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산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을 2015년 12월 16일(수)부터 이틀간,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했다.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예술산업의 미래전략을 만들어 가기 위해 국내외 26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은 포럼의 각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소개한다.

에이컴퍼니는 예술가들의 작품 및 관련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아트플랫폼이자 신진 예술가를 매니지먼트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미술 작가들의 경제적, 정서적, 제도적 창작 환경을 지원하며 가격정찰제와 구매계약서 제도 등 작가와 대중에게 미술 작품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판매 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곳은 아트마켓 <브리즈 아트페어>, 만남의 장소인 복합예술공간 ‘미나리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에이컴퍼니의 정지연 대표는 이번 포럼에서 에이컴퍼니의 사례로 최근 문화예술 기업 또는 단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느 한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와 대중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쌓으며 예술 시장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를 제안했다.


  • 일 시ㅣ
    2015년 12월 17일(목)
  • 장 소ㅣ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
  • 주 제ㅣ

    예술산업, 창조적 미래를 열다
    세션 6. 예술기업의 새로운 변화_
    삶에 스며드는 예술-에이컴퍼니
  • 발제자ㅣ

    정지연_에이컴퍼니 대표

2011년에 설립된 에이컴퍼니는 순수 미술 작품과 관련된 콘텐츠를 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회사를 창업하기 전 나는 갤러리나 미술관을 많이 다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10년 가까이 혼자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면서도 항상 작품을 사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한국 미술시장의 붐이 일면서 “미술에도 시장이라는 게 있구나”, “그런데 왜 나는 한 번도 작품을 산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미술을 유통하는 회사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마케팅했던 것일까?”, “왜 그것은 나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의문을 품게 됐다. 그래서 2008년에 이런 질문을 가지고 ‘아티스트 팬클럽’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개설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에게 만남을 요청한 후, 한 달에 작가 한 명씩을 인터뷰해서 올렸다. 그 내용은 작품에 관한 심오한 것보다는 한 달에 작품이 몇 점이나 팔리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왜 미술대학에 가게 됐고 어떻게 작가가 됐는지 등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본 사람들이 쪽지로 아티스트 팬클럽 카페는 오프라인에서 전시회를 보러 가거나 작가를 만나는 것 같은 모임을 하지 않느냐고 제안했고 이를 실행에 옮기며 일반인뿐만 아니라 미술 관계자들까지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3회 <반짝쑈> 전경

▲ 3회 <반짝쑈> 전경

<영화관 옆 미술관> 2013, 메가박스 코엑스점

▲ <영화관 옆 미술관> 2013, 메가박스 코엑스점

단 하루, 2시간만 열린 미술 전시 <반짝쑈>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만든 전시가 <반짝쑈>이다. 이 전시를 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아티스트 팬클럽은 회사도 아니고 돈도 없고 그냥 네이버 카페였기 때문에 전시장에 문의해도 (특히 팬클럽이라는 명칭 때문에) 여러 번 거절당하곤 했다. 그러다 대관한 곳이 구로 아트밸리 갤러리였다. 그곳에서 제안서를 받아보고는 재미있을 것 같다며 17만 원에 단 하루만 공간을 빌려주었다. 그렇게 ‘반짝쑈’ 이름처럼 2시간 동안만 열리는 전시를 하게 됐다. 공개 모집으로 작가 10명을 모았고, 100명의 손님을 미리 신청받아 1만 원씩의 참가비를 받았다. 이때 운영진 중 큐레이터를 했던 이들이 1만 원 참가비를 받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전시를 무료로 열어도 안 오는데 돈을 내면 이름 없는 작가들에게 누가 오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우겨서 그렇게 진행했고 다행히 아티스트 팬클럽이라는 카페 덕분에 사람들을 모집할 수 있었다. 전시는 저녁 7시에 오픈됐다. 30분은 자유 관람, 30분은 10명의 작가가 3분씩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1백 명의 관람객들이 자신을 동시에 바라보는 경험은 작가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졌고 이에 그들은 3분 동안 열정적으로 작품을 소개했다. 그다음에는 인디밴드 공연도 마련했다. 또한 모든 관람객에게 맥주와 다과를 제공하면서 마지막 30분에 작가들에 관한 퀴즈를 푸는 시간을 가졌는데, 문제를 맞히면 드로잉한 엽서 같은 것을 선물로 제공했다. 이러한 <반짝쑈>는 2010년부터 총 4회를 진행했으며 이는 내가 본격적으로 창업하게 된 계기였다.

합리적인 판매 방법에 의한 새로운 미술 유통 구조

카페에서 전시하거나 ‘영화관 옆 미술관’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정말 사지 않는 미술 작품을 팔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 영화관 옆 미술관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오는 메가박스 코엑스점 티켓 박스 근처의 공간에서 2달간 전시를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다. 영화 관람객들이 영화 시간에 딱 맞춰 오지 않고 5~10분 전에 온다는 특성을 이용해 대기 시간에 맞춰 작품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영화를 보러 왔다가 680만 원 가격의 작품이 마음에 든다며 구매한 사람도 있었다. 그 컬렉터는 처음 작품 구매 의사를 밝히며 에이컴퍼니도 작가의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며 작가가 어디 대학을 나왔는지 등을 물어보더니 30%를 할인해 달라고 했다. 이때 우리는 작품을 항상 가격 옆에 붙여놓고 있었던 터라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기에 정중하게 해당 가격으로 누구에게나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컴퍼니는 사회적 기업이고 우리나라 미술계에 신뢰와 투명성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 이런 시도를 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날 그 컬렉터는 팔기 싫은 것 같다며 돌아갔는데 신기하게도 3일 후에 다시 와서 뉴스에서 에이컴퍼니의 공정 가격에 대한 기사를 봤다며 작품을 사 갔다. 이런 경험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술시장의 유통 신뢰를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체감했다.

작가와 대중, 매개자의 놀이터
브리즈 아트페어, 미나리하우스, 포트폴리오 라이브러리

현재 에이컴퍼니는 <브리즈 아트페어>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회는 작은 카페의 벽만을 빌려 소규모로 운영했는데 2회부터는 조금 크게 3일 동안 아트페어를 열게 됐다. 다행히 이때 84점의 작품을 판매했고 1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미술시장에서 신진 작가의 작품을 3일 동안에 이렇게 판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술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일반인들을 위한 유통 업체들의 미술 서비스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 3회에는 60명의 참여 작가들이 매일 모든 시간에 나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 이유는 관람객들이 언제든지 작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화동에 위치한 미나리하우스

▲ 이화동에 위치한 미나리하우스

포트폴리오 라이브러리

▲ 포트폴리오 라이브러리



무엇보다 우리는 <브리즈 아트페어>를 진행하며 4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첫 번째는 추천 없이 모든 작가를 전국에서 공개 모집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밤 10시까지 개장하고 즐거운 파티처럼 음악과 맥주를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반짝쑈>에서 얻은 경험을 이어 갔던 것이다. 세 번째는 영국의 ‘온아트론’에서 벤치마킹해 작품을 10개월 카드 무이자 할부로 판매했다. 처음에는 카드회사에서 무이자를 해 주지 않아 우리가 이자를 계산해서 다시 돌려주었으나 2015년 3회부터는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으로부터 지원받게 됐다. 무이자로 인해 부담이 적어지면서 사람들은 작품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1~3시간 정도 작품을 보는 등 적극적으로 관람했다. 마지막은 모든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계약서나 보증서, 지출 증빙 등을 확실하게 한다는 점이었다.

<브리즈 아트페어>는 1년에 1번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에 사람들에게 전시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보니 허름한 가정집을 리모델링해서 ‘미나리하우스’라는 공간을 운영하게 됐다. 처음에는 방 한 칸을 작가 레지던스로, 다른 방 한 칸을 아티스트를 위한 게스트룸으로, 거실을 하우스 갤러리로 구성했다. 2015년에는 이화동의 조금 더 큰 곳으로 이사했다. 작가의 작업실을 한 칸 마련해 항상 사람들이 드나들며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고 카페를 같이 운영해 그림을 사지 않더라도 차 한 잔 마시며 그림을 둘러 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2층 게스트 룸을 4개로 늘리고 예술가에게는 숙박료 10%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은 ‘포트폴리오 라이브러리’이다. 에이컴퍼니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미술 서비스를 하다 보니 미나리하우스에 작품을 걸어놔도 벽이 좁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신진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이것에는 한 작가의 작품 시작부터 현재까지가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고 모든 작품의 가격과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통해 2015년에만 30~40점 정도가 팔렸다. 앞으로 이러한 포트폴리오 라이브러리를 늘려나갈 생각이고 미나리하우스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도록 확산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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