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보부 공무원으로, 예술행정가로,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장들의 극장경영가로 인생여정의 대부분을 한국 예술경영의 발전에 헌신한 이종덕 원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내 인생은 무대 인생이었고, 무대 인생은 나의 인생 무대였다.”

예술과 예술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정직’, '신의', ‘성실’, ‘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예술경영인 1세대 이종덕 원장을 만나 정유년 새해, 예술경영계의 전망과 조언을 들어보았다.

김선영: 1960년대부터 55년간 예술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타공인 대한민국 제1세대 예술경영인으로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현장에 계시다가 현재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장으로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계시는데 학생들과 지내는 즐거움은 또 다를 것 같다.

이종덕: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장으로서 젊은 세대에게 그동안 쌓아온 경험, 노하우, 철학을 공유할 수 있어서 기쁘다. 공직생활이 끝나고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온 것은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매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듯이 아침 8시 30분까지 학교에 가고 있다.

항상 은퇴 후에는 현장과 학계를 잇는 네트워킹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내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은 현장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현장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다. 요즘에는 학생들의 최고 고민인 취업을 해결해주고자 상담을 많이 해주고 있고, 현장에서 필요한 자리가 있으면 연결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선영: 문화공보부를 거쳐 서울예술단 이사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 사장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극장을 경영한 극장경영인이자 예술경영인이다. 섬세한 예술을 다루는 예술경영에 있어서 리더십은 더욱 중요한 것 같은데, 사람과 조직을 이끄는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이종덕: 일본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다 유도를 배우고, 대학에선 레슬링을 배우면서 성격이 변하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국가재건최고회의 공채 1기로 공무원을 시작했고 이후 지금의 공연예술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공연예술계에 들어오면서 항상 일을 만들었다. 어느 직장에 가나 새로운 혁신, 개척, 창조,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서 직원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에게 목표의식을 만들어주고 추진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편에 대한 ‘배려’이다.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관계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배려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김선영: 평소에도 문화예술 후원회를 설립하고 성 라자로 마을 사회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소신과 철학은 무엇인가?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종덕: 성 라자로 마을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 인생의 변환점이 그때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옳은 일에 대해서는 앞서서 행동했다. 현재 문화계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는 실세에 너무 약하다. 출세하기 위해 실세를 만나려고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나눔과 봉사에 대한 철학은 다른 말로 하면 불의나 권력에 아첨, 아부하지 않고 소신 있게 사는 것, 권력에 자유로운 것이다.

김선영: 올해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시행된 청탁금지법 영향 등으로 예술 분야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염려하는 분들이 많다.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의 후원회를 결성하고 운영하신 경험이 많은데 예술 분야 공적자금이나 민간의 다양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이종덕: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국회의원, 공무원들의 부패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문화예술계가 타격을 받게 되었다. 상식적인 선에서, 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문화예술계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법을 교묘히 피해가자는 것이 아니다. 여론을 통해 예술계가 순환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사람들은 관심이 없으면 모른다. 예술계에서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여론 조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선영: “인간관계는 인과관계다.”, “진실은 통한다.”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세대는 직접 만남보다는 SNS 등으로 소통하는 등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예장로터리클럽, 광화문포럼, 낭만파클럽, 탄천문화포럼 등 다수의 모임을 조직하여 운영하고 계시는데 이러한 시대에 네트워크를 쌓고 서로 간의 건강한 교류를 하는 방법이나 노하우가 궁금하다.

이종덕: 사람은 한번 사귀면 영원히 가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 성실, 신뢰가 밑바탕 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사람을 대할 때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친절하게 사람을 대해야 한다. 일할 때는 엄격하다. 하지만 신뢰를 가지고 직원들을 대하고 사기를 북돋워 준다. 그래서인지 고맙게도 충무아트홀, 성남아트센터 직원들이 요즘에도 자주 찾아온다.

이종덕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원장·석좌교수 이종덕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원장·석좌교수 김선영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김선영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김선영: 저서 ‘공연의 탄생’에서 예술경영을 ‘예술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하기 위해 경영하는 것’이라 언급했다. 예술계에서 행정가, 경영인, 후원자, 교육자를 모두 경험한 것으로는 거의 유일한데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매개자인 ‘뒷광대’로서 예술경영인이 가져야 할 소양과 덕목은 무엇이 있을까?

이종덕: 소양과 덕목을 모두 갖춰야 한다. 소양만 가져서도 안 되고 덕목만 갖춰서도 안 된다. 우선 노력을 많이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솔직히 현장에 있느라 나 자신이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나머지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이다. 좀 전에 말했듯이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항상 진실히 대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산, 창조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열린 사고를 해야 한다.

김선영: 2017년도 예술경영계 또는 문화예술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종덕: 현재 이 시대는 주인이 없는 시대인 것 같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주어진 자리에서 행복한 마음으로 더 솔선수범하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주어진 자리에 충실할 때다.

김선영: 마지막으로 정유년 새해를 맞아 <예술경영> 독자들이기도 한 예술경영 후배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종덕: 예술이란 행복감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 그래서 예술가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행복감을 유지하면서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보고 원대한 꿈을 꾸고, 정유년(丁酉年)을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 이종덕

    이종덕은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공채 1기 공무원을 거쳐 1963년 문화공보부에 입사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임이사(1983~1987), 서울예술단 이사장(1994~1995), 예술의전당 사장(1995~1998), 세종문화회관 사장(1999~2002) 등을 역임하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성남아트센터 초대 사장으로서 지역 문화 발전에 힘썼다. 2011년부터 5년간 충무아트홀 사장으로 공연장 기반을 마련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원장·석좌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내 삶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졌다』, 『공연의 탄생』이 있다.

사진촬영_곽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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