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Index)란?

얼마 전 우리나라의 ‘빅맥(Big Mac)지수’가 일본보다 더 높아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2위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25위(현재 17위)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의 기사가 있었다. 빅맥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음식점인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로서 그 재료와 레시피가 표준화되어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빅맥 판매가격을 비교하는 빅맥지수는 각국의 물가수준, 나아가 통화가치를 비교해주는 유용한 지수로 활용되고 있다.

빅맥 판매가격을 비교하는 빅맥지수(17년 1월 26일자 기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빅맥 판매가격을 비교하는 빅맥지수(17년 1월 26일자 기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이처럼 지수(Index)는 특정한 목표와 기준에 근거하여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수치로 측정, 주로 시간과 장소에 따른 변화를 비교·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계량화된 통계를 말한다. 지수의 유형에는 일반적으로 상대적 서열에 초점을 맞춘 ‘순위지수’가 있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에 도달하는 대상의 점수를 측정하는 ‘목표지수’가 있으며, ‘주가지수’처럼 어느 한 시점과 비교하여 변화를 비교·판단하게 해주는 ‘준거지수’가 있다. 한국의 KOSPI와 KOSDAQ, 미국의 NASDAQ 등이 이에 해당하며, 앞서 언급한 빅맥지수도 준거지수에 속한다. KOSPI의 경우, 1980년 1월 4일을 기준으로 100포인트에서 시작하여 이 날의 시가총액을 분모로 하고, 산출시점의 시가총액을 분자로 하여 지수화한 것이다. 이러한 준거지수는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로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준거지수로서의 예술지수의 개발

문화예술계에서도 합리적인 예술상품 투자와 문화예술정책 결정을 위해 표준화된 지표 및 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가 있어왔다. 1986년에 이미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문화통계 및 지표체계연구>를 진행하여 발표했고, 이후 많은 예술 관련 지표와 지수가 논의되었다. 2013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효과측정에 필요한 표준화된 <예술지수(Arts Index) 개발 연구>를 진행·발표하였다. 이 지수는 문화관광체육부, 통계청 등의 정부부처와 전국경제인연합과 같은 경제단체 등이 수집, 분석한 데이터를 5개 분야지수 및 10개 세부지수로 이루어진 산출체계에 대입하여, 국가 전체 수준에서 문화예술의 현황을 다각적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예술지수’는 시계열(time series)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속적인 추세를 파악할 수 있고, 문화예술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성과분석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안타깝게도 후속연구를 지속하지는 못했지만, 이 연구는 지수개발이 예술정책 방향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2013년에 발표된 이 ‘예술지수’는 사실 2005년부터 지난해 2016년까지 발표되어온 미국의 국가예술지수(National Arts Index, 이하 NAI)를 기본모델로 개발되었다.

미국의 국가예술지수(National Arts Index, NAI)

NAI는 미국 문화예술계 활력성(vitality)과 건강(health)에 대한 시계열 측정 지표이다. 미국의 문화예술 옹호단체인 Americans for the Arts(AftA)의 후원을 기반으로 뮬렌버그 대학(Muhlenberg College)의 롤랜드 쿠쉬너(Roland J. Kushner) 교수와 AftA의 연구부문 부회장인 랜디 코헨(Randy Cohen)이 2005년부터 예술지표에 대한 공동 연구를 함께 진행하여, 2016년 현재,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문화예술 분야의 거시적 흐름을 분석 및 정리한 6번째이자 마지막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미국 문화예술 분야 거시적 흐름을 분석한 보고서 미국 문화예술 분야 거시적 흐름을 분석한 보고서

NAI의 큰 특징은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 Card)’인데, 단순히 매출 또는 수익 등 경제적인 수치로만 문화예술 분야의 성과를 파악하였던 이전 예술의 경제효과 연구에서 탈피하여 문화예술의 흐름을 재무흐름(financial flows), 역량(capacity), 예술참여(arts participation), 그리고 경쟁력(competitiveness) 등의 4가지 부문, 81개의 세부지표로 나누어 다각적인 분석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2003년을 기준으로 그 수치가 얼마나 증가 또는 감소했는지를 비교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미국 문화예술계의 큰 그림과 그에 따른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예를 들어 2007년까지 NAI는 꾸준히 상승했으나 2008년부터 급속도로 하락하였는데, 예술 분야 지표가 당시의 경제 상황(2008년 세계 금융위기)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NAI는 백악관의 정책입안 과정에서도 인용될 정도로 정부, 교육, 연구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다. NAI의 설계를 토대로 지역 예술 지표(Local Arts Index) 또한 각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혼합지수의 약점

지금까지 살펴본 한국의 ‘예술지수’와 미국의 NAI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2차 데이터와 지표를 활용한 혼합지수이다. 두 개 이상의 지표 혼합에 의해 산출하는 혼합지수는 측정대상이 되는 현상이 너무 복잡하다. 때문에 하나의 지표만으로는 신뢰할 만한 측정이 불가능할 때 매우 효과적이다. 다만 이러한 혼합지수는 수집 및 분석에 들어가는 지표가 많기 때문에 각 지표에서 쓰이는 기준(예를 들어 예술가의 정의)의 차이점을 결과에 반영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설문에 기초한 지수(Survey based index)가 포함될 경우, 전체지수에도 데이터 편향(Data bias)이 존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2차 데이터를 활용함에도 지수를 지속적으로 산출하는 데에 비용이 적지 않다.

티켓가격지수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활용

사실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있어, 거래되는 상품 가격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물론 가격의 변화 또한 오늘날 사회에서는 수많은 상품이 거래되고 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내리기 때문에 통시적인 가격의 변화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가격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표현하는 각종 가격지수가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특정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산업적 발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4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5년부터 공연 관련 기관, 판매 대행사 등에 분산되어 있는 공연티켓 예매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KOPIS)를 운영해 오고 있다. KOPIS는 공연티켓 온라인 예매정보를 수집하여 전체 공연시장의 규모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정보를 제공한다. 원래는 국·공립 공연단체와 공공티켓 판매 대행사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지난 2016년 11월부터는 인터파크 등의 대형 예매처의 참여가 확정되어 공연시장 온라인 예매 정보의 약 90%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KOPIS의 데이터를 잘 활용하여 공연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고 시계열적 비교가 가능한 공연예술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며, 한번 설계를 해 놓으면 앞서 언급한 ‘예술지수’나 ‘NAI’와 같이 매년 큰 품을 들이지 않고도 지속적인 지수발표가 가능하다. 이렇게 설계된 공연예술가격지수는 공연예술 가격과 이를 둘러 싼 시장, 나아가 경제 전반의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공연시장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공연시장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공연시장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KOPIS를 기반한 지수의 다양한 활용가능성

KOPIS를 통하여 개발된 공연예술가격지수는 장르별, 지역별, 시기별, 공연장별 등 커스터마이즈 된 분석이 가능하여 새로운 티켓의 가격을 산정할 때 비교지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벤치마크로 이용할 수 있다. 가격에서의 요인분석이 가능해지므로, 예술계 내·외부 요인이 티켓 가격에 미치는 영향분석 가능하며, 반대로 티켓가격이 외부요인, 예를 들어 국민의 행복도 혹은 지역경제에 공헌하는 정도의 분석도 가능할 것이다.

즉 공연예술을 현재 KOPIS에서 구분하고 있는 8개의 공연장르(복합 포함)에 따라 실제예매액 기준의 티켓가격지수를 산출하는 ‘장르별가격지수’와 전체 혹은 각 장르별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공연을 선정하여 이의 티켓가격 추이를 확인하는 ‘선도공연 10지수’, 정액티켓(정가) 대비 할인티켓(실제 구입가)을 토대로 산출하는 ‘티켓할인지수’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 공연, 특히 연극의 경우, 티켓의 정가가 몇 년째 30,000원에 묶여있으나, 다양한 명목의 할인혜택(SNS 친구, 직장인, 학생, 복지, 재관람, 문화의 날 할인 등) 적용을 감안하면, 실제 관객이 구입하는 티켓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KOPIS에서 수집하는 예매·취소 관객수와 실제 결재금액을 취합하면 공연티켓가격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매우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상적인 지수는 관심 영역을 집약하여 설명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가져야 하고, 객관적 측정방법을 통한 지속적인 데이터 확보 가능성이 중요하며, 시차를 두고 비교가능한 일관성이 지표가 필수적이다. 또한, 사용자가 지수를 이해하고 쉽게 분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용이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에 비추어 본다면 KOPIS를 활용한 공연예술지수 개발은 실현가능성 및 지속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 장웅조
  • 필자소개

    장웅조는 서울대에서 중문학 학사와 공연예술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예술 정책 및 경영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애틀대학교의 공연예술 및 예술리더십 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규모 예술단체 경영과 정책연구, 그리고 예술기업가정신과 관련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16년부터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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