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해커톤의 의미 있는 만남

바야흐로 해커톤의 시대다. 그만큼 생태계가 바뀐 건 사실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박수를 쳐주고, 될성부른 떡잎에 투자를 해서 사회에 나가게끔 돕는다. IT분야에서 큰 흐름을 형성했던 해커톤이 예술분야에도 접목됐다는 사실이 이번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예술 해커톤’ 행사의 가장 큰 의미다. 사실 예술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면, 변변한 천연자원 없는 국가에서 무형의 자산을 유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VR을 시연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공작소 예술 해커톤 전통편 참가자들

▲ VR을 시연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공작소

▲ 예술 해커톤 전통편 참가자들



지난 4월 22일(금)부터 24일(일)까지 3일동안 총 41명이 각 팀을 구성해 진행된 예술 해커톤 전통편에서는 9개의 전통예술을 결합한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나왔다. 4월 29일(금)에 진행된 최종 피칭데이에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 중 야간체험형 디지털 미디어 기반 관광 패키지 상품을 개발한 ‘미드나잇 헤리티지 팀’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미드나잇 헤리티지 팀은 도시의 역사유적과 생활문화를 AR, 홀로그램, 미디어파사드를 활용하여 체험할 수 있는 관광패키지를 선보였다. 또한, 전통상례 정신과 형식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스토리텔링 서비스를 기획한 ‘웰앤딩’과 전통 콘텐츠를 활용한 U-러닝 동화책 구축 콘텐츠 아이디어를 낸 ‘패트와 매트’팀이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지역의 유휴 문화유산을 활용한 선택형 학습 여행 통합 플랫폼, 전통 예술을 영상 기록화해 체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서비스, 웹과 앱을 활용한 전통 예술 공연 패키지 서비스, 전통 예술품과 부가 상품 저작권 행사 서비스, 공연 정보를 공유하고 예술가를 지원하는 플랫폼, 전통시장 브랜딩 아카이브 서비스 등의 사업 아이디어가 만들어졌다.

예술 해커톤에 제안하는 두 가지 관점

이번 예술 해커톤 행사에서 제시된 제안들을 두 가지 관점에서 보았다. 첫 번째는 전통문화의 사업화라는 과제에 부합하기 위한 ‘전통의 해석’이다. 둘째는 ‘아이디어의 독창성’이다. 실행가능성도 당연히 심사기준의 염두에 두었으나, 앞 두 가지가 핵심이기에 두 가지 잣대에 더 집중했다.

일단 전통문화를 소재로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한다는 과제가 쉽지 않았다. 사실 전통이란 너무 익숙해서 다루기 쉬운 주제가 될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점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웬만해선 전통문화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기 힘들다. 그래서 전통을 어떻게 해석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그 부분이 아쉬웠다. 전통이란 문화 및 관습의 집단적 정체성이기에, 그것의 DNA를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각 팀의 출발점이 되었을 터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팀들은 전통을 소재 차원에서만 다루었다. 재래시장, 전통음식, 관광지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두레에서 볼 수 있는 모이고 돕는 문화, 판소리에서 느껴지는 해학, 한복의 형태와 색깔, 사시사철 피는 꽃의 다채로움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분위기, 화강암을 떡 주무르듯 했던 석조물의 디자인 등 우리 주변에서 한없이 다양한 전통의 빛깔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예술 해커톤에서 소개된 대부분의 소재들은 표피적이었다. 깊이를 가지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전통에 대한 인사이트에서 촉발되지 않고서는 해커톤이 몇 회를 거듭하더라도 전통은 계속 피상적인 소재 차원에 머물 것이다.

해커톤의 정신은 ‘크레이지(Crazy)’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이다. 그러나 이번 예술 해커톤은 열정에 비해 아이디어와 참신성의 면에서 다소 아쉬웠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미디어의 다양화로 표현할 창구가 많아지다 보니 참가자들이 그러한 외형적인 것에 시선을 뺏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잊지 말자! 기술과 미디어는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일 뿐이라는 것을. 핵심 아이디어 자체가 충분히 독창적이지 않고 흥미를 끌 수 없다면 그 무슨 장치를 도입한다 해도 사람들이 눈길을 줄 가능성은 없다. 대부분의 팀들이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판을 짜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외연의 구성에 치중한 나머지 장황하기는 하나 두드러지는 핵심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결과물을 공유하는 피칭데이 ▲ 결과물을 공유하는 피칭데이

다음이 기대되는 뜨거운 열정의 참가자들

예술 해커톤은 아이디어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발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멘토링의 의미는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참가자들에게 객관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점이다.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가 좋아 보이지만, 객관적 판단을 듣고 버릴 땐 버릴 줄도 아는 것 역시 아이데이션(ideation)의 과정에 포함된다. 멘토링의 의견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면 다음 미팅에서 최초 아이디어의 부정적인 면이 더 강조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멘토링에선 결정적인 약점을 짚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멘토링을 잘 활용하고 멘토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옛말을 첨언하며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다.



워크숍 내 운영된 멘토링 예술 해커톤 전통편 참가자들

▲ 워크숍 내 운영된 멘토링

▲ 예술 해커톤 전통편 참가자들



참가자들의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전통에 대한 심층적이고 본질적 탐구 속에서 독창적인 창업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는 지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다양한 사업화 가능성은 콘텐츠 코어의 단단함이 우선적으로 보장 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명료한 사업 프로젝트 목적을 수립하는 것이 실제 창업에서 가장 중요하다. 다음 예술 해커톤은 열정이 아이디어 자체의 비등점을 넘게 하는 촉매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홍탁필자소개
김홍탁은 제일기획 이노베이션 그룹 마스터를 거쳐 현재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를 맡고 있다. 칸(Cannes)을 비롯한 국제광고제에서 수상, 심사한 경력이 있으며, 2013년 전세계 Top 10 Executive Creative Directors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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