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내 한국의 해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

프랑스 내 한국의 해를 맞아 총 245개의 문화행사를 성공리에 마치고 8월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15년 9월 18일 샤이오국립극장(Théâtre National de Chaillot)의 종묘제례악을 개막작으로 선보인 2015-2016 프랑스 내 한국의 해는 2016년 8월 30일 폐막식과 더불어 시테데자르(Cité internationale des Arts)에서 Korea on/off라는 사진전을 끝으로 1년간의 긴 여정을 마감했다.

공연 예술 108개, 시각예술 74개, 영화 24개, 문학 외 39개로 구성된 이번 한국의 해는 프랑스에서 기존에 개최되었던 여느 교류의 해에 비교해 보았을 때 역대 최대, 최다, 최장의 행사로 기록되었다. 현지 언론에 1,500건 이상 보도, 프랑스 전역에서 현지 관객이 226만 명 이상이 참여한 이례적인 해였다. 더불어 4,500명이 넘는 예술인이 참여하고 60여 개의 도시 및 총 120여 개의 기관이 협력한 말 그대로 풍성한 교류의 결실의 해였다.

지난 8월 말 열린 폐막식, 지난 8월 말 열린 폐막식,
개막작으로 선보인 <종묘제례악> 위) 지난 8월 말 열린 폐막식,
아래)개막작으로 선보인 <종묘제례악>

굵직굵직한 프랑스 문화기관의 프로그램에서 한국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길거리를 지나면서도 한국의 해와 관련된 행사의 포스터와 마주치는 일이 빈번했다. 그 어느 행사를 우선순위에 넣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행사가 골고루 호응을 받았다. 공식행사 외에도 상업기관 등에서 한국의 해를 기념하는 크고 작은 이벤트로 활력을 더했다.

폐막식에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하여 프랑스의 문화예술계 인사 80여 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행사는 프랑스 측 아녜스 베나에와 한국 측 최준호 예술감독의 공동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퓨전밴드 잠비나이의 공연으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폐막식은 프랑스 전역에서 모여든 문화계 인사들로 만남의 장을 이루었으며, 다시 한 번 그들의 노고와 감사를 기리는 뜻깊은 자리였다.

<Korea on/off> 사진전 ⓒ Alain WILLAUME <Korea on/off> 사진전 ⓒ Alain WILLAUME <Korea on/off> 사진전 ⓒ Flore Ael SURUN <Korea on/off> 사진전 ⓒ Flore Ael SURUN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선보인 프로그램 구성

이번 프로그램 구성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문화에 다소 생소한 프랑스 관객들을 위한 현명한 전략이었다. 프랑스인들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아시아에 눈을 떴을 뿐 아니라 아시아 문화 애호가의 숫자가 많은 나라이다. 이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까지 중국문화에 대한 유럽 왕실과 귀족들의 열광으로 시누아즈리(chinoiserie)라 하여 장식미술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중국의 문화를 수입하고 흡수하였다. 유럽의 궁전에 가면 의례적으로 중국풍의 코너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럽의 도자기들은 중국의 디자인을 본떠서 제작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어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인들, 특히 프랑스인들은 일본문화에 열광하였다. 이를 자포니즘(japonisme)이라고 명하였고 이는 인상파 화가들은 물론 작곡가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에 영향을 미쳤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Portrait of Pere Tanguy> ⓒwikipedia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Portrait of Pere Tanguy> ⓒwikipedia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portrait of friederike maria beer> ⓒwikipedia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portrait of friederike maria beer> ⓒwikipedia

한편 한국의 문화가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된 것은 1886년 파리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의 한국관을 통해서였다. 세브르 도자기 박물관과 리모주 도자기 박물관의 코레마니아 전시를 통해서 한국의 초대 외교관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Victor Collin de Plancy)의 한국 도자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음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당시 일부 문화인들 사이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태동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한국문화는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의 것에 비하여 지극히 제한적으로 소개되었으며, 이들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혼용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처럼 한국문화를 낯설게 느끼는 프랑스인들에게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전통과 현대 그 어느 것도 빠뜨리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 필요했다. 전통만을 강조했다면 현지인들에게 이국적인 미로 기억되었겠지만, 그들이 요즘 알고 있는 앞선 기술력과 정보로 인식된 한국의 이미지와 잘 매치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한국의 현대적인 부분에만 치중했다면, 우리 문화의 뿌리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한국의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프로그램은 호기심이 풍부하고 타문화에 관심이 않은 프랑스 관객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더불어 지난 수 세기 동안 누렸던 시누아즈리, 자포니즘에 이어 21세기 코레마니아시대를 꿈꿔본다.

<꼭두(KOKDU)> <꼭두(KOKDU)>
<꼭두(KOKDU)>

협업과 협력으로 이루어진 공동 프로젝트

한편, 그간 프랑스와 한국 간 분야를 막론한 교류의 과정에서 빈번히 대두되고 우려되었던 균형감을 잃은 짝사랑 형태의 교류 시대는 더 이상 존속되지 못할 것이다. 일방통행식의 초청과 지원의 시대는 어느덧 과거의 산물이 되어버린 듯 하다. 이번 한불상호교류의해는 철저하게 협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공동 프로젝트의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의 연출가와 감독들이 한국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가운데 놀라운 시너지를 발견하였고 그들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끌어내고 검증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무가가 프랑스 현지관객들과 호흡하며 현장에서 협업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하여 프랑스 관객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로 웃고 즐기며 문화 간의 벽을 허물고 공감이라는 성과를 경험했다.

<Tous contre tous 모두에 맞서는 모든 사람들> <Tous contre tous 모두에 맞서는 모든 사람들>

물론 이러한 협업과정에서 N분의 1식으로 모든 것을 균일하게 나누는 것이 아닌, 물물교환 이상의 서로의 다른 자산들을 교환하고 합치는 과정에서 이번 교류행사의 의의가 충족되었다. 여러 명의 예술가들이 이동하고 무대를 옮기는 과정에서 모든 것들이 물 흐르듯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양국의 입장 차이를 논하기 이전에 현실적으로 시스템과 사회 환경의 상이함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배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더불어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통하여 후배들이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오늘의 실수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축구의 신화를 기억한다. 이전에는 외국인 감독을 모셔오기 위하여 주력했지만, 훗날 우리 선수들의 실력과 기량이 향상되어 그들이 해외 유명팀에 전격 영입되는 쾌거를 나았다. 130주년 교류의 해를 위하여 우리는 엄청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한 손익을 당장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 4월 5일 식목일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으면서 이에 대한 성과를 그 이튿날 책정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 폐막식은 본격적인 교류시대를 여는 개막식이었다.

  • 이화행
  • 필자소개

    이화행은 파리의 EAC(예술경영대)의 미술경영학과 교수이다. 2011년부터 프랑스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아시아 현대미술, 아트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 소르본느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파리 소더비 옥션회사와 E. 루와에 미술사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었다. 파리의EFAP(언론홍보대)과 ING(국립보석학교)에도 출강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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