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산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을 2015년 12월 16일(수)부터 이틀간,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했다.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예술산업의 미래전략을 만들어 가기 위해 국내외 26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은 포럼의 각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소개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예술단체가 어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2008년 초에 시작된 이러한 투자 방식의 대표 회사로는 미국의 킥 스타터가 있으며 이것은 현재 여러 형태로 발전되어 지분형, 투자형, 증권형 등 다양화되어 가고 있다. 이중 텀블벅(대표 염재승)은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2011년에 독립적인 문화 창작자들을 위한 온라인 펀딩 플랫폼을 지향하며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지금까지 총 65억 원 이상 누적, 1천5백 개 이상의 펀딩 프로젝트를 성공한 바 있다.


  • 일 시ㅣ
    2015년 12월 17일(목)
  • 장 소ㅣ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
  • 주 제ㅣ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
    세션 6. 예술기업의 새로운 변화_
    펀드레이징의 다양화-텀블벅
  • 발제자ㅣ

    염재승_텀블벅 대표

내가 영화 학교에 재학할 당시 독립영화 1편을 만드는 데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며 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체감하였다. 군대 제대 이후 창업을 결심하며 많은 난제들이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창업 환경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창작 문화 콘텐츠의 복제가 쉬워 독립 창업자들의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점, 자본주의의 속성상 자본의 흐름이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우치는 점 등에 대한 회의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99%의 사람들에게 기회를 얻게 할까?”를 계속해서 고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솔루션으로서 도전한 것이 바로 텀블벅이었다.



도서출판 초여명의 ‘던전월드’ 텀블벅 펀딩 페이지

▲ 도서출판 초여명의 ‘던전월드’
텀블벅 펀딩 페이지

 더 북 소사이어티의 ‘불완전한 리스트’ 펀딩 관련 이미지

▲ 더 북 소사이어티의 ‘불완전한 리스트’ 펀딩 관련 이미지

창작자들을 위한 펀드레이징 플랫폼

텀블벅은 99%의 예술가 또는 창작자들이 항상 직면하는 문제인 펀드레이징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으로서, 기본적으로는 출판이나 만화, 시각디자인, 공연 등 여러 분야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올리고 필요한 금액을 모으는 서비스이다. 예를 들면 “내가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금액이 모아지면 이런 작업을 하겠다”, “내가 우주에다 인공위성을 쏘고 싶은데 이런 것을 쏘려면 지상에서 테스트해야 하고 그러려면 테스트 비용이 300만 원이 필요한데 도움을 주겠나?” 등의 제안을 올리면 방문자들은 링크를 타고 들어와서 자신이 원할 시 1천 원, 5천 원, 3만 원, 5만 원 등 소액으로 후원하게 된다. 45일, 30일 등 제한된 시간을 두고 지정 기간 내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결제가 완료되고 창작자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최근까지 텀블벅에 올라온 프로젝트는 2,508개 정도이고 그중 1,509개의 프로젝트가 목표한 금액을 달성하거나 초과했다. 영화, 건축, 사진, 연극 등 모금 분야가 다양하다. 2011년 오픈이후 첫해의 규모가 약 1억3천만 원이었는데 다음 해에는 4억8천만 원, 2013년에는 15억 정도의 금액이 모였으며 현재까지 총 65억 원 정도가 누적되었다. 마케팅 비용 없이 13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2015년 기준 한 달에 88만여 명이 텀블벅을 방문하고 있다.

텀블벅 펀딩의 보이지 않는 공식

창작자의 작품 계획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받아 펀딩을 성공하는 데까지는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이 있다. 후원자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느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두 부부가 ‘던전월드’라는 게임의 룰 북(Role book)을 영어에서 한글로 번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300만 원의 모금액을 요청하면서, 만약 목표 모금액을 제한 시간 내 달성하면 금액별로 새로운 시도를 가미하겠다는 추가 목표(Add-on) 전략을 내놓았다. 450만 원 이상이 모이게 되면 책에 일러스트를 포함시키고, 600만 원이 되면 일러스트가 프리컬러로 제작되며, 더 높은 금액이 되면 하드커버로 나가겠다는 등 참여자들이 계속해서 모금할 수 있도록 유인 요소들을 제공한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모금이 시작되자마자 계속 상승세를 타면서 1천만 원, 이어서 1,500만 원까지 올라갔다. 마치 게임처럼 사람들에게 이런 계획에 대한 단계를 제공하며 그것이 후원자들에 의해 달성되었음을 인식시키면서 재미를 배가한 것이다.

이에 더해 5천만 원을 달성 시 부부가 신혼여행을 가겠다는 공약을 재미로 올렸는데, 이 공약이 실현되었다. 즉, 목표 금액의 10배를 모금한 것이다. 실제로 이 부부는 신혼여행을 떠나서 SNS를 통해 계속해서 후원자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갔다. 메이저 시장이나 유명 상품들은 아니지만 한정된 시간과 재미 요소를 효과적으로 배합시켜 성과를 극대화시킨 대표적인 펀딩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트플레이그 라운드> 프로젝트 전경 <아트플레이그 라운드> 프로젝트 전경


이외에도 2012년 영화 <지슬>, 2013년 <족구왕> 등이 각각 텀블벅에서 펀딩해 독립 영화 흥행 대작을 탄생시키는 데 기여하였고, 《ize매거진》에서는 출간물의 90%가 텀블벅을 통해 출간되고 있는 등 독립출판 영역에서도 우리의 힘이 부각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음악, 영화, 만화, 디자인, 미술, 게임, 연극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가 올라오고 있다.

텀블벅에 올라오는 펀딩 프로젝트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쉽게 복제될 수 없는 희소가치를 창출해 낸다. 신혼여행을 보내줄 수 있는 색다른 제안을 하거나, 자신의 웹툰 캐릭터를 작품에 등장시키고, 후원자가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좋아하는 작가들과 후원을 통해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등 희소성 있는 기회들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소통 채널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하게 형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창작자가 직접 글을 게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단순한 네티즌 개념이 아니라 개인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네트워킹이 구성된다.

예술가의 창작->공유->수익 창출의 과정

텀블벅은 아시아에 있는 다른 메이저 플랫폼(캠프파이어, 플라잉비 등)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성장해 가고 있다. 또한 창작자들이 작품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향후 네이버와 실리콘밸리 dcm, 스트롱벤처스로부터 17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펀딩을 받을 계획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 베타로 배송 서비스를 론칭하였다. 펀딩 후 작품을 제작해 배송을 진행할 시 관리 페이지에서 후원자들의 바코드를 프린터에서 출력하여 상품에 붙인 다음, 전화만 하면 개당 2,3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일괄 발송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자 한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우리의 궁극적 목적, 즉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창작하고 공유한 후 수익 창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비전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사진촬영_곽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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