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든버러 프린지, 해외 진출을 위한 거점시장인가?-프린지 생존전략’ 세미나와 관련해서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먼저 간단한 회사 및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985년에 설립해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 약 35년째 참가하고 있는 플레상스(Pleasance Theatre) 극장 총괄매니저 해미시 모로우입니다. 런던에서는 이보다 늦은 1995년에 오픈이 되었으며, 극장의 미션은 지난 수십 년간 재능있는 연극인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있었고 이를 실천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축제가 개최되는 에든버러에서는 두 곳의 지정된 극장공간에서 약 23개의 공연장을 운영해 왔으며, 객석 규모 40석, 750석 정도의 공간에 한 달 평균 최대 260개 작품을 모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극장에서는 축제기간 동안 하루 평균 200여 개의 작품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비영리 기관으로 등록되어있지만, 영국예술위원회(ACE)의 지원금을 받지 않는 극장 그룹입니다.

축제 때마다 늘 가보는 곳이었지만 이렇게 숫자로 나열해보니 운영 규모가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플레상스 극장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에든버러 축제 역사의 약 절반을 함께 하면서 축제에 참가하는 예술가들과 관객들에게 가장 존중받는 극장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예술가들의 네트워크나 국제적 명성이 있는 브랜드라고 자부합니다.

에든버러 프린지에 35년째 참가하는 플레상스 극장 에든버러 프린지에 35년째 참가하는 플레상스 극장 세미나 기간동안 진행한 1:1컨설팅 세미나 기간동안 진행한 1:1컨설팅

말씀해주신 플레상스 극장 내에서도 다양한 공간들이 있고 또 축제에 함께 참가해 운영 중인 여러 다른 극장 그룹들이 있습니다만 우리 한국의 예술가들이 이들 극장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을까요? 네. 극단들이 극장 공간을 선택하는 것은 매주 중요합니다. 극장주에게 물어봐야 하는 질문들일 텐데요. 작품을 가진 프로듀서들이라면 각각의 질문에 추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작품의 목표 관객층을 갖고 있는 또는 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극장인가? 때에 따라 어떤 극장들은 코미디나 또는 온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가족극을 프로그램하기도 하는데 오랫동안 이런 작품을 올렸던 공간들은 에든버러를 반복적으로 찾는 관객이나 언론들에게 자연스럽게 공간에 대한 인지가 생겨나게 됩니다. 만약 자신들의 작품이 유사한 장르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공연되면 관객층이 겹쳐져 경쟁이 아니라 홍보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관객과의 소통이 많이 일어나는 작품일 경우 극장의 무대와 객석 구조가 이 같은 공연 양식을 지원하고 있는가? 작품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을 어디까지 충족해 줄 수 있는가? 한 극장에 여러 작품이 순차적으로 공연돼야 하기에 원하는 만큼의 장치와 조명을 사용하기에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작품의 이해나 완성도를 위해 최소한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사전에 철저히 파악해 낭패를 피해야 합니다.

앞뒤에 배치된 다른 공연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보장하는가? 평균 15분 정도 내 공연준비를 끝내야 하고 또 같은 시간 동안 다음 작품을 위해 공간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이를 축제기간 3주 내내 매일 반복해야 합니다. 무리한 장치나 소품을 들고 올 경우 가끔은 전혀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자체 마케팅, 예약관리, 장치, 무대 지원 인력, 작은 규모의 공연일 경우 조명이나 음형 오퍼레이터 등등 편의에 맞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한국에서 무대 크루를 데리고 갈 수 없을 때 극장에서 이를 지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관 전 단계에서 이를 편하게 논의할 수 있습니다.

프로모터, 프레스 등과의 접촉에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극장의 인지도로 인해 매년 찾아오는 충성 관객들로부터 일정 부분 예매를 기대할 수 있는가? 극장의 이미지가 좋을 경우 평균 15%, 많게는 45%까지 축제 시작 전 이미 예매가 되기도 합니다.

대관 시 할인제도나 매표 수익 분배로 협상할 수 있는가? 미리 대관할 경우 할인이 있을 수 있고 또 많은 극장들이 대관료 대신 매표 수익 분배(평균 5:5 또는 6(극단):4(극장))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흥행이 안 될 경우엔 극장 측에서도 손실이 있을 수 있어 최소 개런티를 산정해 미리 결재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아직 에든버러축제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한국 극단은 축제에서 사용되는 “임시 극장”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아마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극장 공간으로 생각하고 접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극장 “공간”에 대한 개념은 평소엔 극장으로 사용되지 않아 사람의 접근이 막혀있는 폐쇄된 장소, 또는 기존 건물의 고유한 목적으로 이용되다 축제 기간에만 에든버러 시청의 허가를 받아 공연장으로 등록해 사용되는 곳이라 일반적인 극장 개념으로 이해되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잖아요. 따라서 진출하고자 하는 제작사에서 전혀 고민하지 않아도 됐던 것들조차 처음부터 물어보고 판단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는 여름 한가운데 벌어지는 세계 최대 공연 축제이고 또 마켓의 기능이 있어 프로모터, 평론가, 방송 등이 집중되는 곳입니다. 인구 40만 명 도시에 약 80만 명이 모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단체가 참가했다는 북경 올림픽 선수단 규모가 약 18,000명인데 반해 에든버러에 참가하는 예술가의 수는 약 25,000여명입니다. 배우들의 이동, 숙박, 대관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경비가 한국에서 참가할 경우엔 상당히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무작정 작품을 들고 참가하기 전에 먼저 한 번 관객의 입장으로 즐겁게 여행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일단 축제기간 에든버러를 와서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너무너무 많을 것 같아요.

중요한 점을 지적해 주셨네요. 내년 진출을 생각하고, 올해 에든버러 축제를 제작사 대표이든 관객의 입장이든 여행 삼아 찾아가는 방법, 오히려 이러한 학습 비용이 앞으로 손실이 될지도 모를 많은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 또 염두 해야 할 내용이 있을까요? 지금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시점에 저희는 벌써 약 400여 개의 극단으로부터 대관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입니다. 이들과 협의 중인 사안들이 있는데요. 극단들의 질문을 넘어서 반대로 우리 극장 측에서 궁금해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극장 쪽에서 이를 파악해 적합한 공간을 추천할 수도 있거든요. 작품이 스토리텔링인지, 오락성이 강한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점철된 것인지? 이미 대관 되어 있는 작품들과 유사성을 찾아 극장 측에서 프로그램에 참고하기도 합니다. 현지 및 해외에서의 인지도를 가진 작품인지, 해외 투어 공연 기록이 있는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극장 측이 적극적으로 좋은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케팅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지, 아니면 극장과 상의해 추가로 진행하는지? 큰 극장 그룹은 자체 마케팅 인력이 있으며, 프린지 사무국에서 발행하는 공식 프로그램 외에 자체 프로그램북을 발행해 마케팅을 지원합니다. 이럴 경우 극장 대관 시 이런 부분을 밝혀주고 전체 서비스 비용에 포함하기도 합니다. 대관료를 내는 대신 매표수익의 분배(플레상스 극장은 6(극단):4(극장))와 최소 개런티 납부의 대관방식에 동의하는지? 기술적인 부분에서 추가 지원이 필요한 작품의 경우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 축제기간 동안 극장 측에서는 사전에 조명기, 콘솔, 프로젝터 등의 장비를 먼저 선점하려고 극장간 대여 전쟁을 치릅니다. 만약 특정 장비가 필요할 경우엔 추가 비용을 요청하게 됩니다.

네, 지금까지 에든버러 축제에 진출할 한국의 공연단체들이 기획 단계에서 공연장을 선택할 때 중요한 점들에 대해 간단히 얘기 나누어 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선택한 공연장에서 축제기간 동안 작품을 선보이면서 극단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 있을까요? 사전 조사와 협의를 통해 “어디에서 공연을 올릴 것인가?”가 해결된다면 그다음에 고민해야 할 일은 당연히 “어떻게 팔 것인가?” 입니다. 마케팅에는 그 방식과 내용에 따라 고려해야 할 비용에 차이가 있을 텐데요. 다행스럽게도 프린지 사무국에는 추가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Arts Industry Office’와 ‘Participant Development Team’이라는 부서(조직)가 있습니다. 축제에 참가하는 극단들은 자유롭게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곳을 찾아가면 작품과 연결 지을 수 있는 프로모터, 평론가 정보를 찾거나 혹은 해외 예술가 및 제작사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위한 이벤트가 있는지 등의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꼼꼼히 물어서 일정을 정리해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참고로 플레상스 극장은 프린지 축제 사무국에서 갖고 있는 이런 기능을 우리 극장을 이용하는 예술가들에게만 한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연 단체들이 이러한 사항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극장 측이든 프린지 사무국이든 협조를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올해로 70주년이 되는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 참가를 희망하는 한국 공연 단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면서 인터뷰는 이만 마치고자 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주원
  • 필자소개

    김준영은 현재 ILOVESTAGE 런던 대표이다. 연극 <까사 발렌티나> 번역 및 로컬 프로듀서(2016), 연극 <극적인 하룻밤> 런던 웨스트엔드 쇼케이스 프로듀서(2015)를 담당했으며, 객석, 금호아시아나 사보, 일간지 등에 공연예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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