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산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을 2015년 12월 16일(수)부터 이틀간,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했다.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예술산업의 미래전략을 만들어 가기 위해 국내외 26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은 포럼의 각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소개한다.

‘예술기업가정신(Art entrepreneurship)’은 예술과 기업에 대한 통섭적 연구와 교육을 목표로 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공유 가치 창출에 관한 논의를 예술이라는 큰 범주에서 논의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그것의 정의와 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장웅조 시애틀대학교 공연예술 및 예술리더십학과 교수는 소규모 예술단체 경영과 정책연구, 그리고 예술기업가정신과 관련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연구자인데, 그는 이번 포럼에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기업가정신’의 배경에 관한 소개와 더불어, 산업과 비즈니스의 위험 요소에 대한 해결점을 예술가에서 찾으려는 ‘예술기업가정신’의 현상과 예술산업의 접점을 짚어줬다.


  • 일 시ㅣ
    2015년 12월 17일(목)
  • 장 소ㅣ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
  • 주 제ㅣ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
    세션 5. 예술산업 기반구축_
    예술기업가정신과 예술경영
  • 발제자ㅣ

    장웅조_시애틀 대학 공연예술 및 예술리더십학과 조교수

‘예술기업가정신’은 2003년 전후 예술경영 분야의 양대 국제 학술지라고 할 수 있는 《Journal of arts management, Law and society》와 《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management》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논문들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4년에는 미국의 예술경영 관련 교수들과 현장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예술기업가정신 교육자 협회가 만들어졌고 2015년에는 두 번째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 네덜란드의 깁 하구트(Giep Hagoort) 교수를 중심으로 관련 심포지엄이 비정기적으로 있었으며 지난해 2월에는 미국 일리노이 블루스에서 제1회 문화기업가정신 교육 국제학회가 열렸다. 여기서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전자의 경우에는 예술기업가정신(Arts entrepreneurship)이라하고, 후자에는 문화기업가정신(Cultural entrepreneurship)이라 했다. 이처럼 이 개념은 굉장히 혼용되어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 지속가능 기업가 정신(Culturally sustainable entrepreneurship)’이라는 단어까지도 소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술과 문화 조직의 경영과 조직화

그렇다면 과연 예술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술경영’이란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예술경영은 행위의 주체와는 상관없이 예술의 맥락과 맥락화에 관련된 모든 행위와 과정을 말한다. 옥스퍼드에서 2014년에 발간한 『예술경영』이라는 책의 저자 알렌 로즈월(Allen rosewall)은 “예술경영이란 모든 종류의 예술과 문화 조직의 경영과 조직화”라고 좀 더 세분화, 구체화해서 정의한 바 있다. 예술기업가정신의 개념도 사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이 개념은 예술기업을 시작하는 과정, 소규모 예술단체, 혁신, 이노베이션, 창조적 파괴와 같은 단어들과 함께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예술기업가정신이 출현하게 된 배경은 첫 번째 경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지식 경제, 창조 경제로 전환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문화예술에 접근하는 방법이 문화의 민주화에서 문화 민주주의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보다는 도구적 가치를 중시하는 최근의 추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과적으로 규모를 중시하는 예술경영에 비효율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예술경영에서도 이제 1인 기업, 프리랜서, 1인 다직업이라는 개념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이는 예술기업가정신으로 이어지게 됐다.





먼저 새로운 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새로운 경제관념이 어떻게 예술계열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것은 산업화 시대 속 예술경영이란 개념의 태동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예술경영이 학문적 관심을 받게 되고 대학교의 정규 과목으로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60~70년대 각 지역의 주요 예술단체들을 이끌 중간 매니저들이 필요했던 예술경영 현장의 요구 때문이었다. 당시 각 지역의 발레단이나 오케스트라단에서 예술경영을 담당할 스태프들의 필요성에 의해 예술경영 프로그램들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났던 것이다. 지금은 미국에 100개가 넘는 대학교의 100개가 넘는 프로그램에서 1년에 1천여 명의 예술경영 전공 학생들이 배출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60~70년대가 산업화 시대라고 알려진 산업경제 시대였다는 거다. 산업경제는 보통 포드주의[Fordism, 일관된 작업 과정으로 노동과정을 개편하여 노동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즉 상대적 잉여 가치를 생산하는 집약적인 축적 체제(출처: 위키백과)]라고 불리는데, 이 경제 관점은 노동의 표준화와 분업화를 통해 생산성의 효율적 증대를 추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에 따라 예술 단체들 역시 예술 작품의 수를 늘리고 공공의 접근 기회를 확대하는 데 예술경영의 방점을 두게 됐다. 그러나 이미 60년대 경제학자 보몰과 보웰의 비용 질병(cost disease)과 마켓 실패에서 알 수 있듯 예술경영에서의 비용은 단지 상품의 대량 생산과 소비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었다. 보통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노동을 대처하지만 공연예술의 경우 생산 요소의 대체가 불가능해서 대량 생산을 한다 해도 반 이상 비용이 줄지 않았다. 즉, 아무리 공연을 많이 한다고 해도 예술 단체들이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비영리 법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공공의 기부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적 기반 아래 펀드레이징과 마케팅을 넘나들며 관객 개발을 중심으로 한 예술경영의 각 분야가 특화되기 시작했다. 이때 예술과 산업화의 균형이 요구되었고, 모든 기업들이 그렇듯 예술 단체들도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되었다. 여기서의 성장은 예산, 매출의 증대, 상품 또는 제공하는 예술 상품, 프로그램 레퍼토리, 관객, 티켓 세일즈 등을 지칭한다.

지식경제, 창조경제 혹은 경험경제라고 불리는 이 시대에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개인들의 네트워크와 생태계, 경제의 대상이 유형의 상품뿐만 아니라 지식 혹은 경험이라는 무형의 것들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무형적 지식 경험을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장소 혹은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공동체 역할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로컬, 즉 지역 공동체의 특색을 살린 유무형의 상품 개발이 각광받게 됨으로써 산업 경제의 시대에 중요한 덕목이었던 이익 증대와 효율성 중시의 초점이 좀 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이익을 위한 지역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 이동하였고 이에 따라 기업의 도덕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지식·창조시대의 여러 가정들은 앞의 산업화 시대처럼 다시 예술계에 다양하게 전용되었고, 이에 따라 예술도 유형의 예술 상품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다양한 무형의 지식이나 과정, 혹은 행위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업가정신을 중시하게 된다. 특히 예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창조성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그 외연이 확장되면서 예술가들은 창조계급의 최중심에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와 생활 양식과 예술의 공공적 가치가 다시금 강조되는 것과 함께, 산업의 측면에서 창조와 문화가 중요시되면서 창조산업 혹은 문화산업이라는 용어가 더욱 빈번히 쓰이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소규모 예술 단체와 개인 예술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 민주주의

사실 이러한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문화예술과 사회가 맺는 관계,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 민주주의로 선회하는 것과 큰 관련이 있다. 문화민주화(Democratization of Culture)라는 개념은 1959년 프랑스의 첫 문화부 장관이 내세웠던 문화예술정책의 근간으로서, 일종의 엘리트 예술을 대중에게 제공하기 위한 고급 예술의 향유 정책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60~70년대에, 한국에서는 90년대 초반까지도 이러한 문화예술 개념이 정책에 많이 반영되었다. 도시마다 종합 문예회관이 건설되고 정부와 예술가가 직접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에서 관객은 문화 소비 혹은 향유의 대상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예술 시장이 자생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러한 접근 방법을 받아들여 몇몇 한계점을 보였다는 지적이 있다. 지자체가 세운 많은 문예회관이 그 공간을 채울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문화의 민주화 개념은 후에 문화민주주의로 전환되었다. 문화의 다양성과 사회적 효용성을 중시하는 이 접근은 민주주의를 문화로 구현하는 것으로서, 예술과 문화의 사회적 효용성 가치에 중점을 둔 접근 방법이다. 도시재생, 예술치료, 생활예술공동체, 벽화사업, 생활 속의 예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변화에 따라 관객들은 예술 참여의 주체가 되었는데, 미국의 경우 이미 70년대부터 관객 개발의 전략으로 문화민주주의가 연구되어져 90년대에는 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개발(Arts-based development), 2000년대에는 창조적 장소 만들기로 진전되면서 현재까지도 그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예술기업가정신을 알기 위해서는 예술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전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이 개념은 혁신적이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기업을 만드는 과정을 일컫는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읽을 수 있고 이것이 경제적 진보를 이룬다”라며 기업가정신에 대해 “새로운 것을 하거나 기존의 건을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예술 역시 예술제도 안에서 진정성 있고 새롭고 유일한 것을 만든다. 즉, 예술은 이미 혁신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예술가와 사업가는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예술기업가정신은 예술 제도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거나 기존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 혹은 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체계적인 문헌 리뷰(systematic literature review)’라는 통계학 접근 방법을 사용해 예술경영학자들이 많이 참고하는 저널들을 전수 조사해서 예술기업가정신을 다룬 논문들만 따로 모은 후 미국, 호주, 유럽의 예술경영 학자들이 어떻게 예술기업가정신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사용하고 있는지를 논문으로 풀어냈다. 주로 개인 예술가와 예술가 커리어 관리, 소규모 예술단체 운영에서 이 개념이 많이 쓰였고 마케팅 전략으로 접근한 부분들도 굉장히 많았다. 의외로 개인적 특성 또는 개인의 역량으로서 논의한 부분은 적은 편이었다. 이 논문을 통해 나는 예술기업가정신과 예술문화종사자들이 자신의 창조성과 자유성, 적응력을 증진시키며 경제적, 사회적 가치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 과정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사진촬영_곽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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