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산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을 2015년 12월 16일(수)부터 이틀간,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했다.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예술산업의 미래전략을 만들어 가기 위해 국내외 26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은 포럼의 각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소개한다./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3. 시각예술분야 변화 동향_ (1)Beyond Art Collaboration, 새로운 소통과 기능/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3. 시각예술분야 변화 동향_ (2)현대미술, 대중과의 소통/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3. 시각예술분야 변화 동향_ (3)예술! 21세기를 상상하다


일시 : 2015년 12월 16일(수)/장소 :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주제 :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세션 3. 시각예술분야 변화 동향_예술! 21세기를 상상하다/발제자 : 이대형_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아트디렉터는 15년간 개인 기획사를 통해 전시 기획을 해 오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한국 작가와 한국 미술사를 알리기 위한 아트마케팅을 실현해오고 있다. 그는 현대자동차가 최근 2년 이상 추진해 왔던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비물질성, 프로젝트, 커미션, 크리에이션 등 기업의 예술 후원과 지원에 관한 비전을 제시했다.



예술의 창작 과정을 이해하는 아트마케팅

현대자동차그룹은 2013년부터 영국의 테이트 뮤지엄과 약 1년 6개월 동안 협의했다. 그 이유는 산업의 대표주자인 자동차 회사와 미술관의 대표 주자, 그리고 자본과 예술, 영국과 한국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이 협업하기 위해 소통하면서 파트너십이라는 동등한 관계를 인정받기까지 10개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스폰서십은 돈을 주고 그냥 “알아서 해주시오”라는 건데, 파트너십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함께 비전을 세우면서 플랫폼을 만든다는 점에서 다르다. 현대자동차가 이후 블룸버그나 LA 라크마,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업하며 파트너십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기업이 예술 현실을 관찰하는 방식이 미술관이나 아티스트, 큐레이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다.

보통 기업들은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을 때 3년 기안으로 한정하고, 이후에는 효과성을 분석한 다음 계약을 연장할지 말지를 정한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10년이라는 기한을 한 번에 정해 버렸다. 여기에 전 세계 미술관, 미술계가 감동받았다. 왜냐하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에도 5년을 개발하는데, 하물며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큐레이터가 10여 년, 혹은 20년은 상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1년 단위로는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예술의 창작 과정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중요하다. 게다가 현대자동차는 이미 완성된 작품들을 컬렉션하기보다는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커미션 작업에 집중했다. 그 작가가 완성하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상상력의 씨앗을 지원해 줬을 때 혁신을 기대할 수 있기에 그렇다.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 < Empty Lot> 현대 커미션 2015 © Abraham Cruzvillegas, 사진 Andrew Dunkley © Tate 2015 < Hyundai Meets> 테이트 모던 터빈홀 페스티벌 2015

▲ 좌.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 < Empty Lot> 현대 커미션 2015 © Abraham Cruzvillegas, 사진 Andrew Dunkley © Tate 2015
우. < Hyundai Meets> 테이트 모던 터빈홀 페스티벌 2015


자본으로부터, 기업으로부터 100% 독립된 예술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협업 경우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자동차는 한 작가에게 약 9억 원을 지원해 준다. 그래서 미술계 원로들로부터 “그 돈이면 10명, 혹은 100명의 작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데 왜 한 작가한테만 불평등하게 가느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마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고민해 봅시다. 우리는 언제나 백남준, 이우환을 얘기하지만 우리만의 플랫폼을 가지고 한국 작가들을 글로벌스타를 만들어본 적 있습니까. 그 관점에서 이해해 주십시오.”라고 답한다. 그리고 현대차 커미션과 현대모터시리즈를 하면서 작가로부터 받게 된 가장 좋은 피드백은 “20년, 30년 동안 이루고 싶었던 아이디어, 그렇지만 그것에 대한 투자를 받을 수 없어서 못 했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어 너무 좋다”였다. 이러한 것은 모두 아이디어의 프로세스와 그 시도 자체를 존중하기 위한 자세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다음 라크마(LACMA)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예로 들자면 이곳에는 19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에 앤디 워홀과 제임스 터렐 같은 작가들이 참여했었던 ‘아트+테크놀러지 랩(Art+Tech Lab)’이 있다. 이곳과 작업하며 현대자동차는 국가를 안배해서 1년에 4~5팀을 선정하되 결코 결과물을 전시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트와 테크놀로지가 결합할 때 어떤 완결된 것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일련의 부담감이 주어지는 순간, 이미 존재하는 것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등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우리가 라크마와 파트너십을 맺었을 때 미술계에서는 왜 미국 동부가 아닌 서부를 선택했는가를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한국 미술 전체 생태계를 되돌려 봤을 때 약점이 보였다. 그것은 한국의 미술사를 글로벌한 학자들과 함께 10년 이상 진지하게 연구해 봤던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 학자들과 해외 학자들을 6:4 비율로 모아 한국미술사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안규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

▲ 안규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


이처럼 현대자동차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으로부터, 기업으로부터의 100%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이러한 일을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한다. 즉, 기업의 색깔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찾은 해결책이 글로벌 방송사인 블룸버그와 협력해 1년에 25명을 선정, 격주마다 30분 동안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작가를 얼마만큼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래서 그 작가를 가장 잘 대변하는 큐레이터, 철학가, 사회학자, 역사가를 모두 집합시켜 같이 묘사하거나 작가가 스튜디오에서 어떤 영감을 가지고 작품을 시작하는지를 조명했다. 이때 현대자동차는 이 부분에 대한 완벽한 독립성을 주면서 아주 단순한 두 가지 조건만을 제시했다. 그것은 서구 중심으로만 하지 말고 지역적인 안배를 해 주라는 것, 너무 남성 작가들로만 치중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것이 사실은 굉장히 불평등한 게 있다. 내가 어디에 속해 있고 어느 필요에 있고 누구를 알고 모른다는 것에 따라 효율성이라든가 소위 말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받지 못하는 것이 결정된다. ‘아트 유니온’은 그런 부분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이다. 내가 광주에서 학교에 다니든 부산에서 학교에 다니든 서울에 있든 홍콩에 있든 베이징에 있든 정말 좋은 비평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서울대학교와 함께 전 세계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향후 멘토들이 같이 참여해 홍콩과 인도네시아로 가서 그곳 학생들을 만날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예술작품의 모양새를 자동차에 입히기 위해 색을 칠하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안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그 자체가 아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산공원 옆 모터 스튜디오 1층에 자동차가 아닌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 비싼 땅덩어리 1층에 상품을 놓지 않고 아트를 가져다 배치한 것도 우리가 아트와 디자인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를 자신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사진_곽은진


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3. 시각예술분야 변화 동향_ (2)현대미술, 대중과의 소통 예술산업 미래전략포럼_ 세션3. 시각예술분야 변화 동향_ (1)Beyond Art Collaboration, 새로운 소통과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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