위해 국내외 26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은 포럼의 각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소개한다.


일 시: 2015년 12월 16일(수)/장 소: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주제: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세션 2. 공연예술분야 변화 동향_한국공연예술 투자 동향/발제자: 신문철 에스엠콘텐츠 인베스트먼트 팀장

에스엠콘텐츠 인베스트먼트의 신문철 팀장은 영화계 투자 업무를 거쳐 현재는 공연예술 분야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공연예술과 투자’는 예술산업의 여러 갈래 중에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영역이다. 이번 포럼에서 그는 현재 공연예술 분야의 투자 현황을 살펴본 후, 공연예술 분야가 미래에 더 많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필수 요소를 짚어 주었다.


공연예술 분야 투자 현황

에스엠콘텐츠 인베스트먼트는 벤처캐피탈 회사 중에서도 문화콘텐츠 분야에 집중하는 회사이다. 공연, 영화, 방송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분야에 투자하며 현재 6개 펀드, 대략 1,000억 원의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이중 공연예술 분야의 3개 펀드는 정부에서 출자받은 펀드로서, 정책적으로는 공연예술 분야를 진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공연예술 분야에 투자하는 회사는 에스엠콘텐츠 인베스트먼트가 유일한데, 이렇게 공연예술 분야의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산업이 발전하고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우선 산업의 시장 규모가 파악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공연예술 분야는 통계적으로 검증된, 시장에서 공인된 시장 규모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하는 백서에 공연시장 규모가 나와 있긴 하지만 공연제작사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취합한 자료이기 때문에 ‘영화산업’처럼 시장의 전체 데이터를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정부에서도 ‘코피스(Kopis)’라는 공연예술 데이터 집계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이는 전체 시장의 10%만을 반영한 미완성 데이터이다. 전체 시장규모보다 더 핵심적인 플랫폼 수, 제작유통의 규모, 공연별 매출 세부 데이터 등 구체적인 자료로 넘어가면 데이터는 더 부족한 상황이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쪽은 인터파크이다. 공연, 뮤지컬, 대중음악 콘서트, 연극 등 모든 종류의 공연을 총망라한 플랫폼인 이곳은 시장점유율이 85%로 가장 높다. 인터파크가 공개하는 데이터 중 ‘수수료 매출’ 자료가 있는데, 여기서 수수료는 보통 공연 티켓을 판매할 때 인터파크가 가져가는 5~7%의 금액을 말한다. 이러한 인터파크의 매출 기록을 통해 역으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공연예술 작품의 전체 규모를 산출해볼 수 있다. 이 산출에 의하면 공연예술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6천억 원, 2014년 약 6천2백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처럼 공개된 데이터가 아닌 공연유통사의 수수료 규모를 통해 전체 규모를 추정하는 것이 한국 공연예술 시장의 현실이다.



공연예술 작품 제작은 비용 절감이 핵심

공연예술 분야에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라이브콘텐츠(Live Contents)’가 가진 근본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한 뮤지컬 작품을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400석짜리 중소규모 공연장에서 100회 뮤지컬을 한다고 할 때 대략 8억 원에서 1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서 작품의 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좌석 점유율인데, 좌석 점유율 100%를 달성했다고 가정했을 때 몇 가지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작품의 최종 수익률은 74.3%가 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올렸을 때 최대 수익은 사실 70%가 전부이다. 만약 좌석 점유율이 50%, 30% 수준으로 내려가면 이 작품에는 반드시 손실을 발생한다. 실제로 좌석 점유율 50%가 넘는 공연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공연이 손해를 본다는 의미이다.



결국 공연예술 작품이 수익을 내려면, 아니 적어도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만이 해결책이다. 따라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용을 어떻게 예측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다른 산업의 경우 생산량을 늘리고 공정 효율성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비용이 줄어든다. 그러나 공연예술 분야는 제조업처럼 공장을 더 많이 돌린다고 비용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에 드는 구체적인 비용 항목을 살펴보면 대관료, 캐스팅 등이 전체 비용의 6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제작사에서 노력해도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런 산업은 장치산업처럼 ‘총량(Max Capacity)’이 정해져 있는 분야이며 호텔이나 비행기의 예처럼 어떻게 좌석을 최대한으로 채울 것인가의 싸움이라는 이야기이다. 즉, 좌석을 더 늘릴 수는 없고 주어진 좌석을 최대한으로 채우려고 노력할 때 비용이라도 줄여야 수익이 더 늘어나는 논리이다.

여기서 문제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아직 합의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본력이 필요하다, 아니면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비용 절감의 실질적인 경험이 부족하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성공의 경험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작품이 실패하면 또 제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고 이런 순환을 반복하다 보니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실질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것이다.

공연예술 작품의 흥행을 위한 지속가능한 투자

공연예술 작품에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구조적인 이슈이다. 공연예술과 영화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영화는 100% 투자사가 펀딩하는 구조이다.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본 전부를 투자사가 100% 펀딩해 조달하고 투자자들과 영화 제작에 대한 권리를 공유한다. 권리를 나누어 가지다 보니 영화 제작단계에서 투자자가 일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갑론을박 여러 의견이 개진되기는 하지만, 투자를 전적으로 맡고 영화관, 극장과의 협의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영화 산업은 투자사의 역할이 크고 중요하다.

그러나 공연예술계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부분은 전체 자본규모의 20~4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티켓 판매 대행사가 선급금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일부 빌려준다. 빌린 돈은 물론 제작사가 갚아야 한다. 공연 티켓이 판매되면 대행사가 미리 빌려준 돈을 제한 뒤 최종 정산을 한다. 그런데 투자자의 투자금과 티켓 판매 대행사가 선급금으로 지급한 돈을 다 합쳐도 작품 제작에 필요한 돈 100%를 채우지 못했다면? 티켓 판매도 저조했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 돈은 결국 제작사가 책임져야 한다. 돈을 실제로 더 투자받는 것은 아니지만 명목적으로는 투자한 것으로 치고 결국 제작사가 나머지 부분을 스스로 채우는 것이다.

이처럼 100% 펀딩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들어가는 공연이 매우 많다. 티켓을 팔면서 돈을 갚아가는 형태인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로 공연이 진행되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연이 중도에 내려지는 경우도 생긴다. 극단적인 예로 관객들 불러놓고 조명 켜진 상태에서 티켓을 구매해서 관람하러 왔는데 출연금을 못 받은 배우들이 출연을 거부해서 공연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공연예술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

이 한계를 종합해 보면 사실 공연예술 분야는 투자하기에 굉장히 적합하지 않은 산업이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산업인 것이다. 투자와 공연예술, 공연예술과 산업이 어울리는 단어냐고 누가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이는 어떤 양립의 이슈가 아니라 상보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또 그 돈이 다시 시장에 투입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여유가 생겨야 산업의 맥락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 2004년 영화 투자 일을 시작할 때 영화 투자를 통해 돈을 절대 벌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작년에 영화 펀드를 만들어서 꽤 많은 수익을 냈다. 불과 5년 사이에 시장이 많이 변한 것이다. 그만큼 공연예술 분야에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된다.

공연예술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첫 번째는 균형이다. 작품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생각과 함께 회사(제작사)를 장기적,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것을 동시에 같이 생각해보고 수익성이 좋지 않아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갈 수 있는 작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제작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등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공연예술 작품 제작과 흥행에 대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면, ‘이 영화는 이 정도 장르이고 이 시기에 개봉하고 파트너가 이 정도면 대략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이 들겠구나. 그러면 예산을 한 200만 원에 맞춰 60억 원에 찍어야지’라는 계획과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끈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성과가 좋은 회사를 보면 초창기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몇 년 이상 사업을 이끌면서 현장에서 얻는 경험과 노하우, 자신감과 의지를 키워 왔다. 그런 지속성을 통해 미래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어야겠다.

사진촬영_곽은진


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2. 공연예술분야 변화 동향_ (1)연극과 영화, 기획의 확장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2. 공연예술분야 변화 동향_ (2)기술을 통한 상상의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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