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타(automata) 위에서 창녕 우포늪의 풍어제가 현대적으로 되살아났다. 나무들이 춤을 추고 오르골이 연주된다. 이를 만든 ‘크리에이티브랩’은 문화기술 기반 콘텐츠를 기획하는 회사이다. 통합 제어되는 줄인형, 자동 오토마타부터,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숲관광체험 콘텐츠까지. 남종우 대표는 기술에 스토리를 입히고 있다.

남종우 대표와 대형 오토마타 나무 인형

※ 오토마타(automata): 기계 내부의 구성이나 동작에 대한 세부 사항이 무시되고 입력과 출력에 대한 사항만이 명시되는 추상적인 기계

반짝, 아이디어가 머리에 들어오다

사람은 자신의 업(業)을 닮아 간다. 남종우 대표의 머리에는 조명 장치가 있는 게 분명하다. 뭔가를 보면 회로에 불이 들어온다. 반짝.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작년 7월 고향 마산에 내려갔을 때 ‘창동예술촌’에서 오토마타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 한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기계장치에 불과했다. 어떤 스토리를 입힐까 하는 순간, 남 대표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UP: 테크(tech)와 스토리는 어떻게 결합하게 되나요 남종우: 엔지니어들이 보통 기술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죠. 그러면 시장이 알아주지 않잖아요. 제가 스토리를 입히자고 제안을 했어요. 창녕 우포늪의 풍어제를 오토마타로 만들어 보자! 5개의 시리즈물을 만들었어요. 배를 띄우고 바람결에 나무를 움직이게 하고, 배경음악을 오르골로 제작해서 넣었습니다. 기술이 스토리를 만나니 그 가치가 더 높아진 거죠.

우포늪을 표현한 오토마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역 전통 기반 문화 콘텐츠 개발 아이디어에 채택되어 지원금을 받아 창동예술촌 사람들과 협동 작업을 했다. 사업 초창기인 크리에이티브랩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지원금은 다음 프로젝트의 물꼬를 여는 마중물이 되었다. 이후 남종우 대표는 경남목공협동조합과 기획 전시인 <창동가내수공업 ― 법고창신전>을 열며 지역 예술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회사명인 크리에이티브랩은, 항상 뭔가 번쩍이는 자신의 머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포늪 오토마타의 모습으로 나무와 배가 움직이고 오르골 음악이 나온다.

연극은 프로세스를 세우게 한 전자회로판

남종우 대표는 대학 시절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그러나 연극배우는 버텨 내기에는 너무 가난한 직업이었고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다. 만약 버텨 냈다면, 송강호 같은 연기파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며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그는 항상 무대 주변을 맴돌았고, 아르코의 무대 팀에서 인턴으로 1년 근무하며 공연이 올라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남종우 대표

UP: 연극무대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어떤 것을 배웠나요 남종우: 지금 제가 하는 업무가 생소하고 달라 보이지만 한 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과 비슷해요. 연극은 대본을 쓰고, 스태프와 연기자를 모으고, 세트를 만들고 조명을 달고, 실제 공연을 하는 거죠. 오토마타도 마찬가지예요. 기획을 하고, 협업할 사람들을 구하고, 시스템 제어 장치를 추가하죠. 도구와 표현 방법이 다를 뿐 연극과 다르지 않아요. 연극을 통해 일을 하는 순서와 방법을 배웠어요.

남종우 대표는 대학원에서 ‘무대예술의 조명디자인’을 전공했다. 공연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예상하며 기술이 융합된 공연을 제작하고자 박사과정에서는 예술공학을 전공했다. 박사 졸업 후 연구소와 기업에서 정부 과제를 수행했는데, ‘융복합 공연기술 개발’, ‘사람의 뇌파를 인지하여 최적화된 조건을 찾는 감성 조명’ 등을 연구했다. 그러고 나서 혈혈단신의 몸으로 2015년 7월 크리에이티브랩을 설립했다. 조명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상태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전자장치로 제어하고 기계를 다루는 일을 좋아했다. 회로를 설계하고 정보를 입력하는 것에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세상을 동경했다. 기존에 없던 멀티미디어 쇼를 구상할 수 있는 것도, 조명과 전자 기계 장치에 대한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뉴미디어를 활용한 드론 멀티미디어 쇼

뉴미디어를 활용한 무대를 구상하다

올해 목표는 투어형 인형극장을 개발해서 글로벌 사업화하려고 구상 중이다. 설계, 극작, 음향, 영상 등 협업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이다.

UP: 멀티미디어 인형극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셨나요 남종우: 멀티미디어 인형극은 경남 지역에서 우선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스토리를 만들고 인형을 등장시키는 것과 똑같아요. 그런데 인터랙티브 오토마타, 줄인형과 드론 등이 전자장치에 의해서 춤을 추니, 운영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관객 입장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제 전공이 조명이니 무대의 요소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 구성할 겁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울 줄인형 제작과정

잇따른 프로젝트들이 심사 통과를 기다리거나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그중에서도 ‘뉴미디어를 활용한 숲관광체험 콘텐츠’는 지역의 설화와 역사의 이야기를 숲을 배경으로 하여 디지털아트로 형상화하고자 한다. 대형 프로젝트로 지자체를 설득하고 실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내는 과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복합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다.

UP: 뉴미디어를 활용한 숲체험형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남종우: 예를 들어서 김해 허황후의 이야기를 체험형 콘텐츠로 만드는 거죠.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서 허황후의 생애를 따라 움직이는 거예요. 멀티미디어 장비들이 숲에 있어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시대를 뛰어넘어 이야기를 느낄 수 있어요. 생태 학습과 역사 체험이 동시에 되니 아이들 교육에 효과가 클 겁니다.

크리에이티브랩 앞에서 줄인형 흉내를 내고 있는 남종우 대표

처음에는 제안서를 쓰고 떨어지기를 수없이 했다. 별로 개의치 않으려고 했지만 밤을 새워 써냈던 제안서들이 속절없이 떨어져 나갈 때는 입이 바싹 타고, 속이 쓰라렸을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벌어 놓은 돈을 다 털어 넣고 잔고가 바닥날 즈음 오토마타 사업이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UP: 예술가로 살아가다 창업을 하고 깨달은 점이 있나요 남종우: 1인 기업을 하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조금만 미루고 나면 벅차서 나중에는 포기하게 되죠. 1년간 사업을 하고 나서 깨달았어요. 바로 해야 한다고. 제안서 작업도 내야겠다 다짐을 하면 이틀이면 뚝딱 써냅니다. 상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은 실제이니 실행력이 더 중요해요.

인터뷰의 마지막,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던 그를 편안하게 웃게 하는 마법의 단어를 발견했다. 바나나 막걸리! 편의점에만 파는데 놀랄 만하다며 꼭 마셔 보란다. 오토마타, 자동제어장치, 멀티미디어 쇼를 듣고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런데 결국 막걸리였다. 결국 사람이었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이것을 작동시키는 것도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남종우 대표는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함께하는 ‘찾아가는 체험버스-신나는 문화놀이터’에 선정이 되어 버스를 한 대 지원받았다. 이 버스를 타고 통영, 남해 등 경상남도의 시골 지역을 달려가 멀티미디어 기반의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에게 너른 세상을 안겨 주길, 기술의 멀티미디어도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길 바라 본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제가 현재 하는 일의 전개 과정은 한 편의 연극 공연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일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알면, 어떤 분야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맡은 전공에 대해 열심히 하시고 타 분야 경험을 많이 하시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남종우 대표 프로필 - 가야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 대진대학교 대학원 공연영상학과 졸업
-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과 수료
- 영남대학교 LED-IT 융합산업화 연구센터, 연구원
- 중앙대학교 공연연출 전공 디자인 기술
- 前 주)디지큐 Show Control 기술부, 조명감독
- 現 크리에이티브 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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