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프랑스가 가진 디지털 기술의 힘을 보여주고자 ‘라 프렌치테크(La French Tech)’가 출범하였다. 2014년 11월, 1차적으로 9개 지역에서 ‘프렌치테크’ 인증을 받았으며 2015년부터는 뉴욕, 도쿄, 런던, 상파울루 등 세계 곳곳에 지부를 두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스타트업 사업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 프렌치테크’가 프랑스 스타트업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전 세계에 프랑스 스타트업의 저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면 프랑스 각 지역에는 ‘아고라노브(Agoranov : 파리 퍼블릭 인큐베이터)’와 같은 인큐베이터 센터들이 운영되고 있다. 주로 공공사업 영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큐베이터 센터들은 청년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실현을 도와 스타트업을 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대다수의 인큐베이터 센터들은 대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특히, ‘104 팩토리(104 factory)’처럼 문화예술 분야의 스타트업만을 특화하여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센터도 있다.



썽꺄트르 ⓒ썽꺄트르(CENTQUATRE-PARIS) ▲ 썽꺄트르 ⓒ썽꺄트르(CENTQUATRE-PARIS)

104팩토리 스타트업의 세가지 방향

썽꺄트르(CENTQUATRE-PARIS)에서 운영하는 104 팩토리는 예술적 아이디어를 토대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예술인과 청년 창업 준비자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파리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파리 19구에 개관한 썽꺄트르는 ‘창조, 경험, 혁신의 공간’을 모토로 설립된 창조 예술 공간이다. 썽꺄트르는 예술을 매개로 예술가와 대중들의 공생 공간을 만드는데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또한 예술을 중심으로 한 다분야 간의 융합을 추구하는 이곳에서는 미술, 연극, 춤, 음악, 영화, 비디오, 요리, 디지털 등 순수예술에서부터 첨단 기술까지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원하고 있다. 성꺄트르의 이러한 특징은 인큐베이터 센터에서도 나타난다.

104팩토리를 포함한 썽꺄트르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젊은 창업자들의 새로운 경험과 연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예술 활동을 지원한다. 아고라노브 파리시 인큐베이터 센터와 파트너십을 맺어 젊고 혁신적인 창업자들에게 스타트업에 필요한 다양한 예술교육과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두 번째로는 예술과 산업의 융합을 추구하는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누벨 파브리크(Nouvelle Fabrique)를 운영한다. 누벨 파브리크는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이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디지털 생산라인을 갖춘 도심형 마이크로 공장인 팹랩(Fab Lab)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예술가들이 구상하고 있는 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썽꺄트르 측에서 이를 검토한 후 시제품 제작을 위한 공간과 장비 등을 지원한다.



누벨 파브리크 ⓒ썽꺄트르(CENTQUATRE-PARIS) ▲ 누벨 파브리크 ⓒ썽꺄트르(CENTQUATRE-PARIS)

세 번째는 청년들의 예술적 아이디어 실현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센터 ‘104팩토리’가 있다. 이곳은 예술적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 앱 또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여 상품화하려는 개인과 창업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출시를 지원하는 공간이다. 아고라노브와 파트너십을 맺어 인큐베이팅에 필요한 코칭 프로그램을 연결해주며 외부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그리고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한 시제품은 썽꺄트르의 다양한 방문객들과 파트너십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실제와 동일하게 구성한 가상공간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는다.



104팩토리 ⓒ썽꺄트르(CENTQUATRE-PARIS) ▲ 104팩토리 ⓒ썽꺄트르(CENTQUATRE-PARIS)

104팩토리 지원자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예술성과 실용성이다. 지원자의 아이디어는 반드시 문화·예술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며 동시에 실용적 가치와 혁신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인큐베이팅 기간은 최소 6개월이며 최대 24개월간 지원받을 수 있다. 104팩토리의 프로그램은 유료이다. 하지만 파리시 이노베이션 기금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사업이기 때문에 선정 시 파리시 이노베이션 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지원받은 프로젝트는 주로 창작자, 디자이너, 연구자, IT 전문가 등이 공동으로 콘셉트에서부터 생산과 제작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사업들이었다.

예술과 대중 간 소통으로 탄생한 104팩토리 스타트업

한편, 예술과 대중 간 소통이라는 썽꺄르트의 핵심가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뿐만 아니라 104팩토리가 배출한 스타트업에도 담겨 있다. 2012년 104팩토리가 배출한 첫 스타트업 프로젝트 ‘포노토닉(Phonotonic)’은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고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한 작곡가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포노토닉(Phonotonic) ⓒ포노토닉 홈페이지 홍보 영상 ▲ 포노토닉(Phonotonic) ⓒ포노토닉 홈페이지 홍보 영상

퐁피두 센터의 현대음악연구소 이르캄(IRCAM)에서 작곡가이자 기술자로 근무한 니콜라 라사미마나나(Nicolas Rasamimanana)는 음악 창작을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대중으로 확대하고 싶어 했다. 그의 꿈은 104팩토리의 지원을 받아 포노토닉이라는 제품을 통해 실현되었다. 포노토닉은 사람의 움직임이 음악이 되어 앱을 통해 저장되는 장치이다. 사전에 악기를 연주하여 녹음하고 프로그래밍을 한 뒤, 앱에 연결해 포노토닉을 실행하면 프로그래밍 된 악기 소리가 움직임에 맞춰 음악으로 저장되는 시스템이다. 현재 포노토닉은 작곡뿐만 아니라 게임 및 놀이, 공연, 그리고 패션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판매되고 있다.

104팩토리에서 지원받아 지난 3월 출시된 타임스코프(Timescope) 또한 프랑스 언론에 자주 언급되며 사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타임스코프 1호는 파리 중심지의 역사적인 장소 바스티유 광장에 설치되었다. 타임스코프는 과거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로 사용자가 시대를 입력하면 3D 영상으로 그 시대를 재현한다. 사용자는 기계에 설치된 망원경을 360도 회전하며 본인이 입력한 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임스코프(Timescope) ⓒ타임스코프 트위터 ▲ 타임스코프(Timescope) ⓒ타임스코프 트위터

타임스코프 개발도 한 여행자의 단순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하였다. 현재 보존된 유적지만 감상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과거의 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는 욕구가 이제는 7명이 팀을 이룬 신생기업의 토대가 된 것이다. 그들은 바스티유 광장의 1호기를 시작으로 전 세계 관광지로 타임스코프를 수출할 계획이다. 현재 1호기가 사용자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사업 확장에 높은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그 밖에도 예술인들의 채용과 지원을 보다 손쉽게 돕는 웹 사이트 개발, 버섯 균사체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개발한 건축자재, 새로운 형태의 시멘트 블록 개발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104팩토리를 통해 실용화되고 있다.



타임스코프(Timescope) ⓒ타임스코프 트위터 ▲ 타임스코프(Timescope) ⓒ타임스코프 트위터

프랑스 예술스타트업 지원과 시사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프랑스 썽꺄트르 스타트업 사업은 우리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썽꺄트르는 창조예술 공간, 예술과 대중의 공생 공간, 융합 등 자신들의 가치에 부합하는 예술가를 선정, 지원한다. 104팩토리는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썽꺄트르의 기존 사업들과 연계할 수 있는 예술적 아이디어를 가진 제품 개발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둘째로는 아이디어가 시장에 출시되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제품의 콘셉트 연구에서부터 제작, 상용화까지 전 단계를 지원한다. 썽꺄트르에서 운영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콘셉트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며, 개발 및 제작을 위한 공간과 장비 등을 지원해준다. 또한 썽꺄트르에서 이수할 수 없는 예술 영역 외 전문적인 교육은 파리 퍼블릭 인큐베이터인 아고라노브와 연계하여 지원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개발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본 확보까지 도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개발 단계에서는 파리시 이노베이션 기금을 받아 제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 제품의 시장 출시에 앞서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시연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 일련의 프로세스는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한 기업 간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104 포럼(Annual forum in 104)’과 같은 행사들을 개최하여 창업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준다. 그 외에도 기업동아리(Le Cercle d'entreprise du Centquatre) 등을 통해 기업 간 네트워킹을 돕는다.

썽꺄트르는 개관 이후 파리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확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12년부터 시작된 썽꺄트르의 스타트업 사업은 예술가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차원을 넘어 예술적 창의성을 증진하고 있으며 예술기반의 제품을 통해 예술과 대중의 소통을 매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썽꺄트르의 이러한 비전은 104팩토리 스타트업에도 담겨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제품들을 출시하는데 중요한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다.

민지은필자소개
민지은은 프랑스 파리 3대학 소르본 누벨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파리 소재 소르본 아시아 연구소 CHAC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현재는 미노토리21코리아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 간 문화교류, 한국문화콘텐츠의 해외수출 촉진 전략, 문화예술전문인력개발 등 다양한 문화적 이슈들을 문화매개와 문화예술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하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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