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불황으로 고전해온 국내 미술시장이 2014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침체됐던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모색하는 미술가에서 해외 시장 개척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K-Art(한국미술)’의 해외 진출을 위한 미술가의 논의도 활발하다.

국내 미술시장은 2007년 호황기를 거쳐 2008년 가을 미국발 금융 위기인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하향세였으나 최근 국내외 미술품 경매에서 단색화를 중심으로 한 국내 작가 작품이 급부상 중이다.

‘한국미술 해외진출 전략 컨퍼런스 Ⅱ―데이터와 미술시장’이 지난 1월 28, 29일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렸다. 글로벌 아트마켓 시대에 즈음해 국내 미술시장의 현황을 분석하고 ‘K-Art’의 미래를 조망해보는 자리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양일간 각기 300여 명의 미술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열띤 호응을 얻었다.

1월 28일 컨퍼런스에선 ‘미술시장 진단 및 활성화 방안, 현장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회사의 실무자들이 발제를 맡아 각종 데이터와 더불어 미술시장의 오늘을 진단하고 해외 진출 전략을 모색했다. 이어 1월 29일 둘째 날은 ‘미술시장 진출의 길을 열다! ―신진작가로의 성장 및 시장에 대한 이해’란 주제 아래 젊은 미술작가들에게 유용한 각종 미술시장 정보가 제공됐다.





김선영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미술시장의 장기적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 미술시장 DB 구축과 객관적이고 신뢰도 높은 미술품 거래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급선무”라며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www.k-artmarket.kr)’을 미술인에게 소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구축해 지난 1월 20일 온라인에 처음 선보인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은 국내 화랑, 경매사, 아트페어의 미술품 가격 정보 외에 시장 동향 분석 등 미술시장 관련 콘텐츠 및 신진 작가, 화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사이트에는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의 협력 단체인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수집한 국내 경매회사의 약 3만 건 미술작품 가격정보도 포함돼 있다. 김영석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화랑, 아트페어, 경매 등 채널별 미술품 거래정보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구축해 불투명한 작품 가격에 따른 불신에서 벗어나 미술시장의 양성화와 투명한 미술시장 유통 구조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김율희 어포터블아트페어 한국지사장이 진행을 맡은 발제와 토론을 통해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다양한 자료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미술시장, 데이터로 말한다’를 주제로 발표한 최창희 감성정책연구소 소장은 2014년 국내 미술시장의 거래 작품 수는 2만 6,912점이며 거래 총액은 전년 대비 7.6% 상승한 3,496억 460만 원이라고 밝혔다. 또 해외 미술전문지 《아트프라이스》를 토대로 공개된 2014년 경매의 톱 7위 국가는 중국(37.2%) 미국(32.1%) 영국(18.0%) 프랑스(3.3%) 독일(1.4%) 스위스(1.0%) 이탈리아(0.8%)의 차례였다.

‘아트페어의 전성시대, 국내 아트페어가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발표한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에 따르면 국내 아트페어는 서울의 21개 아트페어를 포함해 총 36개다. 정 팀장은 “세계 3대 아트페어의 하나였던 시카고아트페어, (사)한국화랑협회 주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롤모델인 쾰른아트페어와 초창기 시선을 끌었던 중국 베이징 CIGE 및 일본 도쿄 NICAF 등이 마케팅에 실패, 불안정한 조직이나 자국 세금 제도의 장벽에 부딪혀 침체돼 있다”며 성공적 아트페어를 위한 해법으로 “전문 조직과 인력 구성, 컬렉터의 DB 확보와 관리, 해외 갤러리와 컬렉터의 유입 방안 모색” 등을 강조했다.

이밖에 손성옥 갤러리EM 대표는 2007년 첫 전시부터 해외 젊은 작가를 포함시키고 2011년부터 홍콩아트페어에 출품하는 등 작가를 지속적으로 홍보하며 해외 미술시장과 교류해온 화랑 운영 경험을 소개했다. 김현희 (주)서울옥션 기획홍보 총괄팀장은 국내외 미술시장이 주목하는 단색화를 주요 작가 4명(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하종현)별로 거래 추이를 비교 분석하는 한편, 단색화의 연구 및 ‘단색화 그 이후’ 작가의 발굴과 소개를 제언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과 질의·응답을 통해 참석자들은 “해외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한국미술을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미술의 글로벌화 여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 작가와 작품의 노출 빈도가 대폭 늘어야 하고 영어 등 외국어 자료도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미술시장도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시대가 예고되면서 미술자료의 DB화도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목됐다.

둘째 날 컨퍼런스에선 미술품 가격의 책정, 시각 분야 표준계약서 작성을 비롯해 ‘미술관, 딜러, 신생 공간과 관계 맺기’ 등 작가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실용 정보도 제기됐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작품성뿐 아니라 보존 상태, 장르의 선호도, 작업 시기 등에 따라 동일 작가의 작품값도 차등이 있다”며, 이상범, 천경자, 이우환, 정상화 등 대가 4명의 작품의 연도별 호당 가격을 비교·분석했다. 정광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각 분야 표준계약서의 이해’에 대해, 김영기 OCI미술관 큐레이터, 변홍철 그레이월 대표, 함영준 커먼센터 디렉터는 각기 작가들이 전시 혹은 마케팅을 위해 전시 공간 기획자들과 소통하는 나름의 전략을 조언했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작가들에게 독창성, 작가의 의지와 미래 비전뿐 아니라 자신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타인에게 전달하는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의 중요함도 강조했다.

사진 제공_(재)예술경영지원센터 해외전략사업실 시각진흥팀

신세미필자소개
신세미는 《조선일보》, 《스포츠조선》, 《문화일보》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2015년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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